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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Aam Aadmi Party: 찻잔 속의 태풍(?)

인도 고홍근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어과 교수 2014/02/02

암- 아-드미 당(Aam Aadmi Party: 보통사람의 당, 이하 AAP)은 2013년 12월 델리 지방의회(Delhi Legislative Assembly) 선거에서 총 의석 70석 중 28석을 얻어 2위의 의석을 확보했다. 창당 1년 만에 거둔 놀라운 성과였다. 더 나가서 8석을 얻은 국민회의당과의 연정을 결성하여 델리 시 정부를 장악하는 데 성공하였다. AAP의 이런 약진의 배경에는 ‘부패를 척결하는 새로운 정치’라는 화두(話頭)가 있었다. AAP는 ‘독립 이후 인도 정치는 헌법에 명시된 평등과 정의의 약속을 구현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과거 식민지 시절의 영국인들이 누렸던 억압적인 지위를 지금은 정치 엘리트들이 차지하여 국민들을 예속시키고 있다.’고 전제한다. 따라서 국민은 정치인들이 원할 때를 제외하고는 눈과 귀가 먹은 상태로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이 잘못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임무는 ‘마하트마 간디의 스와라즈(Swaraj: 자치, 여기서는 밑에서부터의 민주주의)를 하나의 교의(敎義)로서 작동시키고 적용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스와라즈가 정부의 정책을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제도와 과정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AAP는 자치, 공동체 형성 그리고 분권화에 중심을 둔 스와라즈를 강조하면서 그것의 실현을 위해 반부패법인 잔 록빨(Jan Lokpal)의 입법, 거부권(Right to Reject) 및 국민소환권(Right to Recall)의 도입, 정치적 분권화(Political decentralisation) 등 네 가지의 기본정책을 제시하였다. 이 정책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거부권’이다. 여기에서 거부권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통령의 법률거부권 등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즉, 현재의 투표제도에서는 후보자 중의, 그 후보자들이 부패했거나 범죄자이건 간에 상관없이, 한 명을 거의 강제적으로 골라야 한다. 물론 기권하거나 무효표를 만드는 소극적 저항도 가능하지만, 이것은 투표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들뿐만 아니라 ‘모든 후보자를 반대(Reject All)’이라는 항목, 인도는 전자투표이므로 버튼을 추가하여 유권자에게 새로운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모든 후보자를 반대’를 선택한 유권자가 반수를 넘는다면 그 선거는 무효로 하고 1개월 이내에 새로운 선거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매우 흥미로운 발상인 동시에 공감이 가는 면이 있기도 하다.

AAP의 정강은 의회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국민의 직접참여정치, 간디식 사회주의(Gandhian Socialism)의 이상 그리고 대중영합적인 현실주의가 교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따라서 AAP가 이념적으로 좌편향인가 우편향인가를 구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들 자신도 ‘우리는 이념에 경도되지 않는다. 현재의 정치체계를 바꾸기 위해 정치에 들어왔다. 좌파건 우파건 간에 우리에게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그것을 기쁘게 빌릴 것이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AAP가 지난 12월 델리 지방의회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은 훌륭한 정강 때문만은 아니었다. 

2013년 초 델리의 전기료와 수도료는 2년 전보다 두 배 이상 폭등하여 이 요금들을 내기 위해서는 빚을 내야 한다는 불만이 널리 퍼져 있었다. AAP는 이미 창당 직전인 2012년 10월부터 이 문제를 제기했었지만, 그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그러나 2013년 3월 AAP의 전국위원장(National Convener)인 께즈리왈(Arvind Kejriwal)이 델리의 대표적인 저소득층 거주구역인 순다르 나그리(Sundar Nagri)에서 수도료와 전기료 납부를 거부하는 무기한 단식을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의 주장은 ‘요금 폭등은 델리 정부와 전력 및 수도공급회사 간의 유착으로 비롯된 부패 때문이므로 연방정부 회계감사관의 감사가 필요하고 그것이 끝날 때까지 받은 청구서들을 불태워 버려라!’ 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 주장이 어느 정도의 타당성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불과 5일 동안 30만 명의 델리 시민이 께즈리왈의 단식을 지지하는 서명에 참여했다. 2주일 동안 계속된 께즈리왈의 단식에서 AAP는 ‘가난한 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는데도 성공하였다. 

