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인도 총선거의 네 가지의 궁금한 점

인도 고홍근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어과 교수 2014/04/19

5월 12일까지 계속될 제 16차 총선거 즉, 543명의 하원의원을 뽑는 투표가 지난 4월 7일 시작되었다. 인도 헌법에는 하원의 최대정원은 552명으로 되어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543명의 의원을 직접투표로 선출하게 되고 대통령이 추천하는 영-인혼혈인(Anglo-Indians) 2명을 더하여 모두 545명으로 16대 하원이 결성되게 된다. 이 하원에서 과반수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 또는 정당들의 연합이 앞으로 5년 동안 정권을 장악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인도 총선거에 대한 관심이 과거보다 높아지기는 했지만 한국과 인도 선거제도의 미묘한 차이 그리고 인도의 정치 정세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하기 때문에 극히 피상적인, 그것도 극히 한국적인 시각에서의 보도와 분석이 종종 눈에 띠기도 한다. 따라서 여기서는 우리와 다른 인도의 선거방식과 제도 더 나가서 선거의 결과 전망을 몇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왜 선거기간이.....

인도의 총선거가 1개월 넘는 기간 동안, 그것도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날짜에 실행된다는 것은 전국 동시선거에 익숙한 우리에게 낯선 것임에 틀림없다. 이번 총선거의 경우는 역대 최장의 기간으로서 모두 9단계로 나누어 선거구에 따라 다른 투표일을 갖는다. 예를 들어, 비하르(Bihar)주 유권자들은 선거구에 따라 6차례의 서로 다른 날짜에 투표를 하게 된다. 인도가 전국 동시의 선거를 실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거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보안군( Security Forces) 20만명의 이동과 배치에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까쉬미르(Kashmir)주, 동북부의 나가랜드(Nagaland), 동부의 붉은 회랑(Red Corridor)등에서는 분리주의자 또는 낙살라이트(Naxalite)들의 선거방해가 예상되고 그 이외의 지역들에서도 힌두와 무슬림의 갈등, 정당 또는 후보자 간의 대립으로 폭력사태가 쉽게 발생하므로 보안군의 존재는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4월 12일에 붉은 회랑에 속하는 까르나따까(Karnataka)주의 두 지역에서 낙살라이트들이 선거관리원들을 공격하여 모두 14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거의 유권자는 2009년 총선거에 비해 1억명이 증가한 8억 1천 4백만명이고, 모두 93만개의 투표소가 설치되며, 선거에 동원되는 공무원은 1,100만명이다. 보안군과 각 정당의 비용을 제외한다고 해도 선거비용은 350억 루피(약 6,300억원)가 소요된다. 그 규모 면에서는 세계 최대의 선거인 것이다. 따라서 총 36일의 총선거 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번잡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선거의 안전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최선의 방책임에는 틀림없다. 여기서 제기될 수 있는 또 다른 궁금증은 먼저 투표가 실시된 지역의 결과가 다음 단계의 투표에 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일단 안심해도 좋은 것으로 보인다. 투표 기간 중에는 출구조사 결과의 발표도 금지될 뿐만 아니라 개표는 5월 14일 전국적으로 동시에 이루어지고, 그 결과도 5월 16일 동시에 발표되기 때문이다.  

 

None of the Above.(?)

인도는 전자투표기(Electronic Voting Machines: EVM)를 2004년 총선거부터 도입하고 있다. 즉, 각 후보자 이름 옆에 붙어있는 버튼을 눌러 지지후보를 선택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번 총선거에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지지후보 없음(None of the Above: NOTA)’이라는 버튼이 투표기에 추가되었다. 2013년 9월 연방대법원은 이 제도의 도입이 ‘투표 결과에 전반적인 변화를 줄 것이며 정당들이 청렴한 후보를 공천하게 만들 것이다....민주주의는 결국 선택의 문제이고  이 소극적 투표권에 의해 유권자들의 권리가 강화될 것이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Election Commission of India)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즉각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NOTA는 무효표로 간주되며 후보자들의 선거공탁금의 몰수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런 점에서 NOTA는 암- 아-드미 당(Aam Aadmi Party) 등이 주장하는 급진적인 ‘모든 후보자를 반대(Right to Reject: RTR)’과는 서로 다른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RTR이 과반수를 넘을 경우 재선거를 하도록 주장하고 있지만 전자는 투표결과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거의 쟁점은?   

