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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제1당 전진당 피타 대표, 총리 꿈 좌절… 태국 정국 혼돈 속으로

태국 EMERICs - -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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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아이콘 전진당 대표

태국 총리 도전 좌절

 

반(反)군부 피타 림짜른닷 전진당(MFP) 대표, 총리 지명 무산

태국의 친개혁 반(反)군부 성향 정당인 전진당(MFP, Move Forward Party)의 대표 피타 림짜른랏(Pita Limjaroenrat)의 총리 지명이 반대파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되었다. 앞서 태국 헌법 재판소는 피타 대표의 선거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판결이 나기 전까지 의원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피타 대표는 미디어 관련 기업 사주 및 주주가 공직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한 태국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피타 대표 및 전진당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7월 19일 야권은 피타 대표를 다시 총리 후보로 지명하려 했지만, 태국 의회의 반대파들은 이미 피타 대표가 1차 투표에서 총리로 임명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다시 지명될 수 없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이에 따라 표결에서 피타 대표가 이번 회기 내에 다시 후보로 재지명될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되면서 피타 대표의 총리 지명이 무산되었다. 전진당은 5월 총선에서 태국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하원 제1당 자리에 올랐으면서도 총리직 도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태국의 선거제도 하에서 총리가 되려면 선출직인 하원, 그리고 군부가 임명한 친군부 인사들로 채워진 상원의원 총합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피타는 1차 투표에서 상원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했으나 250명의 상원의원 중 13명만이 지지표를 던져 실패했다. 


전진당 지지자들 수백명, 방콕 민주기념탑에 모여 시위

전진당은 왕실을 모욕한 사람에 대해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태국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공약하는 등 개혁적 정책을 내세워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피타 대표의 의원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7월 19일 전진당 지지자 수백명은 수도 방콕(Bangkok)의 민주기념탑 앞에서 항의 시위를 개최했다. 시위대는 전진당의 상징인 주황색 옷을 입고 선거관리위원회와 상원 등이 군부에 유리한 선거제도를 뒷받침하면서 민주주의를 침해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일부 시위대는 ‘국민 합의의 피타 총리(Prime Minister Pita of People’s Consensus)’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대는 군부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비난하고 피타 총리에 대한 지지의 뜻을 표명했으며, 상원의원들의 사퇴, 정당들의 단결, 그리고 공약 이행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솜욧 프룩사카셈숙(Somyos Pruksakasemsuk) 6.24 민주주의운동(June 24 Democracy Movement) 지도자는 헌법재판소가 민주주의를 죽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태국 국민들의 이 싸움은 전진당뿐만이 아니라 총선에서 투표한 모든 사람들과 관련이 있다”고 역설했다.특히 많은 태국 국민들은 SNS 등을 통해 태국의 총리 선출 과정에 국민의 의사가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친군부 성향의 상원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록스타급 인기 누리는 피타 림짜른닷 대표

젊은층은 물론 노년층, 보수층에서도 폭넓은 인기 누리는 피타 전진당 대표
피타 대표의 높은 인기는 연령과 보수, 진보 성향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피타 대표가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비결로는 그의 기술관료주의적 비전이 꼽힌다. 이를 통해 피타 대표는 효과적이고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정책지향적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울 수 있었으며, 보수층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타협에 대한 개방적인 자세와 세대를 아우르는 능력도 피타 대표의 특징으로 꼽힌다. 피타 대표는 대부분의 태국 정치인들보다 훨씬 젊고,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여 새로운 유권자들과 소통하고 다가가는 데 성공하면서 다양한 연령층에서 인기를 얻었다. 알자지라통신(Al Jazeera)에 따르면 부유하고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가정에서 태어난 피타 대표는 지인들로부터 ‘겸손하고’, ‘능숙하고’, ‘타협에 개방적이며’, ‘본질적으로 공공 서비스를 지향하는 마음과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피타 대표는 뉴질랜드 소재 중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금융 및 은행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MIT와 하버드에서 비즈니스 및 공공 정책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는 아그리푸드(Agrifood) 최고경영자(CEO)로서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뒤 전진당에 가입해 농업정책을 담당하면서 정치계에 데뷔했다. 

