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BJP의 민족주의는 중국의 ‘진주 목걸이’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인도 정호영 자다푸르 대학 사회학 박사 2014/03/12

지난 2월 18일 BJP 수상 후보인 모디는 아루나찰 프라데시에서 선거유세를 하면서 처음으로 외교 관련된 발언으로 “중국은 팽창주의의 마음을 버리고 발전의 원칙을 채택해야 한다. 아이디어는 개발이다.”라고 했는데, 이 발언은 그의 기본적인 정치하는 방식에서 나온 것이지 현실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모디와 BJP가 인도 정치에서 자리를 잡고 성장을 한 것은 증오의 정치를 통해서이다. 무슬림에 대한 증오를 바탕으로 힌두의 표를 결집한 것이 BJP와 모디의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사실 인도 내 무슬림은 대부분 힌두 개종자들의 후손이지 침략자들의 후손이 아닌데도 BJP는 이들을 적으로 규정했다. 힌두 꼬뮤날리스트들은 역사적 근거가 전혀 없는데도 힌두의 성지를 무너뜨리고 무슬림이 인도 북쪽 아요디아(Ayodhya) 지역에 사원을 세웠다는 주장을 하면서 1992년 12월6일 난입해서 5시간만에 완전히 파괴했고, 500명 이상의 무슬림(이슬람교도)을 학살했다. 이를 계기로 BJP는 급성장했고, 모디 또한 2002년 구자라트에서의 무슬림 대학살을 통해서 정치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현재의 인도 정치에서 반무슬림 선동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BJP는 힌두 꼬뮤날리즘에서 민족주의로 색깔 전환을 위해 반무슬림 선동은 접고, 무디의 구자라트 경제 성장을 본보기로 내세우는 개발에 대한 약속으로 선동 내용 또한 바꾸어버렸다. 분명히 이들에게는 여전히 반무슬림 정서가 있기는 하지만, 자신들 스스로도 이를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한다. 과거와는 다르게 정치적 자멸의 길을 앞당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BJP는 무슬림 후보들도 출마시키기 시작했다. 인도의 정치는 어느 한 정당이 다수표를 획득해 단독 집권하기는 불가능해졌고, 최대 득표 정당이 십여개의 정당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집권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지역과 카스트에 의해서 수십 개로 잘게 쪼개어진 유권자 계층들(constituency) 중 무슬림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하고 있기에 선거의 당락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힌두 꼬뮤날리즘에서 받은 억압을 공통분모로 무슬림이 투표에서 통일성을 보일 때 모디와 BJP의 집권은 쉽지 않다. 그리고 다수 힌두들조차도 BJP가 이끌었던 힌두-무슬림 갈등으로 생긴 뭄바이 총기 난사, 국회 의사당 폭발 등을 보면서 반무슬림 구호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되었다. 모디는 총리 후보로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무슬림 학살자라는 이미지를 벗어야 했기에  ‘화합과 형제애’를 내걸고 2011년 9월, 3일간 단식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단식을 했던 대학의 컨벤션 홀앞에서는 폭탄 제거차가 상시 대기하고 있었다. 폭탄 제거차와 함께 ‘화합과 형제애’을 외치며 이미지 쇄신을 해야 하고 반무슬림 선동은 접고 개발에 대한 약속을 해야만 하는게 모디의 현실이다.

