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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정세변화] 에콰도르와 멕시코 간 외교 분쟁과 ICJ 판결
멕시코 / 에콰도르 EMERiCS - - 2024/06/28
에콰도르와 멕시코 간 외교 분쟁 발발
에콰도르-멕시코 간 외교 분쟁 개요 및 사건 발달 설명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23년 12월 17일 호르헤 다비드 글라스 에스피넬(Jorge David Glas Espinel) 전 에콰도르 부통령이 키토(Quito)에 위치한 주 에콰도르 멕시코 대사관에 보호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멕시코 측은 글라스 전 부통령이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보호를 요청했다고 밝혔고, 글라스 전 부통령은 멕시코 대사관에서 공식적으로 망명을 신청했다. 한편 에콰도르는 글라스 전 부통령이 뇌물 수수에 대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그가 멕시코 대사관으로 피신하였을 당시 건강을 이유로 임시 석방된 상태였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글라스 전 부통령은 횡령, 위협 및 심리적 폭력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었다.
2024년 2월 29일 에콰도르 정부는 멕시코 대사관의 동의를 얻어 에콰도르 요원이 사절관의 건물에 접근하여 글라스 전 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멕시코 측에 의해 거부되었다. 2024년 4월 4일에 에콰도르 정부는 멕시코 대사를 기피 인물(persona non grata)로 선언하였다. 에콰도르 측은 멕시코 대통령이 에콰도르에서 개최된 대통령 선거에 대해 발표한 특정 공개 발언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날인 4월 5일에 멕시코 정부는 위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으며, 글라스 전 부통령의 망명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멕시코 정부는 에콰도르 측에 글라스 전 부통령의 안전 통행을 요청하는 한편, 에콰도르에 멕시코 외교 사절관의 불가침성을 보장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러나 에콰도르는 글라스 전 부통령의 망명을 인정하는 것을 불법적으로 판단했다. 또한, 글라스 전 부통령의 안전 통행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면서 멕시코와 에콰도르 간 갈등이 첨예해졌다. 에콰도르 측은 비엔나 협약에 따라 멕시코 외교단의 보호를 보장하였으나 같은 날 저녁 10시경에 에콰도르의 무장한 보안군이 허가 없이 멕시코 대사관에 침입하여 글라스 전 부통령을 구속했다.
글라스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부통령을 역임하였으나,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수사를 받았다. 그는 오데브레시(Odebrecht) 스캔들에 연루되어 1350만 달러(한화 약 187억 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국가 법원의 형사 심판소에 의해 6년의 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구속된 글라스 전 대통령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체포에 항의하기 위해 단식을 선언하기도 했다.
에콰도르와 멕시코 간의 입장 차 첨예하게 대립
멕시코 정부, 에콰도르 측의 국제법 위반 주장하며 강경 대응 조치 나서
주 에콰도르 멕시코 대사관에 있던 글라스 전 부통령이 에콰도르 보안군에게 체포된 이후 멕시코와 에콰도르 간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멕시코는 에콰도르가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Vienna Convention on Diplomatic Relations 1961)을 위반하였다고 비난하였으며, 에콰도르와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모든 외교부 직원들을 귀국시켰다. 또한 멕시코 정부는 국제연합(UN, 이하 유엔)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멕시코 정부는 에콰도르가 멕시코 대사관을 급습한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할 때까지 유엔에서 에콰도르의 회원 자격을 정지하도록 요청했다. 이외에도 멕시코는 국제사법재판소(ICJ: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에 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es Manuel Lopez Obrador) 당시 멕시코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유엔 안보리)에서 에콰도르 퇴출을 승인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유엔 헌장에 따라 에콰도르의 퇴출이 승인되어야 하며,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이 발동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에콰도르 정부, 멕시코 정부의 내정 간섭을 주장하며 맞대응 나서
에콰도르도 멕시코 측 조치에 즉각 대응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멕시코 정부가 글라스 전 부통령의 망명을 승인한 것이 불법이라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했다. 에콰도르는 멕시코가 내정 간섭을 하고, 글라스 전 부통령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가한 것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제사법재판소는 멕시코 대사관에서 글라스 전 부통령의 체포를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또한 국제사법재판소 재판부는 글라스 변호인 측이 제출한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 측은 글라스 전 부통령 체포가 합법적이고 적법하며 임의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결이 나온 이후 에콰도르는 멕시코와의 외교적 갈등을 해결하고 공식적인 소통을 재개하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글라스 전 부통령 체포 사건 이후 거의 2개월이 지난 뒤에 나온 것이다. 가브리엘라 조머펠트(Gabriela Sommerfeld) 에콰도르 외교부 장관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에콰도르가 멕시코와의 대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양국 간 유일한 견해 차이는 글라스 전 부통령 석방에 관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조머펠트 장관은 에콰도르가 이미 멕시코의 요청에 따라 외교적 의사소통 채널로서 제3국을 활용하는 것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알리시아 바르세나(Alicia Bárcena) 멕시코 외교부 장관도 스위스와 같은 중립국인 제3국에서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판결 이후 글라스 전 부통령은 현재 구아야킬 항구 도시 내 교도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외교 관계 단절에 따른 영향
이번 에콰도르와 멕시코 간 외교적 분쟁은 양국 간 정치적 갈등에서 그치지 않았다. 양국 간 갈등의 여파는 미국으로 향하는 이주민들과 일반 시민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이번 갈등으로 미국으로의 입국을 희망하는 이주민들은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에콰도르 외교부는 에콰도르 국민들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이동하는 경우, 서류 작업을 위해 과테말라시티(Guatemala City) 내 영사관이나 미국 휴스턴과 피닉스 내 영사관에 방문하여야 한다고 발표했다. 중남미 전문 매체인 엘 파이스(El Pais)는 이번 결정으로 에콰도르인들이 간단한 서류 작업을 위해서는 3시간 비행기로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유효한 사증(Visa)를 받은 사람들의 경우이다. 유효한 사증이 없는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미국으로 가는 여정의 일부로 멕시코 영토에 비정기적으로 체류하는 에콰도르 이민자들은 멕시코에서 체포되는 경우 멕시코 당국이 에콰도르 영사관 직원에게 알려야 하지만, 양국 관계 악화로 멕시코 내 영사관 직원이 철수하는 경우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게 됐다. 에콰도르는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로 인해 15년 만에 이주민 수가 폭증했다. 2022년 이후 11만 5,000명 이상의 에콰도르인이 멕시코를 불법적으로 건너 미국으로 이동했다. 이들 중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하여 인신매매 불법 조직에 피해를 입은 사람의 수는 2만 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갈등으로 멕시코와 에콰도르 간 직항 항공편도 운행이 중단됐다. 멕시코 항공사인 아에로멕시코(AeroMexico)는 낮은 탑승률과 지속적인 노선 유지의 어려움을 이유로 2024년 7월 1일부터 12월 18일까지 멕시코시티 국제공항과 키토 국제공항 간의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에로멕시코의 운항 중단 결정으로 승객들은 파나마시티 토쿠멘 국제공항(Tocumen International Airport) 또는 콜롬비아 보고타(Bogota)를 경유해 파나마 항공사인 코파항공(Copa Airlines)이나 콜롬비아 항공사인 아비안카(Avianca) 항공을 대체 항공편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주와 이동 이외에도 양국 간 갈등은 경제적인 부분까지 영향을 끼쳤다. 이번 갈등 이후 멕시코는 태평양 동맹(Pacific Alliance, PA) 가입 요건이었던 에콰도르와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 협상 보류를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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