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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스리랑카, 중국 해양조사선 입항 허용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커져

스리랑카 EMERiCs - - 2022/08/26

☐ 중국 함정의 입항으로 커진 지정학적 리스크


◦ 중국 해양조사선 스리랑카 항구 입항

- 인도와 중국이 인도양에서 영향력 확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의 해양조사선 위안왕 5호(Yuan Wang 5)가 스리랑카 함반토타(Hambantota) 항에 입항하면서 스리랑카가 두 지역 강대국 사이 갈등에 휘말리고 있다. 위안왕 5호는 8월 16일 함반토타 항에 정박하여 8월 22일까지 머물렀으며, 중국 정부는 위안왕 5호가 재급유 목적으로 함반토타 항에 체류한 것이라는 초기 입장을 반복하여 표명했다. 

- 위안왕 5호는 애초 8월 11일에 함반토타 항에 입항할 예정이었으나, 인도 외교부의 항의를 접수한 스리랑카 정부가 중국 측에 위안왕 5호의 입항 취소나 연기를 요청하면서 입항이 늦어졌다. 스리랑카 정부 고위 관계자와 중국 대사관 측이 함반토타 항에서 위안왕 5호의 도착을 환영하는 행사를 거행했다. 

- 이에, 인도국가안보자문위원회의 전직 관료 출신인 브라흐마 첼라니(Brahma Chellaney)는 “국가 부도에 빠진 스리랑카가 중국 스파이 선박의 입항을 허용하여 인도에 외교적 일격을 가했다”며 날이 선 비판을 가했다. 중국 외교부는 위안왕 5호가 국제법과 국제관습법을 준수하며 해양조사 활동에 임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히며 인도 정부가 주권 국가인 스리랑카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인도, 위안왕 5호는 중국의 스파이 선박이라 주장

- 인도 정부는 위안왕 5호가 단순한 과학 조사선이 아니라 정탐 자산을 갖춘 중국의 스파이 선박이라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Reuters) 통신과 인도 현지 매체 이코노믹타임스(Economic Times)는 위안왕 5호가 2022년 8월에서 9월까지 북서 인도양 지역에서 우주 추적(space tracking)과 인공위성 통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스리칸트 콘다팔리(Srikanth Kondapalli) 인도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 국제관계학과장은 “위안왕 5호가 민간 선박이라는 중국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인도 정부는 위안왕 5호가 군사적 기능을 가진 선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인도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인도 매체인 인디안 익스프레스(Indian Express)는 위안왕 5호가 함반토타 항에서 인도 남부 케랄라(Kerala), 타밀 나두(Tamil Nadu), 안드라 프라데시(Andhra Pradesh)를 정탐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에 진 빚을 갚지 못하고 2017년에 아시아-유럽 사이의 주요 해운 교통로 상에 위치한 함반토타 항을 중국 기업에 99년간 임대하기로 합의했는데, 인도와 미국은 중국이 함반토타 항을 해군 기지로 사용하게 될 가능성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편, 주(駐)스리랑카 중국 대사관은 “중국과 스리랑카가 매우 정상적이며 오랜 우호 친선관계를 토대로 교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인도와 미국 정부가 제기한 의혹을 반박했다.


☐ 뜨거워지는 강대국 경쟁


◦ 스리랑카, 인도양에서 中·인도 경쟁 격화에 우려 표명

- 라닐 위크라마싱하(Ranil Wickremesinghe) 스리랑카 대통령은 “스리랑카는 인도양에서의 강대국 간 경쟁에서 벗어나 거리를 두고 있다”고 발언했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중국이 러시아와의 무제한 동맹(no-limits alliance)을 선포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스리랑카가 더는 인도와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시인했다.

