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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방글라데시의 정치적 혼란과 인도와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방글라데시 / 인도 K N Pandita Centre of Central Asian Studies, Kashmir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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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총리, 정치적 혼란 격화 속 인도로 망명
2024년 8월 6일,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Subrahmanyam Jaishankar) 인도 외교부장관은 셰이크 하시나(Sheikh Hasina) 방글라데시 총리가 사임 이후 인도 망명을 공식 요청했으며, 인도 정부가 이를 수락1)했다고 발표하였다. 알자지라(Al Jazeera)의 당시 보도에 따르면, 수천 명의 시위대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Dhaka) 내 총리 공관을 점거했으며, 하시나 총리는 수주간의 치명적인 소요사태 끝에 사임을 발표하고 방글라데시를 떠난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방글라데시 군부는 즉각적인 성명을 통해 과도정부 구성을 선언하고, 소요사태 중 발생한 사망자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정의 구현을 약속하였다. 방글라데시의 이러한 급진적인 정세 변화는 남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균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되며, 특히 인도-방글라데시 관계에 새로운 전환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방글라데시 내 공직 채용 제도 반대 시위 및 반인도 정서 확산
방글라데시의 정치적 위기는 2024년 초부터 누적된 사회적 불만이 폭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시나 정권에 대한 반정부 시위는 초기에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공직 채용 제도(job quota system)*’ 개혁 요구에서 시작되었으나, 점차 전국적인 반정부 운동으로 확대되었다. 시위대는 정부의 부패와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 경제적 불평등 심화 등을 주요 비판 대상으로 삼았다.
* 특정 사회 계층에게 공무원 직위의 일정 비율을 할당하는 제도
시위가 격화됨에 따라 공공시설과 기반 시설에 대한 대규모 파괴 행위가 발생하였다. 정부 청사, 경찰서, 대중교통 시설 등이 시위대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되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민간 시설까지 피해가 확산되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러한 사태에 대응하여 강경 진압을 선택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전국적인 통행금지령을 선포하고, 심각한 소요가 발생한 지역에 대해서는 발포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시위 조직과 확산을 막기 위해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추진하였다.
이후,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정부와 시위대 양측 모두에서 극단주의 세력이 가담하기 시작하였는데, 정부 측에서는 준군사조직과 여당 지지 세력이, 시위대 측에서는 급진 이슬람 단체들이 개입하면서 폭력의 강도가 높아졌으며, 이에 따라 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2)하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였다. 방글라데시 대법원은 시위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여 공직 채용 제도를 개편, 공직 채용의 93%를 능력(실력) 기반으로 전환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이미 시위의 성격이 정권 퇴진 요구로 확대된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방글라데시-인도 간의 관계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측면은 방글라데시 내 反인도 정서의 급격한 확산이다. 하시나 총리와 당시 집권 여당인 아와미 연맹(AL: Awami League)은 인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바 있으나, 이는 방글라데시 내에서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국민들 사이에서는 인도가 하시나 정권을 지원하여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었다.
실제, 아와미 연맹은 야당인 국민당(BNP: Bangladesh Nationalist Party)이나 자마트-이-이슬라미(Jamaat-e-Islami Bangladesh) 등 여타 주요 정치 세력들과 달리,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힌두교 소수민족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는 이슬람 정체성을 중시하는 세력들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촉발하였으며, 이후 극단주의자들의 힌두교도 탄압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 속, 특히 우려되는 점은 反인도 정서와 종교적 극단주의가 결합되어 더 큰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방글라데시에 거주하는 약 1,000만 명의 힌두교도들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인도-방글라데시 관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정치적 혼란의 발생 배경: ①지속적인 쿠데타, ②종교적 극단주의
방글라데시가 직면한 정치적 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71년 독립 이후의 역사적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방글라데시는 서파키스탄과의 전쟁 이후, 아와미 연맹의 셰이크 무지브르 라만(Sheikh Mujibur Rahman)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가 지도부를 출범하였다. 그러나 1975년 8월 5일, 무지브르 라만이 군부의 쿠데타로 인하여 암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이는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닌 방글라데시의 정치적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후 방글라데시는 여러 차례의 쿠데타를 겪으며 정치적 혼란기를 거쳤다. 최종적으로 1975년 지아우르 라만(Ziaur Rahman) 장군이 권력을 장악3)했으나, 동인 역시 1981년 군부에 의해 암살되었다. 이후 그의 부인 칼리다 지아(Khaleda Zia)가 1989년 방글라데시 국민당 대표가 되었고, 1991년 선거에서 승리하여 방글라데시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업적을 세웠다. 이후 국민당은 2001년 세 개의 이슬람 정당과 연합하여 재집권에 성공하였으나, 지아 전 총리의 재임 기간 지속적인 폭력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국가 안보 체계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 2005년 8월 17일 방글라데시 전역 63개 지역에서 469건의 동시 폭탄 테러가 발생
