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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방글라데시 시위 확산…총리 해외 도피 등 국내 정세 복잡성 심화

방글라데시 EMERiCs - - 202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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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공무원 할당제 반대 시위…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확대 

 

공무원 할당제 반대 시위로 인한 사망자 지속 증가… 정부는 강경대응 기조 유지


이번 시위는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참전용사 후손에게 공직을 할당하겠다는 정부 발표로 촉발됐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독립전쟁 참전용사 후손에게 정부 일자리 30%를 할당하겠다고 발표하자 이에 반발하는 학생들이 시위에 나섰다. 시위 참가자들은 정부가 발표한 공직 할당제가 시대착오적이고 불공정한 것이며, 능력 중심의 인사 채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최초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정부가 경찰과 군인을 배치하는 등 시위에 강경하게 대응하자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하였다. 이에 정부는 인터넷을 차단하고, 통금령을 발령하였으며, 언론인을 구금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에 대법원이 나서서 참전용사 후손 공직 할당 비율을 기존 30%에서 5%로 조정하였지만, 시위대의 불만을 잠재우진 못했다. 오히려 시위대의 요구는 공직 할당제 문제에서 셰이크 하시나(Sheikh Hasina) 방글라데시 총리 사임 요구로까지 번졌다.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상자가 늘어났으며 8월 4일 기준 사망자의 수는 최소 300명을 기록했다.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하시나 총리는 이번 사태 규명에 대한 국제적인 협력을 촉구했다. 지난 7월 31일 국가어업주간(National Fisheries Week-2024) 개회행사에서 이루어진 연설에서 조사와 공직 할당제에 관하여 언급했다. 당시 하시나 총리는 이번 시위 사태에서 공정한 조사를 위해 유엔(UN)과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하였다. 하시나 총리에 따르면, 1명으로 구성된 사법 조사위원회가 마련되었으며, 더 많은 위원들도 포함될 계획이다. 또한 하시나 총리는 공공 시설 파괴와 인명 손실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비난하며 폭력 배후와 그 동기에 의문을 제기하였으며, 국민과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음모를 획책한 인물들을 색출하라고 지시했다. 마지막으로 하시나 총리는 정부가 이미 공직 할당제 개혁 등 시위대의 요구를 충족시켰으며, 정부의 노력에도 폭력과 인명 손실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국제인권단체,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방글라데시 정부의 인권침해 우려 표명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방 정부의 시위 강경진압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미낙시 강글리(Meenakshi Ganguly)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부국장은 방글라데시에서 하시나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무분별하고 강압적인 탄압을 해온 것이 어제 오늘이 문제가 아니며, 이번 시위에도 강경 진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글리 부국장은 이번에야 말로 영향력 있는 정부가 하시나 정부의 탄압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먼라이츠 측은 방글라데시 정부의 대응이 유엔 인권 결의안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016년 결의안을 통해 온라인 정보에 대한 접근이나 확산을 의도적으로 막는 것을 국제인권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규제하고 있다. 또한 유엔 기본 원칙에서는 무력 및 총기 사용에 관해서도 임박한 사망 혹은 심각한 부상의 위협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총기 사용을 금지한다. 강글리 부국장은 방글라데시 당국이 과거에도 국제 기준을 위반하였으며, 이번 시위에도 이를 계속 위반해오고 있다고 역설했다. 볼커 튀르크(Volker Türk)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자제를 촉구하며 학생 시위대에 대한 공격은 특히 충격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비단 방글라데시 국내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노동 중인 방글라데시 국적 노동자 57명이 시위를 벌이다가 체포되어 UAE 사법부로부터 재판을 받았다. UAE는 원칙적으로 사전에 허가 받지 않은 시위를 금하고 있어 UAE 내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인 방글라데시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UAE 재판부는 UAE 전역에서 폭동을 선동한 혐의를 인정하여 이번 시위로 구금된 3명에게 종신형을, 53명에게는 10년형을, 나머지 1명에게는 11년형을 언도했다. AFP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형기를 마친 뒤 추방될 예정이다.

