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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파키스탄의 수출 중심 국가 전략: ‘우란 프로그램’과 ‘중-파키스탄 경제회랑(CPEC)’과의 연계 분석
파키스탄 Karim Khan Pakistan Institute of Development Economics (PIDE) Associate Professor 202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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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경제 회복세 속 구조 전환의 필요성
파키스탄 경제는 2024-25 회계연도 기준 약 2.68%의 완만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있다. 이러한 회복세는 2024년 2월 총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된 데 더해, 총 약 70억 달러(약 9조 6,000억 원) 규모의 IMF 확대기금제도(EFF: Extended Fund Facility) 도입과 그에 따른 환율 유연성 회복, 수입 규제 완화, 재정적자 억제 조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파키스탄 정부는 2024년 12월 '우란 파키스탄 프로그램(Uraan Pakistan Program)'이라는 야심찬 국가 경제 혁신 전략을 출범시켰는데, 동 전략은 수출 중심 경제 전략을 통해 ▲재정 취약성, ▲대외 부문 불균형, ▲IMF 구제금융 의존 등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도입하고자 설계되었다.
아울러 정부는 산업 협력, 농업 개발, 무역 촉진 등을 통해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심화시키고자 중-파키스탄 경제회랑 2단계(CPEC: 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 Phase 2)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CPEC은 중국 신장 카슈가르와 파키스탄 과다르 항을 연결하는 대규모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로, 1차 단계에서는 발전소, 고속도로, 항만, 통신망 등 핵심 기반시설 건설에 집중하여 파키스탄의 전력난 완화와 물류 연결성 개선에 실질적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CPEC 2단계 下 합작 투자 확대, 기술 이전 및 이를 통한 국내 노동력의 지역 연결성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파키스탄의 수출 기반을 확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다시 말해, CPEC 2단계는 ‘우란 파키스탄 프로그램’을 실현하는 전략적 촉매로 기능할 수 있다.
본 보고서는 파키스탄이 구조적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출 중심 성장 전략을 어떻게 추진하고 있으며, 동 과정에서 CPEC 2단계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2. 파키스탄 수출 실적의 한계와 지정학적 기회: 구조적 전환의 출발점
파키스탄은 역사적으로 저조한 수출 실적과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 속에서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에 직면해 왔으며, 해외 송금을 통해 일정 부분 외환 수요를 충족해왔으나, 전체 경상수지 적자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2024-25 회계연도에는 전년 대비 수출이 약 4.7%, 해외 송금이 약 27% 증가하면서 약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의 상품 수출 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가령 세계 시장에서 파키스탄의 수출 점유율은 약 0.12%로, 이는 방글라데시(0.19%), 인도(1.65%), 베트남(1.17%)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또한, 지난 20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율은 평균 약 12.3%에 불과해, 세계에서 수출 의존도가 가장 낮은 10개국 중 하나로 분류되어 있다.
한편, 파키스탄은 지정학적으로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교차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이러한 전략적 입지는 지역 무역 허브로 발전할 수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CPEC와 중앙아시아 지역경제협력체(CAREC: Central Asia Regional Economic Cooperation)* 등 지역 연계 협력체의 확대는 이러한 지정학적 이점을 실질적 수출 확대와 경제 협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2001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주도하여 설립한 지역 경제협력체로 총 11개국(아프가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중국, 조지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몽골,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이 회원국으로 활동
2024년 기준 파키스탄의 CAREC 회원국과의 총 무역액은 약 200억 달러(약 27조 8,000억 원)였으며, 이 중 179억 달러(약 24조 8,000억 원)는 중국과의 교역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파키스탄의 CAREC 내 전체 무역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약 89%)이 절대적임을 보여주며, 중국을 제외한 CAREC 국가들과의 무역 점유율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 2024년 기준 CAREC 회원국 간 무역 비중은 전체 교역의 약 4.1%에 불과한 상황이며, 이는 역내 경제 통합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시사
아울러, 인접한 국가들과의 양자 간 무역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기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인접국 중 최대 교역국) 간 교역은 약 16.7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였으며, 이 중 수출이 약 13억 달러(1조 8,000억 원), 수입이 약 3.66억 달러(약 5,000억 원)를 차지했다. 이어 카자흐스탄(약 3,800억 원), 우즈베키스탄(약 1,700억 원), 타지키스탄(약 390억 원), 아제르바이잔(약 330억 원) 등 과의 교역도 여전히 소규모에 그치고 있으며,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조지아, 몽골과의 연간 무역액은 약 1,000만 달러(약 138억 9,000만 원) 이하로 더욱 미미한 수준이다.
