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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터뷰) 캄보디아 노조법 발효 의미와 시민사회의 반응

캄보디아 이요한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동남아센터 선임연구원 2016/11/07

캄보디아 국회는 2016년 4월 4일 새로운 노조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캄보디아 노조와 국제노동기구(ILO)는 신노조법이 국내법을 위반하며, 노동쟁의를 제한한다는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새 노조법의 주요 쟁점과 전망과 관련하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동남아센터의 이요한 선임연구원에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새 노조법이 도입된 배경은 무엇인가?
새 노조법을 도입하기 위하여 캄보디아는 지난 7년간 논쟁을 계속해 왔다. 캄보디아 경제는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지난 10년간 평균 7%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왔지만, 2016년 최저임금이 월 미화 150$까지 상승하였고, 2017년에는 월 미화 200$까지 올려달라는 노동계의 요구가 지속되어왔다. 이는 2012년 최저임금이 월 70$에 불과했던 것에 비교하면 지난 5년간 3배 가까이 인상되는 것이다. 임금 상승과 더불어 노동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노동자 파업의 잦은 발생으로 캄보디아 경제성장의 핵심인 해외투자(FDI) 유입 경쟁력이 약화되었다. 이에 캄보디아 정부는 해외투자의 유입을 촉진하고 기존에 진출한 해외기업의 이탈도 막기 위해 노조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새 노조법을 추진하였고, 노조·야당·국제노동기구(ILO)의 우려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6년 4월 4일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Q2. 새 노조법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새로운 노동조합법의 주요 내용으로는 첫째, 노동자들의 권리 침해나 부당 노동행위에 항의하는 행동 시 사용자 허가를 받아야 하며, 둘째, 비조합이 노조를 해산 또는 활동을 정지시킬 수 있다. 셋째, 노조 지도자 최소 3명이 국가에 치명적 안보 위협 또는 노조 설립 목적 외의 불법 활동으로 3년 이상 구류 또는 유죄를 받을 때 법원은 노조 해산을 명령할 수 있으며, 넷째 노조는 반드시 회계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다섯째는 조합원들로부터 최소 1% 임금을 조합비로 징수해야 하며, 여섯째는 사업장 노동자 최소 20% 이상이 모여야 노조 등록이 가능하다는 내용 등이 있다.


Q3. 새 노조법과 기존 노조법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기존 노동법은 1997년 제정되었고, 2002년 개정된 바 있다. ILO의 지원으로 제정된 기존 노동법은 근로자의 권리를 광범위하게 보호하였다. 또한 관대한 노동조건을 규정하여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를 강하게 존중하는 자유주의적 법률이었다. 반면 새로운 법률은 노조에 대한 행정적, 법적 규정을 까다롭게 함으로써 노조활동을 어렵게 하였다. 새 노조법 내용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파업자들은 사용자들의 허가를 받고 노동 쟁의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든가, 행정 비용의 마련과 지출에 대한 의무가 추가되어 있다. 무엇보다 노조 지도자 최소 3명이 정부 국가에 치명적 안보 위협 또는 노조 설립 목적 외의 불법 활동으로 유죄를 받을 때 법원이 해산할 수 있는 규정은 반(反)훈센 성향을 갖는 노조를 표적으로 삼는 정치적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측은 새 노조법을 통해 파업 등의 노동쟁의를 쉽게 불법화시킬 근거를 마련하였다.

Q4. 노조법은 국회에서 논의될 때부터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찬성과 반대 측의 주장과 근거는 무엇인가?
노동법 개정을 주도한 잇삼행(Ith Sam Heng)장관은 지난 7년간 끌어온 새로운 노동법 입법에 대한 논쟁이 종식되어 안정적이고 더 큰 규모의 투자를 가져올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야당 의원인 손차이(Son Chhay)는 새로운 노조법이 노조지도부의 활동을 제약할 것이라고 언급하였으며, 노동권리위원장인 모운 톨라(Moeun Tola)는 이 법은 비헌법적이며, 특히 70만 명의 노동자가 있는 의류 산업의 여성 근로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ILO의 경우 새로운 노조법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미흡하고,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조를 설립할 자유가 없어진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 또한 정부가 노조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정성이 결여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Q5. 이번 노조법의 발효가 노동 시장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또한 노조법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새 노조법의 발효는 노동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측은 수익성을 위태롭게 하는 노조의 활동과 노조의 수를 제한한 새로운 노조법을 환영하였다. 노조를 위축시킴으로써 해외자본의 유입을 촉진하려는 정부의 기대가 실현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반면 노조의 활동은 시위와 파업과 같은 강경 투쟁에서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이며, 노조 지도자들의 역할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캄보디아 노조법은 노사 간 이해가 골고루 반영되었다기보다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개악되었다고 평가된다. 무엇보다 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노사정의 대화와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야당이나 국제기구의 의견도 무시하고 정부와 여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은 많은 논란과 비판을 낳고 있다.  

