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톺아보기②: 경제 주체로서의 인도 여성의 위치
인도 KOTRA 2020/12/07
- 여성의 경제 참여에 대한 부정적 인식 팽배하나 점차 변화 예상 -
- 주요 소비 주체로 부상하는 여성의 소비코드 이해 노력 필요 -
인도 톺아보기 시리즈문화적으로, 지리적으로 인도는 한국에서 멀다. 뉴스에서 접하는 제한된 정보로 인도에 대한 이미지 또는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 잘못 아는 것은 모르는 것보다 위험하다. 한국과 인도의 보다 나은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서 인도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하나씩 들여다보고 실제 현재 인도의 상황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남녀 간의 문제, 젠더이슈(Gender Issue)는 인도에서도 첨예한 사안이다. 실제 인도의 여성의 경제 참여 정도, 이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어떠한지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그러나 해당 정보에 대한 인지는 현재 또는 미래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의사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생산주체로서의 여성뿐 아니라 소비주체로서의 여성의 가정 내 지위 등에 대한 고찰은 마케팅 측면에서도 반드시 인지해야 할 사항이다. 해당 보고서를 통해 이에 대해 한 발짝만 더 깊이 들어가 보고자 한다.』
인도는 그간 전통적인 가부장적 관념을 견고히 유지해온 반면, 힌두사상 관점에서의 여성은 가정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자산 및 기타 재정 문제를 관리하는 권한을 소유하고 있는 주체이다. 이는 곧 기업의 궁극적인 타깃 고객으로서 여성 소비자의 중요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 인도 여성의 소비패턴은 생필품 및 식료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에어컨, TV, 냉장고 등의 대형가전을 구매하는 여성 소비자 비율도 50%를 상회한다. 그간 남성이 소비 대부분을 차지했던 주류제품에서도 여성의 소비량이 7년 사이 38% 이상 증가하는 등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여성 소비자는 주로 소매점이나 여러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제품을 비교하고 이와 같은 정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건강과 웰빙에 대한 인식도 소비패턴 다변화의 요인 중 하나이다.
반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도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위나 인권은 지극히 부정적이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종교·문화적 자유나 기회를 박탈당하고 불평등한 교육 기회와 계급 구조에 국한되는 인도 여성의 이미지가 만연하다. 전통적으로 인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았던 것은 사실이나 인도에서도 의식 수준이 향상되고 디지털 기반의 발전이 전개되면서 계급이나 성별 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오히려 여성은 새로운 소비주체이자 가정 내의 주요 결정권자로서 기업의 궁극적인 마케팅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인도 경제는 발전하나,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은 낮아지는 기현상
인도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중은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해왔다. 1991년 경제 개방 이후 인도 GDP는 약 6~7% 증가하며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개선되고 이로 인해 여성의 교육 기회도 많아졌으나 정작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LFPR)은 2005년 42.7%에서 2018년 23.3%로 감소했다. 비슷한 시기에 방글라데시의 GDP가 5.6% 상승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24%에서 36%로 더불어 성장했다는 점을 보더라도 당시 인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인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전통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별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LFPR) (2018년)
(단위: %)
자료: 현지 언론 보도(Economic Times)·KOTRA 뭄바이 무역관 재편집
1) 고용 불균형과 소득 증가에 따른 영향
2012년 이후 인도의 노동 가능 인구는 6년간 약 1억2800만 명 증가했다. 그중 남성의 경제활동 참여율(LFPR)은 55%를 웃돌며 안정적으로 유지된 반면, 여성 노동 인력 규모는 오히려 2180만 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곧 경제 발전으로 고용 창출은 발생하고 있으나 그 규모가 여성과 남성 인력을 모두 포용할 정도로 크지 않아 주로 남성 노동력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소득 증가에 따라 발생하는 효과도 크다. 국가 전반적인 경제 수준이 증가할수록 도시의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은 소폭 증가하거나 변동폭이 크지 않은 반면, 농촌지역의 경우 가파르게 감소했다. 임금이 상승할수록 노동 공급 시간은 줄고 이외 활동에 투자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소득효과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농촌지역에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 인력의 교육 수준은 초등 교육에 그치거나 그 이하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종사 직종도 전문직이나 기술직이 아닌 노동 집약적이고 생산성이 낮은 직업에 국한돼 있다.
