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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비즈니스 인사이트] 양날의 검 아프가니스탄 아편 산업

아프가니스탄 EMERICs - -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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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정치적, 지정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아프가니스탄의 아편 산업 


1970년대까지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아프가니스탄의 아편 산업, 세계 최대의 아편 공급국이 되기까지의 역사적·지정학적 배경

아프가니스탄은 현재 세계 최대의 아편 생산, 수출국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아프가니스탄 내 아편 산업이 발전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24년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양귀비 독점이 종료되면서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누구나 양귀비를 재배할 수 있게 됐다. 1932년 통계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의 연간 아편 생산량은 75톤으로, 6,000톤에 달하는 중국에 비해  크지 않았으며, 30년대 후반까지도 연간 생산량은 100톤을 넘어서지 않았다. 1940년대 들어서면서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다시 양귀비 재배를 금지하였으며, 이후 국내법 제정, 국제연합(UN)과의 협력을 통해 아편 생산을 통제했다. 1945년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아편 생산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였으며, 1957년 아편 생산 금지법을 공포하였다. 1961년에는 아프가니스탄도 마약에 관한 UN 단일 협약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아편 생산 통제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로는 첫째, 예산 확보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1960년대 아프가니스탄은 경제 발전 과정에서 해외 원조에 크게 의존하였으며, 아편 생산 통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예산 부족으로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지 않자 아프가니스탄 내에서는 아편의 생산과 유통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오히려 늘어나게 되었다. 둘째, 아프가니스탄의 인근 주요 아편 생산국인 튀르키예(당시 터키)와 이란이 각각 1972년과 1979년 아편 생산을 전면 금지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이 대체 생산지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10년간의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어진 내전의 혼란 속에서 각 진영의 자금줄로 부상한 아편 산업

이러한 상황에서 1979년부터 시작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아프가니스탄 내 아편 생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도화선이 됐다. 10년간 소련의 침공이 지속되면서 아프가니스탄 내 경제 상황은 악화되었으며, 주요 산업이던 농업 인프라가 파괴되었다. 전쟁 당시 최대 농경지 3분의 1이 파괴되었으며, 가축의 수도 70% 이상 줄어들었다. 당시 전쟁으로 인구도 감소했다. 아프간 인구 9%가 전쟁 중 사망하였으며, 나머지 3분의 1은 해외로 도피했다. 또한 반군이었던 무자헤딘들은 활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에서 아편을 재배, 유통시켰다. 그 결과 1979년 이후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아편 생산이 급증하였으며, 1989년 기준 아프가니스탄의 아편 생산량은 1,200만 톤을 기록했다. 이는 당시 세계 생산량의 35%에 달하는 수치이다.


아프가니스탄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아편...국제사회는 제재 


공식적인 금융 시스템이 없는 아프가니스탄에서 1990년대 말부터는 아편이 신용거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이후 아프가니스탄 내에서는 내전이 발생하였다. 내전으로 인해 안정적인 경제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고, 많은 국민이 해외로 피난하여 농업인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아프간의 농민들과 군벌 세력들은 양귀비 재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시 UN 마약통제및범죄예방국(ODCCP, 현 UN마약범죄국)은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아편 원료인 양귀비가 환금 작물로 재배되고 있으며, 아편 생산과 유통이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삶의 전략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시기를 전후하여 아프가니스탄에서 아편 생산량이 급증했는데, 이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세력에게 실질적인 수입원이 되었기 때문이며 또한 농업 인프라가 모두 파괴된 상황에서 아편 만큼은 실질적이고 안정적인 현금 조달이 가능한 작물로서 재배와 유통의 인프라가 발달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989년까지 아편 산업 관련자들은 최소 10년간 노하우와 전문성을 터득하고 산업을 발전시켜 왔으며, 시장과 인프라, 거래 시스템 또한 어느 정도 구축된 상태였다. 오랜 기간의 전쟁을 거치며 도로와 교통 인프라 등이 거의 모두 파괴되었으나, 아편 거래에 필요한 인프라 만큼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었던 만큼 모든 파벌들의 협조 아래 유지되고 있었고, 아편 산업은 점차 활성화되는 반면 다른 작물 산업은 점차로 쇠퇴하게 되었다. 


