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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동남아시아 언론 자유의 현주소

동남아시아 일반 EMERICs - -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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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국가 언론자유지수 순위 여전히 대부분 중하위권

 

아세안(ASESAN) 회원국 언론 통제 심각 

국경없는기자회(RSF, Reporters Without Borders)가 세계언론자유의 날을 맞아 5월 3일 각국의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다. 아세안(ASEAN) 회원국들의 지수는 전년 대비 전반적으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중하위권에 머무는 등 자유 언론의 기준에 계속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SF는 “민주적이라고 알려진 국가들에서도 점점 더 권위주의적으로 돌변하는 정부로부터 언론인들이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에서 몇 안 되는 민주 공화국 중 하나인 필리핀의 언론자유지수는 132위로 이웃 국가인 말레이시아(73위), 인도네시아(108위), 싱가포르(129위)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공산당 일당 지배 체제인 베트남과 라오스의 순위는 더 낮다. 베트남은 180개 국 중 178위, 라오스는 160위를 기록했으며 RSF는 베트남과 라오스에 자유롭고 독립적인 미디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얀마도 마찬가지다. 2021년 2월 1일 군사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언론의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2021년 140위였던 미얀마의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2023년에 173위로 떨어졌다. 브루나이의 선동 범죄 처벌법(Sedition Act)은 술탄이나 왕실을 비판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태국(106위)은 국왕과 그 가족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심지어 위협까지 범죄로 처벌하는 엄격한 ‘국왕존엄법(lese majeste)’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3년 7월 총선을 앞둔 캄보디아(147위)의 훈센(Hun Sen) 총리는 2018년에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는 혼란과 불안을 조장하는 각종 소셜 미디어 페이지의 폐쇄를 명령하는 등 언론 탄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베트남, 북한 · 중국과 나란히 최하위 기록

베트남의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180개 조사 대상국 중 178위를 차지해 ‘매우 심각한 상태’로 북한 및 중국과 같은 수준이다. 베트남은 2022년 174위에서 2023년에 4계단 더 하락했다. 베트남은 현재 42명의 언론인을 구금하고 있는 데, 구금된 언론인 중 상당수는 환경과 부정부패 등 현대 베트남 사회의 시급한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엄청난 위험을 감수했다. 체포된 언론인들은 반국가 선전물 배포, 민주적 자유 남용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베트남의 독립 언론인 단체인 바오삭(Báo Sạch)과 베트남 독립 언론인 협회(IJAVN, Independent Journalists Association of Vietnam)의 회원들은 언론 활동으로 인해 체포되어 중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4월 27일 PEN 아메리카(PEN America)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 ‘2022 집필자유지수(Freedom to Write Index 2022)’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에는 16명의 작가가 수감되어 있으며, 27명의 작가가 위험에 처했다. 이 보고서는 베트남을 구금 중인 작가와 위험에 처한 작가 측면에서 상위 10개 국가로 분류한다.


경제적 위상에 비해 언론 자유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받은 싱가포르

RSF는 “싱가포르(129위)가 동남아시아 경제 발전의 모델이라고 자랑하지만, 언론의 자유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는 혹평을 내렸다. 싱가포르가 1965년에 말레이시아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줄곧 정권을 놓지 않는 인민행동당(PAP, People’s Action Party)은 주요 언론매체의 이사회 위원과 편집자를 정부가 직접 임명하도록 하는 미디어 규제 법률을 무기로 삼아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 2021년 말에는 싱가포르 정부가 국내에 몇 안 되는 독립 뉴스웹 ‘더 온라인 시티즌(The Online Citizen)’을 강제로 폐쇄한 바 있다.


언론인에 대한 폭력 만연한 필리핀


정치권에 맞서다 기소 당한 노벨 평화상 수상 필리핀 언론인, 탈세 혐의 무죄 판결… 그러나 언론의 자유까지 여전히 갈 길 먼 필리핀

필리핀에서는 노벨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Maria Ressa)와 그가 운영하는 온라인 뉴스 매체 래플러(Rappler)가 탈세 혐의에 대해 최근 무죄 판결을 받았다. 마리아 레사가 네 가지 탈세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징역 34년형을 선고받았을 수도 있었다. 마리아 레사는 자신에 적용된 혐의가 정치적 동기에서 나온 뻔뻔스러운 권력 남용이었고, 언론인의 직무를 방해하기 위한 정치 공작이었다고 비난했다. 마리아 레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필리핀 대통령이 벌인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심층 보도와 엄격한 조사로 명성을 얻었고, 2021년에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Dmitry Muratov)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필리핀 국세청은 래플러가 2015년에 외국인 투자자에게 판매한 예탁 증권의 수익금을 세금 신고 때 누락했다고 고발했는데, 증권 규제 당국이 이를 근거로 래플러의 뉴스 매체 면허를 취소했다.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로 평가받는 필리핀 

마리아 레사는 필리핀이 여전히 세계에서 기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새로 취임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Ferdinand Marcos Jr.) 대통령 집권 초기에 살해된 페르시발 마바사(Percivhal Mabasa)를 포함하여 2022년에만 필리핀 국내 정치를 취재하는 라디오 방송인 4명이 살해당했다. 필리핀 언론인들은 정부가 미디어 보호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라디오 기자들, 특히 블록 타임 방식을 사용하는 기자들이 더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필리핀언론인연합(NUJP, National Union of Journalists of the Philippines)은 언론인들이 공산주의와 연결시켜 낙인찍기 또는 살인을 의미하는 레드태깅(red-tagging)이나 사이버 명예훼손, 물리적 공격 등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토로한다.