이처럼 인도 인구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농촌지역 인구의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의 감소폭이 커질수록, 도시지역에서 소폭 증가하더라도 국가 전반의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 감소세를 반등시키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오히려 인도 경제가 향후 안정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 증가가 발생했을 때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 농촌지역의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은 2004년 이후 경제 발전이 전개될수록 그 감소폭이 점차 완만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도시지역의 증가분이 전반적인 감소세를 상쇄할 수 있을 만큼 크지 않지만 향후 여성의 경제활동이 차순위로 여겨지는 인식이 개선되고 국가 전역에 걸친 디지털 기반 발전으로 농촌지역의 직종도 전문화되며,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증가할수록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상승 곡선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도별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LFPR) 추이
(단위: %)
자료: NSSO·KOTRA 뭄바이 무역관 재편집
인도 농촌지역의 교육수준에 따른 여성 경제활동참여인구
(단위: 명)
주: 여성 인구 1000명당 노동인구
자료: IndiaSpend·KOTRA 뭄바이 무역관 재편집
2) 성별에 따라 상이한 교육구조
인도 국가표본조사기구(NSSO)에 따르면 인도 여성이 종사하는 직종은 주로 재택 기반이거나 노동 집약적이며, 생산성이 낮은 분야에 집중돼 있다. 회계연도 2017/18년을 기준으로 농업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남성의 비율은 약 40년 전과 비교해 25% 이상 감소했으나 여성의 경우 감소치가 15%에 미치지 못한다. 도시지역일수록 서비스 직종이 점차 유망 분야로 떠올랐으나 이마저도 여성의 경우 근무 직종이 교육 및 간호와 같은 분야에 국한돼 있어 경력 개발의 범위가 한정적이다. 전반적인 국가 교육 수준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이 체계적인 기술 및 전문교육 중심으로 성장한 반면, 여성은 생산성이 낮고 노동 집약적인 수공예나 농업 중심의 교육에 의존해왔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일례로 10년 이상의 교육을 받은 남성의 경우 엔지니어, 장비 담당자, 판매 대리인, 건축가, 운전자 등 다양한 직종에 취직이 가능한 반면, 여성의 경우 성별에 따른 직업적 차이가 고착화돼 있기 때문에 쉽게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3) 문화적 고정관념
전통적인 가부장적 관념과 같이 인도 여성은 자녀 양육과 가정을 관리하는 주요 책임자로 여겨진다. 또한, 인도에서는 혼인 후에도 남편의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풍습이 만연한데 이러한 경우일수록 여성이 경제활동 일선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인도에서는 여성이 경제활동을 나선다는 것은 가정의 사회적 지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통계에서도 볼 수 있는데, 소수민족이나 낮은 카스트의 가정의 여성들보다 일반 가정의 여성들의 경제참여율이 더 낮다. 즉, 남성이 충분한 소득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가정의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한다는 후진적인 인식이 아직도 팽배하다. 물론 이런 인식은 도시지역보다는 농촌지역에서 더 강하다.
인도 사회적 계층에 따른 여성인력 경제활동 참여 비율
(단위: %)
주: 지정 부족/카스트/소외계급은 사회적 약자로서 정부가 보호를 위해 지정한 집단을 의미
자료: Periodic Labour Force Survey(PLFS)·KOTRA 뭄바이 무역관 재편집
인식 개선 및 제도적 지원을 위한 정부 정책
오늘날에도 인도 여성이 가사 노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남성에 비해 577% 높다. 이는 성별에 따른 직업적 차별과 인식 때문만이 아니라 가정에서의 여성의 경제참여를 위한 배려나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외부 경제활동에 참여한다고 집안일을 남편과 나눠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 인도 정부는 이렇게 안팎으로 힘든 여건에서도 경제에 참여하고자 하는 여성들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차례로 도입하고 있다.