 아루나찰 프라데시를 남티벳이라고 불렀던 중국과의 국경 분쟁이 있었던 아루나찰 프라데시에서의 유세에서 모디의 발언은 모디와 BJP의 증오의 정치학의 진화 과정 속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더 이상 쓸 수 없는 카드인 반무슬림 카드 대신 반중국 카드를 꺼낸 것이다. BJP가 외형상으로는 꼬뮤날리즘을 버리고, 새로 갖춘 외피인 민족주의를 고취하여 종교를 떠나서 표를 집결하고자 한 의도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발언이 실제로 그가 반무슬림 선동 대신 내세우고 있는 개발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데 과연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아주 회의적이다.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즈에서는 “인도 지도자들은 중국에 대해서 힘 좀 쓸 줄 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특히 국경 문제에서 그러하다. .... 지난 세월 이웃국가로서의 관계와 경제적 상호의존성으로 보면 인도와 중국은 충돌보다는 협력이 요구되는데 이는 지도자들이 바뀌더라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사실이다. 모디의 발언에 대해서 과장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라고 아주 담담하게 드러났다. 사실 BJP가 이끄는 NDA 연립 정권이 집권할 때부터 인도와 중국의 협력관계가 강화되기 시작했다. 2011년 모디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구자라트 학살을 이유로 모디에게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던 미국 등의 다른 국가들과는 다르게 중국은 그를 따뜻하게 환영해 주었다.(미국은 모디가 총리 후보로 나오게 되자 그제서야 그에게 비자를 발급해주기로 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모디 또한 집권을 하면 기존 인도와 중국의 협력관계에서 변화를 줄 의도는 없고, 모디의 선거용 발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너희 나라 내부 일은 너희가 알아서 하란 식으로 발언을 한 것이다.

 인도가 남아시아의 맹주라는 것은 인도 혼자 만의 근거 없는 자존심이 된지 오래다. 혹자는 남아시아에서의 인도와 중국의 패권 다툼을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인도는 중국의 ‘진주 목걸이’안에 포위된 형국이다. ‘진주 목걸이 이론(string of pearls)’은 2005년 미국 국방성 문서인 [아시아에서 에너지의 미래(Energy Futures in Asia)]에서 처음 제기 되었는데 중국이 중국 본토에서부터 아프리카 수단을 연결하는 거점들을 확보해서 연결하고 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중국을 경계하는 미국 측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인도 언론들도 이를 사용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 용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애초에 이 용어가 만들어진 것부터가 미 국방성이 중국이 패권주의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진주 목걸이’가 남아시아에서는 어떻게 구슬이 궤어지고 있는지를 한번 둘러보자. 동남아시아 말레이반도 남부 서해안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동해안 사이에 위치한 말라카 해협은 중국 원유 수입의 80% 이상이 통과되는 지역인데 이곳은 미국이 통제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이 통로를 봉쇄할 경우 중국의 숨통을 조일 것을 우려해 대체 수송로 확보를 추진해 왔다. 진주 목걸이에서 가장 최근에 궤어진 구슬은 파키스탄이다. 2013년 2월, 중국은 파키스탄으로부터 발루치스탄(Baluchistan)에 있는 과다르(Gwadar)항의 운영권을 받았다. 인도양 북부의 아라비아해에 위치한 과다르항은 중동 산유국들의 주요 석유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400㎞ 거리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은 과다르항 건설을 위해 파키스탄에 2억2천만 달러를 제공했으며 과다르항 추가개발을 위해 2억 달러 이상을 투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은 과다르항에서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캬슈가르를 잇는 철도와 송유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중동 산유국으로부터 인도양을 거쳐 내륙을 통해 중국 서부로 연결되는 새로운 에너지 수송로를 만들고 있다.

이 진주 목걸이 안에는 남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데 진주 목걸이가 모양을 갖추어 가면 갈수록 인도의 남아시아에서의 전통적인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다. 파키스탄이야 미국과 중국의 핑퐁외교를 시작하는데 중개자 역할을 했을 정도로 오랜 친중국 국가였으니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인도는 다른 남아시아들 국가들에서 중국의 영향이 커가고 있는 것을 지켜 보고만 있는 상황이다.  인도가 가장 든든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우방국가는 방글라데시일 것이다. 파키스탄에서 방글라데시가 독립할 때 인도가 소련 군대의 협력을 얻어 실제적으로 파키스탄과 전쟁을 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방글라데시의 가장 큰 무기 공급국이고, 방글라데시에 군사훈련을 시켜주겠다고 제안을 하였다. 방글라데시의 현대화를 상징하는 대형 인프라시설들은 중국에 의해서 대부분 구축되었다. 중국은  벵골만에 있는 소나디아섬에 심수항을 건설하는 공사도 진행하려고 시도 중이다.

