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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선거를 움직이는 계급: 2025년 델리 선거를 통해 본 중간계급과 BJP의 전략

인도 상연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초빙연구원 2025/05/13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AIF 인도ㆍ남아시아 ”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통적으로 인도 정치에서 계급의 역할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계급보다는 카스트 중심 위계 사회였던 특징으로 인해 인도 정치는 카스트 정체성을 바탕으로 하는 선거 전략과 그 영향력이 중요한 변수였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도입되면서 계급 정체성이 중요해지고, 계급 내 분화가 심화되면서 계급에 따른 정치적 요구를 분석하는 것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특히, 최근 중간계급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 집단의 수가 점점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고려해 본다면, 중간계급의 표심을 사로잡는 것은 정당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특히 델리는 1인당 국민소득 이 전국 평균의 2.5배에 달하고, 중간계급 비율이 가장 높은 주로 꼽힌다.1) 따라서 중간계급의 득표율은 델리의 선거 결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이며, 이들의 지지 없이 정당의 승리는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델리의 중간계급은 인도 각지에서 이주해 온 인구로 구성되어 있어 인도 전체를 대표한다고도 할 수 있으며, 인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도시이기도 하므로 비교적 진보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정치적 의제를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본 글은 중간계급의 정치적 영향력을 살펴보기 위해 2025년 델리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인도 인민당(Bharatiya Janata Party, 이하 BJP)이 어떠한 전략을 통해 중간계급 유권자의 지지를 획득했는지, 그리고 중간계급의 정치적 요구에 대한 정당의 대응이 선거 결과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인도의 중간계급이 어떻게 점점 더 성과 중심적인 유권자로 자리 잡아가며, 동시에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인도의 중간계급

인도의 중간계급은 학자나 기관에 따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에 대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소득, 소비 수준, 소비재 소유 여부 등을 기준으로 삼지만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중간계급의 규모는 크게 달라진다. 가장 최근 자료인 PRICE(2024)의 분류에 따르면, 인도의 중간계급은 2020년 기준 약 4억 3천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31%에 해당하며, 2030년에는 47%, 2046년에는 61%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요한 점은 중간계급이 세분화되어 있으며, 그 내부에 이질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제자유화 이후 도시의 고소득 화이트칼라 직종에 종사하는 상위 중간계급, 비정규직 노동에 종사하며 안정적인 중간계급 을 열망하는 하위 중간계급, 그리고 정부 공무원이나 중간 관리자 등으로 구성된 중위 중간계급이 존재한 다. 이처럼 경제적, 직업적 조건에 따라 분화된 중간계급은 각기 다른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요구하는 정책의 방향도 상이하다.

예를 들어, 상위 중간계급은 세금 감면, 기업 친화적 정책, 경제 성장 중심의 개발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하위 중간계급은 공공 교육, 보조금, 생활 인프라 등 복지 정책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중위 중간 계급은 복지와 실용적 행정을 중요하게 여기며 정당을 바꾸는 “스윙 보터(swing voter)” 성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중간계급 내 차이는 정치적 성향에도 영향을 미치며, 각 계층은 서로 다른 정책과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2024년 총선과 중간계급의 이탈

2024년 총선에서 BJP는 모디 총리의 3연임을 이끌어내며 전국적으로는 승리를 거두었으나, 중간계급 유권자들의 지지율에서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CSDS 자료에 따르면, 중간계급 유권자들 사이에서 BJP 의 지지율은 2019년 38%에서 2024년 35%로, 상위 중간계급에서는 44%에서 41%로 감소하였다(Kumar 2024).

BJP는 전통적으로 (상위) 중간계급의 지지를 받아왔다. 중간계급은 특정 정당에 고정된 지지층은 아니지만 BJP의 선거 전략에 있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집단이다. 정치 분석가인 아미타브 티와리(Amitabh Tiwari)에 따르면, BJP 지지층의 11%는 중간계급이며, 이는 핵심 지지층(27%)과는 별개로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집단이다. 2024년 총선에서 BJP가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배경에는 이 3%포인트의 중간계급 이탈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Mukul 2024).

이러한 이탈은 주식·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 생활비 상승에 비해 실질 소득 증가가 미미한 현실, 청년 실업, 고물가 등 중간계급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중간계급은 자신들이 내는 세금이 불투명하게 쓰이고 있으며, 정작 본인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부족하다고 느낀다. 특히 도심에 거주하는 중간계급 유권자들은 ‘정치적 수혜자’가 아닌 ‘소외된 납세자’라는 인식을 공유하며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키워갔다.

