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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도에서 인종주의 반대법은 입법화가 될 것인가

인도 정호영 자다푸르대학교 박사과정 2014/02/11

 지난 1월 29일 델리의 라즈빳 나가르 시장에서 대학 1학년인 니도 타니아(Nido Tania)가 상인들로부터 구타를 당해서 죽었다. 맘모한 싱은 이 일을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고 그 학생을 죽인 사람들을 꼭 처벌하겠다고 발표했다. 차기 수상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국민회의의 라훌은 내무부 장관인 수시꾸마르 신데(Sushilkumar Shinde)에게 즉시 조처를 하라고 요청하였다. 심지어 BJP의 차기 수상 후보인 나렌드라 모디는 이 사건을 “국가적 수치”라고 말하였다.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죽은 학생인 니도 타니아는 오후 1시 반. 시장의 한 가게에서 길을 물어보았으나 가게 점원은 타니아의 머리 형태를 놀리면서 인종주의적인 발언을 했다. 이에 분노한 타니아는 가게의 유리 진열대를 부수었다. 상인들은 그를 구타하기 시작했고 경찰을 불렀다. 2시. 이미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던 타니아는 만 루피를 지급하는 데 합의했고 경찰서로 불려갔다. 2시 15분. 경찰은 타니아를 다시 가게로 데리고 온 후 떠났다. 상인들은 다시 그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2시 반. 타니아는 친구집으로 갔다. 9시에서 9시반 사이. 우유를 마신 직후 토하고 난 후 가슴의 통증을 호소했다. 다음날 오후 1시에 친구가 타니아를 깨우려고 했으나 일어나지 않아 병원으로 데려가니 오전 4시쯤에 이미 사망했다고 진단이 나왔다. 

 그 넓은 땅 인도에서 사람이 구타로 죽는 일은 거의 매일 일어나는 일인데도 왜 이번 사건에는 맘모한 싱과 인도의 양대 정당을 대표하는 라훌과 모디까지 나서게 되었는가? 죽은 학생이 인도에서 소외받고 있는 동북 7주의 하나인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 국회의원인 니도 파리말(Nido Parimal)의 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살인에 대한 법과 더불어 SC(Scheduled Cast 지정카스트)와 ST(Scheduled Tribe 지정부족)에 대한 잔혹 행위를 막기 위한 관련법을 적용해서 조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아루나찰 프라데시에서의 대응은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 수상인 나밤 투키(Nabam Tuki)가 이끄는 입법 팀은 반인종법을 만들기 위해서 델리로 가서 입법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니도 타니아의 동상을 델리에 세워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차기 수상을 뽑는 작업들이 정치권에서 긴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이 사건은 쉽게 묻히지 않을 것이다. BJP의 모디는 “동북 인도에서의 차별은 국민회의의 60년간 부적절한 정책” 때문이었다고 하며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회의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고, 국민회의의 라훌은 “일부 인도인들의 문제로 다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국민회의와 무관한 사건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강조하면서 사건 해결과 재발 방지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일부 인도인들만의 문제도 아니고 무슬림과 힌두의 갈등을 증폭시켜서 정치에 이용한 모디가 국민회의를 공격하기 위해서 이용할만한 사건도 아니다. 북동 7주의 주민들이 인도에서 받는 차별은 오랜 문화적인 문제인 동시에 사회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문화적으로 보면 주류 힌두들의 배타적인 문화도 분명히 문제가 된다. 갠지스 강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힌두교는 힌두의 “마을”에 속해 있지 않은 이들을 배척해왔다. 힌두의 신화 [라마야나]를 보면 불가촉천민들보다 부족민들을 더 불결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태양왕조의 유명한 왕인 트리산쿠는 자신의 아름다운 육체 그대로 하늘나라로 올라가기를 원했다. 그는 스승인 브라만 바시슈타를 찾아가서 이를 부탁했으나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지 말라고 거절 당했다. 바시슈타의 아들들에게도 부탁하나 거절당했다. 트리산쿠 왕은 바시슈타 부자가 덕이 부족하여 도와주지 않는 것이니 덕이 많은 다른 현자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바시슈타의 아들들은 화가 나서 저주를 퍼부었다. “트리산쿠왕은 찬달라(수드라에도 들지 못하는 최하층 불가촉 천민)가 되거라.” 저주가 시작되었고 다음날 트리산쿠 왕은 찬달라가 되었고 트리산쿠 왕은 초라하고 지저분한 옷을 걸친 채 천민의 모습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대신들과 백성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으며,그는 왕궁에서 쫓겨나 피골이 상접하도록 굶주리고 피로에 지쳐 헤매다가 마침내 크샤트리아 출신의 현자 비스와미트라에게 이르게 되었다. 트리산쿠 왕의 초라한 모습에 마음이 동요된 현자 비스와미트라가 이를 불쌍히 여겨서  야가(제사)를 올려서 그를 찬달라의 모습으로나마  하늘로 올려주겠다고 하였다. 이 푸자를 위해 모든 현자들을 거의 강제로 초대했으나 바시슈타와 그 아들들은 정중하게 이를 거절하였다. “야가를 집전하는 사제는 옛날에 크샤트리야였으며 야자만(의식의 주인공)은 역겨운 찬드라다.” 정중하게 전달된 이 화답에 비스와미트라는 격분해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바시슈타의 아들들은 죽어서 개고기를 즐겨 먹는 종족으로 일곱 생 동안 거듭 태어나라”였다. 찬달라가 되라고 저주하는 것보다 더욱 심한 저주가 ‘개고기를 즐겨먹는 종족’이 되라는 저주이다. 개고기를 즐겨 먹는 종족을 풍습으로 보면 개고기를 먹는 중국과 가까운 북동 7주의 사람들이다.  유대인들이 가나안 땅을 중심으로 유대교를 유지하면서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듯이 힌두들 또한 갠지스강을 중심으로 힌두교를 유지해오면서 갠지스강 문화를 벗어나는 문화에 대해서는 배타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루나찰 프라데시의 주민들의 종교나 언어나 인종을 보더라도 다른 인도 주들과는 많이 다르다. 힌두가 34%이기는 하지만 토속신앙이 30%, 기독교 18%, 불교 13%이다. 아루나찰 프라데시의 가장 오랜 종교로 토속신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니 뽈로(Doniyi-Polo)는 태양과 달을 숭배하는 애니미즘으로 힌두교와 완전히 다르다. 이 주의 다양한 소수민족들은 힌디를 사용하지 않아서 공식 주언어도 영어다. 그리고 인종적인 생김새는 대부분 중국인들과 차이를 찾을 수도 없다. 이들은 주류 힌두들에게는 “마을” 밖의 사람들로 지정부족이다. 

