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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파키스탄 최대 문제인 발루치스탄 분리주의운동과 이란, 중국

파키스탄 정호영 자다푸르 대학 사회학 박사 2014/12/16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1월 2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 핵 협상 시한을 7개월 더 연장하겠다고 발표하였다. 2013년부터 비밀협상을 벌여서 2013년 11월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 축소와 일부 제재 해제를 주고받았지만, 최종 합의 타결은 지체되었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10여 차례 이상 수석대표 협상을 이어왔지만, 다시 연기를 한 것이다. 그러나 양측은 협상이 재연기되었지만, 상대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선의와 진정성을 가지고 협상에 임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에게 감사를 표했고, 이란 대통령도 빈에서 열린 협상으로 이견이 많이 가까워졌고 조만간 최종 합의로 이어질 것이라고 대국민 연설에서 말했다. 미국 내에 추가 경제 제재를 요구하는 강경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 바이든 부통령은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지만, 추가 제재는 국제 사회의 압박 공조에 균열을 일으켜 협상력을 떨어뜨리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측에서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은 것을 짐작해보면 ISIS(Islam State in Iraq and Syria,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국가)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란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섣불리 더 압박을 할 수 없다는 것일 것이다. 2014년 6월 ISIS가 이라크의 두 번째 큰 도시 모술에 진격해서 시리아 일부 유전지대를 장악한 후 중동 정치에서 급부상한 후 이라크의 시아파 정권을 돕기 위해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이를 지원하고 있는 만큼 현재 지상군을 투입하기를 꺼리는 오바마에게는 이란과의 공조를 통해서 ISIS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란으로서는 경제 제재 해제는 절실한 것이기에 미국에 대해서 협상 결렬/협상 재연기에 비판을 함부로 할 수는 없다.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에게 가장 든든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핵 개발 의혹이 있는 이란에 대해 원유 개발 등 기초 시설 투자를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이란 메흐르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마일 마술리 이란 에너지부 부장관은 중국이 이란에 대한 투자 규모를 기존 250억 달러에서 520억 달러로 증액하기로 합의한 것을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이런 중국의 추가 재정 지원으로 이란의 수자원, 전력, 석유 및 가스 부문 프로젝트 추진은 더 탄력을 받게 되었다. 왜 중국은 이란에게 이렇게 지원을 하는가?

필자는 2013년 12월의 이머릭스 칼럼 ‘이란에 대한 경제 봉쇄 완화와 인도의 에너지 확보 다각화 정책’에서 이란 핵 협상과 관련된 이란-인도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칼럼에서는 파키스탄의 가장 심각한 국내 문제인 발루치스탄 분리 운동을 이야기하면서 이란-중국-파키스탄 이야기를 하겠다.

발루치스탄 지역이 파키스탄에서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자원이다. 우라늄과 구리가 풍부하고 파키스탄 전체가 소비하는 천연가스의 1/3을 생산하는데 천연가스는 파키스탄이 소비하는 에너지원의 50%이다. 파키스탄에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천연가스는 2006년 현재 28 Trillion cubic feet(tcf)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19 tcf가 발루치스탄에 묻혀있다. 이는 파키스탄 전체 천연가스 매장량의 68%에 이른다. 두 번째는 이란과 인도를 인접국으로 두고 아랍해를 바라보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이다. 이란과 인도를 인접국으로 두고 있기에 이란-파키스탄-인도를 잇는 가스파이프 라인이 논의된 적도 있었지만, 현재는 중국이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을 인수해서 인도양에서 세력을 확정하려고 한다. 인도양 북부의 아라비아해에 위치한 과다르항은 중동 산유국들의 주요 석유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400㎞ 거리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세계 석유의 20%가 운송된다. 중국은 과다르항에서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카슈가르를 잇는 철도와 송유관 건설도 추진할 예정이다. 파키스탄 정부도 주변국과 연결되는 인프라를 건설할 예정이고, LNG 터미널이나 제철소, 자동차 공장, 시멘트 공장, 석유 정제소도 건설하고 있다. 인프라 시설을 갖추게 되면 과다르 항구는 아라비아 해와 오만 해, 걸프 만, 호르무즈 해협 등 인도양 전체의 중심으로 각종 물류와 에너지 교환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되어 파키스탄의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키워줄 것이다. 과다르는 항구 건설이 시작될 때에는 겨우 5,000명에 불과한 빈곤한 어촌이었으나 지금은 인구가 13만 명으로 늘어났다. 인도는 이에 긴장하여 이란의 차바하르(Chabahar) 항구 건설을 돕고 있다. 이란의 차바르 항구가 과다르 항을 제치고, 에너지 물류의 중심으로 부상하면 과다르 항구를 부상시키려는 파키스탄의 계획은 접어야 한다.

이란-파키스탄-중국의 이해관계가 모두 얽혀 있는 발루치스탄 지역은 심각한 분리주의 운동이 있다. 현재 파키스탄의 가장 큰 문제는 아프가니스탄 지역과 겹쳐 있는 파슈툰 종족이나 인도와 분쟁이 끊이지 않는 잠무-카슈미르 지역도 아니고 이 발루치스탄 지역의 분리주의 운동이다. 국내에서도 2012년 11월에 발루치 민족 독립운동가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불허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하여 ‘발루치’ 민족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첫 판결이 있었다. 현재 발루치스탄 지역은 파키스탄 영토의 1/3이 넘는데 발루치스탄 분리주의 운동이 실현될 경우 현재 파키스탄 면적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파키스탄 남동쪽에서 발루치스탄 종족은 6백만 명뿐이지만, 발루치스탄 종족은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에 걸쳐져 있고, 이 지역이 모두 통합되고 파키스탄 남서쪽의 2천3백만 신드족까지 합쳐서 독립을 하면 발루치스탄은 괘 큰 나라가 된다. 그러나 파키스탄뿐만 아니라 이란과 아프가니스탄도 발루치스탄의 분리 독립을 원하지 않고 파키스탄과 이란은 분리주의 운동을 탄압하는데 아주 긴밀하게 공조를 취하고 있다.

