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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24년 인도 총선 결과가 주는 정치 변화의 의미

인도 이광수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과 교수 2024/08/13

인도 하원 선거: 야당의 약진
2024년 6월 4일, 세계 최대 규모의 민주주의라 불리는 인도의 하원 선거 개표 결과가 발표되었다.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Bharatiya Janata Party)은 240석을 얻어 과반인 272석에 크게 못 미쳤으나 연합 세력 민족민주연합(NDA: National Democratic Alliance)이 293석을 확보해 세 차례 연속해서 집권당이 되고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는 연방 정부 수상이 되었다. 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Indian National Congress)가 99석을 얻어 지난 2019년에 비해 47석을 추가했고, 야당 연합 세력인 인도국가발전포용연합(INDIA: Indian National Developmental Inclusive Alliance)은 234석을 차지해 인도국민당의 세 차례 연속 의석 과반 확보를 저지했다. 모디 수상은 개표 후 인도 국민이 자신들에게 다시 나라를 맡아 달라는 뜻에서 자신을 세 번 수상에 연임시켰다고 의미를 부여했고, 야당인 인도국민회의 대표 말리카르준 카르게(Mallikarjun Kharge)는 이번 선거 결과가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경제난을 타개하려는 자신들에 대한 지지이자 인도 유권자들이 인도국민당의 증오, 부패, 박탈의 정치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전형적인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액면에 가려진 심부에는 각 당의 해석과는 사뭇 다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가장 큰 의미는, 인도가 2014년과 2019년에 형성된 단독 정부를 다시 허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인도는 1947년 독립하고 1951년 헌법에 따라 초대 총선을 치른 이후 1977년과 1989년 각각 1년가량 짧은 기간에 야당이 연립 세력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 걸 예외로 하면 40년 정도의 기간을 인도국민회의가 집권하는 일당 지배 체제를 유지하였다. 1992년 이후 인도국민당과 그 방계 세력이 힌두 민족주의라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들고 나와 돌풍을 일으킨 후 여당 인도국민회의의 세력은 크게 약화하고, 거의 존재감이 없던 군소 야당 인도국민당이 크게 약진해 1996년부터 2014년 까지의 약 20년 기간에 어느 정당도 단독 과반 정권을 세우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4년에 모디가 이끈 인도국민당이 단독 과반을 차지해 실로 오랜만에 두 차례에 걸쳐 과반 의석 여당의 지위를 누렸으나, 이번에 다시 연립 정권의 시대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야당인 인도국민회의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도 볼 수 없다. 모디의 인도국민당이 240석을 차지한 데 반해 인도국민회의의 의석수는 99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야당의 승리는 인도국민회의의 승리라기보다는 연합 세력의 승리라 할 수 있다. 그 연합 세력 INDIA는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으로 뭉친 게 아닌 전형적인 권력 투쟁의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2023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만찬 초대장에 주최국 명의를 India라 하지 않고 헌법상 또 다른 국호인 바라뜨(Bharat, 힌디어 ‘인도’)를 사용한 데서 촉발하여 야당들이 ‘India’를 지켜야 한다, 즉 힌두 민족주의를 지양하고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면서 연립 세력을 매우 넓게 구성하면서 그 이름의 약칭을 INDIA로 하여 매우 폭넓게 연립 세력을 구축하였다. 그 연립 세력 INDIA가 인도에서 선거구가 가장 많은 3개 주, 즉 웃따르 쁘라데시(Uttar Pradesh), 마하라슈뜨라(Maharashtra), 서벵갈(West Bengal)에서 승리하여 인도국민당의 과반 수성을 막는 데에는 성공을 거두었으나, 정작 인도국민회의는 이 세 개의 큰 주에서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인도국민당의 뼈아픈 패배
여당 패배 가운데 가장 뼈아픈 것은 단연 웃따르 쁘라데시주에서의 패배다. 인구 2억 4,000만 명의 북인도의 중심부에 자리한 인도 최대의 주로 전체 543석에서 무려 80석을 차지하는 이 주에서 모디 세력은 지난 2019년 선거에서 무려 64석을 확보했으나 이번에는 33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반면에 인도국민회의와 연립의 한 축인 사회주의자당(SP: Samajwadi Party)이 37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모디의 가장 강력한 동지인 힌두 승려 요기 아디띠야나트(Yogi Adityanath)가 주 수상으로 있고, 힌두 민족주의 광풍이 분 근원지인 아요디야(Ayodhya)와 모디의 지역구인 바라나시(Varanasi)가 모두 이곳에 있는데도, 여기에서 제1당을 수성하지 못했다는 것은 실로 큰 충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농민의 반발이 주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농민들은 연방 정부의 농업법을 통해 농산물 사후 관리를 위한 인프라 확대, 물류 운송 개선, 부가가치 창출 등에 대한 투자에 대한 약속이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며 2021년 농업법 통과 이후 약 8개월간 수도 델리(Delhi)에서 멀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중산층 농민이 밀집한 지역인 뻔잡(Punjab), 하리야나(Haryana), 라자스탄(Rajastan), 서부 웃따르 쁘라데시의 농민이 계속해서 정부 규탄 집회를 벌였다. 이번 선거가 시작할 무렵에는 델리 진격을 외치는 하리야나 농민들이 도로를 점거하는 등 격렬한 반대 집회를 열기까지 했다. 

