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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파키스탄의 장기적 재정적자 및 경제 구조적 문제: 원인과 해결방안

파키스탄 Karim Khan Pakistan Institute of Development Economics (PIDE) Associate Professor 2024/03/29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최근 파키스탄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인한 성장률 전망치 하락, 거시경제적 불균형의 장기화, 국민 다수의 취약성 확대 등 심각한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파키스탄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야기하는 근본적 원인들 중 하나로 심각한 재정적자가 지목되는데, 2023/24년을 기준으로 파키스탄의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7.6%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를 메꾸기 위한 더 많은 차입은 정부 부채 확대로 이어지고 미래의 부담을 늘리는 악순환을 낳는다.

파키스탄의 고질적 재정적자 문제는 조세체계의 근본적인 결함과 정부의 비생산적 지출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세부담의 역진성, 복잡성, 비효율성이라는 특징을 지닌 파키스탄의 조세체계는 많은 비용을 야기함과 동시에 광범위한 탈세나 비합법 관행의 확산으로 이어진다. 또한 △공공부문의 거대화 △과도한 금리 부담 △국영기업이 내는 손실 △순환부채(circular debt, 정부 보조금 미지급으로 인한 거래기업 부채의 연쇄화) 등으로 인하여 경상지출의 규모가 크게 확대되며 정부 재정에 국가 발전을 위한 지출의 여력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전술한 요소들로 인해 파키스탄의 GDP 대비 부채 규모는 2005년에 제정된 재정책임·부채제한법(Fiscal Responsibility and Debt Limitation Act)이 규정한 60%를 훨씬 상회하는 80% 선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파키스탄의 재정적자가 장기화되면서 디폴트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비록 파키스탄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과 대기성차관(Stand-By Arrangement) 합의를 체결하기는 했지만, 정부 예산의 적자운영이나 IMF의 지원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궁극적으로는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장기적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 중 재정적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조세체계의 효율성 신장, 감·면세 특혜 철폐 및 세부담 왜곡 혁파, 공공지출의 합리화를 비롯한 구조적 개혁이 요구된다. 이에 더해 인적자본 양성과 생산성 향상, 시장 내 투자와 경쟁을 장려하는 성장 촉진책도 파키스탄 경제를 장기적 성장가도에 올리고 거시경제 전반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장기화된 재정적자의 원인 분석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대홍수를 연달아 겪으며 파키스탄의 재정 상황은 크게 악화되었다. 전염병과 전쟁으로 세계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농업 및 인프라 부문이 홍수로 심대한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에서는 각지의 경제활동이 둔화된 반면 사회적 보호·재건·재활 용도로의 공공지출은 크게 늘어났다.

다만, 조세체계상의 결함과 비생산적 공공지출이라는 양대 요소에서 기인한 고질적 재정적자는 상술한 3대 요인이 발생하기 이전인 2007/08년부터 이어져 왔다(<그림 1> 참조). 특히 파키스탄의 조세체계는 △제도의 복잡성 △협소한 조세기반 △납세의무 이행 저조 △비효율적 행정 △주(州)세 수입 감소라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 때문에 GDP 대비 납세액 비율은 2022/23년 기준 10.4%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1) 여기에 수반되는 문제로는 △임의적 징세관행 및 부패 △특정 집단에 대한 감·면세 특혜 남발 △세금신고율 저조 △탈세 횡행 등이 있다 

여기에 간접세 비율이 60%에 달해2) 세부담이 역진성을 띤다는 점, 그리고 직접세의 사전징수 의존이 과도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현재 29%로 책정된 기업소득세율도 높은 간접세와 함께 경제적 자원배분에 왜곡을 초래해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며, 역내 최고 수준인 11.2%의 평균 실질관세율을 부과하는 관세정책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직접세액 중 사전징수액의 비중이 68%에 달하기에 정상적 사후신고 절차에 따라 납부되는 직접세액의 비중은 매우 작다.

<그림 1> 파키스탄의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 추이(단위: %)


