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인도 여성과 일

인도 신진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북벵골만사업단 전임연구원 2015/01/25

지난해 하반기 한 인도 매체에‘인도 기업, 남성보다 여성 채용 선호’라는 기사가 났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10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남성보다 여성채용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작년 9월 인도 1위 정보통신 서비스업계인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Tata Consultancy Services, TCS)의 여직원 수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드디어 인도 노동시장에도 ‘여성 시대’가 오고 있다며 기대했다.

여성 채용 현황

그동안 인도에서 여성의 일자리는 후방 지원 행정이나 교사 정도로 국한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성의 일자리가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도 산업계에서 여성 수요가 많은 분야는 인사과, 제품관리, 홍보과, 연구개발, 프런트 오피스, 교육, 마케팅, 회계부, 금융 재정 분야이다. 전형적으로 여성 채용이 높은 화장품 등의 뷰티산업 뿐 아니라, 인도 선도 산업인 바이오 제약 분야도 여성 진출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보험업계는 여성 선호도가 높은데 반해 취업한 인도 여성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강도 높은 육체노동 업종, 현장 감독, 사업 개발부,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여전히 여성 진출이 낮았다.

타임즈잡스(Times Jobs)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뭄바이, 방갈로르, 푸네, 첸나이, 하이데라바드, 델리 순이었다. 델리는 일자리가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채용이 낮은 지역이었다. 반면, 여성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지역은 방갈로르와 푸네였다. 경력별로는 2~5년 차 경력직 여성의 선호도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신입이다. 반면, 과장급 이상 특히 20년 이상의 경력직 여성 수요는 여전히 낮았다.

여성 채용이 늘어나는 이유

인도 기업들은 왜 여성 채용을 늘려가고 있을까? 기업들이 여성 채용을 늘리는 원인 중 하나는 직장 내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여성 채용이 늘어나면서, 인도기업 내에서는 구성원 간의 다양성이 높아지게 되었고, 이를 통해 확보된 다양성은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었다. 최근에는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져 남성과 동등한 업무 역량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 친화적인 업무나 산업에서 굳이 남성으로 채울 필요가 없어졌다. 비록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인도 여성의 임금 수준이 남성보다 20~30%가량 낮은 것도 여성 채용이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여직원이 퇴사하는 경우 후임을 여성으로 채우는 경우도 늘어가고 있다.

인도 여성과 사회 진출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 아니 일부 선진국에서조차 여성의 사회활동에는 다양한 제약이 존재한다. 태어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사회 진출에 제약이 있는 여자 어린이는 교육에서부터 소외된다. 가정에서 비교적 평등한 지원을 받아 자랐다 하더라도 직장에서 또 다른 편견을 이겨 내야 한다. 그리고 여성이 결혼하게 되면 일자리와 가정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인도 중산층 수준 이상의 가정에서 자라난 여성은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여러 면에서 상황이 나은 것 같다. 1990년대 이후 인도 중산층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였기 때문에 여성은 가정에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 중산층에서는 자녀를 2명 정도로 적게 낳는다. 따라서 딸 아들 구분 없이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학비가 비싼 곳도 있지만 웬만한 대학의 학비는 중산층 소득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한다면 대학원 진학까지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여성이 학업을 마치고 취업하게 되는 곳은 대부분 대도시다. 이들은 집과 가까운 곳에서 취업을 선호하지만, 급여가 만족스럽고, 자신을 개발할 수 있는 곳이라면 원거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해외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 해외 취업은 꺼리는 것 같다. 결혼 후 인도 여성들은 가사노동과 육아에서 비교적 부담이 덜 한 것 같다. 가사노동이 여성의 몫이긴 하지만, 비교적 단순 노동력 임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웬만한 중산층 가정은 가사 도우미를 이용한다. 육아에서도 비교적 부담이 덜하다. 부모님과 같이 사는 가정이 아니더라도 어린 손자 손녀가 있는 경우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부모님이 아니더라도 특별한 직장이 없는 집안의 사촌이나 조카들 혹은 지인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인도 기혼 여성들은 육아나 가사 노동의 스트레스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여성의 취업 동기

그러면 여성들의 취업 동기는 무엇일까? 물론 자아실현이나 자기계발 같은 동기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인도 여성들이 갖는 특수한 동기가 있다. 결혼 지참금, 즉‘다우리’는 법적으로 없어졌지만, 인도 여성들은 다우리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낀다. 내가 만난 인도 여성들 대부분은 자신이 취업을 하는 이유를 다우리와 연결하여 말했다. 이들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결혼 비용의 마련이나‘다우리’때문에 직장을 다녀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적, 개인적 차이는 있겠지만, 미혼 여성들은 자신이 취업을 하고 결혼 후에도 돈을 계속 벌 수 있다면, 굳이 다우리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기혼 여성에게도 마찬가지다. 인도에서 결혼 지참금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성이 경제적 능력이 없기 때문에 결혼할 때 본인이 평생 먹고 입을 비용을 가지고 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도에서는 이것이 어느 정도 수용되기 때문에 기혼여성이 자신이 먹고 입을 것을 벌게 되면 가정에서 당당할 수 있다. 기혼 여성들은 직장을 통한 경제적 자립으로 남편과 시댁에 떳떳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이다.

앞의 내용은 최근 나타나는 여성의 사회 진출경향, 특히 중산층 가정여성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을 중심으로 전개한 것이다. 따라서 인도 농촌 지역이나 빈곤층 여성의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인도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의 여성은 한국 여성과 유사한 수준으로 교육을 받았고, 노동 시장에서도 한국 여성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나은 위치에 있다. 반면, 서민층이나 빈곤층의 여성은 교육 수준이나 가정의 지원이 떨어지고, 사회 진출에서도 여전히 제약이 많다. 그러나 빈곤층이나 서민층 여성이 다수이고, 이들의 사회 진출의 제약은 여전하기 때문에, BRICs국가 중 인도 여성의 사회 진출 비중은 여전히 가장 낮다. 즉, 인도 여성 전체적으로 볼 때 이들은 여전히 교육에서 소외되고, 사회진출에도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자라난 인도 여성들은 그들의 꼼꼼함과 소통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있고, 조직에 다양성을 부여함으로써 기업의 각 분야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따라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편견을 갖고 인도 여성과 직장 여성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현재의 변화를 제대로 읽을 수 없고 그들의 능력을 제한하게 될 것이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AIF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