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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필리핀, 방역 관련 강경 발언…배경에는 높은 지지율
필리핀 EMERiCs - - 2021/07/02
☐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백신 접종 관련 대국민 연설에서 강경 발언
◦ 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 시 구속 경고
-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필리핀 대통령이 대국민 TV 연설 자리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르지 않을 경우 구속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같은 발언을 마친 후, 필리핀 정부는 백신 접종을 빠르게 진행하여 집단 면역을 조속히 이루고자 할 뿐 구속 조치를 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왜곡해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함께 덧붙였다.
- 그러나 여러 주변 정황을 볼 때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에는 필리핀 국민의 공포심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대국민 TV 연설 내내 격앙된 모습을 보였으며, 백신 접종 거부자에게는 돼지용 구충제인 이버멕틴(Ivemectin)을 강제 주사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각 지역 방역 담당관에게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을 발견할 경우 해당 인물의 신원을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취합하여 보관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백신 접종자 거부자에게 언제, 어떠한 형태로든 불이익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 더불어, 두테르테 대통령은 백신을 접종하기 싫은 필리핀 국민은 필리핀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하면서 해외로 나가라는 발언도 했다. 심지어는 백신 접종 거부자가 있어야 할 곳으로 최근 변이 코로나19로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인도를 언급해 사실상 정부 백신 정책에 따르지 않는 사람의 생존권을 무시하는 태도까지 보였다.
◦ 수습에 나선 대통령 주변 보좌관
-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국민 TV 연설 직후,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이 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언행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 로이터(Reuters), CNN, 가디언(Guardian), 포브스(Forbes) 등 주요 서방 언론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국민을 ‘위협(threaten)’ 했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이번 대국민 TV 연설을 보도했다.
- 인권 변호사이자 필리핀의 ‘국민을 위한 변호사 협회(NUPL, National Union of Peoples’ Lawyers)에서 협회장을 맡고 있는 에드레 올라리아(Edre Olalia) 변호사 역시 두테르테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사용해서는 안 되는 표현을 남발했으며, 그 발언의 의도가 무엇인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 같은 비판이 쏟아지자 메나르도 게바라(Menardo Guevarra) 필리핀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장관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지부진한 백신 접종 속도를 끌어올리고자 한 차원에서 나온 발언으로 다른 뜻은 없었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 또한 메나르도 게바라 장관은 지금까지 정부의 백신 접종 정책을 위반한 이유로 구속 조치를 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고 강조하면서,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로 필리핀 국민을 실제로 위협하려는 의도는 아니라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 두테르테 대통령,‘막말’ 자신감에는 높은 지지율이 뒷받침
◦ 지지율 고공행진
- 두테르테 대통령이 국민의 기본권조차 무시하는 강경 발언을 할 수 있는 데에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높은 지지율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필리핀 여론 조사 기관 펄스 아시아 리서치(Pulse Asia Research)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승리 이후 지금까지 75% 이상의 지지율(approval rate)을 꾸준히 유지했으며 가장 최근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91%까지 상승해 역대 가장 높은 필리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 지지율 추이>
출처:Pulse Asia Research
- 두테르테 대통령 지지율에 대해 주목할 만한 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지율이 오히려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 필리핀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정부가 오랜 기간 강도 높은 이동 제한과 봉쇄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나라 중 하나이기에 방역 실패 국가에 해당한다. 지금도 필리핀은 매일 수천 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
- 두테르테 대통령 지지율을 발표한 울랏 응 바얀(Ulat ng Bayan) 펄스 아시아 리서치 담당 연구원 역시 2020년 9월에 실시한 지지율 설문 조사 결과에 어느 정도 놀라움을 표하면서, 그 원인을 1) 설문 조사 시기, 2) 정부의 현금 지원금 정책, 3) 타국의 방역 실패, 4) 정부의 언론 통제, 5) 정부에 대한 필리핀 국민의 두려움이라고 분석했다.
- 먼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약 1년여 만에 실시한 지지율 설문은 2020년 9월 중순 경에 진행되었는데 당시 필리핀은 지금보다 강도 낮은 봉쇄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으며 신규 확진자 규모도 작았다. 따라서, 정부 방역 조치에 대한 피로감도 훨씬 덜했던 것으로 보인다.