징병제 폐지, 동성결혼 허용 등 혁신적 정책 내세운 전진당
전진당은 군부 견제, 왕실모욕죄 개혁 등의 정책 이외에도 징병제 폐지, 동성결혼 허용 등 혁신적 정책을 내세워 변화를 갈망하는 태국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전진당은 야당 연립정부를 중심으로 주류 산업 등에서의 독점 종식, 동성결혼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새로운 헌법 초안을 마련했다. 피타 대표는 당시 야당 간의 합의를 통해 의제와 가치를 공유하고자 한다고 밝히는 한편, 모든 정당이 각자의 정책을 제안할 수 있지만 연립정부 간 합의를 위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진당은 예산 등의 분야에서 분권화를 추진하고, 무역 및 산업 부문에서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제 징병제 폐지, 군대 개혁, 사법 제도 및 공무원 체제, 복지 및 교육 시스템의 개혁 또한 전진당의 주요 공약이다. 더불어 전진당은 국제사회와 균형 잡힌 외교 정책을 추구하여 태국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2022년 태국에서 비범죄화된 대마초의 사용과 관련한 법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합의에서는 왕실모욕죄와 관련한 사항은 명시되지 않았다. 선거를 앞두고 일부 청년 활동가들은 전진당의 개혁이 충분히 과감하지 않다고 평가하기도 했으나, 젊은 유권자들은 대부분 전진당의 개혁 정책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그 결과 전진당은 최다 득표 및 최다 의석 확보라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방콕의 거의 모든 선거구를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한때 거대 야당이었던 푸어타이당(Pheu Thai)을 상대로도 승리를 거두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왕실모독죄

태국의 저명한 학자와 정치 활동가들 입막음해온 왕실모독죄
태국의 왕실모독죄 조항은 학계 및 정치활동가들의 입장 표명에 큰 장애물이 되어온 것으로 평가된다. 태국 형법 112조는 국왕이나 가까운 가족을 명예훼손, 모욕, 협박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징역 3년에서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왕실 모독에 관한 태국의 법률은 19세기 시암 라마 1세 통치 시절부터 태국 형법의 일부로 존재해 왔다. 2014년 쿠데타 이후 작성된 현행 헌법은 국왕이 존경 및 숭배를 받으며 즉위한다고 명시하는 한편 누구도 국왕을 비난에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 단체들은 태국에서 폭력적인 정치적 갈등과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던 지난 20년 동안 이 법에 따른 기소 건수가 증가했다고 주장해왔다. 태국에서는 2020년 5월에서 2023년 7월까지 18세 미만 20명을 포함해 250명 가량이 왕실모독죄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집계된다. 블룸버그(Bloomberg)의 경우 해당 기간 왕실모독죄로 253명이, 바론스(Barron’s)는 246명이 기소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왕실모독죄 개정 찬반으로 극명하게 갈린 태국 정치계
왕실모독죄 조항은 태국의 이번 선거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으며, 해당 조항의 개정을 둘러싼 의견 차이는 태국 정치계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피타 대표는 왕실모독죄의 개정을 원하나, 태국 군부의 지원을 받는 왕당파 수구 세력은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전진당이 제안한 왕실모독죄 개정안에는 형량을 현행 최대 15년에서 1년으로, 여왕 및 후계자 등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 형량을 6개월로 대폭 낮추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더불어 기소 가능한 대상 또한 모든 사람이 아니라 특정 이익단체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피타 대표는 왕실모독죄 개정 목적은 해당 조항이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 그가 왕실 전복을 시도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자 전진당은 이를 부인하며 왕실모독죄가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만 수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피타 대표 또한 해당 의혹을 부인하면서 전진당에 패배할 것을 우려한 반대 세력이 군주제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주제를 지지하는 태국 왕당파는 왕실모독죄를 개정하면 무정부 상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원들과 보수 정당은 왕실모독죄 개정에 대해 강력한 반대를 표명하며 전진당이 군주제를 약화시키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보수 왕당파는 국왕이 갖는 지위를 고려할 때 왕실모독죄의 현 형량이 유지되어야 하며, 형량을 줄이면 헌법에 명시된 국왕 지위의 불가침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보수파 의원들은 왕실모독죄의 개정이 무정부 상태를 초래해 태국 국민들이 거리에서 서로를 죽이는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친군부 성향의 태국 상원의원들은 투표에서 피타 대표의 총리 임명을 지지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피타 대표의 왕실모독죄 개정 시도를 꼽았다. CNBC는 태국의 왕실모독죄 개정 찬반 논란이 전진당의 의제에 대한 왕당파 상원의원들의 불신을 드러내는 동시에 태국에서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위험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제2당인 푸어타이당에게로 넘어간 주도권
현 총리는 은퇴 선언

