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극심한 고온 현상으로 국민 건강 위협…총선에도 영향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고온 현상의 지속… 사회적 문제 야기
2024년 4월 인도는 매우 더운 한 달을 보냈다. 2023년 10월부터 발생한 수퍼 엘리뇨 현상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였으며. 인도 기상청(IMD)은 이미 4~6월 폭염이 매우 심해 과거 4~8일간 지속되었던 폭염이 2024년에는 10~20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예보를 내놓았다. IMD 발표에 따르면, 인도의 기온은 42~45도를 기록하였으며, 일부 지역은 47도에 도달하기도 했다. IMD는 오만과 인접한 지역 상공에 저기압이 지속되었으며, 이로 인해 바닷바람이 차단되어 육지에서 더운 바람이 불어와 기온이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이상 고온으로 인해 케라라(Kerala) 지역에서는 2명이 사망하였으며, 휴교 조치가 취해졌다. 인도 정부는 전국적인 고온 경보령을 발령하였으며, 외출 및 커피와 탄산 음료 자제를 권고했다.
이상 기후로 인해 다양한 사회경제적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과 습도가 높아지면 건설 노동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간디나가르 공중보건연구소(Institute of Public Health Gandhinagar)의 조사에 따르면 여름철에 건설 노동자의 약 60%가 경증에서 중증의 열 관련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듀크 대학교 연구진은 인도에서는 한낮의 더위에 노출되면 시간당 최대 20분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한편, 고온현상으로 인해 저소득 가정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JAMA 정신의학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는 인도, 네팔, 파키스탄에서 '주변 온도'와 '친밀한 파트너 폭력 유병률'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15세에서 49세 사이의 소녀와 여성 194,800명 이상을 추적하여 신체적, 성적, 정서적 학대를 포함한 친밀한 파트너 폭력의 유병률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연평균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하면 폭력이 4.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 총선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상고온 현상
많은 유권자들이 폭염속에서도 투표에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당국은 폭염으로 인한 건강 위험 및 불편 최소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중, 특히, 투표소 내 시원한 환경 제공 노력을 진행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국가재난관리청, IMD는 투표일을 앞두고 폭염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4월 초 정부 회의를 주재하여 혹서기에 대한 국가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물을 마시고 우산을 휴대하는 등 투표소에서 시원하게 지내기 위한 지침을 발표했다. 비하르(Bihar) 주에서는 선거 관리자들이 "폭염이 계속되는 것을 고려하여" 일부 투표소의 투표 시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한편, 인도 총선에서 이상고온 등 기후변화에 대해 중요한 이슈로 다루지 않았음이 지적되었으며, 단기적 대응이 아니라, 장기적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도의 고온현상은 인도 총선 투표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인도인민당(BJP)의 선거 유세 과정 중 후보자로 출마한 니틴 가드카리(Nitin Gadkari)가 폭염으로 실신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외에도 폭염으로 다수의 지역에서 투표율도 저조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율은 2019년 2단계 투표 의석 수에 비해 약 3% 포인트 감소했으며, 4월 19일 1단계 투표에서는 4.5% 포인트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선거 결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러한 상황 하에서 선거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제안도 제기됐다. 인도의 전 선거관리위원인 아쇼크 라바사(Ashok Lavasa)는 1951년 히마찰 프라데시 상류 지역의 록 사바 투표가 9월에 실시되고 나머지 지역은 10월에 투표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는 10월부터 12월까지 예정된 선거 기간 히마찰프라데시 상류 지역이 눈에 휩싸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선거 날짜를 어느 정도 수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다른 요인들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분야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인도의 고온 현상은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알려졌다. IMD는 폭염 일수가 더 늘어남에 따라 잠재적으로 농업 생산에 타격을 주고 식량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정부의 노력을 방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IMD는 겨울에 파종한 작물이 성숙기에 접어드는 중요한 달인 4월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평년 최고 기온을 웃도는 기온이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수확되는 밀의 대부분은 중부 마디야프라데시(Madhya Pradesh) 주에서 수확되는 반면, 북부 주에서는 곡물 형성 단계에 있으며 수확이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폭염으로 인해 2022년 인도의 밀 생산량이 감소하여 수출 금지 조치가 취해지기도 했다. 전력 수요도 이상 고온 현상으로 평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여름철에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발전소의 유지보수 일정을 연기했거나 이미 완료했다고 밝혔다. 인도 전력부는 수요 급증에 대비해 국영 화력발전공사(NTPC)에 추가 가스 공급을 요청했다고 첨언했다.
