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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캐나다 시크교도 피살사건으로 인도-영미권 국가 외교관계 난항

인도 EMERICs -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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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인도계 시크교도 지도자 

피살 사건 발생… 인도-캐나다 관계 악화 배경


6월 캐나다에서 시크교도 지도자 암살 사건 발생… 캐나다 총리, 배후로 인도 정부 지목

캐나다에서 발생한 시크교도 지도자 암살 사건으로 인해 인도와 캐나다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2023년 6월 인도계 캐나다인 하르딥 싱 니자르(Hardeep Singh Nijjar)가 캐나다 서부의 브리티시컬럼비아(British Columbia)주 시크교 사원 앞에서 복면을 쓴 괴한의 총격을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하르딥 싱 니자르는 시크교 국가 칼리스탄(Khalistan)의 분리 독립을 지지하는 시크교 분리주의 지도자로, 인도 중앙정부는 2020년에 하르딥 싱 니자르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였다. 하르딥 싱 니자르는 캐나다의 시크교 공동체로부터 칼리스탄 운동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캐나다에서 국민투표를 주도한 바 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인도계 시크교도는 77만 명 이상으로 시크교도 해외 인구로는 캐나다가 최고다.


2023년 6월에 발생한 시크교도 피살 사건이 인도-캐나다의 외교 분쟁으로 이어진 이유는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캐나다 총리의 발언 때문이었다. 2023년 9월 18일 트뤼도 총리는 하르딥 싱 니자르 피살 사건에 인도 정부 요원이 관여되어 있다고 발언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인도의 아린담 바그치(Arindam Bagchi) 외무부 대변인은 캐나다 총리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터무니없는 발언이라 주장했다. 2023년 9월 24일 미국의 데이비드 코헨(David Cohen) 캐나다 주재 대사는 캐나다 총리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인 출처는 밝히지 않았으나 파이브아이즈(Five Eyes) 회원국 간의 정보 공유에 근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브아이즈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 간의 정보 공유 조약이다. 


캐나다의 인도 외교관 추방 방침에 인도 역시 캐나다 외교관 맞추방

캐나다와 인도의 관계는 외교관을 서로 추방하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9월 21일 인도 중앙정부는 캐나다 정부에 41명의 외교관 추방을 요구하였다. 인도의 아린담 바그치(Arindam Bagchi) 외무부 대변인은 캐나다의 내정 간섭을 외교관 추방을 요구한 이유로 언급하였다. 이외에도 인도 중앙정부는 캐나다 시민에 대한 입국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도 인도 중앙정부에 조치에 대응하여 캐나다 주재 인도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결정하였다. 캐나다 정부는 인도 중앙정부의 대응을 전례 없다고 평가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10월 19일 캐나다의 멜라니 졸리(Mélanie Joly) 외교부 장관은 인도 중앙정부가 캐나다 외교관의 면책 특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할 것이라 위협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조치가 불합리하고 전례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멜라니 졸리 장관은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Vienna convention)을 언급하면서 외교관 면책 특권에 관한 규범이 위반될 경우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도 외교관은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였다.


인도-캐나다 FTA 협상 장점 중단… 당분간은 인도-캐나다 간의 외교 갈등이 무역 분쟁으로 비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인도-캐나다 외교 관계 악화는 인도-캐나다 간 무역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인도 현지 매체 민트(Mint)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9월 15일부로 잠정 중단되었다. 민트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정치적 문제’로 인해 인도-캐나다 FTA 협상이 중단되었다고 보도하였다. 인도와 캐나다는 2022년 3월에 기존의 임시 무역협정인 조기진전무역협정(Early Progress Trade Agreement)을 넘어서는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였으며, 여섯 차례 이상의 협상이 진행된 상태였다.

한편, 인도-캐나다의 외교 관계 악화가 무역 분쟁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Reuters) 통신은 익명의 인도 중앙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하면서 인도 중앙정부가 인도-캐나다 갈등을 이유로 캐나다에서 수입이나 투자를 제한할 계획이 없다고 보도하였다. 2022년 인도-캐나다 교역액은 80억 달러(한화 약 10조 7,418억 원)에 달하며, 인도로 유입된 캐나다의 투자액은 총 36억 달러(한화 약 4조 8,338억 원)에 달한다. 2023년 9월에 인도가 수입한 캐나다산 렌틸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 바 있으나 인도 중앙정부는 캐나다산 렌틸콩에 대해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 렌틸콩 이외에도 인도는 칼륨, 석탄, 코크스 등의 품목을 캐나다에서 수입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공공기관에 대한 인도 해킹집단의 사이버 공격 발생… 트뤼도 총리, 인도와의 외교 마찰 확대 자제 시사
또한 인도-캐나다 관계 악화는 캐나다를 향한 해킹 공격으로도 이어졌다. 9월 말 캐나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웹사이트가 디도스(DDoS) 공격을 받았으나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도스는 분산서비스거부(Distributed Denial of Service)의 약자로, 웹사이트와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봇을 이용하여 악성 트래픽을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킹그룹 인도사이버군(Indian Cyber Force)은 본인들이 캐나다 정부 및 공공기관 웹사이트를 향한 디도스 공격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사이버군은 캐나다를 테러범들의 안식처로 묘사하면서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증거도 없이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도-캐나다 관계 악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캐나다 총리는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10월 3일 트뤼도 총리는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인도와의 건설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캐나다의 멜라니 졸리 외교부 장관도 인도와 캐나다의 외교적 논의가 사적인 채널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의 입장은 인도-캐나다 관계 악화가 미국과 인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인도-캐나다 간 갈등으로 곤경에 처한 미국

