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중국-파키스탄-방글라데시 정상회담의 전략적 의미
방글라데시 김형석 EC21R&C 연구원 202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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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쿤밍에서 개최된 첫 3자 정상회담의 배경과 의의
o 제9차 중국-남아시아 박람회 및 제6차 중국-남아시아 협력포럼 계기로 개최
- 2025년 6월 19일, 중국 쿤밍(Kunming)에서 중국,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간 최초의 3자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는데, 동 회담에는 쑨웨이둥(Sun Weidong) 중국 외교부 부부장, 임란 아흐메드 시디키(Imran Ahmed Siddiqui) 파키스탄 외교부 아태 담당 차관보, 루훌 알람 시디케(Md. Ruhul Alam Siddique) 방글라데시 외교부 차관이 직접 참석하였으며, 암나 발로치(Amna Baloch) 파키스탄 외교부 차관은 화상으로 참여함. 이는 중국이 남아시아 지역에서 추진하는 두 번째 3자 대화체로, 지난달 중국-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진행된 회담임.
- 쑨웨이둥 부부장은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를 '중국의 좋은 이웃이자 친구, 파트너'로 규정하며, 양국이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협력 사업의 핵심 파트너임을 강조함. 특히, 3국 간 협력이 “3국 국민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며 지역의 평화, 안정, 발전, 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함.
o 복잡한 국제 정세 속 3국간 전략적 협력 강화 모색
- 이번 회담은 이스라엘-이란 갈등 고조, 인도-파키스탄 간 긴장 관계, 미얀마 내전 등 복잡한 국제 및 지역 정세 속에서 개최됨.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따른 경제적 충격과 남아시아 지역의 불안정성 증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3국은 상호 협력을 통한 대응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평가됨. 또한, 인도와 파키스탄은 자국 영토 내 분리주의 운동(인도: 잠무·카슈미르, 차티스가르, 마니푸르 /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카이베르파크툰크와)에 대응하고 있어, 지역 내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임.
- 이번 회담에서는 무역·투자, 농업, 디지털 경제, 해양과학, 환경보호, 교육, 녹색 인프라, 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이 논의됨. 중국과 파키스탄은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합동실무그룹 설치를 제안하였으며, 3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동 협력이 어떠한 제3자를 겨냥하지 않는다”고 강조함.
☐ 3국 협력체제 구축의 전략적 함의
o 중국-파키스탄-방글라데시 3각 협력의 지정학적 의미
- 3국 간 협력체제는 1960년대 중반 중국-파키스탄 동맹 체제의 현대적 부활로 해석되는데, 당시 동파키스탄(현 방글라데시)은 파키스탄의 일부로서 인도 견제를 위한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었으며, 파키스탄 정보기관은 동파키스탄 영토를 활용하여 미조(Mizo), 나가(Naga) 등 인도 북동부 반군 세력을 지원한 바 있음. 그러나 1971년 방글라데시의 독립으로 3각 협력 구도가 약화되었으며, 1970년대 후반 방글라데시의 중국, 파키스탄과의 관계 개선 시도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3각 협력 체제는 구축되지 않았음.
- 현재 중국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와 포괄적인 정치·경제·군사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특히, 양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음. 또한, 2025년 들어 방글라데시-파키스탄 간 고위급 교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방글라데시 군사 대표단의 파키스탄 방문 및 아심 무니르(Asim Munir)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과의 회담, 카라치 연안에서 진행된 파키스탄 주도 해상훈련에 방글라데시 해군의 참여 등이 이루어짐.
o 인도 견제를 위한 3국의 전략적 이해관계 일치
- 중국의 입장에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와의 관계 강화는 인도에 대한 전략적 압박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 파키스탄의 경우, 중국, 방글라데시와의 지정학적 3각 협력을 통해 인도와의 군사력 격차를 상쇄하고 국제적 위상을 제고할 수 있으며, 특히, 방글라데시는 인도 국가안보에 있어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바, 파키스탄과 중국은 방글라데시를 통해 인도 북동부 지역을 견제하고자 함.
- 방글라데시의 경우, 2024년 8월 정부 교체 이후 인도와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됨. 무하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주도의 과도정부는 셰이크 하시나(Sheikh Hasina) 前 총리의 인도 망명을 비판하며 동인의 송환을 요구하였으나, 인도는 이에 대해 공식 답변을 하지 않고 있음. 양국 간에는 국경 충돌 및 민간인 강제 송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언론을 통한 상호 비난전도 격화되고 있음.
☐ 방글라데시의 신중한 입장과 향후 전망
o 합동실무그룹 참여 거부로 드러난 방글라데시의 비동맹 정책 유지
- 한편, 방글라데시는 중국, 파키스탄이 제안한 합동실무그룹 설치에는 동의하지 않았는데, 이는 방글라데시가 중국, 파키스탄과의 협력을 강화하되, 전통적인 비동맹 정책을 유지하고 공식적인 동맹 관계 구축은 지양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줌. 실제로 자심 우딘(Jashim Uddin) 방글라데시 외교부 차관은 지난 4월 파키스탄 측과의 회담에서 1971년 독립전쟁 당시 자행된 전쟁범죄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등 양국 간 미해결 문제를 제기한 바 있음.
- 방글라데시의 이러한 입장은 지리적 위치, 군사·전략적 상황, 경제적 현실 등을 고려한 것으로 평가됨. 특히, 2010년대 인도와의 안보 협력은 아삼(Assam) 등 인도 북동부 지역의 안정화에 크게 기여한 바 있어, 방글라데시는 인도와의 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음.
o 국내 정치 상황과 경제적 현실을 고려한 외교적 줄타기
- 방글라데시는 현재 심각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는데, 가령 '7월 봉기' 이후 형성되었던 정치세력 간 단합이 점차 정치적 양극화로 변모하고 있으며, 2026년 초 예정된 선거 이전까지는 과도정부가 주요 지정학적 재편을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 또한, 파키스탄과의 공식적 동맹 관계 구축은 방글라데시에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으로도 평가됨.
- 방글라데시는 중국과 미국 양국과 강력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경제 구조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중국 및 미국 모두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임. 남아시아와 세계적 차원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방글라데시는 국내외적으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신중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됨.
< 감수 : 권기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Diplomat, Strategic Implications of the First China-Pakistan-Bangladesh Summit, 2025.6.25.
The Indian Express, China, Pakistan and Bangladesh hold first trilateral meeting, discuss ways to boost ‘cooperation’, 2025.6.21.
South Asia Journal, Beijing hosts 1st Pakistan-China-Bangladesh trilateral, says ‘not directed at any third party’, 2025.6.21.
The Economic Times, China, Pakistan, Bangladesh hold inaugural trilateral ministerial meet, 202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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