모디와 여당이 패배한 또 다른 곳은 남부의 따밀나두(Tamil Nadu), 서부의 마하라슈뜨라, 동부의 서벵갈 등 규모가 큰 주다. 이 지역들은 모두 지역 정당의 뿌리가 깊은 곳인데, 두 번째로 지역구 수가 많은 48석의 마하라슈뜨라 주에서 인도국민당은 고작 9석을 차지하는 데에 그쳤다. 그동안 가장 강력한 지역 정당인 쉬브 세나(Shiv Sena) 당이 모디와 연합을 이루었으나, 당이 분열하면서 큰 세를 형성한 쪽이 야당인 인도국민회의와 손을 잡았고 그 당이 인도국민회의에 이어 제2당이 되면서 연립 세력 INDIA가 크게 약진하였다. 세 번째로 지역구를 많이 가진 서벵갈에서는 인도국민회의조차 약진하지 못했으나 그 연립 세력이 크게 성공하였다. 서벵갈은 1977년부터 2011년까지 34년간 인도공산당이 5번 연속하여 정권을 잡은 곳으로 2012년 전인도민초회의(All India Trinamool Congress)라는 중도의 지역 정당에 정권을 내준 이후 전혀 힘을 쓰지 못한 지역인데, 이번 선거에서 민초회의는 전체 42석 중 29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형적인 지역 정당의 승리와 그들과 인도국민회의의 연합 전술은 남부 최대의 주인 따밀나두에서도 마찬가지로 위력을 발휘했다. 따밀나두와 남부는 국민 국가 수립 이후 북부 힌디 벨트를 중심으로 하는 힌두 민족주의 정치 세력에게 반발해왔다. 북부와 마찬가지로 힌두교가 주요 종교지만, 북부 세력이 지지하는 힌두 민족주의는 힌디 국어 정책과 닿아 있고 그것은 남부 인도 지역의 소외와 연계되기 때문에 따밀나두와 인도 남부 지역은 오랫동안 힌두 민족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지역의 정서에 기반한 드라비다 민족주의 정당이 가장 큰 정치 세력의 자리를 유지해 왔다. 그 드라비다 정당이 이번에도 전체 39석 중 22석을 차지하였고, 인도국민당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또 다른 지역 정당 약진의 예는 남부의 께랄라(Kerala)에서 찾을 수 있다. 께랄라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세계적 경제학자 아마르띠야 센(Amartya Sen)이 성장 없이 잘 사는 복지 모델로 인류가 추구해야 할 전범(典範)이라 극찬을 한, 인도공산당이 건국 후 50년 넘게 단독 혹은 연립으로 정권을 유지해오고 있는 지역이다. 이곳은 공산당의 몰락 이후 서벵갈과는 달리 지역당이 큰 세를 형성하지 않은 곳인데, 인도국민회의가 뿌리를 강하게 내렸다. 실제로 인도국민회의 수상 후보인 라훌 간디(Rahul Gandhi)는 자신의 지역구인 웃따르 쁘라데시의 라이 바렐리(Rae Bareli)와 께랄라 두 곳에서 출마하여 두 곳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1) 이번 께랄라 주 선거에서는 전체 20석에서 라훌 간디가 일으킨 바람을 타고 인도국민회의가 19석을 확보한 반면, 인도국민당은 한 석을 얻는 데 그쳤다. 전체적으로 지역당이 강한 곳에서 여전히 지역당이 위세를 떨쳤는데, 규모가 큰 지역의 지역당 대부분은 INDIA와 연합을 이룸으로써 야당의 인도국민당 과반 집권 저지로 이어졌다.

