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말레이시아의 식량안보와 도전 과제
말레이시아 Mohd Khairul Rafiz Malaysian Institute of Economic Research Senior Economist 202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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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지역의 식량안보에 있어서 쌀은 매우 중요한 작물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1960년대 초 소규모 농업(modest-scale farming)으로 재배가 시작된 쌀이 점진적으로 국가 전반의 필수 식량 작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현재 말레이시아의 쌀 산업은 △기후변화 △경작지 부족 △생산량 감소에 따른 수입 의존도 증가 △농민들의 정보 및 기술 부족 현상 등 다양한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
소수의 기업 중심 농업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농민들은 소규모 농업 방식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역시 약 19만 4,000명의 농민들이 소규모 농업 방식으로 분류되는 2헥타르(ha) 미만의 부지에서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규모 농업 방식은 생산성이 낮고 생산 비용이 높아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실현이 어렵고, 이러한 방식의 농업이 중심이 되는 국가는 식량자급률(SSL: Self Sufficiency Level) 100% 달성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는 국가농업정책(NAP: National Agriculture Policy, 1984~1991)을 통해 쌀 생산을 강화하고 식량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전략적 개입을 추진한 바 있다. 해당 정책을 통해 말레이시아의 핵심 쌀 공급원이자 식량안보의 초석인 8개 곡창지대(paddy granary areas)가 논습지(wetland paddy zone)으로 지정되었고, 해당 지역에서 쌀 재배가 집중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2. 말레이시아 쌀 산업의 당면 과제
가. 기후변화
말레이시아는 연중 평균 기온이 26~28℃로 일정한 편이며 열대 우림 기후에 속한다. 이처럼 기온 변동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강우 패턴(rainfall pattern)이 작황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몬순의 영향에 매우 취약하다. 특히 최근의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엘니뇨(El Niño) 등의 이상 현상은 작물 생산 및 식량 공급망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는 극심한 기온 변화, 폭우, 홍수 및 가뭄의 잦은 발생을 야기하며 아시아 국가의 주요 식량인 쌀 생산량의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
<그림1> 말레이시아 연중 쌀 재배 일정
자료: 2023 식량농업기구(FAO) 통계
<그림1>은 말레이시아의 연중 쌀 재배 일정을 보여주는데, 일반적으로 주요 쌀 생산지인 말레이시아 반도(Peninsular of Malaysia)에서는 9월에 모내기를 시작하며, 소규모 생산지인 보르네오(Borneo)섬 사라왁(Sarawak) 지역에서는 10월에 모내기를 시작한다. 2023년에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강수량이 감소하고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모내기 일정에 차질이 발생했다. 앞에서 언급한 8개의 곡창지대가 위치한 말레이시아 반도의 북부 지역은 기본적으로 약 85% 이상에서 관개 시스템을 이용해 농사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고 있는데, 엘니뇨로 인한 가뭄/폭염 등으로 인해 북부 지역 내 농업용수를 공급해주는 5개 댐 수위가 모내기 직전인 7월 경고 1(warning level 1) 수준까지 낮아졌고, 특히 무다(Muda) 댐은 위험수준(critical level)에 도달했다.1)
나. 경작지 부족 및 수입 의존도 증가
말레이시아에서는 최근 산업화의 진전에 따른 토지전환(land conversion) 정책으로 인해 경작지가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궁극적으로 국내 쌀 생산량 감소 및 수입쌀에 대한 의존도 증가로 이어지게 되었는데, 테이 영 성(Tey Young Sheng) 푸트라 말레이시아 대학(UPM: Universiti Putra Malaysia) 박사는 지난 5년간 말레이시아가 도시화 진전 및 산업지대 개발 등을 위해 추진한 토지전환 작업으로 약 5만 ha의 경작지가 소실되었으며,2) 이러한 경작지의 감소가 쌀 생산 능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말레이시아 쌀 생산량은 국내 수요를 충족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인데, 말레이시아 농림부 산하 농민지원청(Malaysia Farmers Organisation Authority)은 과거 1회 수확당 평균 쌀 생산량이 최대 7톤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4톤으로 감소하였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에 수입 쌀 가격이 급등하였고, 가격 부담에 국내산 쌀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쌀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림 2>는 지난 10년간 말레이시아의 쌀 생산과 소비 변화를 보여준다. 2023년 쌀 소비량은 약 290만 톤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생산량은 약 175만 톤으로 수요를 총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큰 폭으로 감소하거나 미미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말레이시아 국내 쌀 수요의 약 38%는 수입쌀로 충당하고 있는데, 이러한 식량의 해외의존도 증가는 글로벌 불확실성과 맞물려 공급망에 문제를 초래하여 궁극적으로 식량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림2> 2013~2023년 말레이시아의 쌀 소비량과 생산량 변화 추이(단위: 1,000톤)
자료: source:https://www.usda.gov/
3. 국제 정세의 영향
국제 정세의 변화 또한 말레이시아 식량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2023년 7월) △인도의 쌀 수출 금지 조치(2023년 9월) 영향으로 말레이시아의 쌀 가격이 급등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으며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는 크게 증폭되었다. 정부의 즉각적인 개입이 없이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국내 쌀 수요의 67~70%만이 충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말레이시아의 수입 쌀 가격은 36%의 급등세를 기록했다. 