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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졸업생 초봉 2억, 글로벌 인재를 공급하는 인도공과대학(IITs)

인도 신진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북뱅골만 사업단 전임연구원 2014/12/18

매년 12월은 소위 ‘IIT에 돈이 내리는 시즌’이다. 인도 신문 지상에는 인도 공과 대학(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IIT) 졸업생들의 연봉이 오르내린다. 칸푸르-IIT에서 최고 연봉을 받은 취업생이 신문에 나면, 다음날은 델리-IIT에서 좀 더 높은 연봉을 받은 취업생이 나타난다. 마치 각 지역 IIT들의 연봉 릴레이를 보는 것 같다. IIT 학생들의 연봉은 대학 입학점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IIT는 의대나 경영대를 제치고 명실공히 최고의 점수를 받는 수재들만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이 되었다.

인도공과대학(IIT)은?
인도공과대학-IIT는 인도 독립 이후 국가 재건을 이끌 인재를 키우기 위해 인도 경영대학(IIM)과 함께 육성한 대학원 중심 국립 교육기관이다. 네루 정부는 1951년 콜카타 인근 카라그푸르 공대 승격을 시작으로 뭄바이, 델리, 칸푸르, 첸나이 등 인도 거점 지역에 인도공과대학(IIT)을 육성했다. 이를 통해 거점 도시에 7개 대학이 세워졌고, 이는 현재 16개로 늘어났다. 각 지역 IIT는 지역에 필요한 공학 기술과 인력을 제공하고 있다. IIT에는 매년 약 1만 명이 입학하고 있으며, 공학 기술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인도 정부는 5개의 IIT가 추가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의 능력은?
IIT는 학사 과정 4년, 석사과정 2년, 이후 박사과정이 있고, 학사-석사 통합과정으로 5년 과정이 있다. 교수 1인당 학생 8~9명 수준이다. 교수들 다수가 해외 유학파로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다양한 산학 협력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수의 IIT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기숙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학교 수업에 전념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공대도 그렇지만, 이곳 학생들의 수업시간은 고등학생들의 시간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은 20~100:1의 경쟁률을 뚫고 IIT에 진학하였으니 수재인 데다가 초중고에서 영어로 수업을 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영어실력을 갖췄다. 유명 사립 중고등 학교 졸업생은 불어나 스페인어 등 제2외국어 실력도 갖췄다. 그렇다면 IIT 졸업생의 스펙은 대단한가? 의외로 다양한 스펙보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강조된다. 인도 컨설팅 회사들은 기업들이 높은 급여를 주고 IIT 졸업생을 채용하는 이유는 이들이 뛰어난 데이터 분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IIT 졸업생은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한 해결점을 제시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이들은 ‘엄청난’ 입학시험을 준비하고 통과했다. IIT에서도 수재들 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이다. 때문에 고난이도 고위험군의 업무 스트레스도 이겨낼 수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억' 소리 나는 이들을 모셔가는 기업은?
올해 IIT 졸업생 평균 연봉이 2천만 원 선인 가운데, 일부 학생들은 1억 ~ 2억, 많게는 3억에 가까운 연봉을 받고 취업하였다. 이는 인도에서 쓰는 화폐 단위로 1~2크롤(crore)루피로, 1크롤 루피는 한화 약 1억 7천 5백만 원이다. 우리의 억 단위 숫자이지만, 인도에서 크롤은 한국의 ‘억’보다 훨씬 ‘어마어마’한 숫자를 의미한다. 1crore 이상의 연봉에 IIT 졸업생을 채용하는 회사는 구글, 페이스북, 골드만 삭스, 오라클 등의 세계적 IT기업과 컨설팅 업체이다. 이런 연봉은 기본급과 각종 성과급, 주식 제공, 각종 복지 혜택 등이 포함되어 산출 책정되었다. 올해 3억 이상의 연봉으로 주목을 받은 IIT 졸업생은 아스타 아그르왈(Aastha Agrwal)이다. 그녀는 IIT-봄베이(뭄바이 소재)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는 4학년 학생으로, 페이스북(Facebook)이 2크롤의 연봉을 제안했다. 아스타는 국제중등과학올림피아드(International Junior Science Olympiad)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 페이스북 본사에서 인턴십을 하기도 했다. 그녀는 물론 이 일자리를 매우 기쁘게 승낙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이렇게 많은 돈을 주고 소위 ‘아이아이티안(IITian)’을 왜 채용하는 것일까? 이는 물론 기본적으로 그들이 현재 갖고 있는 실력 때문일 것이다. 또한 가능성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최고의 명문에 입학한 수재로, IIT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소유자이다. 이들이 가진 잠재력이 상품화될 경우 수백억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뿐만 아니라 IIT라는 네임 밸류는 인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효하다. 이들을 채용하는 기업은 고객사에 자신들의 인력풀에 대해 어필할 수 있다. IIT 졸업생들은 좋은 ‘인맥’의 보유자들이다. 인도뿐 아니라 전 세계에 엘리트 계층을 형성하고 있고, 세계 주요 도시에서 매년 IIT 동문회가 열리고 있다. 이 자리 에서는 친목 도모뿐 아니라 비즈니스 관계를 쌓아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디로 가고 있나?
 10년여 전 전만 해도 IIT학생들의 해외 취업에 대한 염려가 많았다. ‘브레인 드레인’, 즉 핵심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에 들어와 있고, 몇 개월이나 몇 년의 해외 생활은 문제시되지 않는다.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전근’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제는 국민들의 인식들도 많이 바뀌어 전 세계를 무대로 생각한다. 지난 20여 년간 인도 기업들이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였고, 세계적인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인도인들의 열등감도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누구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가는 여전히 문제 시 된다. IIT 인재들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근무한다거나 혹은 국가 간의 이동 거리가 가까워졌다 하더라도 그들을 고용하는 기업은 다국적 기업 혹은 미국 기업이다. 인도 공대 교수나, 인도 국가 지도자들 사이에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이들은 졸업생들에게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인도 기업에 취업하라고 강요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가 길러낸 인재를 ‘고액’을 주고 채용하지 않는 인도 기업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인도 기업들이 인재에 이정도 투자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 세대들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요할 수 없지만, 인도가 길러낸 인재들이 자기 나라 우물이 아닌 다른 나라의 우물을 파주는 모습이 씁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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