2024 인도 총선의 사회·정치사적 의미
이번 2024년 인도 총선의 사회사적 의미를 찾아보자면, 인도국민당이 2014년부터 강력한 힌두 민족주의를 발현하여 그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 세력화를 꾀했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슬림, 불가촉천민, 여성 등 사회의 소외 세력으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한 채 그들을 억압하고 탄압하면서 언론의 자유와 인권 향상에 관해서는 크게 퇴보했다는 평가를 국내외에서 널리 받아왔다. 인도 국민당의 힌두 민족주의가 국민 모두에게 고른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선거 막판에 야당 지도자에게 모국을 침략 해 온 침략자 무슬림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려는 자로 사프론화 – 한국의 ‘빨갱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힌두 근본주의자의 상징색인 주황 사프론 색으로 덧칠하는 일련의 여론 몰기 – 하는 공격이 거의 먹혀들지 않았다. 특히 델리 주정부의 현직 수상인 아르빈드 께즈리왈(Arvind Kejriwal)을 부패 혐의로 구속·수감 한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퇴보로 받아들여지며 역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2) 

이러한 사회사적 흐름의 의미는 좀 더 큰 정치사적 의미와 연결해 볼 수 있다. 인도국민당은 힌두 민족주의와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두 축으로 삼으면서 권력을 획득하고 정책을 운용한 정당이다. 힌두 민족주의는 △무갈제국의 개조(開祖) 바부르(Babur)가 아요디야에 건설한 모스크 파괴 사건(1992년)3) △ 모디가 구자라뜨(Gujjarattā) 주 수상으로 재임하던 2002년 주도인 아흐메다바드(Ahmedabad)에서 발생한 무슬림 학살 사건4) 등 주로 무슬림에 대한 폭력적 탄압을 기반으로 한다. 모디 수상의 첫 임기인 2014년까지는 무슬림 악마화와 적대시를 통한 ‘우리 힌두’의 단결을 꾀하다가, 2019년 두 번째 임기 동안에는 그 성격을 국가주의로 틀어 강한 국가, 중국과 버금가는 국가, 세계를 이끌어가는 국가를 주창하기 시작했다. 외교에서 탁월한 성과를 발휘한 수상 모디의 업적을 바탕으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주변국들을 관리하고, 미국 및 일본과 연대하여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로 성장하는 희망을 국민에게 널리 심어주었다. 무슬림에 대한 노골적인 폭력은 줄어들고,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좀더 힘을 싣게 되었다. 인도의 경제는 나날이 성장하고 바야흐로 국민총생산(GDP)이 영국을 앞질러 세계 5위로 오르더니 내년에는 일본마저 제치고 4위로 오른다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달랐다. 힌두 민족주의가 국가주의로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의 최대 강국으로 성장한다는 레토릭은 국민, 특히 중산층 이하 농민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인도는 아직도 도시화가 35% 수준에 머무르는 농업 국가다. 농민은 도시화와 산업화, 특히 제조업의 성장에 모든 것을 올인 하는 모디 수상의 모디노믹스에 자신들의 현실을 희생하기를 거부했다. 거기에다 역대 최고의 수준을 기록한 청년 실업률은 모디 수상의 정책에 대한 젊은 층, 특히 도시 고학력층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쳤다. 여성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러한 반대 혹은 비판 세력을 등에 업고 모디 수상은 세 번째 정부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

제 3기 모디 정부의 숙제 
2024년 총선 결과 비록 연립 정부지만 사실상 인도국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서, 모디 수상이 인도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세 번째 연임 수상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상이 연임된 만큼, 제3기 인도국민당 정부는 앞선 정부의 정책으로부터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정치 양상 또한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디 정부가 국가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어떤 국정 기조를 어떤 모양으로 새롭게 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각주> 
1) 인도 선거에서는 복수 선거구 출마가 가능하다. 둘 다 당선되면, 어느 한 곳을 버리고 다른 한 곳만 선택하면 된다.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제도다. 실제로 지난번 총선에서는 모디가 구자라뜨 주의 기존 지역구에 웃따르 쁘라데시의 힌두 민족주의 텃밭인 바라나시(Varanasi)를 추가해 두 군데에 출마하면서 힌두 민족주의의 바람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2) “Delhi chief arrested as opposition party alleges ‘huge conspiracy’ ahead of Indian election”, CNN, 2024.3.22 https://edition.cnn.com/2024/03/21/india/india-arvind-kejriwal-arrest-corruption-allegations-intl/index.html
3) “Timeline: Ayodhya holy site crisis”, CNN< 2012.12.6 https://www.bbc.com/news/world-south-asia-11436552
4) “THE 2002 GUJARAT GENOCIDAL MASSACRES”, genocide Watch 2023.8.2 https://www.genocidewatch.com/single-post/the-2002-gujarat-genocidal-massac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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