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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모디 총리, 총선을 앞두고 인도 최대 종교 분쟁지를 본인 출정식으로 활용

인도 EMERiCs -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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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힌두교 정치’ 개시 

 

인도 내 무슬림 對 힌두교도 간 분쟁의 중심지에 설립된 힌두 사원 


인도 북부에 위치한 아요디아(Ayodhya)는 힌두교와 무슬림 간 분쟁이 발생한 지역이다. 힌두교인들은 아요디아가  힌두교에서 추앙받는 신(god)인 램(Ram)의 출생지로 여긴다. 힌두교에서 램은 선을 통해 악을 이긴 신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도 내 무슬림들에게도 아요디아는 이슬람 전통이 이어지는 도시로 여겨진다. 아요디아에는 1528년 무굴제국의 왕인 바부르(Babur)의 이름을 딴 바브리 마지드(Babri Masjid)가 건설됐다. 바브리 마지드 모스크는 1992년 12월 6일 힌두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파괴되었다. 이후 힌두교도와 무슬림들은 모두 아요디아에 사원 건설을 요청해왔으나, 2019년 인도 법원은 힌두교도들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이후 아요디아에는 힌두교 신인 램을 기리는 사원 건설이 시작됐다. 타임(Time)은 램 사원 건설이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타임은 사원 건설이 힌두 민족주의자들을 위한 오랜 공약일 뿐만 아니라 세속 국가였던 인도를 힌두 민족주의 국가로 전환시킨 모디 총리의 정치적 위업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디 총리, 종교 분쟁지역에 위치한 대형 힌두교 사원 봉헌식 집전


지난 1월 22일 모디 총리는 논란이 되었던 아요디아의 램 사원 봉헌식을 집전했다. 봉헌식에서 모디 총리는 인도의 새 시대(new era of India)를 알리는 순간이라고 발언했다. 일부 지역은 램 사원 봉헌식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임시 공휴일을 지정하였으며, 힌두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을 게양하기도 했다. 관공서, 병원 등에서는 조기 퇴근이 이루어지기도 하였으며, 전국에서는 모디 총리가 봉헌식에 참여한 영상이 송출되었다. 


언론들은 이번 램 사원 봉헌식이 종교적인 행사가 아닌 정치적인 행사였다고 지적했다.  언론들은 아요디아 램 사원이 완공되지 않았음에도 모디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과 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인도의 언론인인 라나 아유브(Rana Ayyub)는 아요디아의 램 사원 건설이 모디 총리의 정치 커리어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중요한 과업이었다고  밝혔다. 아유브에 따르면, 1990년대 인도인민당(BJP: Bharatiya Janata party) 의 지역 지도자였던 모디는 아요디아 램 사원 건설을 지지하는 종교 집회 조직을 지원해왔다. 1992년 아요디아에 바브리 마지드 모스크가 파괴되기 전인 1991년 모디는 램 사원이 완공되기 전까지  아요디아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30년이 지나 모디 총리는 아요디아에 램 사원 착공식을 감독하였으며, 이를 인도의 독립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다. 아유부는 이번 봉헌식 행사가 모디 총리가 진정한 힌두 민족주의 지도자로 거듭난 순간이며 동시에 무슬림들을 2등(second-class) 시민으로 만든 순간이기도 하다는 논평을 남기기도 했다. 모디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3번째 연임을 위해  자신이 속한 BJP당의 다수석 확보를 목표로 두고 있다. 