3. 수출 주도형 국가 전략인 ‘우란 파키스탄 프로그램’의 출범 (2024.12월)
‘우란 파키스탄 프로그램’은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구조적 전환을 위해 5E 프레임워크를 중심 축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5E는 각각 ▲수출(Exports), ▲전자정부 및 디지털 경제 전환(E-Pakistan), ▲환경 및 기후변화 대응(Environment and Climate Change), ▲에너지 및 인프라 개발(Energy and Infrastructure), ▲형평성과 권한 부여(Equity and Empowerment)를 의미한다. 동 전략은 효율적인 에너지 시스템 구축, 환경적 지속가능성 확보, 포용적 성장의 실현을 기반으로, 수출 확대와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란 파키스탄 프로그램의 이행은 파키스탄 국가경제혁신단(NETU: National Economic Transformation Unit)이 총괄하고 있으며, NETU는 2035년까지 1조 달러(약 1,381조 6,000억 원), 2047년까지 3조 달러(약 4,144조 8,000억 원)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해 파키스탄을 '아시아의 호랑이'로 도약시키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수출 주도 성장은 파키스탄의 반복되는 구조적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해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중국, 인도 등 아시아의 신흥 경제국들이 보여준 성장 경로는 모두 수출 중심 전략을 기반으로 한 성공 사례로, 파키스탄도 이들 국가의 경험을 벤치마킹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자 한다.
2024-25 회계연도 기준 파키스탄의 총 수출은 321억 달러(약 44조 3,000억 원)를 기록하였으며, 2025-26년에는 전년 대비 약 9% 증가한 350억 달러(약 48조 3,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실현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전제 조건으로는 ▲국내 정세 안정, ▲안보 상황 개선, ▲인적 자원 개발, ▲거버넌스 및 입법·정책 개혁, ▲산업화 및 투자 촉진, ▲농업 현대화 등이 지목되고 있는데, 이는 곧 우란 파키스탄 프로그램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4. CPEC 2단계: 우란 파키스탄 프로그램의 전략적 수단
가. CPEC 2단계와의 연계 ① : 산업 협력과 특별경제구역(SEZ) 지정
CPEC 2단계는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이며 기후 회복력이 강한 성장’(Sustainable, Inclusive, Climate Resilient Economic Growth)을 강조하는 우란 파키스탄 프로그램의 거시적 목표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으며, 특히 산업 협력, 사회경제적 발전, 농업 진흥, 무역 촉진, 지역 연결성 강화를 중심으로 하며, 인프라 구축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기 과정에서 특별경제구역(SEZ: Special Economic Zone)은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적 도구로 작용하고 있는데, 실제 파키스탄 정부는 총 35개의 SEZ를 개발할 예정이며, 이 중 9개는 CPEC 프로젝트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구역(Priority SEZ under CPEC)이다.
※ 파키스탄의 SEZ는 (1) CPEC 프레임워크 하에 중국과 공동으로 추진되는 SEZ와, (2) 파키스탄 정부가 CPEC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SEZ로 구분
일반적으로 SEZ는 조세 감면, 수출 가공 특혜, 산업단지 기반시설 지원, 면세 제공 등 재정·절차적 인센티브를 동반한 산업 클러스터 전략으로 설계된다. 하지만, 이러한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파키스탄의 산업화, 합작 투자 유치, 기술 이전 등의 성과는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불안한 안보상황, ▲기업 친화적이지 않은 제도 및 환경, ▲복잡한 행정 절차 등의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나. CPEC 2단계와의 연계 ② : 농업 현대화와 기술 통합
CPEC 2단계의 두 번째 축은 농업 부문의 기술 혁신과 현대화라고 할 수 있다. 농업은 여전히 파키스탄 경제의 중요한 기반이며, 생산성 향상과 식량 안보는 물론, 수출 가능 품목 확대에도 핵심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정부는 농민 대상 기술 교육 확대, 기술 기반의 정밀 농업 도입, 스마트 관개 시스템을 통한 수자원 효율화, 드론 기반 작물 감시, 디지털 농업 솔루션 등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아울러, 농촌 인프라 확충, 중국식 협동 농업 모델의 적용, 금융 서비스 접근성 확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농민-시장 간 직접 연결 등은 내수 안정과 수출 확대를 동시에 도모하는 전략적 조치로 간주된다.