- 여기에, 필리핀 정부의 현금 지원금 정책이 대중의 큰 호응을 받은 점도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애초에 방역에 성공하고 실업을 최소화했더라면 현금 지원금을 대량으로 지급할 이유도 없었겠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그와 같은 인과 관계보다는 당장의 현금 지원금이 더 중요했고 대중 심리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울랏 응 바얀 연구원은 판단했다.
- 그리고 다른 많은 국가, 특히 서방 선진국에서도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보도되었는데, 이는 필리핀 정부의 방역 실패에 면죄부를 주는 역할을 했다. 코로나19는 어느 누구라도 막을 수 없는 사태였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정부에 대한 비난도 줄어들었다.
- 또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언론을 통제하여 정부에 부정적인 뉴스가 퍼져 나가는 것을 최소화했다. 실제로, 두테르테 대통령은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으며 필리핀 최대 언론사 중 하나인 ABS-CBN에 방송 중단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 더불어,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공권력을 강력히 집행했다. 이는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도 했지만 동시에 정부에 대한 공포심도 심어 주었다. 필리핀 국민이 정부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힘든 데에는 이처럼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을 주입시켰기 때문으로 펄스 아시아 리서치는 분석했다.
◦ 지지부진한 백신 접종 원인 외부로 돌려...가짜 뉴스 비난한 대통령
- 두테르테 대통령은 2021년 연말까지 필리핀 국민 7,000만 명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약 1억 1,000만 명인 필리핀 인구의 약 64%에 해당하는 수치로, 실질적으로 필리핀 정부는 2021년 내에 집단 면역을 형성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 하지만 이 같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공언과는 달리, 2021년 6월 27일 현재 필리핀의 접종 완료자는 약 25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3%에 불과하다. 또한 1회 이상 접종자도 전체 인구의 7.0%인 754만 명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 두테르테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원인이 서방 국가와 가짜뉴스에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두테르테 대통령은 가짜뉴스가 백신의 위험성을 과도하게 포장했고, 특히 몇몇 백신 브랜드에 대한 불필요한 불신을 조장하여 백신을 기피하는 환경을 조장했다고 말했다.
-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같은 주장과 함께, 정부가 필리핀 국민이 그나마 안심하고 믿는 서방 국가의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서방 선진국이 백신을 공유하지 않아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면서, 서방 국가의 이기심이 필리핀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금까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공권력과 포퓰리즘 정책을 동원하고 언론을 제재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다. 방역 실패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기간 동안 오히려 지지율을 높이는데 성공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백신 접종과 관련해서도 비난의 화살을 정부 바깥으로 돌리는 한편, 정부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National Public Radio, Duterte Threatens To Arrest Filipinos Who Refuse Vaccination, 2021.06.22.
Reuters, Philippines' Duterte threatens vaccine decliners with jail, animal drug, 2021.06.22.
Time, Philippine President Duterte Threatens to Jail People Who Refuse COVID-19 Vaccine, 2021.06.22.
ABS CBN, Vaccination 'crucial' in economic rebound: BSP chief, 2021.05.27.
Inquirer.net, BSP seen keeping interest rates unchanged for the rest of 2021, 2021.05.28.
Philstar Global, Philippines to launch 6 virus and vaccine R&D projects, 2021.05.29.
Rappler, EXPLAINER: Duterte’s high ratings despite poor COVID-19 response, 2020.10.05.
Reuters, Philippines' Duterte scores record high rating, despite virus crisis, 2020.10.05.
Manila Times, Duterte maintains high approval, trust ratings, 2021.04.08.
National Review, Rodrigo Duterte’s Coronavirus Tyranny in the Philippines, 2021.06.23.
CNN, Philippine President Rodrigo Duterte threatens to jail those who refuse Covid-19 vaccine, 2021.06.22.
Forbes, Philippines President Duterte Threatens To Jail People Who Refuse Covid-19 Vaccine, 2021.06.22.
The Print, ‘Go to India, US’: Philippines president threatens citizens who refuse Covid vaccine,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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