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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23년 필리핀의 주요 대외정책기조와 국내 정치적 요소의 영향

필리핀 Cleo Anne A. Calimbahin, PhD De La Salle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23/06/30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곧 출범 1년차를 맞는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Ferdinand Marcos, Jr., 이하 현지 통용명인 ‘봉봉(Bongbong) 마르코스’) 행정부는 2022년 5월 대선 당시 공약했던 기존 정책기조 계승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선에서 러닝메이트로 함께한 봉봉 마르코스 대통령과 사라 두테르테(Sara Duterte) 부통령은 당시 선거운동의 주요 구호로 통합을 내세웠지만, 이들 사이의 관계는 완전한 통합이라기보다는 정권 간 연속성 유지를 위한 동맹에 가깝다. 필리핀의 지난 대선을 관찰한 이들은 특히 선거 초반에 양 후보가 억지 미소를 교환하는 등 서로를 어색하게 대하는 듯 보이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두 후보가 힘을 합친 데에는 필리핀 특유의 정치 지형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는 필리핀 북부 출신인 마르코스 가문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남부에 강력한 지지기반을 구축한 두테르테 가문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필리핀 유권자들의 투표는 민족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며, 일례로 사라 두테르테는 필리핀 남단 민다나오(Mindanao)에서 사전 설문조사 결과와 유사한 80%의 득표율을 보였다1). 봉봉 마르코스의 경우 같은 민다나오에서 실시된 사전 설문조사에서의 지지율이 당초 8%에 불과했으나2), 사라 두테르테와의 연합 이후인 대선 직전에는 동 지지율이 67%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3). 이 점에서 필리핀의 두 주요 정치가문이 이룬 통합은 표심 확보를 위한 전략적 포석이었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필리핀의 정치지형과 봉봉 마르코스의 역학 계산
최근 시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마르코스 가문이 대권 접수에 재차 성공한 데에는 필리핀 사회의 분열 양상을 나타내는 민족별 투표경향에 더해 전임자인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및 봉봉 마르코스의 부친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식 정책 계승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었다4). 여기서 언급된 두 전임 대통령은 철권통치 및 인권침해, 정실자본주의 관련 이력 때문에 해외에서는 부정적 평가를 많이 받고 있으나 필리핀 국내에서는 두터운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일부 선거 분석가들은 마르코스 및 두테르테 후보의 선거 승리가 유권자층 내 (일부 고의적인) 허위정보 확산에 따른 것으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허위정보는 여러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집권 내내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던 점, 그리고 혁명으로 물러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 권위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의 시각에서 평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봉봉 마르코스는 2022년 선거에서 단순히 선동된 대중의 표면적 지지를 넘어서는 유권자층의 진정성 있는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활한 정부 운영은 선거 승리와는 별개의 문제이며, 특히 국내 정치세력과의 전략적 동맹, 다수의 개입 주체, 시급한 대응을 요하는 새로운 변수의 등장이 결부된 맥락에서는 계산이 더욱 복잡해진다. 두 전임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등장한 봉봉 마르코스 행정부는 현재 정책기조의 연속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의회 상·하원에서의 지지층 확충에도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특히 봉봉 마르코스와 동맹 관계에 있는 필리핀의 주요 정치가문들은 각지의 지방정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핵심 주체로, 2022년 5월 선거 당시 유권자 지지를 확보하는 데 일조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행정부 의제에 대한 의회의 지지를 늘리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역학관계 때문에 봉봉 마르코스는 외교정책에 있어서도 국내 세력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마르코스 행정부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주도하는 조사를 위시한 자국 인권 관련 사안 ▲서필리핀해(West Philippine Sea)에서 영토·영해 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라는 양대 이슈에서 전임 행정부의 기조를 전반적으로 계승하게 될 공산이 크다. 특히 회계연도 변경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필리핀 정부 입장에서는 기존 정책기조의 유지 혹은 변화를 결정함에 있어 각종 이슈에 대한 국내 세력의 우려와 반응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