인도의 2024/25 회계연도 경제 성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는 인도 경제가 강력한 성장 모멘텀과 글로벌 전망 개선에 힘입어 2024/25 회계연도에 6.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폭염이 인도의 밝은 성장 전망에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더라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폭염으로 인해 산업 전력 공급이 감소하고 각 부문의 근로자 생산성까지 떨어지면 경제 생산성 손실, 경제의 여러 부문에 대한 부담, 인플레이션 상승 및 그에 따른 인도의 거시 경제 상황 악화까지 더해진다면 폭염은 인도의 GDP 성장에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인도 GDP의 약 50%는 이미 농업, 광업, 건설업, 제조업과 같은 취약한 부문으로 인해 주로 열에 노출되는 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미흡한 환경 정책 속 폭염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증가
방글라데시의 이상고온 현상 및 이로 인한 인명 피해 증가…영유아들이 가장 최약
방글라데시는 최근 몇 년 간 폭염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2024년은 모든 지역의 평균 기온이 섭씨 40~42도를 기록하며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례 없는 재앙으로 인해 인구와 생물 다양성이 위기에 처해 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소 4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했으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구토, 설사, 열 탈진, 두통, 폐렴, 호흡곤란, 탈수 등 폭염으로 인한 여러 가지 건강 문제를 겪었다. 일부 교육 기관은 폭염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휴교에 들어갔다. 방글라데시는 아시아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국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방글라데시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폭염의 영향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밝혔다. WMO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1970년부터 2021년까지 281건의 자연재해로 520,758명이 사망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방글라데시 내 폭염이 거세지자 국제구호단체들도 우려를 표명했다. 유니세프(UNICEF)는 방글라데시의 폭염으로 인한 영유아들의 건강 및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1년 유니세프가 발표한 아동 기후 위험 지수(CCRI) 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영유아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매우 높은 위험‘ 군 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유니세프는 영유아들의 안전을 위해 휴교, 응급 처지, 이웃 돌보기, 예방조치 등을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실제 방글라데시 학교 휴교로 약 3천만명의 아이들이 미등교하기도 했다.
취약한 환경 거버넌스 및 정책적 대응 노력 전개
방글라데시의 환경 거버넌스는 취약한 상황이며, 특히 역할과 책임의 불명확성, 관련 기관 간 불충분한 협력 등이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은 수천 평의 산림을 벌채하고, 산업에서 유해 가스를 배출하고, 강둑을 침범했다. 심지어 일부 정부 기관도 환경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는 방글라데시의 환경 거버넌스에 심각한 약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체 거버넌스의 기본 축인 환경 거버넌스는 물과 토지 관리 뿐만 아니라 공중 보건, 농업 및 생계, 산업 및 인프라, 인구 관리 등과 같은 요소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의 환경 거버넌스는 신중하고 산발적이며 시대에 뒤떨어지고 취약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확대, 이상고온 현상과 같은 기후변화 문제를 야기하며, 보건, 농업 및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방글라데시 환경/기후 활동가들은 지속가능하고 기후 친화적인 재생에너지 기반의 통합 에너지 발전 마스터플랜(IEPMP: Integrated Energy Power Master Plan) 개정을 요구했다. 활동가들은 현재 IEPMP에서 화석 연료와 수소 및 탄소 포집과 같은 잘못된 해결책을 우선시함으로써 정부는 방글라데시의 에너지 전환을 방해하고 환경과 경제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국가 재생에너지 목표에 진정으로 부합하고 무지브 기후 번영 계획 MCPP : Mujib Climate Prosperity Plan)에 명시된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진전을 가속화하려면 IEPMP를 수정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4일 방글라데시 일반보건청 (DGHS: Directorate General of Health Services)은 UNICEF와 함께 어린이와 취약 계층을 이상고온 현상으로 터 보호하고 다양한 질병을 예방을 위한 정책 가이드라인을 공식 발표했다. 사만타 랄 센(Samanta Lal Sen) 보건가족복지부 장관은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 패턴의 변화 속에서 이 지침의 출시가 매우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하며 이 지침의 출시를 발표했다. 유니세프는 기온 상승과 관련 건강 위험에 대처하는 데 있어 이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정책의 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 기상청(BMD)은 4월 19일 이후 폭염 경보를 여섯 차례나 발령한 바 있다.
