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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 3년 차, 경제 정책 분석과 시사점

아프가니스탄 Sarajuddin Isar Radboud University Nijmegen, the Netherlands Radboud Excellence Fellow 2024/02/16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과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후 급속히 세력을 확장한 탈레반은 철수 완료 후 불과 한 달여 만인 2021년 8월 15일 수도 카불을 점령했고,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공식적으로 탈레반에 정권이양을 선언했다. 탈레반 정권 하의 아프가니스탄은 현재 여러 분야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재정 및 경제 상황이 우려되는데, 2021년 8월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경제 규모는 3분의 2 수준으로 축소되었으며,1) 전체 인구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2,000만 명이 일자리와 생계 수단을 잃고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3) 

아프가니스탄의 경제 위기는 국제 원조 중단 및 글로벌 금융 체계 접근 상실 등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작용한 결과이다. 특히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자산 90억 달러(약 12조 204억 원)에 대한 동결 조치는 아프가니스탄 경제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유동성 압박이 심해졌고 아프가니스탄 은행들은 고객의 인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게 되었다.4)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난 두 해 동안 탈레반이 시행한 경제 정책이다.

본고에서는 탈레반 정권 하에서 아프가니스탄의 경제 상황을 분석해 보고, 특히 실물 경제 부분과 통화 및 재정 시스템에 관하여 면밀히 살펴본다. 또한 탈레반이 채택한 경제 정책 중 경제 침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는 두 가지 정책에 대하여 분석해 본다.

경기 침체기 진입
탈레반의 권력 장악 이후 아프가니스탄 경제의 실물 부분은 2년 연속 하락했다. 국가 경제에는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고, 그나마 남아있는 안정성 마저도 취약해졌다. 2021년 기준 GDP는 전년 대비 20.7% 감소했고, 다음 해에는 또 다시 6.2% 감소했다. 국가 3대 주요 산업 부문은 모두 침체되었는데, 2022년 기준 GDP의 약 45%를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은 6.5%, 36%를 차지하는 농업 부문은 6.6%, 산업 부문은 5.7% 축소되었다.5)  

또한 아프가니스탄 GDP의 40%에 달하는 80억 달러(약 10조 6,840억 원)의 국제 원조가 중단되었다. 2019년 군사 부문에서 47억 달러(약 6조 2,773억 원), 민간 부문에서 40억 달러(약 5조 3,424억 원)에 달했던6) 국제 원조액이 일시에 중단된 영향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실업, 빈곤, 기아율은 급격하게 상승했다. 인구 증가와 파키스탄에서 추방된 아프가니스탄인 수천 명의 귀환도 국가 재정에 악영향을 미쳤다.7)

이러한 상황에서 탈레반 정권의 정부 재정 지출은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총 수요와 국민 구매력 감소로 이어졌다. 경제학자들은 아프가니스탄이 공식적으로 경기침체기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무스타파 마스투르(Mustafa Mastoor) 전(前)아프가니스탄 경제부 장관은 2023년 CDP-G와의 인터뷰에서 2022년 잠시 안정되는 듯 보였던 아프가니스탄의 경제는 완전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8)

경제학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경제 침체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재정 및 통화 분야의 확장 정책이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비즈니스 성장을 도모하고 고용률을 증진하기 위해서 중앙은행은 통화 정책 측면에서 이자율을 낮추고, 동시에 재무부는 재정 분야에서 세금과 관세를 낮춰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그러나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그림자 은행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국제 금융 거래는 중단되었다. 이는 은행업의 위기로 이어졌고, 국제연합(UN)과 미국의 제재는 무역과 송금을 어렵게 만들었다.9) 중앙은행이 예비금 90억 달러에 접근할 수 없게 되면서 대부분의 금융 거래가 비공식 송금 시스템인 하왈라(Hawala)10)로 회귀했다. 은행은 유동성 문제뿐만 아니라 안정성 위험에도 직면했다. 은행 재무 보고는 간헐적이고 불완전한 상황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총 12개 은행 중 단 7개 만이 2022년도 재무제표를 공개했다.11)

2021년을 기점으로 아프가니스탄의 금융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은행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탈레반 집권 초기 예금주들은 빠르게 예금을 인출하였고 해당 뱅크런 기간 동안 아프가니스탄 금융권에서 인출된 금액은 전체 예·저축액의 41%인 15억 달러(약 2조 34억 원)에 달했다.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은행의 수익성은 하락했으며 2022년 첫 9개월 동안 10개 은행에서 약 3,000만 달러(약 400억 6,800만 원) 손실이 발생했다. 오직 아프가니스탄 인터내셔널 은행(AIB: Afghanistan International Bank)만이 2022년 9월 기준으로 650만 달러(약 86억 8,140만 원)의 이익을 보고했으며, 다른 은행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12)   