인권 및 ICC 조사 협조 문제
마르코스 행정부는 ICC 수사 대응을 비롯해 민감성이 큰 인권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서 전임 행정부의 기조를 유지하고자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러닝메이트인 사라 두테르테가 필리핀 내 마약과의 전쟁을 주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딸이기 때문이다. 봉봉 마르코스는 취임사에서도 인권 문제, 그리고 마약과의 전쟁에서 발생한 사망자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ICC는 자국에서 2016년부터 추진된 마약 근절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초법살인에 관한 수사를 중단해 달라는 필리핀 정부의 요청을 2023년 3월에 공식 거부하며 수사 강행 의지를 보였다. 이에 대해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필리핀 검사협회 전국대회 연설 자리에서 자신은 ICC의 움직임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비타협적 어조로 대응 의사를 밝혔으며, 자신의 업적을 지키기 위해 죽음이나 감옥행도 불사하겠다는 포퓰리즘적 강경 발언을 이어나가며 청중의 지지를 얻어냈다. 하지만 현임 마르코스 행정부 아래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실제로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문제는 2023년 1월 26일, ICC 예심재판부가 예비수사를 승인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필리핀은 해당 결정 1주일만에 자국 송무청(Office of the Solicitor General)을 통해 상소 절차를 개시했지만, 2주 후 ICC 상소재판부는 본 상소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5). 그러자 봉봉 마르코스는 성명을 통해 ICC와의 소통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고, 이에 따라 필리핀 정부는 수사 및 관할권 문제와 관련해 ICC와 협조하지 않을 예정이다6). 아울러 로드리고 두테르테를 지지하는 필리핀 의회 상·하원 의원들도 ICC의 수사 결정을 비판했고, 상원 법무·인권위원회 위원장은 필리핀 이민국이 ICC 검사들의 입국을 불허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7).

다만 필리핀 송무청장은 사태 초기의 소란이 어느 정도 진정된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ICC상소재판부에 제기한 상소 건 진행 현황에 관해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특히 해당 사안이 아직 정식으로 기각 혹은 각하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설명하겠다고 언급했다8). 이 발언으로 미루어 보아 필리핀 정부가 아직 ICC와의 소통을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은 상태인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ICC 조사에 대한 마르코스 행정부의 태도가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는 봉봉 마르코스의 지지층 공고화 성과, 사라 두테르테와의 관계 변화, 그리고 새로운 정치적 우군 확보 여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항상 변화하는 필리핀 국내 정세가 대외정책 방향성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중국 및 미국과의 관계 문제
2022년 선거 당시 봉봉 마르코스는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공을 쏟았던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지속해 나갈 후보로 인식되었다9). 이는 전임 대통령의 딸로서 그와 의견을 같이할 가능성이 있는 사라 두테르테가 부통령직에 올랐다는 사실에 더해, 봉봉 마르코스 자신이 로드리고 두테르테와 유사한 입장을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례로 그는 선거 인터뷰에서 필리핀에 유리한 내용을 담기는 했으나 중국은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설중재재판소(PCA)의 2016년 남중국해 판결을 평가절하하고 중국과의 새로운 양자협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전임 행정부의 입장을 상당 부분 계승했다. 또한 집권 6년간 중국을 5번이나 방문한 전임자와 같이 봉봉 마르코스도 2023년 1월 중국을 3일간 국빈으로 방문했다.

중국과의 연계 강화를 지향하는 봉봉 마르코스의 성향을 감안하면 필리핀 행정부는 앞으로도 친중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이나 필리핀이 중국 이외에도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경우 집권 당시 중국과의 강한 우호관계를 강조하며 미국과 거리를 두는 경향을 보였지만, 임기 말에는 필리핀을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미국 국방장관을 환대하고 미국과의 방문군협정(VFA)을 복원하기도 했다10). 여기서 VFA는 안보 및 인도주의 이슈와 관련한 필리핀-미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미군이 필리핀 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즉,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표면상으로는 미국을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그 이면으로는 분쟁 영토에 점차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을 동맹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봉봉 마르코스 또한 방중 2개월 후 내놓은 성명에서 미국과의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추가 포함될 4개 기지를 새로이 선정했다고 발표했으며, 그 결과 EDCA 적용 기지는 기존의 5개에서 9개로 늘어났다11). 마르코스 행정부는 이 조치로 필리핀 전역의 안보가 한 층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봉봉 마르코스는 중국에 접근함과 동시에 미국과의 동맹 또한 더욱 강화하는 기존의 정책기조를 전략적으로 계승하고자 하고 있으며, 이러한 양 강대국 사이의 균형외교 기조에는 국내 정치적 요소에 관한 대통령의 판단도 영향을 미친다.