하시나 총리, 전국적 시위 격화로 인한 사임 발표…국외 도피

하시나 총리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가 더욱 격화되자 결국 8월 5일 하시나 총리는 사임을 발표했다. 이로써 그녀는 15년간 지켜오던 권좌에서 내려왔다. 하시나 총리는 방글라데시를 탈출하여 주변국인 인도 델리(Delhi) 주변 지역인 힌돈(Hindon) 공항에 착륙하였다가 다시 영국 런던으로 향했다. 하시나의 아들이자 고문을 맡고 잇는 사지브 와제드 조이(Sajeeb Wazed Joy)는 하시나 총리가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가족의 요구에 따라 방글라데시를 떠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시나 총리가 이번 사건 이후 정치적 복귀를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하시나 총리가 사임하자 군부가 나섰다. 하시나 총리가 사임한 날인 5일 와커-우즈-자만(Waker-Uz-Zaman) 방글라데시 육군참모총장은 육군의 도움으로 과도정부가 구성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와커 총장은 과도정부가 국가를 운영할 것이며, 오늘 밤 중이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와커 총장에 따르면, 주요 정당 대표들이 육군과 현재 상황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와커 총장은 학생들에게 자중하고 귀가할 것을 요청했다.

새로 구성된 과도정부는 새 선거가 실시될 때까지 질서를 유지하고 국가를 운영하게 된다. 방글라데시 헌법에 따라 총선은 의회가 해산된 후 90일 이내에 실시되어야만 한다. 방글라데시의 대통령, 와커 총장, 학생 지도자들은 회담을 통해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를 임시정부의 수장으로 추대하기로 합의했다. 유누스는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 무담보 소액대출)과 마이크로파이낸스(microfinance: 빈곤층을 위한 소액 금융)의 개념의 선구자로, 2006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8월 9일 유누스가 이끄는 17명으로 구성된 임시정부는 취임 선서를 하면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의 주요 도전과제

국제 독립, 비영리, 비정부기구인 국제위기감시기구(International Crisis Group)는 방글라데시의 민주주의 회복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국제위기감시기구는 군사 개입 이후 정권을 잡은 임시 정부가 부정부패의 척결과 총선 실시를 목표로 삼았으나, 주요 정당 간의 관계가 여전히 긴장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국제위기감시기구는 보고서를 통해 모든 측이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로의 복귀를 위해 협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위기감시기구는 새로운 선거인 명부 작성 및 반부패 노력과 같은 일부 진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임기 연장과 긴급 권한 사용으로 인해 민주주의 제도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고 첨언했다.

방글라데시 시위 격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방글라데시 경제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해외송금의 급격한 감소 

시위가 확산되고 시위 주최 측이 해외에 거주하는 방글라데시인들에게 해외에서 국내로의 송금을 중단해줄 것을 촉구하자 유입되던 송금액도 대폭 줄어들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송금은 두 번째로 큰 외화 수입원으로, 해외에 있는 약 1,000만 명의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가족에게 송금하는 금액을 모두 합치면 매월 약 20억 달러(약 2조 7,44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회계연도 정부가 세금을 부과한 송금액은 약 240억 달러(약 32조 9,280억 원)였다. 시위 주최 측은 송금을 줄임으로써 하시나 정부의 재정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도쿄 등 해외에 있는 방글라데시인들도 호응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해외 방글라데시인들은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음으로써 하시나 정부의 정당성이 상실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송금액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방글라데시에게 매우 중요한 재원이며, 외환보유고 부족 문제는 방글라데시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방글라데시의 외화보유액은 2022년 약 490억 달러(약 67조 2,280억 원)에서 2023년 약 180억 달러(약 24조 6,960억 원)로 줄어들었다. 외화보유액이 부족해지자 지난 2023년 방글라데시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에 구제 금융을 요청한 바 있다. 