출처: India Today(2024)

2025년 델리 주의회 선거에서 나타난 중간계급의 변화와 선택

BJP는 2025년 2월 5일에 실시된 델리 주의회 선거에서 27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전체 70석 중 48 석을 확보하며 46.6%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이는 2015년 3석, 2020년 8석에 그쳤던 과거 결과와 비교 하면 눈에 띄는 반등이다.

델리의 중간계급은 그동안 인도 하원(Lok Sabha) 선거에서는 BJP를 지지하면서도, 델리 주의회 선거에서는 보통사람당(Aam Aadmi Party, 이하 AAP)에 투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2015년 AAP의 반부패 캠페인은 중간계급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2020년 델리 주의회 선거에서도 중간계급의 53%가 AAP를, 39%가 BJP를 지지했다는 개발도상 사회 연구 센터(Centre for the Study of Developing Societies, CSDS)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하지만 2025년 선거는 계급 간 투표 성향이 뚜렷하게 갈린 선거였다. 빈곤층은 여전히 AAP에 표를 던졌지만, 중간계급과 상위계급은 대거 BJP로 이동했다(Deshmukh & Guru 2025). 월 소득 Rs. 6,000-10,000 수준의 저소득층 사이에서는 AAP가 BJP보다 10%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반면, Rs.50,000-100,000 수준의 중간계급에서는 BJP가 AAP보다 22%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Ibid.).

이러한 경향은 지역별 분포에서도 확인된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남부 델리는 BJP 지지세가 강했고, 저소득층이 밀집한 북부 델리에서는 AAP가 우세했다. 부동산 가격이 낮은 지역에서는 AAP가 48.5%의 득 표율을 얻었지만, 부유 지역에서는 이보다 12% 낮은 지지를 받았다. 델리 외곽과 동부의 노동자 계층 및 하위 중간계급은 AAP에 표를 던졌지만, 전통적인 상업 거주지인 카롤 바그(Karol Bagh)나 파텔 나가르 (Patel Nagar) 등 일부 중간계급 및 비즈니스 계층 지역에서는 부패 척결과 경제 발전을 중시하며 BJP를 선택했다(Mohan 2025).

BJP는 계층을 가리지 않고 전반적으로 지지 기반을 넓혔다. 2015년과 비교했을 때, 부유층 지역에서 BJP 득표율은 43.5% 증가했고, 중간계급 지역에서는 59.8%, 저소득층 지역에서도 38.9% 증가했다(Korada 2025). 특히 중간계급 지역에서의 큰 폭의 증가율은, BJP가 AAP의 복지 정책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경제 성장과 인프라 개발을 강조한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동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BJP의 중간계급 전략 분석

이번 델리 선거는 BJP가 중간계급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공략해 승기를 잡은 사례로 볼 수 있다. BJP는 총선에서 중간계급의 지지율 하락을 경험한 뒤, 델리 주의회 선거에서는 이들의 정치적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첫째, 중간계급이 느끼는 세금에 대한 불만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지난 10년간 실질적인 세제 혜택 없이 소득과 소비 양면에서 세금을 부담해온 중간계급은 2024년 총선 직후 발표된 예산안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BJP는 이러한 불만을 덜기 위해 델리 선거 직전 발표한 예산안을 통해 중간계급의 요구를 반영하고자 했다.

당시 BJP는 예산안을 "인도 역사상 가장 중간계급 친화적인 예산안"이라고 홍보하며, 연 소득 70만 루피였던 소득세 면제 기준을 120만 루피로 확대하는 대규모 감세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고물가와 경제 불안 정 속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이었고, 중간계급의 호응을 얻었다. 이 조치는 델리 선거에서 BJP가 27년 만에 주의회 권력을 되찾는 데 결정적인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감세 정책은 BJP가 중간계급의 재정적 안정과 성장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으며, 이 계층이 국가적·정치적으 로 중요한 유권자층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The Economic Times 2025).

둘째, BJP는 중앙정부 여당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중앙과 주정부 간의 정책 연계와 행정 효율성을 강조했다. AAP는 중앙정부와의 반복되는 갈등으로 행정적 한계를 보였지만, BJP는 국가 차원의 정책 경험과 자원을 바탕으로 델리 운영의 안정성을 강조하며 유권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셋째, BJP는 보조금이나 무료 서비스보다 일자리 창출, 기업 친화적 환경, 도시 개발을 우선시하는 중간 계급의 기대를 반영해, 대기오염, 교통, 치안 문제 등 실질적인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내세웠다. 중간계급 거주지의 지역 주민 복지 협회(Resident Welfare Associations)와의 협력도 제시했으며, 스 마트 인프라, 디지털 행정, 여성 안전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생활 밀착형 공약을 제시했다. 이러 한 접근은 단순한 복지 중심의 기존 정당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델리 중간계급의 표심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넷째, BJP는 이번 델리 선거에서 종교적 이데올로기인 힌두뜨바(Hindutva)보다는 AAP에 대한 비판에 집중했다. 델리는 다른 주들과 달리 카스트나 종교보다는 사회·경제적 요인과 생활의 질이 중요한 지역이 기 때문에, AAP의 부패와 거버넌스 문제를 중심으로 공격했다(Shukla 2025). 이러한 전략은 종교적 색채 를 최소화하고 특히, 이념보다 실질적 생활 개선을 요구하는 중간계급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기반 을 제공했다.

