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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모디 3.0 첫 예산안을 통해서 본 인도 경제 정책 방향
인도 맹현철 서울대학교 남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 2024/10/08
모디 3.0 정부 출범
인도 역사에서 두 번째로 3연임에 성공한 총리가 탄생했다. 2024년 6월 4일에 개표한 인도 총선에서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은 240석을 획득하고 여당 연합인 국가민주연합(NDA)은 293석을 확보했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초대 자와할랄 네루(Jawaharlal Nehru) 총리에 이어서 두 번째로 3연임에 성공한 총리에 등극했다. 하지만 지난 두 번의 총선과 달리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며 연정을 통해서 정권을 잡게 되었다. 여론조사와 출구조사에서 인도국민당 단독으로 넉넉하게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과 비교하면 인도국민당은 반쪽 승리를 거둔 것이다. 총선 전에 실시한 공신력이 있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높은 실업률과 물가상승이 인도 선거의 중요 쟁점으로 지적되었다.1) 인도국민당 집권 기간 경제성장은 이루었지만 실업률은 개선되지 않고 빈부격차는 심화되었다. 또한 카스트 정치가 부활하며 일부 지역 정당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 이번 총선의 중요 특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총선 이후 한달여 만인 7월 23일, 니르말라 시따라만(Nirmala Sitharaman) 인도 재무부 장관은 2024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모디 총리 세 번째 집권의 첫 예산안인 이번 예산안은 모디 3.0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이전 예산안과 크게 다를 것이 없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으로, 변화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예상과 마찬가지로 올해 예산안을 통해 제시된 모디 3.0 정부의 경제 정책은 이전 10년 동안의 방향을 유지하였고, 약간의 변화를 꾀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 변화에는 올해 총선 과정과 결과가 그대로 반영되었다. 총선 과정 중에 지속적으로 제기된 높은 실업률과 물가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였고, 총선 결과 탄생한 연정의 주요 파트너를 위해 푸르보다야(Purvodaya)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적으로는 경제개발, 기후변화 대응, 지역균형 발전에 집중한 모습이다.
2024 예산안 주요 내용
인도 재무부가 요약한 올해 예산안의 4대 주제는 △ 고용 △ 직업훈련(Skilling) △중소기업 △ 중산층이다.2) 고용을 늘이기 위해서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인도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더불어 9대 중점 과제를 내세우며 인도 경제 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9대 중점 과제는 아래 <그림 1>에 정리한 것과 같은 △ 농업생산성 및 회복력 △ 고용 및 직업훈련 △ 포용적 인적 자원 개발 및 사회 정의 △ 제조업과 서비스업 △ 도시 개발 △ 에너지 안보 △ 사회기반시설 △ 혁신과 연구개발 △ 다음 세대를 위한 개혁이다. 제조업 육성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이는 것이 이전 정책기조와 약간의 차이점이다. 제조업 육 성을 위해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진행한 인프라 확장 정책을 이어가면서 인력 개발 예산을 늘렸다. 경제 발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산업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농업 개발 및 동부와 동북부 개발 정책을 내세웠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여성과 부족민을 위한 제도도 잊지 않았다.