이외에도 이번 시위와 강경 진압이 장기화되며 인터넷 차단, 통금 등으로 방글라데시는 큰 경제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글라데시 외국인투자상공회의소(FICCI)는 봉쇄와 통행금지로 인해 경제에 약 100억 달러(약 13조 7,2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FICCI가 추정한 손실에는 일용소비재(FMCG) 산업과 소셜 커머스에 의존하는 기타 부문의 피해가 상당 규모 포함됐다. 특히 인터넷 차단 영향으로 방글라데시 수출의 85% 차지하는 봉제 부문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방글라데시 전자상거래협회(e-Commerce Association of Bangladesh)는 7월 13일 간 전자상거래 부분의 손실액이 170억 타카(약 1,986억 원)나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이번 사태로 방글라데시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지난 7월 말 국제신용평가사인 S&P 글로벌 레이팅스(S&P Global Ratings)는 통행금지와 시위로 인한 경기 침체로 방글라데시의 신용등급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시켰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광범위한 경제 불안정과 외환보유고 유지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라고  S&P 글로벌은 설명했다.

인접국 인도와의 경제관계 불확실성 증대 

육로를 통해 방글라데시와 활발히 교역을 하던 인도도 이번 사태에 여파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사임과 폭력 시위가 계속되는 방글라데시의 정치적 위기로 인해 인도와의 양국 교역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다. 이 위기로 인해 방글라데시에서는 외환 부족 현상이 발생하여 인도의 부패하기 쉬운 상품 수출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사임으로 인도와 방글라데시 간의 무역 관계에 불확실성이 생겨났다. 방글라데시는 인도의 자동차 수출 및 기타 상품의 주요 수출국이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내 정치적 불안으로 인도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초래하며 방글라데시인들이 불법으로 인도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정이 지속되자 육로로 이루어지던 교역도 중단됐다 페트라폴, 고자당가, 마하디푸르, 풀바리 등 서벵골의 육상 항구를 통한 무역은 방글라데시 세관이 물품을 통관시키지 않으면서 중단됐다. 현재 인도와 방글라데시 국경 지역에는 수백 대의 트럭이 줄지어 세워진 상황이다.

역내 외교/안보적 함의…시위 배후에 파키스탄 및 중국이 있다는 주장 제기

파키스탄 정보국(ISI) 및 중국 국가안전부(MSS)의 인도 견제를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
 
인도 매체인 타임즈 오브 인디아(Times of India)는 인도 정보 관료들의 발언을 인용하여 파키스탄 정보국과 중국이 하시나 총리를 축출하고 시위 활동을 지원한 주요 배후라는 분석을 보도했다. 인도 측은 자마트-에-이슬라미(Jamaat-e-Islami)의 학생 조직인 이슬람 차트라 시비르(Islami Chhatra Shibir)가 이 시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인도 정보 관료들은 ICS 조직원들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지령을 받았으며, 반인도적인 활동을 보여 주요 감시 대상이었는데, 이들의 궁국적인 목표가 파키스탄 정보국의 도움을 받아 방글라데시 내 탈레반과 같은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인도 측은 중국 국가안전부가 적극적인 선전 활동을 통해 이번 시위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은 방글라데시에 파키스탄과 같은 성향의 정부가 있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인도와 중국 간 거래를 하며 균형 외교를 추진하는 세력이 권력을 잡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게는 외교적 딜레마로 작용…중국은 전략적 및 경제적 기회 확대 모색 

캐나다의 아시아-태평양 재단은 이번 사태의 지역적 함의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캐나다 아시아-태평양 재단은 하시나의 몰락으로 방글라데시의 정치적 공백이 발생하여 방글라데시의 민주적, 경제적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으며, 이러한 불안정은 더 광범위한 지역적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인도의 경쟁국인 파키스탄과 중국이 방글라데시 새 정부와 더 강력한 관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또한 캐나다의 아시아-태평양 재단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의 정치적 혼란은 남아시아에서 인도의 외교 정책 전략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하시나의 퇴임으로 인도는 지역 안정을 유지하고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핵심 동맹을 잃게 되었다. 방글라데시의 새로운 정치 역학 관계는 이 지역의 힘의 균형을 변화시켜 인도의 전략적 이익에 도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은 방글라데시의 주요 재정 지원국으로 다양한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해 왔다. 중국은 방글라데시에서 파드마 다리와 페이라 항구를 포함한 수많은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다. 이러한 투자는 방글라데시에서 중국의 입지를 강화하였다. 또한 이번 사태 이후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남아시아 지역 내에서 중국이 인도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역내 위치를 강화할 수 있을지 귀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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