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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파키스탄, 트랜스젠더법에 대한 논쟁 이어져

파키스탄 EMERICs - - 2023/03/24

☐ 파키스탄 보수 이슬람주의 세력, 트랜스젠더법 비이슬람적 내용을 포함한다고 주장

◦ 파키스탄 이슬람이념위원회, ‘자기정체성’ 조항을 비이슬람적이라고 해석
- 2023년 3월 14일 파키스탄의 이슬람이념위원회(CII, The Council of Islamic Ideology)가 ‘트랜스젠더 (권리 보호)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키블라 아야즈(Qibla Ayaz) 파키스탄 이슬람이념위원회 위원장은 트랜스젠더법을 검토한 결과, 자기인지적 정체성에 의한 트랜스젠더 규정이 비이슬람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키블라 아야즈 위원장은 또한 트랜스젠더법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진 규칙들이 샤리아와 양립할 수 없는 여러 조항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의 트랜스젠더법 관련 논의는 3월 14일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CII 구성원과 다른 종교학자, 종교 지도자,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대표, 의사, 법률 및 사회 전문가, 시민사회 단체, 국가 데이터베이스 및 등록 기관, 인권부 관계자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같은 CII의 해석은 트랜스젠더법에 대한 보수적인 이슬람주의의 시각을 반영한다. 키블라 아야즈 위원장은 모신 아지즈(Mohsin Aziz) 파키스탄 상원의원, 무슈타크 아흐메드(Mushtaq Ahmed) 파키스탄 상원의원, 마울라나 압둘 가푸르 하이데리(Maulana Abdul Ghafoor Haideri) 파키스탄 상원의원이 제출한 개정안도 검토하고 반영해 개정안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CII는 2022년 9월에도 트랜스젠더법의 일부 조항이 샤리아와 양립할 수 없다는 결정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CII는 이 법이 ‘새로운 사회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편 파키스탄 이슬람이념위원회는 트랜스젠더가 직면한 사회적, 법적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트랜스젠더의 기본적 인권 보호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을 함께 표명했다.

◦ 파키스탄의 이슬람 정당, 계속해서 트랜스젠더법 무효화 시도
- 무슈타크 아흐메드 상원의원이 이끄는 자마아트-에-이슬라미(JI, Jamaat-e-Islami)를 비롯한 파키스탄의 종교 정당들은 트랜스젠더에게 부여된 주요 권리들을 철회하는 법 개정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자마아트-에-이슬라미는 지난 2022년 9월 18일에도 파키스탄 연방샤리아법원(FSC, Federal Shariat Court)에 트랜스젠더 권리 보호법을 무효화하는 청원을 제출했다. 무슈타크 아흐메드 의원은 트랜스젠더법이 이슬람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이와 같은 청원을 제출했다. 
- 이들 보수 이슬람세력의 주장은 CII의 결정에 반영된 것과 같이 생물학적 혹은 해부학적으로 여성이나 남성에 속하지 않는 인터섹스(간성)의 경우에만 법이 보호하는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터섹스의 생식 해부학적 구조가 일반적인 여성 또는 남성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법에 정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본다. 반면 자신의 성별이 태어날 때 부여된 지정성별과 다르다고 인식하지만, 이러한 성 정체성이 신체적으로 증명될 수 없는 트랜스젠더의 경우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정신질환은 치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2023년 2월 13일에는 왈리드 이크발(Walid Iqbal) 파키스탄 상원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파키스탄의 상원 인권위원회가 트랜스젠더법에서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쿤사(khunsa, 인터섹스)’라는 단어로 대체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안했다. 이크발 상원의원은 성별이 내적 감정이나 내적 존재감에서 파생될 수 없으며, 외모, 생식기 특성 및 선천적 특성에 전적으로 기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때 쿤사라는 용어는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 특징이 동시에 나타나거나, 어느 한 성별로 구별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상원 인권위는 또한 쿤사 인구를 식별하기 위해 교수급 남성 외과 전문의, 여성 산부인과 전문의, 성형외과 전문의, 내분비 전문의 또는 유전학 전문의, 비뇨기과 전문의와 박사학위 소지 이상의 심리학자 등 6인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된 지역별 의료위원회를 구성하고, 의료위원회의 인증을 거쳐 파키스탄 국립기록등록청(NADRA, National Database and Registration Authority)에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 트랜스젠더법에 대한 공격에 활동가들 반발…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과 폭력 여전해