방글라데시 식량안보에 있어 중요한 양계산업의 위기 초래
방글라데시 양계산업은 고용 기회 창출, 식량 안보, 생계 및 영양 개선, 국가 경제 성장과 빈곤 감소 등 국민의 전반적인 복지에 기여한다. 방글라데시에서 상업용 산란계 및 육계 사육은 25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90년대에 상업용 산란계 및 육계 농장이 이 나라에서 시작되었지만, 계란과 육류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해 2000년대 이후 점진적으로 대규모 확장이 이루어졌다. 방글라데시 가금류 산업 중앙위원회(BPICC, 2020)에 따르면 가금류 부문에 대한 총 투자액은 약 3,500억 타카(약 4조 원)에 달하며, 6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산란계 및 육계 사육에 채용된 사람들은 주로 청년 실업자와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폭염이 발생하여 가축, 특히 양계 부문에서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규모 사망자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가축 전문가와 가금류 농부들은 무더위로 인해 육류와 계란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계 농가에 따르면, 닭이 무더운 날씨에 훨씬 적게 먹어 육계의 성장이 느려지고 계란 생산량이 감소한다. 따라서 농민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이상 고온으로 계란 생산량은 15 % ~ 30 % 감소할 전망이며, 반면 평균 육계 의 체중은 500 그램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외에도 양계장의 닭은 극심한 더위와 무리한 사육으로 인해 폐사율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아프가니스탄,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한 물부족 문제 확산…경제 위축 현상도 발생
기후변화 문제에 가장 취약한 국가인 아프가니스탄
브리스톨 연구소는 이상고온 현상 등에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아프가니스탄을 꼽았다. 브리스톨 연구소 측에 따르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상고온으로 극심한 열파가 발생하면 공기의 질이 하락하고, 가뭄 상황이 더욱 악화되며, 산불의 위험성이 높아져 인프라가 손상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인명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브리스톨 연구소는 설명했다.
아프가니스탄의 고온 현상은 강수량 패턴을 변화시켜, 국민들의 수자원 접근성을 제한하고 있다. 물부족 문제는 생계에 영향을 주고, 질병 확산, 이주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주요 강은 아프가니스탄 중앙의 고원에서 발원하지만, 현재 많은 지역의 주요 수원은 불규칙한 강우와 고지대의 강설량과 시기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라흐만 주 굴라람 마을의 노인들은 산의 얼음이 녹으면서 식생과 함께 수원이 말라버렸다고 설명했다.
극심한 가뭄과 기온 상승으로 아프가니스탄은 극한의 기상 조건에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웃 국가인 파키스탄은 2022년 8월에 평소 강수량의 3배가 넘는 비가 내려 1961년 이후 가장 습한 8월을 기록했다. 파키스탄과 비슷한 정도는 아니지만 아프가니스탄도 같은 달 중부, 동부, 서부 및 남동부 지역에서 이례적인 폭우와 홍수를 경험했다. 이외에도 아프가니스탄은 끊임없는 삼림 벌채와 토지 및 목초지 황폐화 등 심각한 환경 위기를 겪고 있다. 주민들은 반복되는 가뭄, 땅의 건조, 심각한 홍수, 삼림 벌채, 사막화, 농지와 목초지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면서 소득 감소로 고통받고 있다
인도적 지원 필요성 증가
구호 기관들은 아프가니스탄 주민들과 연대하고 있지만 기후 변화의 영향은 심각하게 과소평가되고 있다. 여성 가장 가정, 국내 실향민, 장애인 등 가장 취약한 계층을 포함한 주민들을 추가적인 피해로부터 보호하려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2022년에 구호 기관은 인구의 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6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지원을 제공했다. 개정된 2023 인도주의적 대응 계획에서 국제 파트너들은 2,130만 명을 지원하기 위해 32억 달러(4조 3,686억 원)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보된 인도적 지원금 규모는 현재 23%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