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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스리랑카, 경제난 해소 과정에서 중국발 변수 커져

스리랑카 EMERiCs - - 2022/08/12

☐ 중국과 채무조정, IMF 구제금융 타결 가능성에 크게 영향


◦ 채권단, 형평한 채무조정 요구

- 스리랑카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프로그램 협상을 위해 주요 채권국과 부채 재조정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스리랑카 대외부채의 최대 채권국 중국과의 채무조정 협상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바닥나 2022년 4월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 정부는 극심한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IMF와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협상 타결이라는 첫 단추를 잘 꿰어야하는 상황이다.

- 그런데, IMF는 스리랑카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는 중에도 스리랑카 정부가 중국과 우선적으로 부채 재조정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과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 등 기관 채권자들을 포함한 스리랑카 대외채무의 채권자들은 채무 재조정 협상 과정에서 형평의 원칙에 의거하여 모든 채권국이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 이는 스리랑카 정부가 중국과 채무 조정 협상을 타결하지 않고 다른 채권자로부터 채무조정을 받게 되면, 나중에 스리랑카 정부에 제공되는 구제금융이 모두 중국에 진 빚을 갚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과거 잠비아의 부채 재조정 협상 당시, 채무국인 잠비아에 맞춤 협상과 특혜 대우를 요구하는 등 다른 채권국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한 전례가 있다.


◦ 대중(對中) 채무 70억 달러로 추산

- 2020년 말 기준 외환 및 자국 통화 표시 부채를 포함한 스리랑카 중앙정부의 총부채는 810억 달러(한화 약 106조 1,594억 원)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스리랑카 정부는 매년 대외부채 이자 지급에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7%의 금액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스리랑카 중앙정부 채권은 약 6억 7,000만 달러(한화 약 8,781억 원)이지만, 중국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EXIM Bank)과 중국개발은행(CDB, China Development Bank)이 보유한 채권까지 합하면 70억 달러(한화 약 9조 1,74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스리랑카 정부는 5월 24일 채권단과의 부채 재조정 협상을 원만하게 진행할 목적으로 국제 금융 법률 자문사인 라자드(Lazard)와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를 고용했다. 한편, 2022년 8월 초 중국 정부가 IMF와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고 있는 잠비아에 부채 탕감(debt relief)를 약속했는데,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스리랑카를 비롯하여 막대한 대중(對中) 채무를 지고 있는 국가들이 향후 중국과 채무조정 협상에 나설 때 선례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 중국과 관계 문제로 최대 원조국인 인도와도 마찰


◦ 中 해양조사선 입항 문제로 인도와 갈등

- 중국이 스리랑카의 국가 부도 사태를 이용하여, 이를 인도양에서 자국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해양조사선 위안왕 5호(Yuan Wang 5)를 8월 11~17일 일정으로 스리랑카 함반토타(Hambantota) 항에 기항시키기로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위안왕 5호가 단순한 해양조사선이 아니라, 우주 및 인공위성 추적을 위한 민감한 전자장비들로 가득 찬 스파이 선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미국 관영매체인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는 고타바야 라자팍사(Gotabaya Rajapaksa) 스리랑카 전(前) 대통령이 해외 도피 직전에 중국 정부에 위안왕 5호의 스리랑카 항구 입항을 허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2017년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에 진 빚을 갚지 못해 중국 기업에 함반토타 항을 99년간 임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 8월 2일 인도 외교부는 위안왕 5호가 함반토타 항에 들어오게 되면 중국의 정찰 자산이 인도의 원자력발전소와 항구를 탐지 범위 안에 넣어, 결국 인도의 안보가 훼손된다며 격렬히 반발하고 나섰다. 인도 정부는 중국이 99년간 임차한 함반토타 항에 군함이 입항할 경우 앞으로 중국이 인도 영토 코앞에 군사거점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 한편, 스리랑카가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하여 식품, 의약품, 연료 등 필수품을 제대로 수입하지 못하여 많은 스리랑카 국민이 물자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 인도 정부는 약 40억 달러(한화 약 5조 2,251억 원) 이상의 지원금을 스리랑카에 전달하며 스리랑카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8월 4일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S Jaishankar) 인도 외교부 장관은 캄보디아 프놈펜(Phnom Penh)에서 열린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 개별회의에서 알리 사브리(Ali Sabry) 스리랑카 외교부 장관과의 대화에서 “인도가 스리랑카의 의지할 수 있는 친구”라고 발언하며 양국 우호친선 관계를 재확인하려 애썼다.


◦ 스리랑카, 中·印 다툼에 끼여버려

- 스리랑카 전직 외교관이었던 다얀 자야틸레카(Dayan Jayatilleka)는 “중국의 목적은 함반토타 항을 민군 병용(竝用)으로 사용하려는 것”라고 꼬집었다. 파비안(K.P. Fabian) 전직 주(駐)스리랑카 인도 대사도 “중국 정부가 위안왕 5호를 함반토타 항에 정박시켜, 앞으로도 자국 군함이 스리랑카 항구에 쉽게 입항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4년 스리랑카 정부가 중국의 핵잠수함 창쩡 2호(Changzheng-2)의 콜롬보(Colombo)항 입항을 허용한 이후 인도 정부는 중국 군함들의 스리랑카 접근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 스리랑카 정부 대변인은 중국이 함반토타 항을 군항으로 삼으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위안왕 5호가 단지 연료 재급유를 위해서 함반토타 항에 잠시 정박하고 떠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단순 재급유 목적으로 보기에는 위안왕 5호의 함반토타 항 정박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다른 목적을 지닌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스리랑카 정부에 위안왕 5호의 방문을 취소하도록 중국 측에 요구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

- 8월 8일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 측에 위안왕 5호의 함반토타 입항을 취소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중국 정부는 “인도가 무분별하게 주권 국가인 스리랑카에 압력을 행사한다고 비난하고, 자국의 과학 탐사 목적의 행동에 인도가 더는 간섭하지 말라”며 일침을 날렸다. 이렇게 되면서 위안왕 5호의 함반토타 항 입항을 둘러싼 사태는 인도양에서 영향력 경쟁을 벌이는 인도와 중국 간 다툼에 스리랑카가 중간에 끼이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 감수 : 권기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Daily Mirror, China asks India to ‘stop disturbing’ its exchange with SL, 2022.08.08.

South China Morning Post, Chinese relief pledge for Zambia may set example for other indebted African nations, 2022.08.07.

Reuters, Sri Lanka asks China to defer arrival of ship after India objects, 2022.08.07.

The Print, India ‘dependable friend’ of Sri Lanka, will assist in its economic recovery, says Jaishankar, 2022.08.04.

Voice of America, China Using Sri Lanka's Indebtedness to Show Military Muscle, 2022.08.03.

The Diplomat, Understanding China’s Role in Sri Lanka’s Debt Restructuring Efforts, 2022.08.02.

Reuters, Chinese submarine docks in Sri Lanka despite Indian concerns, 2014.11.03.



[관련 정보]

1. 중국, 스리랑카의 국가 부도 사태 이용하여 자국 군사적 영향력 확대 꾀해 (2022.08.05)

2. 스리랑카, IMF의 부채 재조장 요구에 중국과의 협상 기대 (2022.08.04)

3. 스리랑카, 중국 해양탐사선의 함반토타 기항에 인도와 외교 갈등 (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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