자료: 2022/23년 파키스탄 경제조사(Pakistan Economic Survey) 기반 저자 계산

한편 파키스탄의 조세행정 비용이 엄청나다는 점도 문제인데, 2000년에는 350억 파키스탄 루피(PKR, 약 1,650억 원, 이하 ‘파키스탄’ 생략) 수준이었던 조세 관련 부대비용이 2022/23 년에는 1조 5,000억 루피(약 7조 원)로 급증했다.3) 아울러 지나치게 복잡한 서류심사 절차가 납세의무 이행비용을 늘린다는 지적도 제기되는데, 파키스탄 개발경제연구소(PIDE)의 분석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각 기업은 조직의 규모를 막론하고 최소 25만 루피(약 120만 원) 상당의 이행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4)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경상지출의 꾸준한 증가라는 핵심 문제를 안고 있는 공공지출 부문도 마찬가지이다. 파키스탄에서는 각종 부처와 기관의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정부 규모가 커지고 공무원 봉급, 혜택, 연금 지급에 소요되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으며,5) 그 밖에 이자 상환, 국방비, 보조금 명목의 지출도 폭증했다. 파키스탄의 2023/24년 예산에서 9조 4,150억 루피(약 44조 원) 규모의 세금 수입에 비세금 수입을 더한 기본수입에서 주 분배금 명목으로 나가는 5조 3,990억 루피(약 25조 원) 상당액을 국가재무위원회(NFC)에 이전하고 나면 6조 9,799억 루피(약 33조 원) 정도가 남는다. 여기서 이자 상환에 7조 3,030억 루피(약 34조 원)를 배정하고 나면 국방, 연금, 정부운영, 공공부문 개발사업(PSDP) 등 여타 지출항목에 쓸 자금이 남지 않아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추가 차입 발생을 피할 수 없다(<표 1>참조).6)

한편 정부가 국가경제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파키스탄에서는 약 212개의 국영기업이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데,7) 이들 국영기업은 시장 경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2022/23년을 기준으로 도합 1조 8,000억 루피(약 8조 5,000억 원)가량의 적자를 내면서 정부 예산에도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8)9) 게다가 대부분 공기업으로 구성된 전력 부문에서 파키스탄 정부가 전력 생산업체와 연료 공급업체 등에 대금 지급을 유예함으로써 2023년 10월 말까지 누적 순환 부채 규모는 약 2조 6,000억 루피(약 1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1> 2023/24년 파키스탄 연방정부 수입·지출 상정액(단위: 10억 파키스탄 루피)


* 연방통합기금(Federal Consolidated Fund) ** 국채(T-Bill), 파키스탄 투자채권(PIB), 이슬람 율법식 채권(Sukuk)
자료: 파키스탄 정부 2023/24년 연방예산

또한 최근 PIDE는 파키스탄 정부의 잘못된 규제 메커니즘으로 인한 비용이 GDP의 45%에 달한다고 발표했는데,10) 이는 경쟁을 제한하고 규제의 장벽을 높여 민간 주도형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11)

재정적자가 파키스탄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미치는 영향
재정적자 장기화는 파키스탄에 여러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사회 서비스 제공에 쓰일 재원이 제약되면서 재정정책을 통한 경제성장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12) 일례로 파키스탄이 보건·의료와 교육에 지출하는 예산의 총합은 GDP 대비 5%에도 미치지 못하고, 그 결과 경제성장의 핵심 원동력으로서 경제 규모를 키우고 빈곤을 완화하는 데 필수적인 인적자본의 양성이 극히 제한된다(<그림 2> 참조). 이로 인해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상당히 저조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그림 3> 참조), 세계은행이 집계하는 성장률 예상치도 2023/24년에 1.7%, 2024/25년에 3.2%에 그치는 등 미래 전망도 밝지 못하다. 이렇게 경제성장이 침체될 경우 PIDE 추산치를 기준으로 이미 31%에 달하는 청년실업률은 더욱 상승하게 되고, 1일 소득이 중·저소득극 빈곤선 3.2달러(약 4,200원)를 하회하는 빈곤층의 비율도 현재의 39.3%에서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림 2> 파키스탄의 GDP 대비 보건·의료 및 교육 지출 규모 추이(단위: %)


자료: 2022/23년 파키스탄 경제조사 기반 저자 계산

<그림 3> 파키스탄의 연간 GDP 성장률 추이(단위: %)


자료: 2022/23년 파키스탄 경제조사 기반 저자 계산

이러한 재정수지 악화 문제에 직면한 파키스탄 정부는 재정 부족분 충당을 위해 부채를 지속적으로 발행해 왔는데,13) 특히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는 공공부채를 크게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2023년 11월 자료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내국채는 40조 9,600억 루피(약 190조 원), 외채는 1,270억 달러(약 170조 원) 수준이며, 합계는 GDP의 78%에 육박한다. <그림 4>에서 보이듯 파키스탄의 GDP 대비 부채 규모는 2000년부터 현시점까지 대체로 60%를 상회했고, 이처럼 건전성을 결여한 공공부채의 증가는 국가 예산에 부담을 지움과 동시에 국가 디폴트 가능성도 높이게 된다.