다행스러운 점은 탈레반이 인플레이션과 아프가니(아프가니스탄 화폐) 평가 절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2022년 7월 급격히 증가한 인플레이션은 18.3%를 찍고 급락하여 2023년 7월 기준 -9.1%의 디플레이션을 기록했다. UN의 현금 지원 또한 물가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공식적으로 개발 원조가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은 2022년 18억 달러(약 2조 4,040억 원), 2023년 11억 2,000만 달러(약 1조 4,958억 원)를 포함하여 2년간 총 30억 달러(약 4조 68억 원)에 달하는 인도적 지원을 받았다.13) 외국 화폐 사용 금지 및 10억~12억 달러(약 1조 3,356억 ~ 1조 6,027억 원)에 달하는 해외 송금액도 물가 안정 추세에 기여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실질 임금 상승 효과와 가계 복지 증진이라는 이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업 성장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실업과 고용률 하락을 야기하고 결국 총수요 감소 및 경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14) 

탈레반은 집권 초기 이자를 금지하고 모든 은행을 이슬람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15) 그러나 일단 이자가 금지된 이후 이슬람 은행으로의 전환 절차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2019년과 2020년에 총 수입의 절반가량을 이자수익에서 얻었던 은행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은행의 2022년 이자 수입은 2021년 대비 27%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자 금지 정책으로 은행은 핵심인 예금과 대출 기능을 상실했고 이는 서비스 비용의 증가로 이어졌다. 결국 공식 은행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이 자리를 비공식 및 그림자 은행이 차지하게 되었다.16) 

계약적 세금 vs 강제적 세금
세금은 정부가 납세자와 협상을 통해 대표성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정적 사회 계약 제도로, 국가와 국민 상호 간의 신뢰와 책임을 기반으로 한다.17) 경제학자이자 국제 조세 개발 센터의 창립자인 믹 무어(Mick Moore)에 따르면, 세금은 국가와 사회 사이 계약을 구축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며, 서비스의 대가로 수익을 일부 명시적으로 교환한다는 점에서 ‘계약적’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형태의 세금은 부과의 절차와 내용을 평가하고 결정할 수 있는 제도화된 메커니즘이 있을 때 올바르게 작동하며, 납세자가 세금과 관련된 정책 결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계약적 세금의 핵심은 세금에 대한 서비스 제공과 세금 결정 과정에서의 납세자의 참여이다. 하지만 세금에 대한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납세자의 발언권이 제한적이라면 세금은 강제에 가까워진다. 무어는 이를 ‘계약적’ 세금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강제적’ 세금이라고 표현했다. 강제적 세금의 경우 세금에 대한 평가는 임의적이고 세금 징수는 강제적이며 납세자는 세금 정책과 관련하여 어떤 의견도 내지 못하고 정부는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18) 

탈레반 장악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매우 효율적으로 세금과 관세를 징수했다.19) 2022년 징수된 세액 약 22억 달러(약 2조 9,381억 원) 중 55.7%가 국경 간 무역에서 발생했다.20) 지방 국경 검문소 네트워크를 장악해 국경 근처에서 이루어지는 비공식 무역을 통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21) 칼리드 파옌다(Khalid Payenda) 전 임시 재무부 장관은 아프가니스탄 분석가 네트워크(AAN: Afghanistan Analysts Network)와의 인터뷰에서 밀수가 관리되고 지방 관세청이 투명해진다면 하루에 최대 800만 달러(약 106억 8,478만 원)까지도 관세를 징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22) 연간 약 30억 달러(약 4조 68억 원)의 수입을 발생시켜 아프가니스탄에 재정적 독립성을 가져다 줄 재원인 셈이다.

탈레반의 국경무역 통제로 세수는 개선되었지만 아프가니스탄 국민에 대한 세금 징수는 더욱 강제적이고 강탈적인 성격을 띄게 되었는데,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세금의 감축이나 철폐가 권장되는 경기 침체 상태에서 오히려 지난 20년간 없었던 토지세를 신설하는 등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는 악수를 두었다. 수확물과 가축에 이슬람식 세금인 자카트(Zakat)와 우슈르(Ushr)를 새로이 부과했다. 탈레반 샤리아 법(Saria Law)의 종교적 해석을 근거로 농산물에 대한 십일조 납부, 가축을 포함한 비농업 자산에 대한 재산세 납부가 의무화된 것이다. 이는 개인의 재정 상태와 상관없이 극심한 기아로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세금 부과 방식 또한 사업의 수익성 평가 등 객관적인 기준 없이 일방적이고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국민의 세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23) 