- 라닐 위크라마싱하 스리랑카 대통령은 “스리랑카가 인도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어, 각자 타방의 이해를 배려해야 하지만, 인도양 지역의 대부분 국가는 강대국 사이의 경쟁에서 벗어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라닐 위크라마싱하 스리랑카 대통령은 스리랑카 정부가 인도를 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안보 제공자(net security provider)로 인식하고 있으나, 다른 모든 국가도 국가 간 경쟁을 증가시키거나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선에서 남아시아에 존재감을 드러낼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라닐 위크라마싱하 스리랑카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방문하여 지정학적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판하고, 남아시아 지역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지길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 미국 싱크탱크인 카네기 재단(Carnegie Endowment) 소속 다르샤나 바루아(Darshana Baruah) 연구원은 “인도양 지역의 많은 국가가 지역에 부쩍 이해관계를 넓히는 중국의 행보를 기회로 여긴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인도양에 관여하면서 인도와 미국을 위시한 다른 강대국들이 인도양 지역 국가에 새롭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는 게 다르샤나 바루아 연구원의 설명이다. 한편, 아흐메드 칼릴(Ahmed Khaleel) 몰디브 외교부 장관은 2021년 현지 싱크탱크가 주최한 포럼에서 “인도양 지역에서 자신의 안보 이익을 확대하려는 외부 세력의 활동으로 인하여 지역 국가들의 안보 불안이 초래되는 안보 딜레마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한 바 있다.


◦ 中 정찰 자산 강화에 긴장하는 인도

-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중국이 핵탄두 숫자를 2030년까지 1,000개로 늘리기로 하면서 남아시아 지역에서 핵군비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인도·파키스탄은 핵무기 선제불용(no first use) 독트린을 고수하며 핵무기를 정치적 도구로만 사용하고 있어 당장은 남아시아에서 핵전쟁 위기가 발생한 개연성은 낮으나, 중국의 감시·정찰 자산이 고도화되면 인도가 중국에 대한 보복 공격 능력을 잃게 되어 상호확증파괴(MAD, Mutually Assured Destruction)를 토대로 한 신뢰할 만한 억지(credible deterrent)가 작동하지 않아 남아시아 지역의 핵 안보가 흔들리게 될 수도 있다.

- 인도 정부는 중국에 비해 보유 핵탄두 수는 적지만, 중국이 핵으로 자국을 공격할 경우 중국의 대도시에 감내하기 힘든 타격을 확실하게 가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중국과의 핵전력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함반토타 항을 비롯하여 인도양에 인도 근거리 해상 거점을 마련할 경우 인도 영내의 핵무기 저장고 및 핵시설이 중국 정찰 자산에 노출되어, 인도가 유사시 적(敵)의 선제공격에 보복할 수 있는 핵전력을 남겨두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여 안보가 불안해질 수 있다. 

- 인도와 중국은 2020년 히말라야(Himalaya)산맥 국경 지대에서 물리적 충돌을 벌였고, 당시 인도 군인 20명과 중국 군인 5명이 사망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Subrahmanyam Jaishankar) 인도 외교부 장관은 “인도와 중국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으며, 국경 상황이 정상이 아닌 한 정상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 감수 : 권기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Economist, The rising prominence of the Indian Ocean worries the countries in it, 2022.08.18.

The Economist, The nuclear arsenals of China, India and Pakistan are growing, 2022.08.11.

The Guardian, Chinese navy vessel arrives at Sri Lanka port to security concerns from India, 2022.08.16.

Voice of America, Chinese Ship Docks in Sri Lanka, Causing Diplomatic Tensions, 2022.08.16.

Reuters, India says it will protect its interests as Chinese boat heads to Sri Lanka, 2022.07.29.

Economic Times, Chinese spy vessel's expected Sri Lanka entry keeps India on its toes, 2022.07.27.



[관련 정보]

1. 스리랑카, 중국 해양조사선 입항 허용으로 인도와 외교적 갈등 발생 (2022.08.18)

2. 스리랑카, 중국 정부에 해양조사선의 함반토타 항 입항을 취소해달라고 요청 (2022.08.09)

3. 스리랑카 외교부 장관, 인도 외교부 장관과 만나 양국 우호친선 관계 재확인 (20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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