인도와 캐나다 사이에서 난감한 미국
인도-캐나다 관계 악화가 미국의 세계 대전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에서 중요 협력국으로 인도에 주목하고 있으며, 호주, 일본, 인도와 함께 쿼드(QUAD)를 구성하는 등 인도와의 관계 강화에 주력해왔다. 한편, 캐나다는 미국과 접경하는 국가일 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파이브아이즈 회원국으로서 미국에게 중요한 협력국이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캐나다 내 시크교도 피살 사건을 둘러싼 인도-캐나다 관계 악화는 두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인도 중앙정부에 캐나다 내 시크교도 피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해 협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인도-캐나다 갈등 문제를 다루고 있다. 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미 국무부 장관과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Subrahmanyam Jaishankar) 인도 외무부 장관은 지난 9월 28일 회담을 했으나, 미국 정부의 회담 보고서 내용에는 인도-캐나다 관계 악화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지 않았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 정부가 미국-인도 고위급 회담에서 시크교도 피살 사건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는 보증을 받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대개 미국 정부가 발간한 회담 보고서는 모든 사안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정부와 인도 중앙정부는 시크교도 피살 사건과 인도-캐나다 관계 악화를 논의하였으나 미국 정부가 발간한 회담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인도 중앙정부의 외교관 면책특권 박탈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매튜 밀러(Matthew Miller)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인도 중앙정부의 외교 면책 특권 박탈에 대해 의견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지 외교관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인도 중앙정부를 향해 자국 내 캐나다 외교관 축소를 요구하지 말 것을 촉구하였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의 발언은 미국 정부가 인도-캐나다 관계 악화에 대해 제기한 그나마 가장 직접적인 비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외에는 직접적으로 대표 우방국인 캐나다의 편에 서는 발언을 삼가는 모습이다.

시크교 지도자 피살 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

영국 런던에서 인도 비판하는 시크교도들의 시위 발생
인도-캐나다 외교 관계 악화는 시크교 이민자들이 많은 영국에서도 인도에 대한 항의 시위로 이어졌다. 9월 29일 비크람 도리스와미(Vikram Doraiswami) 영국 주재 인도 고등판무관이 영국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Glasgow)에 있는 시크교 사원을 방문하려 했다가 항의하는 세 명의 시크교도와 마주한 사건이 벌어졌다. 항의시위를 벌인 이민자들은 인도 고등판무관을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크람 도리스와미 고등판무관은 글래스고 시크교 사원에서 지역 사회 지도자들을 만날 예정이었다.

영국 내 시크교도들은 인도 중앙정부가 해외 거주 중인 시크교도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캐나다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국시크연맹(Sikh Federation UK)의 다빈데르짓 싱(Dabinderjit Singh)은 캐나다에서도 시크교도들이 표적이 되고 있다면 영국의 주권도 침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에는 50만 명이 넘는 시크교도들이 살고 있으며, 영국의 시크교도들은 영국 의원들에게 시크교도들을 위한 보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영국 현지 매체 가디언(Guardian)의 보도에 따르면 시크교도이자 프리랜서 언론인인 사라브짓 싱 바누르(Sarabjit Singh Banur)는 시크교 권익에 관한 보도로 인해 2019년 인도 국가수사국(National Investigation Agency)의 조사 대상에 지정되었을 뿐 아니라, 인도 언론에 테러범으로 낙인찍혀 그와 그의 가족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호주도 인도-캐나다 갈등에 촉각 곤두세워
인도-캐나다 관계 악화로 인해 파이브아이즈와 쿼드 회원국인 호주 역시 대외 정책 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에서 인도계 이민자는 두 번째로 큰 이민자 집단이며, 향후 호주 경제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호주에서 인도계 이민자들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인도-캐나다 관계 악화로 인한 인도계 이민자들 사이의 갈등도 호주에서 중요한 국내 정치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호주의 멜버른(Melbourne)과 시드니(Sydney) 등의 대도시에서는 인도국민당(BJP, Bharatiya Janata Party) 지지자들과 시크교 단체 사이에 갈등이 발하기도 했다.

호주 정부는 인도와 캐나다 사이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호주의 페니 웡(Penny Wong) 외교부 장관은 캐나다 시크교도 피살 사건에 인도 정부 요원이 연루되어 있다는 캐나다 총리의 주장에 대해 호주 정부가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표현한 바 있다. 또한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즈(Anthony Albanese) 총리는 기자들이 2023년 5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의 호주 방문을 환영한 것을 후회하는지 묻자, 기자들에게 진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호주 방문이 지역 사회의 환영을 받았음을 언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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