다섯째, BJP는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홍보에 적극 나섰다. AI 기반 콘텐츠와 밈(meme)을 활용한 전략은 이를 주로 사용하는 중간계급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갔고, 반면 AAP는 기존의 전통적 선거 캠페인에 머물며 홍보 경쟁에서 뒤처졌다(Mohan 2025).

여섯째, BJP는 AAP의 복지 정책 일부를 계승·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복지 수혜층 중 일부인 하위 중간계급과 저소득층 유권자들에게 정책 연속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 여성에게 월 2,500 루피를 지원하고, ‘아유쉬만 바라트(Ayushman Bharat)’ 의료보험 제도를 확대해 510만 명에게 최대 50 만 루피의 의료비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빈민가 주민들에게는 벽돌집을 제공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성과 중심 유권자로서의 중간계급

이번 델리 주의회 선거는 BJP가 총선에서 감소했던 중간계급의 지지를 회복하고, 이들의 실망과 요구를 반영한 전략을 통해 승리를 거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인도의 중간계급은 지역, 카스트, 연령, 민족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계층이 분화되어 있어 단일한 특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화와 글로벌화, 그리고 신자유주의 환경 속에서 경제적 지위를 유지하거나 상향하고자 하는 열망은 중간계급 전반에 걸쳐 공통된 특징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중간계급은 전통적인 복지 중심 유권자와는 다른 선택 기준을 가진다. 이들은 실질 적 행정 역량, 인프라 개발, 장기적 경제 성장 등을 중시하며, 특히 델리의 중간계급은 이러한 실용적 의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을 보인다.

2024년과 2025년을 거치며 인도의 중간계급은 단순한 이념 지지층이 아닌, 성과를 기준으로 투표하는 ‘성과 기반 선택자(performance-based chooser)’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들은 선거마다 다른 선택을 하며 정당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보냈다. 즉, 현실적인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언제든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유동성은 정당들에게 새로운 정치 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단순한 포퓰리즘 공약이나 이념 동원은 더 이상 중간계급에게 통하지 않으며, 실질적인 행정 능력, 정책 이행 가능성, 투명 성과 책임성이 새로운 정치의 기준이 되고 있다.

앞으로 인도 정치에서 중간계급은 전략적으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더 이상 정당에 자동적인 지지 기반이 아니다. 그들의 표는 의심하고, 평가하고, 판단하는 표다. 이는 인도 정치의 질적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아가, 이는 중간계급이 단순한 유권자 계층을 넘어, 인도 민주주의에서 성과 중심 정치 평가의 척도를 형성하는 ‘정치적 심판자’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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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PRICE(2024)의 기준에 따르면, 중간계급은 연소득이 Rs. 5 lakh(약 5,800달러)에서 Rs. 30 lakh(약 35,000달러) 사이인 계층으로, 이는 델리 인구의 약 67%를 차지한다.

[참고문헌]
Deshmukh Yashwant & Sutanu Guru, “How The Middle Class Turned Delhi's Fate” NDTV, 2025 년 2월 11일.
Korada Pavan, "In Numbers: The Significant Shift in Voter Behaviour in the Delhi 2025 Polls" The Wire, 2025년 2월 10일.
Kumar, Sanjay, “The Middle Class: Moved Away from BJP, Now Upset with Budget” The Hindu, 2024년 8월 2일.
Mohan, Deepanshu, “What's Driving BJP's Success in India's Shifting Political Paradigm” The Wire. 2025년 2월 28일.
Mukul, Sushim, “What the post-Budget middle-class meltdown means for the BJP” India Today, 2024년 7월 24일.
PRICE, “The Rise of India’s Middle Class: Results from the PRICE’s ICE 360° Surveys” People Research on India’s Consumer Economy, 2024년.
Shukla, Rajesh, “Delhi’s Middle Class was a Decisive Force in the BJP’s Election Victory” Mint, 2025년 2월 11일.
The Economic Times, “Will Sitharaman's Middle-class Bonanza Give Enough ROI in Delhi?”, 2025년 2월 3일.
The Times of India, “Delhi election results 2025: 10 reasons why AAP lost”, 2025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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