발루치스탄인들은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1947년 파키스탄으로의 합병을 통보받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칼라트(Kalat)의 왕이 파키스탄에 합병될 것을 거부하며 저항하자 파키스탄은 1948년 군대의 힘으로 굴복시켜 합병하고 1955년 서파키스탄을 만들면서 행정구역에서도 지워버렸다. 1960년대에 발루치들은 지역의 자율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파키스탄 중앙정부에 저항을 시작했다. 1971년 방글라데시가 독립을 한 것에 고무되어 방글라데시의 독립을 도와준 인도의 인드라 간디를 높이 칭송하면서 저항을 하였으나, 1973년 무참하게 대량 학살을 당했고 지금도 계속 억압을 받고 있다. 초기에는 발루치 민족주의자들은 독립이 아니라 자치를 원했으나 1973년에서 1977년의 극단적 대립 속에서 바뀌어 갔다. 이 시기에 80,000명의 파키스탄 정부군과 55,000명의 발루치스탄 반란군들이 대치하기도 했고 게릴라를 격퇴시키기 위해서 민간인들이 사는 지역에도 무차별 폭격을 했었다. 이 탄압기간 동안 목표를 자치에서 독립으로 바꾼 발루치 민족주의자들이 등장을 하고, 이들 중 대표적인 그룹이 발루치 해방군(Baloch Liberation Army, BLA)이다.

이란은 이 시기에 파키스탄 정부의 발루치 탄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는데 파키스탄의 발루치 민족주의 운동이 이란 내의 120만 명의 발루치들에게로 번져오는 것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아파가 주류인 이란에서 발루치들은 수니파 소수이다. 이란의 소수 수니파인 발루치들과 파키스탄의 차별 받은 발루치들은 그들이 속해 있는 국가가 아닌 발루치스탄인의 국가인 발루치스탄을 같이 상상하게 되었다. 그동안 파키스탄 군대의 잔혹한 진압에 맞서서 발루치스탄인들만의 국가를 건설하려는 발루치스탄 민족주의자들은 파키스탄 정부가 중요시 여기는 천연가스 시설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맞대응해왔다. 발루치스탄 천연가스 생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수이(Sui) 가스 지대인데 부그티(Bugti) 부족이 통치하는 지역으로 이들은 발루치스탄 내에서 전통적으로 지도적인 부족이다. 발루치스탄 지역은 파키스탄 탈레반이 통제하는 스와트 계곡(Swat valley)만큼이나 전근대적이다. 발루치 부족장들을 중심으로 결속력이 강한데 이것은 파키스탄 정부가 자처한 것이다. 교통과 통신 인프라를 거의 건설하지 않아 이들을 오랜 고립 속에 두었기 때문에 전근대적 혈연적인 종족성을 유지하게 만든 것이다. 이 부그티 지역의 수이(Sui) 남부 가스회사가 관장해야 하는 파이프라인 네트워크만 해도 신드(Sindh)주와 발루치스탄(Balochis tan)주에 걸쳐 무려 27,542킬로미터에 이르기 때문에 발루치스탄 민족주의자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발루치 해방군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데 이 그룹은 파키스탄과 오랫동안 동맹관계였던 미국과 영국이 공히 테러리스트 그룹으로 지정한 단체다. 발루치 해방군은 파키스탄 정부만이 아니라 발루치스탄 지역에 다양한 투자를 하는 중국을 겨냥한 테러도 진행하고 있어 사실 이들은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태이다. 그렇다면 발루치스탄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우선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 속에서 발루치스탄을 보아야 한다. 2007년 8월 부족지도자인 아크바르 부티(Akbar Bugti)가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정부의 공격으로 사망하면서 발루치스탄에 분쟁이 격화되었다. 당시 파키스탄은 9/11 사태 이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의 굳건한 동맹국이었다.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의 군사 원조는 9억 달러에 달하고 있었고 다국간 원조를 포함한 전체 경제 원조액은 36억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여기에 미국의 주도로 이루어진 부채 감면액은 135억 달러였다. 당시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F-16 전투기와 코브라 헬기로 발루치스탄 지역에 폭격을 퍼부었다. 유럽 여러 나라들은 소수민족문제로 보고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했지만 조지 W. 부시는 파키스탄 국내 문제라고 간주해버렸다. 그러나 지금 미국 내에서는 발루치스탄 독립운동을 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파키스탄과 중국이 손을 잡고 중동, 중앙아시아, 남아시아에서 자기 세력을 키우고 있는데 이는 곧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아시아는 이렇게 중동, 중앙아시아, 이란과 함께 보아야 한다. 남아시아를 바라보는데 인도를 중심으로 보는 시각 즉 인도란 남아시아의 맹주가 있고 그 주변에 인도와 비교하면 약소국인 무슬림 국가들인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가 있다는 시각은 국제 정세 속에서 남아시아를 보는데 한계가 있다. 파키스탄의 가장 큰 문제는 발루치스탄 문제인 것을 모르는 것이 한 예이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심각한 국제관계 문제를 잠무 카슈미르 문제라고만 알고 있는 것도 인도를 중심으로 남아시아를 보는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이란, 중앙아시아 국가들, 아프가니스탄, 남아시아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의 이슬람국가들과 러시아, 중국를 엮어서 보아야 한다. 인도를 포위하고 있는 무슬림 국가들은 중국, 이란과 긴밀하게 협력해오면서 인도가 남아시아의 맹주 역할을 할 수 없게 이미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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