같은 해 6월 델리 정부는 오토-릭샤(Auto-Rickshaws) 외부에 붙은 불법광고판들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원래 오토-릭샤의 외부에는 바가지요금, 승차거부 등을 신고하는 전화번호(Help Line)가 명기되어 있어야 하지만 운전사들이 그 자리에 광고판을 붙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AAP는 델리 정부의 단속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비헌법적 폭거’라고 비판하면서 오토-릭샤에 AAP의 선전포스터를 붙이라고 운전사들에게 권유했다. 물론 부과되는 벌금은 AAP가 대신 내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수입 일부분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던 오토-릭샤 운전사들은 AAP의 제안에 환호했고 그에 따라 모두 7만 대의 오토-릭샤 중 1만 대가 AAP의 요구에 따랐다. AAP는 비교적 저렴한 방법으로 효과적인 홍보를 누릴 수 있는 영리하기보다는 영악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성장한 AAP는 델리 지방의회 선거에서 놀라운 약진을 하였다. 델리 정부를 장악한 AAP가 시민들에게 제시한 첫 선물은 2014년 1월 1일부터 전기요금의 50% 감면, 가구당 매월 2톤의 수돗물 무료공급이었다. 선거 공약을 지키는 훌륭한 자세였지만 문제는 그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느냐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기료를 절반으로 감면한다면 연 400억 루피(약 8,000억 원)가 국고에서 지급되어야 하는데 이 금액이 단순히 정부와 기업 간의 유착과 부패를 추방한다고 해서 충당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AAP의 전국위원장인 께즈리왈에 대해 잠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께즈리왈은 이 정당의 산파일 뿐만 아니라 ‘께즈리왈 = AAP’라고 불릴 정도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1968년 델리와 인접한 하리야나(Haryana)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고등교육을 받은 전기기술자였으므로 북부인도의 여러 도시를 전전하며 생활해야 했지만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났다. 그는 카라그뿌르(Kharagpur)의 II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따따 제강(Tata Steel)에서 3년 동안 근무했다. 그러나 기술자로 사는 삶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국가공무원시험( Civil Services Examination) 준비를 이유로 퇴사하였다. 1995년 시험에 합격한 그는 세무공무원으로서 새 출발을 했지만 2000년에 상급교육을 위한 2년간의 유급휴직을 허가받는다. 이 당시의 조건은 복직 후 3년 동안의 의무근무이었지만 께즈리왈은 18개월만, 그것도 단속(斷續)적으로 근무한 후 사표를 제출하였다. 정부는 그의 사표를 수락하지 않았고 2007년 휴직 기간의 봉급을 반환하라고 요구하였다. 께즈리왈은 이것을 거부하였고 결국에는 그의 재산을 압류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는 후에야 약 90만 루피의 봉급을 반환하였다. 

께즈리왈이 시민운동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1999년 시민들의 세무행정에 대한 고충을 돕는 빠리와르딴(Parivartan: 변화)운동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그가 2005년 RTI(Right to Information: 정보공개법)의 제정에도 일정 부분 이바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2011년 안나 하자레가 주도한 반부패운동에 핵심참모로 참여하면서 널리 이름이 알려졌다. 시민단체 측의 반부패법안인 잔 록빨의 기초위원이었고 소위 ‘하자레 팀(Team Hazare)’의 대변인 역할을 했었다. 2012년 께즈리왈이 정치에 참여할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하자레 팀에는 분열이 생겼다. 하자레는 어디까지나 시민운동은 탈정치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고, 께즈리왈은 직접적인 정치참여 없이는 반부패운동이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하자레 팀은 분열되었고 하자레는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선거운동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께즈리왈과 그의 추종자들의 정치참여를 인정하였다. 이 분열에 대해 일부에서는 께즈리왈이 정치적 야심 때문에 하자레를 이용한 것이라고 공격하고 그 반대편에서는 오늘 날 하자레의 위상을 구축한 것은 께즈리왈이므로 이용한 것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이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AAP가 델리정부를 장악한 현재의 시점에서는 께즈리왈의 승리로 보인다.