인도 내 무슬림 단체 및 야권의 반응 


아요디아 램 사원 봉헌식이 끝나자 무슬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아요디아를 방문하였던 인도에 거주하는 무슬림 프리랜서 기자인 유스라 후사인(Yusra Hussain)은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램의 승리를 의미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으며, 이러한 행위가 무슬림인 자신에게 공격적으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후사인뿐만 아니라 인도 내 무슬림들은 힌두 민족주의 성향이 강화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무슬림 지도자들도 모디 총리와 힌두 민족주의자들에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종교로 인한 갈등을 종결해줄 것을 촉구했다. 또한, 인도 정부를 대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으며, 금번 힌두 사원과 관련된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인도 내에는 약 2억 명의 무슬림이 살고 있다. 모디 총리가 집권한 이후 무슬림들은 점차 정치,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있다고 알-자지라(Al-Jazeera)는 전했다. 알-자지라는 인도 내 종교적인 양극화가 무슬림들의 안전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선거에도 정치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여권이 힌두 민족주의를 자극할수록 무슬림들의 저항이 거세질 것이며, 소요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종교적 양극화 현상의 후과를 경고했다. 야권도  인도 여당과 정부의 힌두 민족주의 지향성을 비난했다. 야권 측은 여당과 정부가 인도를 분열시키고 있다며, 램 사원 봉헌식 참석도 거부했다. 한편 인도 정부 측은 인도가 법치 국가이며, 이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인도 최대 라이벌 국가이자 무슬림 국가인 파키스탄의 날선 반응


파키스탄 외교부는 모디 총리가 아요디아 램 사원 봉헌식에 참석하지 이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이번 봉헌식이 인도 내에서 배타적 다수주의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며, 인도 내 무슬림들이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 소외시키는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라는 논평을 남겼다. 또한 파키스탄 외교부는 인도 정부에 무슬림들과 그들의 성지를 비롯한 소수 종교 신도들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무니르 아크람(Munir Akram) 주국제연합(UN) 파키스탄 대사는 UN 본부에서도 인도의 램 사원 건설을 비난하였으며,  UN에 인도 내 무슬림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부와 시민사회는 이러한 종교적 분쟁과 관련된 사건을 인도의 힌두 극단주의와 힌두 극단주의적인 정책의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각은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정치적인 긴장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도 인도 내 소수 종교 신도들의 상황 우려

모디 총리의 집권 이후 국제인권단체도 인도 내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인도 내 무슬림을 비롯한 크리스트교도, 아흐마디인들이 사회적 배제, 기회의 제한 등 지속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휴먼라이츠 워치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BJP 정부가 차별적인 정책을 펼쳐 소수자들에 대한 폭력이 확대되었으며, 정부를 비판해오던 사람들에게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냉각 효과가 나타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러한 우려를 토대로 인도 정부에 대해 힌두 극단주의와 관련된 정정조치를 취하고, 모든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데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종교를 통해 인도가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 가중

힌두교도의 단결 및 인도의 분열 조짐
  
모디 총리를 비롯한 BJP당의 의원들은 인도를 힌두 국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였던 극우 단체인 라슈트리야 스와얌세바크 상(Rashtriya Swayamsevak Sangh)이라는 단체에서부터 정치 커리어를 시작했다. 모디 총리가 구자라트 주지사를 역임하였던 시기였던 2002년 종교 문제에서 시작된 충돌로 수백 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무슬림이었으며, 모디 당시 구자라트 주지사는 충돌 방지를 위한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14년 모디 총리와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BJP당이 집권한 이후부터 인도 정부는 힌두 민족주의를 앞세워 무슬림들을 차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도 정부는 학교 교과서에서 무슬림 지배자들과 관련된 서술을 줄이고, 무슬림 도시명와 기차역명을 힌두교 명칭으로 수정했다. 2019년 정부는 인도 내에서 많은 무슬림들이 거주하는 카슈미르(Kashmir) 지역의  자치권을 없앴다. 인도 관료들은 이러한 조치가 카슈미르 내 법과 질서 상황을 개선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관료들은 카슈미르인들이 다른 인도인들과 같은 법을 따르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디 총리의 행보에 야권과 평론가들은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산자리 라우트(Sanjay Raut) 시브 세나(Shiv Sena) 당 소속 하원 의원은 모디 총리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여전히 힌두교의 신들을 필요로 한다며 힐난했다. 독립 이후 인도를 이끌었던 인도국민회의당도 BJP당의 힌두 민족주의 정책을 지적했다. 모디 총리와 BJP당을 비난하는 이들은 세속주의가 여전히 인도 헌법에 명시된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모디 총리와 BJP당은 이러한 비판을 받을 때마다 식민지 시절 마음을 버리지 못한 것이라며 반박하였다. 램 사원 봉헌식에서도 모디 총리는 1,000년의 노예제가 끝났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힌두-무슬림 차별은 정치권에서의 논쟁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인도 내 무슬림들이 다수 거주하는 인도 북부 지역에서는 힌두교도들이 무슬림들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힌두 극단주의자들은 무슬림들이 소유한 상점, 모스크를 공격하고 방화를 하기도 하였으며, 무슬림 지도자인 이맘을 살해하기도 했다. 무슬림들도 힌두교도들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단체를 구성하거나 무장하면서 힌두-무슬림 간 폭력의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더 이상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

