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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제18차 개헌 이후 파키스탄의 지방 자립화 개혁 성과 및 과제

파키스탄 Karim Khan Pakistan Institute of Development Economics (PIDE) Associate Professor 2024/10/29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파키스탄은 민족연방제 국가로, 국가를 구성하는 민족 각각에 차등적 권력이 부여되는 다민족 국가의 전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1) 민족구성이 다양한 국가에서는 한정된 자원과 권력을 헌법에 따라 공유하며, 이러한 헌법의 준수는 일부 강력한 세력의 전횡을 방지함과 동시에 소수집단에 의한 내란 위험성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모든 민족에게 이득이 된다. 하지만 권력의 분배가 불균등한 상황에서 주도권을 가진 세력이 기존의 합의를 넘어서는 양의 자원을 독점할 유인이 발생하는 경우, 헌법에 의한 민족 간 균형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자민족 중심주의는 파키스탄의 지난 역사를 통틀어 민족감정과 정치, 지리 측면에서의 국가적 통일성 확보를 저해하는 장애물이 되어왔다. 특히 연방을 구성하는 각 주에 분배되는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자원의 격차는 잦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고, 그중에서도 펀잡(Punjab)은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특혜를 독차지한 지역으로 인식된다. 이처럼 일부 지역만이 정치체제의 혜택을 독식한다는 인식은 여러 차례의 내전 및 민족감정에 기반한 폭력사태로 이어졌는데, 그 대표적 사례로는 방글라데시(구 동파키스탄) 독립전쟁, 그리고 발루치스탄(Balochistan)이나 카이베르파크툰크와(Khyber Pakhtunkhwa, 이하 ‘KP’)에서 발생한 분리주의 폭력사태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아래 파키스탄에서 2010년에 발효된 제7차 국가재무위원회(NFC) 예산분배공식과 동년도에 시행된 제18차 개헌은 각급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설정하고 개별 주에 분배되는 예산의 비중을 늘림으로써 주의 자립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본고에서는 제7차 NFC 예산분배공식과 제18차 개헌을 통해 얻어진 파키스탄의 민족 간 긴장 완화 효과를 분석하고 개선점을 제언한다.

제18차 개헌 및 제7차 NFC 예산분배공식의 주요 내용
제18차 개헌은 파키스탄의 국가제도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온 헌정사상 중대 사건이었다. 첫째, 총리 및 내각의 역할과 권한을 재차 확대하고 기존 헌법의 58-2(B) 항을2)  폐지함으로써 정부의 의원내각제적 성격을 부활시켰다. 둘째, 모호한 내용의 공동입법영역(Concurrent Legislative List)을 없애고 대신 연방입법영역(Federal Legislative List)의 제2절 항목을 추가함으로써 개별 주의 권한을 확대했다.3) 셋째, 구성이 일신된 연방입법영역 제2절 관련 사무를 관장하는 공동이익위원회(CCI)가 재편되어 총리가 위원장을 겸하고, 주총리(Chief Minister) 4인과 연방정부 대표 3인이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4) 넷째, 경제정책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국가경제위원회(NEC)의 구성 조정으로 각 주에서 주총리를 포함한 2명의 위원을 지명하고 연방정부 위원 4인은 총리가 임명하는 방식이 확립되면서 주의 권한이 강화되었다.5) 다섯째, 연방정부가 임명해 각 주에 파견하는 주지사(Governor)의 권한은 약화된 반면 의회 상원의 권한은 확대되면서 국가적 사안에 대한 개별 주의 발언권이 신장되었다. 여섯째, 농식품부, 교육부, 보건부 등 연방정부의 17개 부처가 폐지되고 이들의 관할 사무는 개별 주로 이관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모두 정부 기능 일부를 개별 주에 일임하고 각 주가 연방사무에 관해 수행하는 역할을 늘리면서 주의 자율성과 사회적 응집력, 포용성을 제고한다는 방향성을 지닌 것이었다.

제18차 개헌에 따른 제도적 조정과 때를 같이한 제7차 NFC 예산분배공식은 국가예산 중에서 개별 주로 돌아가는 비중을 이전의 45%에서 57.5%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단순 인구비례 이외에 세수 기여도, 빈곤 혹은 개발 지체의 수준, 인구분산도(발루치스탄에 특히 중요한 지표)와 같은 기준이 추가되면서 주별 예산 비중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표 1> 참조). 이 새로운 공식의 도입으로 펀잡의 예산 비중은 이전에 비해 6.14%p감소했고, KP는 1.12%p, 발루치스탄은 3.79%p, 신드(Sindh)는 1.27%p 증가했다.

<표 1> 제7차 NFC 예산분배공식의 주요 내용


자료: 2010년 제7차 NFC 예산분배공식

경제∙인구학적 지표가 나타내는 주별 격차
파키스탄의 각 주 간 경제∙사회적 격차는 심각한 문제이다. 특히 발루치스탄과 KP의 1인당 소득은 국가 전체 수치의 71%와 79%에 그친다(<표 2> 참고).6) 유엔개발계획(UNDP)이 집계하는 인간개발지수(HDI)를 기준으로도 상황은 비슷한데, 특히 발루치스탄의 HDI가 국가 전체의 64%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은 불평등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7) 아울러 2017년 구매력 기준 1일당 3.65 달러(한화 약 4,800원)으로 설정된 중저소득국가 빈곤선을 기준으로 하면 발루치스탄의 빈곤율은 71.4%, KP의 빈곤율은 45.62%에 달해 펀잡의 23.39%와 크게 비교된다.8)

<표 2> 파키스탄의 주별 경제∙인구학적 지표 비교(단위: %)


자료: Fair et al. (2024); Human Development Report 2023-24; Annual Status of Education Report (ASER) 2023; Pakistan Economic Survey 2023-24.; Bueno de Mesquita et al. (2015).