필리핀 여론조사기관인 사회기상관측소(SWS)의 2021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필리핀 국민 대다수는 정부가 서(西)필리핀해 방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원하고 있다. 또한 같은 기관의 2020년도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에 대한 필리핀 국민의 신뢰가 1994년 이래 당시까지 중국에 대한 신뢰를 꾸준히 상회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12). 중국에 대한 필리핀 대중의 부정적 평가는 오래 전부터 지속된 현상으로, 여기에는 중국이 공정하고 우호적인 양자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는 인식을 필리핀 사회에 심어주는 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배경도 존재한다. 서필리핀해에서 조업하는 필리핀 어민들은 여전히 중국 해경의 훼방에 노출되어 있고, 2023년 2월에는 중국 해경 선박이 분쟁 영해를 순찰하던 필리핀 해경 선박에 레이저를 조준하며 위협을 가한 사례도 보도되었다.

봉봉 마르코스가 미·중 양강(兩強)과의 관계에서 자국민의 여론 이외에 신경을 쏟아야 하는 국내적 요소에는 미군과 강력하고 깊은 관계를 구축한 군부가 있다. 지난 1986년 군부 내 일부 세력이 자신의 아버지가 실각하는 데 개입했음을 알고 있는 봉봉 마르코스는 친미 성향을 지닌 군부를 정적이 아닌 아군으로 유지하고자 한다.

결론: 필리핀 대외정책기조의 향후 전망
마르코스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ICC 및 필리핀-중국 관계라는 양대 이슈에 대한 접근법에서 이전 행정부의 정책기조를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앞으로 정부가 취해 나갈 구체적 조치는 국내 정치적 요소에 대한 계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따라서 봉봉 마르코스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다소간의 기조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외부 관찰자의 시점에서 주목해볼 만한 요소는 중간선거 동향, 그리고 봉봉 마르코스의 집권을 도운 정치적 연합전선의 향방이다. 전임 대통령인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Gloria Macapagal Arroyo)나 로드리고 두테르테와 같은 현 행정부의 정치적 우군은 필리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후자의 경우 대중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2025년에 예정된 중간선거를 전후해 이합집산에 들어가게 되면 필리핀 정국 또한 이에 따른 변화를 맞게 된다.

만약 필리핀이 ICC의 조사에 협조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변경하게 되면 피해자 및 인권운동가들은 문제 해법의 진전이나 정의 실현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마르코스 대통령이 ICC와 전혀 협조하지 않을 경우, 여기에서 혜택을 얻는 주체는 자신의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받게 되는 필리핀 공권력이다. 필리핀의 공권력은 그 특성상 대통령 1인보다는 소재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가문에 충성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지방 유력 인사 사이에 폭력적 충돌이 증가하고 있다는 정황도 이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이다. 이 점은 필리핀 정부의 ICC 수사 대응기조에 영향을 주는 국내 정치적 요소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마르코스 행정부는 한편으로 중국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VFA를 복원하고 EDCA 대상지를 확대하는 등 미국-필리핀 동맹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가 추진 중인 이러한 양강 간 균형외교책은 서필리핀해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긴장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 구체적 양상을 달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각주
1) https://pulseasia.ph/updates/april-2022-nationwide-survey-on-the-may-2022-elections/
2) https://pulseasia.ph/updates/september-2021-nationwide-survey-on-the-may-2022-elections/
3) https://pulseasia.ph/updates/april-2022-nationwide-survey-on-the-may-2022-elections/
4) https://www.jstor.org/stable/27193042
5) https://globalnation.inquirer.net/213015/icc-appeals-chamber-denies-ph-bid-to-suspend-probe-on-duterte-drug-war
6) https://newsinfo.inquirer.net/1749269/marcos-ph-essentially-disengaging-from-icc-after-failed-appeal-to-defer-drug-war-probe
7) https://newsinfo.inquirer.net/1749762/tolentino-wants-bi-to-bar-icc-prosecutors-from-entering-ph
8) https://globalnation.inquirer.net/213044/solgen-guevarra-to-explain-to-marcos-that-ph-appeal-to-icc-is-still-pending
9) 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marcos-philippine-president-boon-china-awkward-us-2022-05-10/
10) https://www.rand.org/blog/2021/11/dutertes-dalliance-with-china-is-over.html
11) https://www.cnnphilippines.com/news/2023/3/22/marcos-new-edca-sites-identified.html
12) https://www.cnnphilippines.com/news/2020/7/19/sws-survey-trust-us-australia-chin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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