낮은 교육 수준이 인도 장기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직업 훈련은 심각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4년 3월에 국제노동기구와 인도의 인간개발원(Human Development Institute)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청년의 IT 활용 능력은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3) 설문에 응답한 청년 중에 파일 또는 폴더를 복사하거나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42%에 불과했고, 이메일로 첨부파일을 보낼 수 있는 사람 역시 27%로 매우 낮았다. 특히 엑셀과 같은 스프레드시트로 간단한 연산을 할 수 있는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IT강국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이다. 이는 일정부분 부실한 직업 교육에 기인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직업 교육을 받은 인도 청년의 비율은 15.6%로 매우 낮은데, 이 중에서도 공식적인 직업 교육을 받은 비율은 전체의 4.1%에 불과하다. 인도 대학진학률은 빠르게 증가하여 현재 30%에 육박하고 있지만,직업 교육을 받는 청년 비율은 이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5년 동안 청년 200만 명에게 직업 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위해서 인도 전역에 있는 직업교육 기관 1,000개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고용 연계 인센티브 도입하여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주와 직원 모두를 위한 재정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기술 부문의 예산은 전년 대비 38% 확대되었다.4)
인도에서 몬순기간 강우량은 농업 산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는 식품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5) 특히 몬순기간 가뭄은 홍수보다 농산물 산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이는 장기적으로 식료품 가격과 임금에 악영향을 미친다.6) 인도 농업이 몬순기간 강우량에 큰 영향을 받는 이유는 수자원 관리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서 연간 강우량 변동 폭이 커지면서 관개시설 확충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도 정부는 이번 예산에서 관개시설 확충 예산을 확보했다. 기후 변화에 취약한 인도 농촌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인도 정부는 식용유 자급율을 높이기 위해서 겨자, 땅콩, 참깨, 대두, 해바라기 등 식물성 기름의 원료가 되는 작물 생산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기후 변화에 강한 109개 작물을 보급하고, 채소 공급사슬 강화 정책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서 기후 변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 폭을 줄이고 물가를 관리하겠다는 인도 정부의 의지가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높은 실업률 문제와 물가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 정책 이외에 이번 예산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정부의 동부지역 개발 계획이다. 인도국민당의 핵심 연정 정당은 안드라프라데시에 기반을 둔 텔루구데쌈(Telugudesam)당과 비하르에 기반을 둔 민중당(연합)이다. 2024년 예산안은 9대 중점 분야 곳곳에서 이 두 지역을 중심으로 인도 동부지역 개발 전략을 제시했다.
인도의 남부지역은 북부지역보다 소득이 높고, 의료와 교육의 질도 더 높다. <그림 1>의 인도 주별 1인당 총생산 데이터에서 볼 수 있듯이, 인도 지역 격차는 남북 격차이면서 또한 동서 격차이다. 남부에서도 동쪽에 위치한 안드라프라데시가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으며,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주인 비하르와 오디샤 역시 동부에 위치하고 있다. 한 때 문화적, 경제적으로 가장 번성했던 웨스트벵골 역시 현재는 경제 발전에서 소외되어 있다. 모디 3.0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통해 낙후되어 있으면서 연정의 핵심 파트너의 기반 지역이 포함된 동부지역7) 발전 계획을 국민에게 제시했다.
<그림 1> 주별 1인당 총생산
자료: 인도 정부, medium.com/@arnabbittu5
인도 정부 예산안의 9대 중점 과제 중에서 ‘포용적 인적 자원 개발과 사회 정의’ 과제의 주요 내용은 △동부지역 개발 △여성 지원 △부족민 지원 △북동부지역 개발 △안드라프라데시 개발이다. 특히 ‘동부의 부상(Purvodaya)’을 내세우며 비하르, 자르칸드, 웨스트벵갈, 오디샤, 안드라프라데시 등 동부 지역을 경제적으로 발전시켜 이 지역에 대도시를 키울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 발전은 대도시 형성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지역이 발전하면 대도시가 형성되며, 대도시가 형성 되면 지역이 발전하게 된다. 1900년대 초반 기준 인도 10대 도시 중 해당 주에 위치한 곳은 콜카타 한 곳에 불과했는데, 콜카타 마저도 성장 속도가 인도 평균에 미치지 못하며 상대적으로 퇴보하고 있다. 현재 인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도시인 하이데라바드가 안드라프라데시에 속해 있었으나 2014년 안드라프라데시가 현재의 안드라프라데시와 텔랑가나로 분리되면서 하이데라바드는 텔랑가나에 속하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인도 정부는 대도시 육성을 통해서 동부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획한 것이다.