2014년 3월에 인도의 민간기관인 Lok Foundation은 ‘16대 총선거에서 후보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여덟 가지 즉, 경제, 부패, 인플레이션, 가계소득, 법과 질서, 강력한 리더십, 효율적인 통치(Goverance), 종교적・카스트적 정체성 중 하나를 선택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25%가 경제, 21%가 부패, 물가상승이 18%, 가계소득의 증가가 14%를 차지했고 법과 질서, 강력한 리더십 등은 두 자리 숫자를 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전체 응답자의 57%가 넓은 의미에서의 경제성장과 그에 관련된 문제를 중시하고 있다. 2003년에서 2007년까지 인도경제는 연 9%의 고도성장을 보여 왔었지만 2008년부터 그 성장세가 주춤하더니 2012년에는 5.1%, 2013년에는 4,7%로 성장이 한계에 부딪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2013년에는 루피화가 미화 1$당 66루피 넘게 평가절하되는 일도 있어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각해졌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최대쟁점은 경제문제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인도인민당(BJP)은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의 소위 ‘구자라뜨의 기적(the Miracle of Gujarat)’을 앞세워 인도 경제의 부활을 약속하고 있고, 사실상 현재의 경제위기를 자초한 국민회의당(Congress)은 작년 8월에 입법된 ‘빈곤층 지원법’을 강조하며 국민의 복지를 중시하는 정당 이미지를 구축하려 애쓰고 있다. 인도에서도 성장과 복지의 대결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이외에 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부패문제이다. 인도인민당을 중심으로 하는 야당들은 국민회의당이 ‘부패를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한 정당’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부패가 선거의 승패를 가를 정도의 쟁점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국민회의당을 공격하는 야당들조차도 청렴하다고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인도 계획위원회(Planning Commission of India)가 10차 경제개발계획 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인도에서 ‘부패는 삶의 실상이고 방식’이다. 따라서 인도의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부패는 추방되어야 한다.’는 견해와 함께 그것이 ‘자신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실제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즉, 견해와 경험 사이의 모순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모순은 개인의 도덕적 기준과는 상관없이 현실적 상황에 따라 극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부패가 추방되어야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많은 유권자들이 동의하지만 그것이 다른 기준들을 제치고 최우선의 선택으로 좌우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지난 해 반부패를 내세워 델리 주의회 선거에서 선풍을 일으켰던 암- 아-드미당의 실패가 유권자들의 이런 경향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인도의 유권자들은 종교. 카스트, 지역적 연고를 후보자 선택의 주요한 기준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 이 ‘정체성의 정치(Identity Politics)’는 3%의 선택밖에 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이 편협한 선택기준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인가?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이 설문조사는 투표가 시작되기 몇 개월 전에 실시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도의 농촌 유권자들이라도 평소에는 ‘나와 같은 카스트나 종교의 소속이라는 이유로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은 잘못이다.’라는 생각 정도는 한다. 그러나 후보자의 실체가 현실로 나타나고 투표일이 가까워지면 그들의 생각이 바뀌는 경향을 나타내 왔다. 즉, ‘카스트 또는 종교’가 실질적인 선택의 기준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 설문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인도에서 ‘정체성의 정치’가 사라지고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예측은 글자그대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앞으로 1개월도 안되어 그 결과가 나오겠지만, 카스트적・종교적 정체성에 의지하는 정당들의 세력이 약화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누가 이길까?       

인도 정치를 전공하는 학자들에게 2004년 총선거의 결과는 하나의 악몽이었다.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학자들이 그 당시 집권당이었던 인도인민당의 승리를 예측했었다. 경제는 고도성장 중이었고 각종 여론조사도 인도인민당에 유리하게 나타났으니 그런 예측을 한 것이, 안이하기는 했지만,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학자들이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눈부신 경제성장에서 소외된 계층들의 반란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 예측실패의 원인이었다. 부끄러운 일이었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예측도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일단 인도인민당의 승리를 우선순위에 두고자 한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을 끄는 정당들은 국민회의당을 대표로 7개 정당이 결집한  연합진보동맹United Progressive Alliance)과 인도인민당이 이끄는 21개 정당의 연합인 국민민주동맹(National Democratic Alliance) 그리고 14개 좌익 성향 정당의 연합체인 제 3전선(Third Front), 반부패를 기치로 내세운 암- 아-드미 당 등이다. 이 이외에도 많은 정당들이 난립하여 있지만 실질적인 승패는 국민회의당과 인도인민당의 대결로 압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양자 대결에서 인도인민당의 승리를 예측하는 가장 큰 근거는 경제성장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인도 국민들은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가 자신들의 또는 이웃들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체험해 왔다. 성장의 결실이 공정하게 나누어진 것은 아니지만 극빈층들조차도 자신들의 처지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의 경제침체 그리고 심심치않게 터지는 스캔들은 국민회의당 정부에 대한 실망을 넘어서 분노를 느끼게 했다. 국민회의당을 더욱 불리하게 만드는 것은 라훌 간디(Rahul Gandhi)의 지도력 결핍과 그에 상반되는 인도인민당 나렌드라 모디의 존재이다. 전자가 부자집 도련님의 나약함과 미숙한 정치 초년생의 이미지를 가졌다면, 후자는 자수성가의 입지전적이고 정치・행정적 성과를 거둔 검증된 인물로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모디에게도 약점은 있다. 2002년 구자라뜨(Gujarat) 종파폭동의 배후인물로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아내를 버리고 돌보지 않는 매정한 남편이라는 비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약해져 가는 성장의 불꽃을 되살릴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간디보다는 모디를 떠올릴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특히 27세 이하의 젊은 유권자 -구체적으로 자신들의 아버지 세대보다 강한 성취동기를 가졌고 경제적 풍요를 더욱 갈망하는- 들이 1억 5천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런 경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국민회의당은 수상후보의 인물경쟁에서 이미 패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어느 정당이 몇 명의 하원의원을 배출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고 의미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또 부정확하기로 악명높은 인도의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인도인민당 약 200석, 국민회의당 100석 미만’이라고 예측을 하는 것 또한 무척 위험한 일이다. 따라서, 비록 애매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도인민당이 이끄는 국민민주동맹이 다음 정권을 인수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을 해본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AIF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