<그림 4> 파키스탄의 GDP 대비 부채 규모 추이(단위: %)


자료: 2022/23년 파키스탄 경제조사 기반 저자 계산


정책 제언
파키스탄의 재정건전성 회복, 부채 함정의 탈피, 디폴트 리스크 저감을 위해서는 거시경제적 안전성, 재정건전성, 장기적 경제성장이라는 분명한 목표 아래 국가경제의 진정한 구조적 개혁을 도모해야 하는데,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단기적 정책으로 다음의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재정수지의 균형 수복을 위해서는 IMF가 최근 지적했듯이 △감세·면세 특혜 철폐 △절차 간소화를 통한 조세기반 및 등록자 확대 △농업소득세 신설 △판매세 체계의 일관성 확보 △공공지출 합리화 등을 통한 추가 수입원 확보가 요구된다. 둘째, 전력부문의 순환부채를 막고 국영기업의 손실을 감축해야 한다. 우선 전력부문에서는 △발전비용 절감 △전력 피크 추가비용 할인 △가성비 높은 가격 책정 △송전·배분 체계 개선 △에너지 시장 내 경쟁 강화 관행 도입 △에너지 효율성 향상 △전력기업 거버넌스 개선 등의 조치를 생각할 수 있다. 다음으로 국영기업을 대상으로는 △거버넌스 개선 △시장 원칙에 따른 최고경영책임자(CEO) 임명 △공동소유 구조 확립 △구제가 어려운 국영기업의 민영화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보다 중·장기적 측면에서의 개혁은 장기적 성장과 거시경제적 안정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주요 정책으로는 △노동생산성과 전반적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한 외국인직접투자(FDI) 등 투자 유치 △성장 잠재력 신장과 대외 경쟁력 부족 문제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출 증진 등이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 40여 년간 GDP 대비 투자액 규모가 20%를 꾸준히 밑돌았을 정도로 투자 가뭄이 오래 지속된 국가로, 특히 GDP 대비 민간투자 규모는 역내 경쟁국들의 절반, 아시아 신흥국들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0%에 그친다.14)  FDI 유치액 또한 2010년 이래 GDP의 약 0.8%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중 95%는 단순한 시장 접근을 목표로 한 투자에 해당하기에, 앞으로는 현재 매우 낮은 비중에 머물러 있는 효율성 및 천연자원 기반 투자 유치를 늘릴 필요성이 제기된다.

세계은행은 최근 파키스탄의 FDI 유치 잠재력을 약 28억 달러(약 3조 7,000억 원)로 평가했지만, 이 잠재력의 실현을 위해서는 거시경제적 안정성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중요성을 지니는 개혁의 방향으로는 △외화 유동성 확보 △자율환율제 유지 △국가 신용도 향상 △국내 자체적 재원 마련 등이 있으며,15) 이외에 해외 기업이 파키스탄 시장에서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공평한 규제, 명확한 조세·통상 정책, 투자 친화적 인프라 조성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다만, 전술한 개혁안의 실현을 위해서는 파키스탄 정계가 국가경제의 생존을 정치적 담론의 주요 주제로 다루는 등의 노력을 통해 분명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야만 한다. 아울러 엘리트층의 책임 강화를 위한 정치적 개혁, 그리고 기존의 과도한 보조금 지급이나 규제명령(SRO: Statutory Regulatory Orders) 등 규제권한 남용으로 인한 무임승차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결론
오늘날 파키스탄 경제가 겪는 공공부채 증가, 미미한 인적자본, 저조한 경제성장률 등 구조적 문제의 배경에는 재정건전성의 부재라는 근본적인 원인이 존재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개혁은 건전성을 수복하고 부채를 통제하면서 저성장 가도에서 탈피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파키스탄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대표적 조치로는 △효율성 · 간소성 · 예측가능성 · 투명성을 갖춘 조세체계 수립 △보조금이나 감·면세 특혜 철폐를 통한 공공지출 합리화 △순환부채 해소 △국영기업의 손실 관리를 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FDI 등 투자 유치, 인적자본 양성, 시장 경쟁력 향상을 위한 관행 등 성장 지향형 정책을 도입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 각주
1) Ahmed and Mangla, 2018
2) 2022/23년의 세수액 7조 4,700억 루피(약 35조 원) 중 4조 4,300억 루피(약 21조 원)가 간접세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된다.
3) Khalid, 2023
4) PIDE, 2020
5) PIDE, 2023
6) 총지출액 중 차입으로 충당되는 비중은 약 52%에 달한다.
7) PIDE의 추산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GDP 중 60% 이상에 정부가 관여하고 있다.
8) Khan, 2021
9) 국영기업 지출액의 예산 내 비중은 2000년에는 9.2% 수준이었으나, 2022-23 재정연도에는 개별전력생산자(IPP)에 대한 대금 지급이 주요 원인이 되어 해당 비중이 46.2%까지 늘어났다.
10) PIDE, 2022
11) PIDE, 2021
12) Khan, 2022
13) Wahid, 2023
14) Khan, 2022
15) Khan,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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