인도 정부의 동부지역 발전 의지는 다른 중점 분야에도 잘 녹여져 있다. 농업 생산성 및 회복력 향상 과제 하위 항목에 ‘새우 생산 및 수출’이 포함되어 있다. 인도와 같이 크고 복잡한 국가의 예산안에 포괄적인 단위인 수산물이 아닌 구체적으로 ‘새우’가 경제 발전의 중요 사업으로 명시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새우가 명시된 가장 큰 이유는 새우가 농수산물 수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8) 2023년 인도는 약 50억 달러(약 6조 8,500억 원) 어치 새우를 수출했다. 이는 인도 수산물 수출의 67%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인도 정부의 동부지역 개발 계획에서 찾을 수 있다. 인도에서 새우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은 안드라프라데시이며, 매년 60만 톤 이상의 새우를 양식으로 생산한다. 양식 기준으로 오디샤(7만 3,000톤), 웨스트벵갈(6만 2,000톤), 구자라트(3만 8,000톤), 타밀나두(2만 3,000톤) 순으로 많은 새우가 생산된다. 이 중에서 안드라프라데시, 오디샤, 웨스트벵갈이 동부해안에 위치해 있으며, 타밀나두의 해안 절반 이상도 동쪽에 있다. 기존 새우 생산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새우 생산 및 수출을 지원할 경우, 동부 지역이 수혜를 받게 되는 것이다.
2024년 예산안의 사회기반시설 분야에는 관광업 기반 시설 투자가 명시되어 있다. 종교와 자연을 주제로 비슈누파드 사원, 마하보디 사원, 라즈기르, 날란다, 오디샤의 관광업 기반 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슈누파드 사원(힌두교 유적지), 마하보디 사원(불교 유적지), 라즈기르(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유적지), 날란다(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자 불교 고등기관인 날란다 대학이 있던 곳) 모두 비하르에 위치해 있다. 인도 정부의 관광 인프라 건설 계획은 비하르와 오디샤를 위한 계획인 것이다. 인도 정부는 정치적 동기와 지역 균형 발전의 명분을 가지고 인도 동부지역을 개발할 계획을 국민에게 제시했다.
한-인도 관계 시사점
이상 2024년 예산안을 통해서 모디 3.0 경제 정책 특징 중 일부를 살펴봤다. 모디 3.0 경제 정책은 지난 두 번의 임기에 이어서 제조업 육성 중심이며, 이를 위해서 사회기반시설 확충과 인력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기후 변화에 취약한 인도 농업 분야의 생산성과 회복력을 높여 식량 가격을 안정화 하여 물가를 관리 하려고 한다. 끝으로 인도국민당은 정치적으로 중요하면서 낙후된 동부지역 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한-인도 관계에서 중요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제조업 분야에서 인도와 협력 증대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특히 한국은 직업 교육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젊은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인도 제조 인력 육성에 한국이 기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한국의 제조업 인력 부족 문제를 인도와 협력으로 해결할 여지가 있다. 제조업 이외에 협력 가능한 분야로 수산업을 들 수 있다. 한국이 보유한 우수한 양식업 기술을 통해서 인도와 협력이 가능하다.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과 한-인도 협력에 있어서 지역 선정이 중요한데, 낙후되어 있지만 중앙정부의 개발 의지가 강한 동부지역, 특히 안드라프라데시를 중점 협력 지역으로 고려할 수 있다.
* 각주
1) https://www.thehindu.com/elections/lok-sabha/lokniti-csds-2024-pre-poll-survey-jobs-inflation-key-issues-in-2024-lok-sabha-elections/article68051581.ece,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유권자의 주요 관심사’
2) Ministry of Finance. (2024). Key features of budget 2024-2025. Government of India.
3)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 Institute of Human Development. (2024). India employment report 2024: Youth employment, education and skills.
4) https://opportunities-insight.britishcouncil.org/blog/india%E2%80%99s-national-education-budget-202425
5) Mitra, S. K., & Chattopadhyay, M. (2017). The nexus between food price inflation and monsoon rainfall in India: exploring through comparative data mining models. Climate and Development, 9(7), 584-592.
6) Brey, B., & Hertweck, M. S. (2023). The dynamic effects of monsoon rainfall shocks on agricultural yield, wages, and food prices in India. The Scandinavian Journal of Economics, 125(3), 616-654.
7) 비하르, 자르칸드, 웨스트벵갈, 오디샤, 안드라프라데시
8) Department of Fisheries (2023) Handbook of fisheries statistics. Government of 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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