다. CPEC 2단계와의 연계 ③ : 무역 촉진과 지역 연결성 강화
무역 확대 및 지역 경제 통합은 CPEC 2단계를 통한 전략적 효과 중 가장 핵심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와의 연계 하에 중앙아시아, 중동, 유럽, 서아프리카 등지로의 시장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상품 수출 증가뿐 아니라 물류 및 통과 시설 사용에 따른 임대 수익 확보도 가능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파키스탄은 역사적으로 ‘지역 무역의 관문(Gateway for Regional Trade)’으로 평가받아 왔으며, CPEC는 이러한 전략적 이점을 실질적인 경제 연결성으로 전환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역 회랑 기능의 강화는 단기적인 수출 확대를 넘어, 중장기적으로는 산업화 기반 조성과 다자간 경제 통합을 견인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5. 정책적 과제와 구조 개혁 방향
‘우란 파키스탄’ 비전이 제시하는 특별경제구역(SEZ) 기반의 산업화, 기술 집약적 농업 생산성 제고, 무역 촉진과 지역 연결성 강화는 파키스탄 경제 전환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목표는 단순한 성장 추구를 넘어,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수출 주도적인 발전 경로를 구축하고, 빈곤 완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산업화는 1960년대 이후 구조적 비효율성, 왜곡된 보호 정책, 고비용 에너지 구조, 정치화된 가격 체계 등으로 지속적인 제약을 받아 왔다. 실질적인 산업 전환을 위해서는 보조금 체계의 점진적 폐지와 더불어, 전력 및 가스 요금에 대한 한계비용 기반 가격 책정(marginal cost pricing)* 도입이 필수적이다. 또한 섬유,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등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중국·베트남·인도 등과의 글로벌 제조 경쟁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 제품이나 서비스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기준으로 가격을 설정하는 방식
파키스탄 내 SEZ의 경우, 개발과 운영 전반에 걸쳐 조직적 비효율성이 누적되어 있는 상황이며, 단순한 재정 인센티브만으로는 투자 유치에 한계가 있다. 구체적으로, 높은 사업 비용, 토지 취득 부담, 복잡한 세금 및 규제 체계, 그리고 불안정한 거시경제 정책 프레임워크는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은 ▲안보 상황 개선, ▲관세 및 행정절차 간소화, ▲규제의 일관성과 투명성 확보, ▲투자자 편의를 중심에 둔 비즈니스 환경 조성 등의 핵심 구조 개혁 과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해안 산업지대 개발은 수출 확대를 위한 전략적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과다르(Gwadar), 카라치(Karachi), 포트 카심(Port Qasim) 등 해안 지역은 풍부한 전력 인프라를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공급이 가능하며, 이는 대규모 제조업 유치 및 수출 지향형 산업 클러스터 형성에 있어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농업 현대화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드론 기반 정밀 농업, 스마트 관개 시스템, 농민 대상 기술 교육, 농업 금융 접근성 확대, 그리고 전자상거래를 통한 유통 플랫폼 구축 등은 농업 생산성 제고와 더불어 수출 가능 품목의 다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주요 수단이다.
마지막으로, 금융기술(FinTech) 확산과 디지털 경제 활성화도 중장기적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디지털 결제 생태계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시대에 뒤처진 규제 환경이 혁신 확산의 장애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디지털 금융의 보급은 자금 접근성을 개선하고, 특히 중소기업 및 청년 창업자에게 새로운 경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만큼, 규제 혁신과 생태계 확장 정책이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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