 사회문제를 보면 이는 인도의 독립 직후부터 사실 시작된 문제이다. 영국은 간디의 큇 인디아(Quit India) 선언 이후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는 반영 폭동, 힌두-무슬림 충돌을 막을 수 없었다. 인도에서 2차 대전에 진 빚도 청산해야 했다. 인도를 서둘러 빠져나가면서 각 소수민족들의 문제는 버려두었다. 아루나찰 프라데시는 중국과 국경 분쟁이 있는 곳이다. 중국은 이 지역은 중국 땅인데 인도 독립 시기에 국민회의 정권이 영국에게 권력을 이양받는 과정에서 얼렁뚱땅 인도에 속하게 만들었다고 계속 주장하는 지역이다. 그런데 사실 이곳은 중국도 인도도 영토권을 주장하기에 애매한 국경지역이다. 그리고 인도 정부가 이런 소수 민족들의 지역을 잘 통치했다고 볼 수는 없다. 중국-인도 전쟁 이후에야 이곳에도 전기가 들어가기 시작했고, 관광지 등으로 개발에 들어갔다. 인도 내에서 이들 소수 민족들이 분명히 받는 차별이 있었고, 또 차별에 항의하면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예가 인도 동북과 카시미르 주에서 적용되는 현장에서 바로 테러 혐의자를 살해할 수 있는 군특별권한법(AFSPA, Armed Forces (Special Powers) Act)이다. 현장에서 재판 없이 테러범이라는 혐의만으로 바로 즉석 사살이 가능한 법이다. 길을 가다가 영문도 모르고 군인들에게 총 맞아 죽을 수 있는 법이다. 

 아마도 북동 문제를 가장 쉽게 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 관련된 볼리우드 영화인 딜 세(Dil Se..)를 보는 것이다. 마니 라트남(Mani Ratnam) 감독의 1998년 영화 딜 세는 샤룩 칸과 네팔 계통의 여배우 마니샤 코이랄라(Manisha Koirala)가 주연한 영화이고, 프리띠 진따(Preity Zinta)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마니샤는 지정부족 출신의 자살테러범을 연기하고 샤룩 칸은 북동 7주의 상황을 취재하러 왔다가 그녀에게 사랑에 빠진 라디오 방송국 사람으로 나온다. 이 영화는 힌두인 샤룩 칸이 그녀와 함께 세상을 떠남으로서 테러를 막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이 영화는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를 뿐이라는 교훈만을 주는 것이 아니다. 북동 7주에서의 잔혹한 살해 현장들을 재연함으로써 왜 사랑스러운 그녀가 자살테러범이 될 수 밖에 없는가도 보여주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 것은 북동주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실 이번 니도 타니아 사건의 경우도 북동쪽 사람들이 당하는 일의 빙산의 일각이었지만, 사망한 학생이 아루나찰 프라데시의 국회의원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쟁점화가 가능했다. 인도인들의 물건을 구매해야 하는 여행자가 다니는 관광지도 아니고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닌 곳에서 당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면 당신이 길 가다가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은 청키(Chunkey, 찢어진 눈)이다. 가난한 고향을 떠나서 인도의 대도시로 흘러 들어와 남의 집 경비나 하인으로 일하고 있거나 사창가에 갇혀 있는 네팔 계열 사람들에 대한 경멸, 중국-인도 전쟁에서 인도 측 패배 이후 인도인들이 중국인들에 대해 심해진 적대감 등이 섞여서 부르는 말이다. 인종주의 반대법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지정카스트와 지정부족의 차별에 대한 법이 있는데다가 이를 입법화할 경우 대내외적으로 인도에서의 인종주의가 심하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법화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 것이다.  인도 출신 학자로 미국의 트리니티 컬리지 교수로 있는 비제이 쁘라사드(Vijay Prashad)는 2012년 인도의 자다푸르 대학에서 강연을 했다. 그가 강연 중 “인도는 이란의 인권에 대해서 비판할 수 없다. 인도가 북동 7주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그럴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 인도에서 북동 문제의 해결은 이런 입장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제목인 딜세의 뜻은 ‘가슴으로부터(from the heart)’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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