Q6. 새 노조법이 노조 활동과 노사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나?
새 노조법이 발효된 지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노조 활동과 노사 관계에 대한 영향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새 노조법 발효 이후 300~400개의 노동조합이 새롭게 형성되었고, 노동연합은 82개에서 103개로 늘어나 외형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노조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더욱 강경해졌다. 잇삼행 노동부 장관은 지난 10월 “어떠한 경우라도 파업에 동참한 근로자는 체포될 것”이며 “파업 및 시위에 참여한 근로자들을 기소할 것”이라고 위협을 가하였다. 새 노조법에 근거하여 시위 및 파업에 대한 합법성 유무를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노동쟁의를 할 때는 ‘근로자 대표’를 선정하여 협상하라는 새 노조법의 의무를 언급하였다. 이와 같은 정부의 강경한 입장으로 향후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는 많은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Q7. 위 변화에 대해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어떠한 반응을 보였나?
의회에서 노조법이 논의되던 4월 4일 50여개 이상의 노조는 국회 앞에 모여 노조법 통과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캄보디아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70만 명의 최대 노동자를 보유하고 있는 의류 산업의 여성 노동자들도 시위에 참여하였다. 노조법에 대한 노조의 입장은 야당이나 국제기구 ILO와 기본적으로 같은 의견이며, 새 노조법이 노조를 위한 것이 아닌 정부의 노동조합 쉽게 통제하기 위한 도구로 보고 있다. 일단 통과된 법을 인정하고 따라야 한다는 일부 입장은 있지만, 대부분의 노조는 새 노조법에 대한 반대 기류가 강한 편이다. 따라서 법의 집행 과정에서 정부와 노조 간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Q8. 캄보디아 노동부는 노동자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내년 노동 법원(Labor Court)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노동 법원의 역할은 무엇이며, 노동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가?
노동 법원을 설립하겠다는 캄보디아 정부의 발표에 노동자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 노조법의 핵심 요소였던 노동법원설립은 준비기간을 이유로 2017년 이후로 연기되었다. 현재까지 노동법원의 설립 시기와 목적도 분명하지 않은데다가 설립이 된다 하더라도 노동자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노동계는 갖고 있다. 섬유업계의 노조위원장인 앗톤(Ath Thorn)은 “노사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노동법원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현재 정부는 호주, 싱가포르의 노동 법원을 참고하며 노동 법원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데, 기존의 중재위원회(Arbitration Council)와 차별화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요한 것은 노조의 권익을 위한 노동법원의 설치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진정성일 것이다. 


Q9. 앞으로 캄보디아의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이번 노조법의 발효와 정부의 대 노조 억압정책으로 노동자의 권리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캄보디아 정부가 노조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상실감은 매우 크다. 향후 캄보디아 노동자 및 노조는 새 노조법에 대해 세 가지 방향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첫째 현실 순응형이다. 정부의 정책을 받아들이되 노동 부수(세부)법안이 제정될 때 보다 친노동자 또는 친노조적인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둘째, 전략적 수정이다. 즉 노조의 이슈를 정부에 대한 최저임금 인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실제로 최대 섬유노조는 2017년 최저임금인상을 요구하여 정부로부터 9% 이상 인상할 것을 약속 받았다. 셋째 강경노선의 지속이다. 국제기구와 인권단체와의 연합을 통해 새 노조법의 부당함을 통해 새 노조법의 정당성을 부인하고 폐기와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선택지를 놓고 각 분야별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향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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