공식적인 신용 거래 체계가 없는 상황도 아프가니스탄 내 아편 경제가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농지를 지니지 못한 아프간인들은 식품, 의복, 약품 등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들을 양귀비와 교환했다. 대부분의 농부들이 양귀비에 대해 선급금을 지급 받았는데, 이는 양귀비가 기타 작물에 비해 날씨의 영향을 덜 받아 비교적 안정적인 수확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부유한 지주들은 양귀비 뿐만 아니라 다른 작물들의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양귀비를 화폐와 같이 사용했다. 또한 양귀비는 잘 부패하지 않아 이 시기 양귀비는 아프가니스탄 현지 화폐보다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였으며, 가계들은 저금을 위한 수단으로 양귀비를 축적하기도 했다. 지역간 가격 차이도 크지 않아서 단기 금융 투자에까지 사용되었다. 


또한 양귀비는 노동 집약적인 작물로, 양귀비 1헥타아르(ha)를 재배하는 데에 약 350명의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밀은 41명). 따라서 양귀비 재배 농가에서는 많은 노동력을 고용하게 되어, 아프가니스탄의 고용에도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탈레반 정부의 양귀비 재배 전면 금지 정책 성공한 듯
탈레반(Taliban)이 아프가니스탄 대부분을 장악했던 1999년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생산된 양귀비의 가치는 2억 6,500만 달러(한화 약 3,416억 원)이었으며, 이를 통해 확보한 세입도 최소 4,000만 달러(한화 약 516억 원)를 기록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당시 아프가니스탄은 연간 세계 불법 아편 공급량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미 국무부는 2000년 이전부터 아편과 헤로인 가격이 실질적인 상승을 보였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유출되는 아편 양도 줄어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00년 접어들면서 탈레반은 양귀비 재배를 금지하였으며, 국제사회도 탈레반의 금지 조치가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UN 마약통제프로그램은 세계 아편 공급의 4분의 3, 유럽으로 유통되는 대부분의 헤로인의 원료인 아프가니스탄 내 양귀비 생산량이 급감하였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2001년 5월 미국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 현지에 최초로 방문하여 탈레반의 금지 조치 이후 1년도 되지 않아 양귀비 재배가 대폭 줄어들었으며, UN의 보고서 내용을 재차 확인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탈레반 재집권, 국제적 고립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주요 자금원인 아편 산업

2021년 탈레반 재집권 이후 양귀비 재배 면적 급증
2021년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카불(Kabul)을 점령하고, 미국의 지원을 받던 정부로부터 권력을 이양 받으면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다. 초기 탈레반은 여성 인권 보장, 무장 단체 및 마약의 통제를 약속하며 국제사회로부터 아프가니스탄 내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받고자 했다. 특히 2022년에 들어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Sharia)를 내세우며 양귀비를 비롯한 마약 원료 재배를 금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통치를 시작한 이후 아프가니스탄 내 양귀비 재배 면적은 대폭 늘어났다. UN에 따르면, 2021년 5만 6,000ha에 달했던 양귀비 재배지가 2022년 32%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양귀비 재배는 10월 말~11월 파종을 시작해 다음해 4~7월 수확이 이루어진다. UN은 탈레반이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농민들이 양귀비 경작을 확대한 것으로 보았다. UN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양귀비 경작지는 남서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전체 73%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 아편 산업의 생산량은 국가 전체 GDP의 14%를 차지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탈레반 정부, 양귀비 경작에 과세…막대한 세수 확보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아편 산업은 일자리와 세수를 창출하는 중요 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UNODC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양귀비 재배와 관련된 일자리 수는 12만 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 국무부는 탈레반도 양귀비 재배에 세금을 부과하고 제조와 밀매를 통해 간접적으로 수익을 확보하였다고 발표했다. 미 국무부 발표에 따르면, 탈레반은 양귀비 재배 농가에 10%의 세금을 징수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탈레반이 아편을 헤로인으로 가공하거나 불법 약물을 밀매하는 거래상에게서도 세금을 거두어 들였다고 밝혔다. 국무부에 따르면, 불법 약물 경제를 통해 탈레반이 얻는 수입은 최소 1억 달러(한화 약 1,289억 원)에서 최대 4억 달러(한화 약 5,15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재건 특별 감사관실(SIGAR, Special Inspector General for Afghanistan Reconstruction)에서 활동하는 존 니콜슨(John Nicholson) 미국 육군 사령관은 마약 거래를 통해 얻은 수입이 탈레반 전체 수입의 60%에 달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치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불법 약물 거래상을 연구하는 데이비드 만스필드(David Mansfield)는 UN과 다른 기관들이 발표한 세금 체계는 근거가 없으며, 행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작동할 수 없는 방식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더욱 복잡해진 국제 정세 속에 다시금 내려진 양귀비 재배 금지령…인도주의적 위기 우려 고조