◦ 트랜스젠더법 무효화 시도에 인권 전문가들과 트랜스젠더 사회 반발
- 파키스탄의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는 트랜스젠더법을 무효화하려는 보수 이슬람세력의 주장이 거짓 선동이며, 평등한 권리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동성애자로 몰아가고 있다며 반박했다.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를 포괄하는 파키스탄의 콰자시라(Khwajasira) 커뮤니티와 인권 운동가들은 트랜스젠더법을 후퇴시키려는 이슬람 정당들의 법안 개정 시도에 맞서 몇 달 동안 여러 도시에서 시위를 벌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트랜스젠더법이 동성 간의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 2022년 9월 24일에는 아샨 분(Ahsan Bhoon) 최고법원변호사협회(SCBA, Supreme Court Bar Association) 회장이 트랜스젠더 권리 보호법이 제대로 해석되고 있지 않다며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분 회장은 트랜스젠더법 자체를 각기 다른 시선에서 해석하고 있다면서, 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분 회장은 트랜스젠더들의 권리 보장이 필요하며, 이는 파키스탄이 건강한 사회로 변화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발언했다.

◦ 트랜스젠더법, 파키스탄의 주요 인권 이정표… 여전한 폭력과 차별 지적되기도
- 2018년 채택된 파키스탄의 트랜스젠더법은 트랜스젠더의 교육과 보건 시설 이용 권리, 선거권과 피선거권 인정, 신분증과 여권에 ‘트랜스젠더’로 성별을 표기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트랜스젠더법이 제정되면서 파키스탄의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 인구는 신분증(CNIC, Computerised National Identity Card)에 여성 혹은 남성 대신 ‘X’로 성별을 표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파키스탄의 인권 역사에서 주요한 기점으로 평가되었다. 
- 그럼에도 파키스탄의 트랜스젠더들이 처한 현실은 여전히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1월에는 파키스탄 정부가 트랜스젠더를 주제로 한 영화 ‘조이랜드(Joyland)’를 이슬람주의자들의 압박으로 인해 “도덕과 품위에 반하는 불쾌한 영화”라면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재검열을 명했다가 이를 철회한 바가 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조이랜드의 상영 금지 처분에 관해 트랜스젠더에게 평등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파키스탄 사회가 얼마나 반발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파키스탄에서 트랜스젠더들은 표면상 법률적 권리를 보장받지만,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구걸이나 유흥업, 심지어 성매매 등에 종사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더 나아가 이슬람주의자들의 트랜스젠더 공격은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폭력을 유발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Islamabad)에 기반을 둔 트랜스젠더 활동가 림 샤리프(Reem Sharif)는 자마아트-에-이슬라미가 주도하는 부정적인 선전으로 인해 트랜스젠더들에 대한 괴롭힘과 차별, 폭력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샤리프는 트랜스젠더를 살해한 한 살인 혐의자가 경찰 심문 중에 트랜스젠더를 죽이면 곧장 천국에 갈 수 있기 때문에 지하드(jihad, 이슬람교 전파를 위해 이슬람교도에게 부과된 종교적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답변했던 사실을 예로 들었다. 라호르(Lahore) 지역의 활동가 문 쵸우다리(Moon Chaudhary) 역시 라호르 지역에서 트랜스젠더가 번화가에서 공개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면서, 가해자들이 강제로 옷을 벗기고 성별을 묻고 성폭행을 저지른 사건을 전했다. 

< 감수 : 권기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DAWN, Transgender law comes under fire at CII meeting, 2023.03.16.
Dissent Today, CII Criticises Transgender Law Yet Again, Says ‘Self-Perceived Identity Un-Islamic’, 2023.03.16.
AAJ English TV, Council of Islamic Ideology deliberates transgender law to withdraw rights, 2023.03.14.
Daily Pakistan, Transgender persons not allowed to leave homes after midnight in Quetta, 2023.03.01.
Outlook, Activists Aghast As Pakistan Rights Panel Seeks To Replace 'Transgender' With 'Khunsa', 2023.02.16.
The Diplomat, Why Are Some Pakistanis up in Arms Against the Film ‘Joyland’?, 2022.11.18.
Global Issue, Pakistan's Transgender Legislation in the Line of Fire, 20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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