법 개정을 둘러싸고 인권 및 언론의 자유 이슈로 부각되는 인도네시아와 태국


인권 및 언론의 자유 위협하는 형법 개정안(RKUHP) 통과… 언론인 위협 우려

미국 뉴욕(New York)에 본부를 둔 비영리 조직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 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는 언론 자유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인도네시아의 새 형법을 개정하라고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인도네시아 의회에 요구했다. CPJ는 “인도네시아의 개정 형법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심각한 후퇴를 의미하며, 언론인들이 단순히 뉴스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투옥될 위험에 처하게 하는 악법”이라고 비난했다. 인도네시아의 새 형법에 따르면 법정은 대통령이나 부통령을 모욕한 자에 최대 3년의 징역형을 부과하고, 국가 기관을 모욕한 자에도 최대 18개월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새 형법은 국가 이념인 빤짜실라(Pancasila)에 반대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빤짜실라와 모순되는 이념’을 퍼뜨리는 자를 최대 4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인도네시아의 개정 형법 제263~264조에 따르면, 법정은 폭동을 야기하는 허위 뉴스 또는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개인을 최대 6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알거나 의심할 수 있음에도 ‘불확실한’ 또는 ‘과장된’ 뉴스를 제작한 자에게도 최대 2년의 징역형에 부과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의 사법 체계를 계수했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식민지 시대 법률이 오늘날 인도네시아 사회 현실과 맞지 않아 인도네시아 역대 정부들은 형법을 개정을 위해 노력했다. 2019년에 인도네시아 형법 개정안 초안이 의회에 제출됐으나 반발 여론 때문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조언에 따라 새 형법 입안 절차가 일단 보류되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형법 개정 준비 위원회는 2022년에 또다시 일부 조항을 수정한 형법 개정안을 내놨다. 


왕실모독죄 폐지 등 파격적 공약 내세운 태국의 전진당, 연정 위해 한 발 후퇴

5월 14일 태국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태국 야권 전진당(Move Forward Party)은 선거 공약대로 다른 7개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경우 새 헌법 초안을 작성하고 동성 결혼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하는 연립정부 협약을 체결했으나 왕실 모욕죄 개정 제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진당은 군주제에 대한 모욕죄를 최대 15년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법안 폐지 등 매우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웠고, 그 결과 젊은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에 하원 내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범야권 8당이 하원에서 과반수인 313석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군부가 초안을 작성한 헌법에 따라 총리는 하원과 상원의 공동 투표로 선출되는 탓에 집권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쿠데타 이후 군사 정부가 임명한 상원의원 250명을 고려할 때, 범야권 8당은 상원의원들을 포섭하여 최소 376표를 확보해야 야권 출신 총리를 낼 수 있다. 


선진국급 언론자유지수 기록한 동티모르와 언론 환경 크게 개선된 말레이시아


전 세계 180개국 중 10위 기록한 동티모르, 총리와 대통령 사이의 적절한 권력 분배가 언론 자유도에 긍정적 영향 미친 것으로 평가

2023년 동티모르의 언론자유지수는 84.49점으로 세계 10위를 차지했다. 정치(81.88점), 경제(74.51점), 법제(82.02점), 사회(87.12점), 안전(95.93점)으로 모든 지표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동티모르의 언론인 안전 지표는 세계 4위를 차지한다. 동티모르에서는 현재 주간지 템포 세마날(Tempo Semanal)과 일간지 수아라 티모르 로로새(Suara Timor Lorosae), 인디펜던트(Independente) 등 테툼어, 포르투갈어, 영어로 발행되는 다양한 매체가 있고, 동남아시아에서 언론 활동이 가장 자유로운 곳으로 손꼽힌다. 언론위원회와 언론인 협회가 언론인 교육을 조직하고, 유엔개발계획(UNDP,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의 지원을 받아 자체 사실확인기관을 운영한다. 동티모르는 2002년에 인도네시아로부터 공식적으로 독립하여 역사가 짧으나, 권력이 대통령과 총리에 분산되는 정치 제도를 발전시켰다. 그 덕분에 정치권이 언론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제한되었다. 


아세안 10개국 중 최고 순위 기록한 말레이시아, 전년보다 40계단 껑충 뛰어올라

한편 말레이시아의 언론자유지수도 크게 개선되어 순위가 40계단이나 뛰어올랐다. 말레이시아는 RSF가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세계 73위에 올라 동티모르를 제외한 아태 지역 국가 중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인터넷 매체인 더 디플로매트(The Diplomat)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언론 자유를 제약할 강력한 규제 법률을 무기로써 보유하고 있지만, 2022년 말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 총리가 이끄는 새롭고 진보적인 연립정부가 출범하면서 말레이시아의 미디어 환경이 어느 정도 완화되었기 때문에 언론자유지수가 향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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