탈레반 정권, 국제사회의 지원 확보와 내부 정적의 자금원 압박 목적
2022년 4월 탈레반은 다시금 양귀비 재배 금지령을 발표했다. 주요 목적은 국제 사회로부터 다시 이목을 끌어 경제적인 지원을 받기 위한 시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까지 서방국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제공해 왔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관심과 경제적 지원이 급감하였다. 더구나 탈레반이 서방의 강력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여학생의 교육이나 여성의 노동을 금지하는 등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서방의 지원은 더욱 더 감소했다. 이에 탈레반은 양귀비 재배 금지령으로 서방의 관심을 끌고 추가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귀비 재배 금지령은 국내 정적, 상대 무장 단체들의 재원을 확보를 어렵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귀비 재배는 탈레반 활동의 중심지였던 남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탈레반의 적대 세력이 장악한 북부에서도 양귀비 재배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아편 작물을 타 작물로 대체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
탈레반의 성공적인 양귀비 재배 금지령이 아프간인들과 세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평화연구소(USIP, United State Institute of Peace)는 탈레반의 양귀비 재배 금지령은 아편 밀매업자들에 대한 승리라는 측면 보다는 경제적, 인도주의적 상황 악화라는 반대급부가 더 클 수 있으며, 난민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USIP는 2022년 12만 9,000ha에 달하던 양귀비 재배지가 2023년 4월 기준 740ha로 줄어들었으며, 이로 인하여 아편 제조, 거래, 운송, 수출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불법 마약 거래 전문가인 데이비드 맨스필드(David Mansfield)에 따르면, 탈레반의 양귀비 재배와 제조, 밀매 등 모든 분야를 포함하여 매년 약 10억 달러(한화 약 1조 2,890억 원)에 달하는 경제활동의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아프가니스탄 내에서는 일자리를 잃고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발생할 것으로 USIP는 보고 있다.

지속 가능한 마약 생산 감축 정책 도입 필요
USIP는 탈레반의 양귀비 재배 금지령이 2년 째로 접어들면서 더 큰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남부에 영향력 있는 대규모 양귀비 경작지 지주들은 아편 재고를 줄이는 한편, 금지령 철회를 위한 로비를 할 가능성이 있으며, 탈레반 내에서도 아편 산업과 관련이 있는 인사들이 금지령을 철회하려 할 것이라고 USIP는 설명했다. 또한 아편은 저장성이 높아 경작을 하지 않아도 일부 기간 지속적인 생산과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편을 생산하던 농민들이 아편 생산이 중단되면 해외로 생계를 찾아 떠나는 난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USIP는 이러한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촌 지역의 발전과 소농을 지원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업 지원, 소규모 농촌 인프라, 소득 창출, 소규모 치수 프로젝트, 농업 가공 투자를 통해 농민들이 장기적으로 아편 생산을 줄이고, 농작물을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USIP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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