앞에서 이야기한 전기료와 수도료 감면을 제외하고도 께즈리왈은 지나치게 선동적이고 전시(展示)적이다. 지난 1월 17일 델리 시 법무장관인 바르띠(S. BhartI)는 자신의 지역구 주민이 옆집의 우간다(Uganda) 국적의 여성들이 마약과 매춘 혐의로 신고했다는 이유로 델리 경찰에게 체포를 명령했다. 그러나 델리 경찰은 영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그 명령을 거부했다. 이에 바르띠와 그의 추종자들은 한밤중에 그 여성들의 집을 포위하고 위협했으며 마약검사를 위한 소변 제출을 강요했다. 인종차별적인 희롱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사건은 많은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여론이 불리해진 것을 깨달은 께즈리왈은 진상조사나 사과 대신에 오히려 델리경찰 관계자 4명의 정직을 연방 내무장관에게 요구했다. (참고로 델리 경찰은 연방정부 소속이다.) 내무장관은 진상조사를 약속했지만 께즈리왈과 그의 각료들은 1월 20일부터 델리 한복판의 내무부 건물 앞에서 33시간 동안 거리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이 사건에 대해 인도인 사이에서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와 시민저항’이라고 찬양하는 측과 ‘길거리에서 어슬렁대지 말고 시 행정에 전념하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께즈리왈에게 불리한 것만은 틀림없다. 그간 께즈리왈과 AAP에 대해 중립적인 사실 보도에만 치중했던 인도 언론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판 논조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도 그것을 증명해 준다. 한마디로 께즈리왈과 그의 각료들의 이번 점거농성은 자신들이 어떤 위치에 있고 또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정치적 길치’의 행위와 다름없었다.

AAP가 현재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3개월 후에 시행될 총선거에서의 역할 때문이다. 일부에서 기대에 찬 예상을 하는 것처럼 AAP가 인도 정치를 변화시키는 태풍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변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첫째, 인도 정치문화는 이념이나 이상보다는 지역주의와 카스트에 의해 횡적・종적으로 지배되고 있다. 대도시 일부에서는 AAP가 유리할 수도 있지만, 전체 인구의 70%가 거주하는 농촌의 투표성향은 지역적 이익 그리고 카스트적 연계가 가장 큰 변수가 된다.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AAP가 제시한 바가 전혀 없다. 둘째, AAP의 당 상징은 ‘빗자루’이다. 한 마디로 인도의 부패를 싹 쓸어버리겠다는 의미이다. 부패 없는 세상은 누구나가 꿈꾸는 것이지만 ‘반부패’라는 강령만으로 선거에서 이기기는 어렵다. 특히 지난 12월 비록 불완전하지만, 반부패법이 연방의회를 통과하였기 때문에 AAP가 가진 투쟁의 동력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현재 국민회의당과 BJP가 AAP를 무시하는 전술을 쓰는 것도 이 한계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셋째, AAP는 2014년 총선거에 모두 300명의 후보자를 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델리 이외의 지역에는 기반이 없는 AAP로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작년 델리 지방의회 선거 당시 께즈리왈과 당 집행부가 공천 대가로 한 후보자당 2천만 루피를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또 70명의 ‘엄선되고 검증된 후보자’를 내었다고 호언장담하였지만 선거 기간에 일부 후보자들과 당 관료가 선거자금 부정모금에 연루되어 현재에도 조사를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좁은 델리에서조차 이런 스캔들이 발생했는데 여러 개의 주에 걸쳐 수천 명에 달할 후보신청자들을 검증할 능력이 AAP에 있을까? 현재 어떤 정치적 업적도 없이 이미지 하나에만 의존해야 하는 AAP의 후보자 선정에 부정이 개입된다면 그것은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 넷째, 지난 델리지방선거에서 AAP의 득표율은 전체 투표자의 29.49%였다. 신생정당인 AAP의 득표율이 30%에 가깝다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지만 이것이 지역주의와 카스트로부터 비교적 자유스러운 델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지방선거 승리의 원동력이었던 대중영합주의에 의존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 전기료와 수도료의 감면 등 실생활과 밀접한 공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70%의 유권자가 다른 정당을 선택하였다는 사실이 대중영합주의의 한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섯째, AAP의 정책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스와라즈’, ‘분권화’ 등은 인도 국민들이 싫증이 날 정도로 들어온 이야기이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듣고 싶어하는 것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어떻게 타개하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테러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이며 또 횡행하는 성폭행에서 어떻게 여성들을 보호할 것인가 등이다. 현재와 같이 뜬구름 잡는 식의 구호만을 가지고는 일시적인 주목을 끌 수는 있을지 몰라도 국민들을 감동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16차 총선거에서 AAP의 성과를 감히 예측한다면, 아주 낙관적으로 본다고 해도, 델리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지방정당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AAP에게는 자금도 시간도 그리고 조직도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께즈리왈을 비롯한 AAP 지도자들에게는 전국적인 규모의 선거를 이끌어 갈 선견지명이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부 기대와는 달리 AAP의 활약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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