이는 기상이변과 농지 면적 축소로 인한 국내 생산량 감소에 국제 정세 변화의 영향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 부족이라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말레이시아 정부는 국내 총수요의 30%를 넘어서는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하여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쌀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나 2021년 기준 아세안 최대의 쌀 수입국인 필리핀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신속한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최근 인도가 국내 쌀 가격 안정 및 중·장기적 식량안보 보장을 위한 쌀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하였는데, 이는 전 세계 쌀 거래의 약 40%에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국제 곡물 시장의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쌀 공급망의 붕괴를 야기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리적으로 인접한 쌀 수출국 인도의 이러한 조치로 인해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말레이시아의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와 대응책 마련의 시급성이 크게 대두되었다. 말레이시아 국민은 쌀 공급 부족 및 이로 인한 급격한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는데,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주요 쌀 수출국인 베트남, 태국, 파키스탄 등과 긴밀히 협력하여 안정적인 쌀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
4. 정부의 대응책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는 2025년까지 식량자급률 75% 달성을 목표로 국내 쌀 생산량 확대를 위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전략적 이니셔티브는 말레이시아 쌀 공급의 탄력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국제 정세 변화에 대응하여 말레이시아의 식량안보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쌀 유통 및 가공 회사인 베르나스(BERNAS)3)가 수익의 일정부분을 저소득 농민에게 지원하도록 함으로써 식량안보를 보장하고 농업생산을 지원하고 있다.4) 아울러, 정부는 말레이시아 농업 연구 및 개발 기구(MARDI: Malaysian Agricultural Research and Development Institute)의 역할을 확대하여 더 높은 품질의 쌀을 더 많이 수확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농업 부문의 빈곤 완화를 목적으로 2010년 출범한 MARDI의 아잠 타니 이니셔티브(AZAM Tani Initiative)5)는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농업 기술 교육과 지원을 제공하며, 전반적인 농업 관행 개선을 위한 멘토링 및 지식 공유를 제공하고 있다. 2024년 예산에 배정된 말레이시아 북부 케다(Kedah)州 및 페를리스(Perlis)州6)내 관개 시설 개선은 농업 생산량 및 품질 향상에 있어 도움이 될 것이며, 추가적으로 농업 기술(agri-tech) 및 현대적 농업 기법의 도입을 통해 긍정적 효과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쌀의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대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농업기술 관련 업체에 대한 관세 면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말레이시아 농업식품산업부(MAFI: Ministry of Agriculture and Food Industry)는 국가의 쌀 생산 자급률을 2025년까지 75%(현재는 약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7) 제12차 말레이시아 계획(12th Malaysia Plan)8)에 관련 세부 시행안을 추가할 예정이다. 국가의 식량안보 보장 및 수입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농업분야의 혁신과 현대화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5. 결론
말레이시아의 쌀은 약 19만 4,000명의 소규모 농민들이 재배하고 있는 국가 주요 작물이며, 국가 식량안보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경작지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 △낮은 식량 자급률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말레이시아 쌀 산업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특히, 높은 수입 의존도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식량안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025년까지 약 75%의 쌀 자급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국내 쌀 생산 및 글로벌 공급망 변동에 대한 대응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의 도입, 토질 관리 개선, 지식 공유를 통한 농민 역량 강화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말레이시아 쌀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농민과 정책 입안자들이 협력하여 지속가능한 농업 방식을 육성하고, 공정한 무역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도 쌀 산업과 식량안보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말레이시아의 미래 세대를 위한 식량안보가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 각주
1) Five dams nationwide at warning level, one critical https://www.thestar.com.my/news/nation/2023/07/04/five-dams-nationwide-at-warning-level-one-critical-says-span
2) 50,000ha paddy land lost in 5 years https://www.dailyexpress.com.my/news/225187/50-000ha-paddy-land-lost-in-5-years/
3) BERNAS is a company that manages the local rice and rice industry. BERNAS was privatized on January 1, 1996 and replaced the National Rice and Rice Board (LPN)
4) Profit sharing with farmer stakeholders https://themalaysianreserve.com/2023/03/03/bernas-to-share-profits-from-rice-imports-with-farmers/
5) (역주) https://ap.fftc.org.tw/article/1228
6) (역주) 말레이시아 반도 북부지역에 위치한 케다 및 페를리스 지역은 기후적으로 쌀 생산에 적합하며, 농업 부문이 핵심 산업으로 발전한 지역으로, 농업과 관련된 인프라 및 기술 개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
7) Govt sets SSL target for rice output at 75% by 2025 https://themalaysianreserve.com/2020/11/25/govt-sets-ssl-target-for-rice-output-at-75-by-2025/
8) (역주) 국가발전 및 경제성장을 위한 5년 단위의 국가 계획 (2021-2025) / 이스마엘 사브리(Ismail Sabri) 前 총리는 2021-2030년 장기 국가발전 로드맵인 공동번영 2030(SPV2030)의 첫 청사진에 해당하는 제12차 말레이시아 계획을 하원에 제출(2021.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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