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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방글라데시, 정부 부정부패와 실책 보도한 기자들 위험에 처해

방글라데시 EMERICs - - 2023/04/07

☐ 방글라데시에서 정부에 비판적 보도한 기자들 위험 처해

◦ 정부 부정부패 폭로한 탐사보도 기자의 가족, 괴한의 습격 받아
- 방글라데시 총리와 정부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한 언론인 줄카르나인 사르 칸(Zulkarnain Saer Khan)의 형제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Dhaka)에서 네 명의 남성에게 쇠막대로 구타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23년 3월 23일 사르 칸 기자의 동생인 마히누르 칸(Mahinur Khan)은 식료품을 사러 나갔다가 정체불명의 남성 4명에게 린치를 당했는데, 마히누르 칸은 남성들이 사르 칸이 총리와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썼냐고 질문하면서 쇠막대로 자신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 줄카르나인 사르 칸 기자는 언론사 알자지라(Al Jazeera)의 탐사보도팀(I-Unit)의 일원으로, 2021년 2월 방글라데시 경찰과 결탁한 범죄 조직이 셰이크 하시나(Sheikh Hasina) 방글라데시 총리와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를 폭로한 기사 ‘총리의 남자들’ 제작에 참여했다. 사르 칸 기자는 ‘총리의 남자들’ 공개 이후 안전한 곳에 도피해 있었으나, 가족들은 다카에 남아있다 이번 공격의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 칸 기자는 형제의 소식을 듣고 이번 공격으로 자신을 겁주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 방글라데시의 높은 식료품 가격 보도한 기자, 디지털보안법으로 체포
- 한편 방글라데시 경찰은 방글라데시의 식품 가격 상승을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한 주요 일간지 기자를 체포했다. 2023년 3월 29일 새벽 방글라데시 현지 언론인 프로톰 알로(Prothom Alo)의 특파원인 샴수자만 샴스(Shamsuzzaman Shams) 기자는 다카 인근의 공업도시에 있는 자택에서 연행됐다. 이는 여당인 아와미 연맹(Awami League)의 지역 지도자가 3월 26일 프로톰 알로에서 발행된 샴스의 기사를 문제 삼으면서 시작됐다. 방글라데시의 독립기념일에 발행된 해당 기사에는 “식량을 구할 수 없다면 독립이 된들 무엇을 하겠는가, 우리는 쌀과 생선, 고기의 독립이 필요하다”라는 한 일용직 노동자의 발언이 인용됐다. 문제를 제기한 니즈훔 마줌더(Nijhoom Majumder) 변호사는 위 인용이 허위로 작성된 조작된 것이라면서, 하시나 총리의 업적을 깎아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사가 쓰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 샴수자만 샴스와 프로톰 알로는 조작된 허위 인용을 게재했다는 혐의를 부인했다. 프로톰 알로 측은 기사를 홍보하기 위한 페이스북 게시물에 해당 인용구와 기사의 또 다른 취재원의 사진이 함께 게시됐다며 실수를 인정했지만, 거짓 또는 조작된 인용문을 보도한 바는 없다고 단언했다. 프로톰 알로의 편집장 사자드 샤리프(Sajjad Sharif)는 프로톰 알로 측이 샴스에게 제기된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법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샴스에게 적용된 혐의는 총 다섯 가지이며,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7년의 징역형에 처하게 된다. 한편 체포된 샴스 뿐 아니라 프로톰 알로의 편집자 마티우르 라흐만(Matiur Rahman),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보조 카메라맨 등도 비슷한 혐의가 적용돼 고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방글라데시의 디지털보안법, 언론 탄압 근거로 활용돼… 국제사회 우려와 비난 이어져

◦ 언론 탄압과 표현의 자유 억압에 악용되는 디지털보안법… 정부는 탄압 아니라고 강변
- 방글라데시의 디지털보안법(DSA, Digital Security Act)은 온라인에서 표현의 자유 권리를 행사하고 반대 의견을 표현하려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더욱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디지털보안법은 영장 없이 혐의자를 체포·수사할 수 있도록 허용할뿐 아니라, 최대 14년형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어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방글라데시 거버넌스 연구소(Center for Governance Studies)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디지털보안법을 근거 삼아 언론인에게 제기된 소송이 총 138건이며, 기소 인원은 280명, 체포 인원은 84명에 달한다. 
- 이렇듯 방글라데시에서는 디지털보안법 등을 악용한 언론탄압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2023년 3월 24일에는 디지털보안법에 의해 기소 및 체포됐던 술타나 재스민(Sultana Jasmine)이 악명 높은 신속대응대대(RAB, Rapid Action Battalion)에 구금되었다가 뇌에서 출혈이 발생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2월 20일에는 다카 주정부가 방글라데시 주요 야당인 방글라데시 민족주의당(BNP, Bangladesh Nationalist Party)이 운영하는 당 신문 다이닉 딘칼(Dainik Dinkal)을 폐간하기도 했다. 더 앞선 2023년 1월 말에도 방글라데시 정부는 ‘반국가적 뉴스’를 게시한다는 이유로 191개 웹사이트를 차단한 전력이 있다.
- 아니술 후크(Anisul Huq) 방글라데시 법무부 장관은 프로톰 알로 기자 샴수자만 샴스의 체포를 둘러싸고 촉발된 논란에 대해 현 정부가 언론이나 언론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나아가 후크 법무장관은 샴스를 비롯한 프로톰 알로 기자들에게 적용된 절차가 언론인들이 불필요하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채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크 장관은 디지털보안법이 다소 오·남용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이미지를 더럽히기 위해 어린이에게 돈을 주고 인용문을 조작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 국제사회, 방글라데시의 언론 탄압 비판하며 디지털보안법의 즉각적인 적용 중단 촉구
- 국제연합(UN) 인권 최고대표인 볼커 튀르크(Volker Türk)는 샴수자만 샴스의 체포 소식이 전해진 후 즉각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방글라데시의 디지털보안법이 언론인과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체포, 괴롭힘, 위협에 쓰이고, 온라인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막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하며, 디지털보안법 적용을 즉각 중단하고 국제 인권법의 요구 조건에 부합하도록 법 조항을 포괄적으로 개혁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은 방글라데시 측에 법률 개정을 위한 자세한 기술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해 아니술 후크 법무장관은 UN이 보낸 기술 의견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개정이 이루어질 것이지만 디지털보안법이 필수적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 언론 자유를 보호하는 국제기구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 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의 카를로스 마르티네즈 드 라 세르나(Carlos Martinez de la Serna)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샴수자만 샴스를 체포하고 괴롭힌 것은 협박에 가까운 과도한 반응이라면서, 즉시 샴스를 석방하고 비판적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는 데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온 디지털보안법을 악용한 언론인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2020년 한 해에만 250명에 가까운 언론인이 방글라데시 정부 공무원 혹은 관계자에 의해 공격, 괴롭힘, 협박을 당했다. 글로벌 미디어 감시기구인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는 2022년 방글라데시의 언론 자유 지수가 180개 국가 중 162위에 머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특히 방글라데시 집권 여당 아와미 연맹에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인들에 대한 모든 협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 감수 : 권기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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