이외에 발루치스탄과 KP는 문해율 및 노동시장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반면 학교 불출석 아동 비율은 높다는 특징을 지니고, △조명용 전기 보급률 △조리용 연료(목재 혹은 가스) 사용 비중 △현대적 화장실 보급률 △예방접종율 △식량 및 식수의 안정적 공급 측면에서도 여타 주에 비해 열악한 상황에 있다. 마지막으로 발루치스탄과 KP에서 정치적 폭력 발생 빈도가 높게 측정된다는 사실은 해당 지역의 사회∙제도적 기반이 취약한 상태라는 점, 그리고 이들 주에 팽배한 소외감이 정치적 폭력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9)

개혁 성과 평가 및 개선 방향
제18차 개헌이 이루어지고 제7차 NFC 예산분배공식이 발표된 지 14년이 지난 지금도 파키스탄 내 주별 격차에 기반한 민족 간 갈등요인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기한 2대 개혁이 무위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우선 파키스탄의 개혁 시도가 상징하는 올바른 방향으로의 일보 전진은 문제 해결에 대한 무관심보다 훨씬 바람직한 접근법이다. 이에 더해 이전보다 늘어난 가용자원을 적절히 활용해 제18차 개헌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이행한다면 주와 주 사이, 그리고 개별 주 내부의 불평등 문제에도 대응해 나갈 수 있다. 

2010년을 기점으로 한 대규모 제도적 변화의 잠재적 혜택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방안으로는 다음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헌법 104A항에 담긴 제18차 개헌의 정신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로의 권한 이양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중앙에 집중된 정치, 행정, 재정 분야의 책임과 권한을 지방정부의 선출직 대표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제18차 개헌이 진정으로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발전 수준이 떨어지는 주의 역량 부족 문제는 주지의 사실이나, 이 문제의 해결은 개별 주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지사와 사무총장(Chief Secretary) 등 현재 각 주 내에 존재하는 연방정부측 인력을 앞으로도 존속시킬 근거는 희박하며, 이들 직위를 폐지하고 개별 주의 운영에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하면 제도적 개혁에 따라 늘어난 자원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지방자치의 진정한 혜택을 실현하기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은 개별 주의 행정기관이 특정 엘리트들에게 포섭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주 재무위원회(PFC)의 효과적 운영과 하위지역별 분권화는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수단이 되어줄 수 있다.

넷째, 사회적 응집력의 확보가 민주주의 체제의 작동을 보장하는 선결요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민주적 제도의 개선에 앞서 모든 시민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 행동양식의 변화를 통해 민족, 인종, 성별, 종교, 출신 카스트와 같은 사회적 정체성에 기반한 편견을 일소하고 타인과 공감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면, 지금까지 차별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의 진정한 잠재력 실현과 불평등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사회적 정의 실현이라는 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기존의 법과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 이 방면에서 고려할 수 있는 조치의 사례에는 파키스탄이 시행한 사회안전망 구상 중 독보적 규모와 체계성을 지닌 에흐사(Ehsaas) 프로그램의 지원 대상자 판정 오류를 해결해 효율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언급한 모든 조치는 제18차 개헌과 제7차 NFC 예산분배공식 제정의 성공을 지원하고 분배적 정의 실현을 바탕으로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결론
제18차 개헌, 그리고 주별 예산 분배의 기준을 추가한 제7차 예산분배공식의 제정은 파키스탄이 경험한 대규모 제도적 변화의 사례이다. 하지만 이 두 개혁이 이루어진 2010년으로부터 14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의 개별 주는 여전히 자율적 권한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필자는 본고에서 △PFC의 효과적 운영과 하위지역별 분권화 △개별 주 거주민들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법령 제정 △연방정부 인력의 주정부 운영 개입 차단을 통한 주 역량 강화 등을 지방 자립화의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 노력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둔다면 개별 주의 형평성 있는 자원 접근성을 보장하고, 파키스탄의 건국 이래 내부 분열의 단초가 되었던 불평등 문제 및 이에 관한 불만을 해소하는 데 있어 큰 진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각주
1) 민족연방(ethno-federation)이란 연방을 구성하는 단위가 민족으로 구분되는 연방체제를 의미하며, 특정국 내 민족 자주성을 보장하거나 민족 간 긴장을 통제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된다.
2) 군인 출신 대통령 무함마드 지아울하크(Muhammad Zia-ul-Haq)가 만들어냈던 기존 헌법의 58-2B 항은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 권한을 부여했다.
3) 공동입법영역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모두의 입법이 가능한 영역을 기술했으나, 이는 제도적 모호성을 불러일으켰다. 공동입법영역의 삭제는 각급 정부의 역할을 보다 분명히 규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4) 상설 사무국의 지원을 받는 CCI는 1/4분기당 최소 1번의 회의를 개최해 연방입법영역 제2절 관련 사안에 대한 감독 및 결정 업무를 수행한다.
5) 개혁 이전에는 총리가 겸하는 위원장 이외 인원 구성이 대통령의 의사에 맡겨졌으며, 단지 각 주당 1인 이상의 위원을 임명해야 한다는 규정만이 존재했다.
6) 파키스탄의 현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680 달러(약 220만 원)로 집계된다.
7) 2023-24년 기준 파키스탄의 HDI는 0.699로, 이는 193개국 중 164위에 해당하는 저조한 점수이다.
8) 한편 이러한 주와 주 사이의 격차에 더해 발루치스탄 등지에서는 주 내부적 불평등 문제도 두드러진다.
9) 정치적 폭력 관련 자료는 1988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의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폭력사건별 정보를 수집해 정리한 BFRS 자료집을 기준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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