한편, 방글라데시의 종교적 극단주의는 단순한 종교 갈등을 넘어서는 복잡한 정치적, 사회적 함의를 지니고 있는데, 가령 2015년 개최된 미국 의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에서 알리 리아즈(Ali Riaz) 일리노이 주립대학 교수는 주요 야당인 국민당이 자유로운 총선 실시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주도하거나 조장했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정치적 불안정 상황을 극단주의자들이 세력 확장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인데, 실제 ‘안사룰라 방글라팀(Ansarullah Bangla team)’이나 ‘하라카툴-지하드-이-이슬람(Harakatul-Jihad-i Islam)’ 등의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국가안보 기능이 약화된 틈을 타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4)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이들 단체는 정부의 세속주의 정책에 반대하며, 힌두교도 등의 종교적 소수자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 이슬람법에 기초한 국가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제이 칸사라(Jay Kansara) 힌두 아메리칸 재단(Hindu American Foundation) 이사는 구체적인 증언을 통해 2013년 이후 방글라데시가 겪고 있는 정치적 혼란과 대규모 폭력 사태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였다. 칸사라 이사는 아와미 연맹 정부의 억압적 정책이 문제였던 것은 사실이나, 소수민족을 겨냥한 조직적 폭력과 사회 불안정의 주된 책임은 국민당과 자마트-이-이슬라미에게 있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자마트-이-이슬라미는 지난 2013년에도 방글라데시 국제범죄재판소(ICT: International Crimes Tribunal)가 당내 고위 간부들에게 유죄를 선고하자 수주간에 걸쳐 대규모 폭력과 소요사태를 발생5)시킨 바 있다고 강조하였다.
인도 정부의 피해 통제 및 양국관계 회복 노력
인도 정부는 방글라데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즉각적인 외교적 대응에 나섰다. 특히, 첫 번째 조치로 비크람 미스리(Vikram Misri) 외교부 차관을 포함한 고위급 외교사절단을 파견(24.12.09)하였는데, 이는 양국 관계의 급격한 악화를 방지하고 과도정부와의 관계 확립을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평가된다. 미스리 차관은 방글라데시 외교부와의 회담에서 건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강조하였으며, 특히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수반과의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재확인하였다.
양국 외교부 간 협의6)에서는 현안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논의되었다. 정치·안보 분야에서는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공동 대응과 국경 지역 안보 강화가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으며, 국경 관리 측면에서는 불법 이주와 밀수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방안이 논의되었다. 또한, 무역과 상업 부문에서는 기존 협력 사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방안이 검토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수자원, 전력, 에너지 부문에서의 협력 방안으로, 에너지 부문은 방글라데시의 경제 발전에 핵심적인 요소이며, 인도의 전략적 이해관계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아울러, 양국은 벵골만 다분야 기술경제협력체(BIMSTEC: Bay of Bengal Initiative for Multi-Sectoral Technical and Economic Cooperation) 체제를 통한 지역 협력 강화에도 합의하였는데, 이는 양자 관계를 넘어서는 다자간 협력의 틀 속에서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BIMSTEC을 통한 협력은 경제, 기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지역 통합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정부의 이러한 포괄적인 접근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은 특히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방글라데시 내 정치적 불안정이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관계는 단순한 외교적 관계를 넘어서는 깊은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유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 과정에서 인도가 수행한 결정적 역할*은 양국 관계의 근간을 형성했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양국 관계를 규정짓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긴 국경선과 수로의 공유, 벵골만(Bay of Bengal)이라는 전략적 해역의 공동 관리 등 지리적 인접성 또한 양국이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 인도는 1971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당시 방글라데시 독립군에 직접적인 지원을 추진
그러나, 2024년 8월 발생한 방글라데시의 정치적 격변과 그로 인한 방글라데시 내 反인도 정서의 확산과 종교적 극단주의의 부상은 양국 관계의 안정을 위협하는 심각한 요인이 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내 힌두교 소수자에 대한 폭력 사태는 인도 정부와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으며, 이는 양국 관계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양국은 이러한 상황 속 ▲민간 협력 강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협력 관계 구축, ▲종교적 극단주의에 대한 공동 대응 체계 수립, ▲경제 협력 강화를 통한 정치적 혼란의 영향 최소화 등의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관찰된다.
특히, 남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특성상 양국 관계의 악화는 역내 전반적인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협력의 틀을 만들어가는 것은 양국 모두의 국익에 부합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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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The Diplomat, December 13, 2024
2) Centre for Land Warfare Analysis, Aug 16, 2024
3) Times of India, August 6, 2024
4) House Hearing, (114 Congress) Subcommittee on Asia and the Pacific, Committee on Foreign Affairs, p32 et seq.
5) Ibid
6) EAM, Media Centre, 9 Decembe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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