인도 정부의 여성 사회보장제도
자료: 각 부처 홈페이지 및 KOTRA 뭄바이 무역관 자료 종합
주요 소비주체로서 부상하는 여성
인도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아직 미비한 수준이나 그렇다고 해서 비즈니스 타깃 설정에 있어서 여성 소비자를 뒷전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도 여성 임금이 남성 평균에 비해 낮은 것 사실이지만 이러한 부분이 구매력의 차이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개인 은행 계좌를 소유하고 있는 여성의 비율도 지난 6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도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플립카트(Flipkart)가 자사 구매현황을 파악한 결과, 여성 고객의 구매율이 월등히 높았으며, 해당 사는 이에 맞춰 패션 및 가정용품 판매를 확장했다. 인도 최대 규모의 유통기업인 퓨처그룹(Future Group)도 기존에는 주로 남성이 의류나 신발 등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해당 분야 매출이 여성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을 만큼 역할이 뒤바뀌고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여성 소비자의 구매패턴은 특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자상거래나 온라인 유통 기업의 기존 고객은 주로 남성이었으나 전반적인 디지털 접근성이 강화되고 여성의 인터넷 이용률도 급증하면서 여성이 주력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판매 분야도 전자기기나 가전제품에서 화장품, 뷰티, 악세서리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인도 여성 소비자의 경우 디지털 마케팅 측면에서 사회학적 언어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례로, 인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색감을 묘사하는 단어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보라색, 파란색 대신 ‘라벤더’,‘아쿠아 마린’등의 생생하고 다양한 색채 묘사가 여성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데 효율적이다. 또한, 국가와 문화에 따라 색상을 묘사하는 방법이 다르므로 번역 시 이에 대한 면밀한 고려 또한 필요할 것이다. 광고에서도 여성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수요의 중심에도 여성 소비자가 자리 잡고 있다. 미용실이나 네일샵 등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홈케어로 눈을 돌리면서 스스로 간단하게 관리할 수 있는 미용 제품의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화장품 중에서도 스킨케어 키트나 헤어케어 제품, 네일 관련 용품의 판매가 대폭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닐슨(Nielsen)에 따르면, 인도 일상소비재(FMCG) 시장은 전국적인 봉쇄조치 이후 약 3개월 만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는데, 이는 헤어 염색 제품이나 스킨 케어 등을 포함한 뷰티 부문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 인터뷰 및 시사점
인도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지원단체인 ENSS (Ekal Nari Shakti Sanghathan)의 창립자 Ginny Shrivastava는 KOTRA 뭄바이 무역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부 인도 가정 내에서는 지금까지도 딸이 대학을 진학하거나 취직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사회적 차별에 대해 언급했다. 그간 가부장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단일 국가체제를 유지해온 인도로서는 이를 한순간에 벗어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나 점차 인식이 개선되고 여성의 사회·경제 참여율도 확대되는 등의 현재 진행 중인 변화에 집중해야 함은 분명하다.
분명 인도에서는 아직도 사회적인 여성의 지위가 남성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나 인도도 이제는 고착화된 인식의 틀을 깨고 변화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아울러, 인도는 종교적·문화적으로도 특징적인 요소가 다분하므로 이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기가 어렵다. 특히, 인도 여성과 비즈니스를 할 때에는 여성의 의상이나 종교적 전통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야 하거나 인도 대중교통 상황을 감안해 늦은 시간에 회의를 하거나 근무하는 것을 지양하는 등 고려해야 하는 문화적 차이가 있으므로, 이러한 부분을 숙지하는 것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인도브랜드자산재단(IBEF), Periodic Labour Force Survey(PLFS), Primary Research, Statista, NSSO, Deloitte, Lionbridge, 현지 언론 보도 종합(Times of India, Economic Times, Business Standard, Youstory, IndiaSpend 등) 및 KOTRA 뭄바이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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