 스리랑카는 또 어떠한가? 타밀 타이거스가 초기에 등장했을 때 인도의 스리랑카에 대한 군사개입은 사태를 더 어렵게만 만들어 스리랑카 정부는 인도군의 철수를 공식적으로 요구했었다. 그리고 스리랑카 내전시기(1983-2009)에 정부군에게 무기를 공급한 것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항에도 4억 5천 달러를 투입, 항만개발 공사를 진행해서 아랍에서 중국으로 연결되는 허브로 스리랑카를 만들려고 한다. 네팔에서는 1,400만달러를 투자해 티베트 국경 근처의 라르차에 ‘육지 항구’를 건설중이다. 2003년에서 2012년 사이 중국의 방글라데시, 부탄, 몰디브, 네팔, 스리랑카로의  수출은 2배 이상이 증가했다. 중국이 남아시아 국가들에 투자하는 공사 규모들은 이들 국가들의 GNP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들이다.

우리는 앞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를 점점 보기 힘들게 될 것이다. 중국은 저렴한 노동력으로 경제의 기반을 닦았는데 더 이상 노동력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가정 한 아이 갖기 운동의 산아제한정책의 결과로 중국은 중위 연령이 35.2세로 급속히 노령화되어가고 있어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값싼 노동력으로의 장점이 없어져가고 있다.(참고로 한국은 37.9세) 그러나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서 보아야 한다.  우리는 메이드 인 차이나는 보기 힘들게 되겠지만 중국이 투자한 나라들에서 나오는 상품들을 보게 될 것이다. 중국은 투자 규모에서 미국, 일본 다음의 3위를 지키고 있다. 인도의 중위 연령이 25.9세 인 것을 들면서 중국에 대해서 인도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들이 있지만 중국이 남아시아 국가들에 투자해서 그 노동력을 활용하게 된다면 인도의 경쟁력은 금새 사라진다. 파키스탄의 중위 연력은 21.2세, 방글라데시의 중위 연령은 23.5, 네팔의 중위 연령은 21.2세, 아프가니스탄의 중위 연력은 18세이다. 중국이 투자하고 있는 이들 나라에서 중국 기업들은 이들 국가의 노동력을 활용해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공장장 ’으로 역할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인도는 다른 남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에게 투자를 받아야 할 대상이지 남아시아에서 중국과 패권을 다투는 상황이 아니다. 2011년 기준으로 인도 전체의 FDI에서 세계 3위 투자국인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0.04%이다. 인도는 북미얀마를 거쳐서 윈난성과 인도북동부를 잊는 스틸웰 로드와 마니푸르 주에서 출발해서 미얀마의 바간을 거쳐 태국의 매솟에 이르는 철도 등을 중국과 공동으로 건설해야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을 구체화해나갈 수 있다.

 남아시아 8개국 중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몰디브는 이슬람국가이고, 부탄, 스리랑카는 불교 국가이며, 네팔과 인도만이 힌두교가 주류이다. 사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몰디브 국민들은 정서적으로 모디의 집권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1992년 인도 아요디야 사태가 난 후 그 후폭풍으로 방글라데시에서는 인구에서 10%를 차지하는 소수 힌두들이 다수 무슬림들에게 박해를 받았다. 아요디야 사태를 시작으로 시작된 인도 무슬림들의 테러는 인도인들이 아니라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온 다국적 팀들에 의해서 수행되었다. 모디의 이번의 대중국 발언은 남아시아 국가들의 관계에서도 결코 도움이 되는 발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모디와 BJP에게 중요한 것은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증오의 정치학을 다시 꺼내는 것이다. 모디는 인도 투자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 자신을 따뜻하게 환대해준 중국과 관계를 틀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 2013년 미국 정부를 위해 윈스콘신 대학의 로버트.M. 라폴렛(Robert M. La Follette)이 제시한 연구보고서인 [중국의 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증가되고 있는 무역과 투자_이 것은 투자일 뿐이다.(China’s Increased Trade and Investment in South Asia (Spoiler Alert: It’s The Economy)]에서도 중국의 남아시아에서의 무역과 거래는 경제적인 문제일 뿐이지 중국 패권주의를 경계하는 진주 목걸이 이론은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 지금 인도는 선거 유세 중이고 모디의 대중국 발언은 정치적인 쇼일 뿐이고 중국은 그 것을 알고 있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AIF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