평론가들은 모디 정부와 집권 여당인 BJP당이 반무슬림 정서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활한 인도 대륙에서는 거의 매달 소규모 지자치 선거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여당은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기 위해 힌두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한편, 무슬림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이를 선전하고 있다. 서방의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인도의 세속주의와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되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램 사원의 건설이 힌두 민족주의의 승리가 아니라 모디 총리와 여당의 승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도가 더 이상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으며, 그 핵심 원인으로 종교를 중심으로 한 정치갈등이 꼽힌다.

모디 총리의 힌두교도 결집을 위한 대외적 행보

최대 교민 거주국 UAE 공식 방문, UAE 내 최초 힌두사원 개소식 참석

힌두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모디 총리의 행보는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2024년 2월 14일 모디 총리는 UAE 최초 힌두교 사원 개원식에 참석했다. UAE 내에서 노동 중인 인도 교민들의 종교적인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UAE와 적극 교섭해온 모디 행정부의 노력으로 UAE 내 힌두사원이 건설된 것이다. 지난 2018년 UAE 방문에서 모디 총리는 UAE 힌두 사원의 초석을 놓기도 했다.  외신들과 전문가들은 UAE 힌두교 사원 건설도 주목했다. 이들은 모디 총리가 스스로를 힌두교의 수호자 이미지를 만들어왔으며, 이러한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투사하기 위해 UAE에 힌두교 사원을 설립하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힌두교의 수호자이며, 힌두교도들을 보호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모디 총리에게 매우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러한 모디 총리의 행보에 야권은 종교를 정치에 활용한다고 비난했다. 

모디 총리는 과거부터 힌두교도의 결속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 힌두교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행보를 해오고 있으며,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힌두교 신자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인도 외교정책의 일환으로서의 해외 힌두 커뮤니티 지원 

모디 총리는 인도의 선도적인 지도자로서 해외 힌두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총선 등 주요 계기를 앞두고 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UAE 등 주요국 순방 시 힌두 교회나 학교를 방문하여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힌두 문화 행사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또한, 힌두 커뮤니티의 주요 리더들과 면담을 통해 당면한 과제 등 어려움을 청취하고,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인도 외교정책의 일환으로 해외 힌두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인도의 다양한 종교 집단들 사이에서 결속력을 다지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한편, 외교 전문지인 디플로마트(The Diplomat)는 금년 예정된 인도의 총선 관련, 외교정책도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디플로마트는 전통적으로 외교정책이 인도 선거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던 분야였으나, 지난 2019년 총선에서 BJP당이 국가 안보를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시키면서 승리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도 공군이 풀와마(Pulwama)를 공격한 이후 안보와 인도-파키스탄 간 관계가 선거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BJP당은 국내에서 인기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정책을 추진해왔다. BJP 정부는 모디 총리와 인도의 세계적인 위상을 높이기 위해 외교를 활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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