태국 의회, 총리 선출 투표 연기… 헌재, 피타 대표 재지명 불가 결정 청원 받아들여
태국 의회는 총리 선출과 관련해 7월 27일 진행 예정이었던 세번째 투표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7월 24일 태국의 권익구제기관인 옴부즈맨사무소가 피타 대표의 총리 후보 재지명 불가 결정의 위헌 여부를 판결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청원함에 따른 결정이다. 옴부즈맨사무소는 청원과 함께 판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태국 의회의 총리 선출 투표 또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진당과 푸어타이당은 7월 25일 연립정부 구성과 관련해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푸어타이당은 돌연 회의를 취소했다. 피타 대표의 총리 도전이 두 차례 실패함에 따라 8당 연합정부의 주도권은 푸어타이당에 넘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태국 의회가 차기 총리 선출 연기를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의회는 다시 8월 4일 차기 총리 선출을 다시 시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딸인 패통탄 친나왓(Paetongtarn Shinawatra)은 탁신 전 총리가 8월10일에 귀국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푸어타이당이 내세울 총리 후보는 탁신 전 총리의 딸인 패통탄 친나왓, 탁신 전 총리와 가까운 부동산 재벌인 스레타 타위신(Srettha Thavisin)이다.

5월 총선 이후 태국의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푸어타이당 지지자들은 연합정부 구성보다 푸어타이당이 주도하는 신진 정부를 빠르게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전진당 지지자들은 푸어타이당 본부 앞에서 시위를 개최해 연합정부 구성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리 선출에 대한 상원의 헌법적 권한이 만료되는 2024년 5월까지 총리 투표를 약 10개월 연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태국의 정부 구성이 장기간 지연될 경우 의회가 예정된 마감일인 10월까지 2024년 예산안을 승인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 때문에 태국의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태국 경제에 악영향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있다.

총선 대패에 책임 지고 쁘라윳 짠오차 현 태국 총리, 정계 은퇴 선언
쁘라윳 짠오차(Prayut Chan-o-cha) 현 태국 총리는 재선에 도전하지 않고 정계에서 은퇴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쁘라윳 총리는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총리로 취임하여 태국을 통치해 왔으며, 2019년에 상원의 지지를 받아 총리로 선출되었다. 집권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Phalang Pracharat Party)은 총선에서 36석을 얻는 데 그치며 고배를 마셨으며, 이는 태국 국민들의 개혁 열망이 드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쁘라윳 총리는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할 예정이다. 쁘라윳 총리가 이끄는 군부 정권은 권위주의와 불평등 심화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으며, 2020년에는 쁘라윳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는 청년들의 대규모 시위가 개최되기도 했다. 쁘라윳 정부의 코로나 19 대응 미비, 미진한 경제 사안 대처, 연고주의, 투명성 부족 또한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정치학자 티티난 퐁수디락(Thitinan Pongsudhirak)은 쁘라윳 총리의 퇴진이 군부 정권의 패배를 의미하며 민주화 지지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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