결론
지속적인 GDP 감소와 실업률 및 빈곤률 증가로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경제 정책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자를 금지함으로써 전통적인 은행의 대출 및 예금 기능이 축소되었고, 공식 금융 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공식 및 그림자 금융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강제적인 성격이 강한 세금 징수 방식은 국민의 삶을 더욱 곤궁하게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반발로 정치적 반대 세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경제적 불안정성은 현 정권에 불만을 가진 반대 세력의 세를 키워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또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기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 각주
1) World Bank (2023), Afghanistan Development Update, Uncertainty after Fleeting Stability, World Bank
2) Byrd, William (2022), One Year Later, Taliban Unable to Reverse Afghanistan’s Economic Decline, 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 (USIP)
3) Stefan, Petr (August 2023), 2 Years after the Taliban Takeover: Afghanistan’s Population Need Urgent Humanitarian Assistance, European Commission, accessed on 14 December 2023, available at: https://civil-protection-humanitarian-aid.ec.europa.eu/news-stories/stories/2-years-after-taliban-takeover-afghanistans-population-need-urgent-humanitarian-assistance_en#:~:text=In%202023%2C%20a%20staggering%2028.3,one%20step%20away%20from%20famine
4) Maizland, Lindsay and Baumgartner, Sabine (January 12, 2022), A Look at Afghanistan’s Humanitarian Crisis,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
5) World Bank (2023), Afghanistan Development Update, Uncertainty after Fleeting Stability, World Bank
6) Clark, Kate (2023), Survival and Stagnation: The State of the Afghan Economy, Afghanistan Analysts Network (AAN0 
7) Ahmadi, Belquis, Byrd, William and Worden, Scott (2023), Afghanistan’s Economy Once Again Nears the Precipice, 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 (USIP)
8) CDG-G (Centre for Dialogue and Progress-Geneva) (2023), Is Afghanistan Economy Going into Recession? CDP-G, accessed on 14 December 2023, available at: https://twitter.com/Cdp_Geneva/status/1735280772523647277, 
9) Clark, Kate (2023), Survival and Stagnation: The State of the Afghan Economy, Afghanistan Analysts Network (AAN0
10) (역주) 이슬람 전통 송금 방식으로 이슬람교도간 신뢰를 바탕으로 이자 없이 진행되는 비공식 자금이체 제도이다.
11) World Bank (2023), Afghanistan Development Update, Uncertainty after Fleeting Stability, World Bank
12) Faeeq, Matiullah (2023), The Future of the Banking Industry in Afghanistan, PeaceRep: The Peace and Conflict Resolution Evidence Platform
13) Clark, Kate (2023), Survival and Stagnation: The State of the Afghan Economy, Afghanistan Analysts Network (AAN0
14) World Bank (2023), Afghanistan Development Update, Uncertainty after Fleeting Stability, World Bank
15) PYMN (2022), Taliban to Replace Conventional Banking Network With Islamic Banking, PYMN, accessed on 14 December 2024, available at: https://www.pymnts.com/news/banking/2022/taliban-to-replace-conventional-banking-network-with-islamic-banking/
16) Faeeq, Matiullah (2023), The Future of the Banking Industry in Afghanistan, PeaceRep: The Peace and Conflict Resolution Evidence Platform
17) Brautigam, Deborah (2008), Introduction: Taxation and State-building in Developing Countries, In: Taxation and State Building in Developing Countries, edited by Deborah Brautigam, Odd-Helge Fjeldstad and Mick Moore,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18) Moore, Mick (2008), Between Coercion and Contract, Competing Narratives on Taxation and Governance, In: Taxation and State Building in Developing Countries, edited by Deborah Brautigam, Odd-Helge Fjeldstad and Mick Moore,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19) Clark, Kate (2023), Survival and Stagnation: The State of the Afghan Economy, Afghanistan Analysts Network (AAN0
20) World Bank (2023), Afghanistan Development Update, Uncertainty after Fleeting Stability, World Bank
21) Alcis and Mansfield, David (2022), Changing the Rules of the Game: How the Taliban Regulated Cross-Border Trade and Upended Afghanistan’s Political Economy, XCEPT, accessed on 15 December 2023, available at: https://www.xcept-research.org/publication/changing-the-rules-of-the-game-how-the-taliban-regulated-cross-border-trade-and-upended-afghanistans-political-economy/
22) Clark, Kate and Shapour, Roxanna (2021b), The Khalid Payenda Interview (2): Reforms, Regrets and the Final Bid to Save a Collapsing Republic, AAN
23) Ehsan, Kazim (May 3, 2023), Pay or Die: How the Taliban Extorts its Many Taxes through Violence and Destruction, Kabul Now, accessed on 15 December 2023, available at: https://kabulnow.com/2023/05/pay-or-die-how-the-taliban-extorts-its-many-taxes-through-violence-and-destr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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