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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도 파키스탄 분쟁 다른 시각으로 보기 – 물이 흐르지 않으면 피가 흐를 것이다

파키스탄 / 인도 정호영 자다푸르대학 사회학 박사 2014/11/11

무슬림 국가인 파키스탄과 힌두교가 주류인 인도는 잠무 카슈미르(Jammu and Kashmir)를 두고 잊혀질 만하면 국경 분쟁을 벌인다. 인도 총리 모디가 지난 5월, 총리 취임식에 파키스탄 총리를 초대해 양국 간의 화해 모드를 공식적으로 열었고, 파키스탄에서는 볼리우드 영화를 좀 더 많이 수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얼어 있던 양국의 분위기는 부드럽게 풀려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7월부터 지속적인 국경 분쟁이 일어나 양국의 민간인들, 군인들이 사망하였다. 국경분쟁이 지속되면서 두 나라에서 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종파주의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언제나 그러했으므로 여느 때처럼 특별한 사안은 아니다. 여기에 11월 2일, 파키스탄 동부 라호르 인근 와가 국경 검문소에서, 관광상품으로 유명한 양국 국경의 국기 하강식 행사장에서 발생한 파키스탄 탈레반의 자살 테러는 수많은 희생자들을 낳았다. 테러 발생 즉시 모디는 즉각적으로 테러리스트들을 비판하고, 숨진 파키스탄인들에게 애도를 표시하였다. 모디의 발표를 접한 파키스탄 탈레반은 모디에게 ‘이슬람을 학살한 너를 용서하지 않는다’고 협박을 하긴 했지만, 숨진 민간인 파키스탄인들도 이슬람들인 상황에서 파키스탄 탈레반의 모디에 대한 비난은 누구에게도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이후 국기 하강식 행사를 대중에게 관람 중단한 인도와는 달리 파키스탄은 국기 하강식 행사를 중단하지 않았다.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잠무 카슈미르 분쟁은 종교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어왔다. 그러나 과연 종교만으로 이 잠무 카슈미르 분쟁을 설명할 수 있을까? 양국 분쟁의 원인은 양국의 정치인들이 분쟁을 자신들의 종파주의 정치로 활용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의견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떤 상황은 한두 가지의 원인이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상호작용을 하며 발생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논의되어왔던 양국 분쟁의 원인에서 주로 논의되어온 종교, 정치적 이유 외에 다른 원인도 한번 생각해보자.

잠무 카슈미르 분쟁에서 기억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잠무 카슈미르는 파키스탄의 머리이다.”이고 또 하나는 “물이 흐르지 않으면 피가 흐를 것이다(Water flow or Blood)”이다. 잠무 카슈미르가 파키스탄의 머리라고 하는 것은 잠무 카슈미르가 파키스탄의 위쪽에 위치해 있기에 사람으로 치면 머리에 해당한다는 비유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그것은 사람에게 머리가 중요한 이유가 머리가 없으면 사람이 살 수가 없기 때문에 이 비유가 사용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파키스탄의 식량을 대부분 생산하는 펀잡 지방의 농업용수는 인도 땅인 잠무 카슈미르에서 흘러 들어오는 강물에 의해 공급된다. 독립 직후 인도 정부는 분명히 잠무 카슈미르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초대 총리 네루는 잠무 카슈미르 집안의 브라만 출신이었기에 잠무 카슈미르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잠무 카슈미르의 수자원이 파키스탄의 생명줄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티베트의 히말라야 산맥 카일라스에서 흘러나와 라닥을 지나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양으로 흘러가는 인더스 강은 고대에는 하라파 문명을 건설했고, 지금은 파키스탄의 생명줄이다. 카일라스 산에서 발원한 인더스 강, 젤룸 강, 체나브 강이 하나로 합쳐져 파키스탄 저지대로 내려간 다음 카라치에서 아라비아 해로 흘러든다. 이 경로가 파키스탄의 농업용수가 흘러가는 경로이다. 인더스 강이 없으면 파키스탄의 지하수와 저수지로는 한 달밖에 못 버틴다. (독립 직후의 파키스탄 입장에서 보면) 잠무 카슈미르 지역을 인도에게 뺏긴다는 것은 완전한 독립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건조하고 메마른 땅에 인구는 많고, 인구의 다수가 농업에 종사하는 파키스탄에서 인더스 강의 “물이 흐르지 않으면 피가 흐르게 될 것이다.”이라는 외침은 잠무 카슈미르가 인도 땅이 된 후 지금까지도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는 절규로, 파키스탄 쪽 자료에서는 자주 볼 수 있다.

(파키스탄 입장에서 보자면) 인도가 인더스강이 시작되는 잠무 카슈미르를 점령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 술 더떠 파키스탄에게 잠무 카슈미르 지역은 모두 인도령이니 인더스강이 흘러가지 않는 잠무 카슈미르 지역까지도 반환하라고 요구를 한 것은 무리한 것이었다. 인도가 파키스탄령 잠무 카슈미르 지역을 확보하면 인도는 중앙아시아로 바로 나갈 수 있는 관문을 확보하게 된다. 그런 반면 이 지역을 인도에게 뺏길 경우 파키스탄은 중국 대륙과 중앙아시아로 가는 경로가 막혀버리게 된다. 이 경로가 막히면 파키스탄은 내륙과의 교역은 인도에 의지해야 하는데 이것은 네팔이 지정학적 위치로 인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과 같아진다. 네팔이 바다로 나아가는 경로루 인도 콜카타(Kolkata)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과 같아지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는 경로도 있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은 군주제에서 공화국, 공산주의 국가, 탈레반의 이슬람주의 국가, 다당제 민주주의로 변화를 거듭하는 와중에, 파키스탄에서 군사 훈련을 받았던 탈레반이 통치했던 기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인도에 더 우호적이었다. 같은 이슬람 국가라고 해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 우호적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잠무 카슈미르 문제는 자원과 지정학적 위치의 중요성 때문에 일어났고, 힌두-이슬람의 종교 분쟁은 표면에 나타난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양국 간의 국경 분쟁을 보는데 있어서 종교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이러한 경제적 갈등을 중심으로 보는 시각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자원을 둘러싼 파키스탄과 인도의 갈등은 해결할 수 없는 것인가?
 
무력으로 잠무 카슈미르 분쟁을 지속해온 파키스탄과 인도는 협상과 타협도 계속 해오고 있다. 1960년 파키스탄과 인도는 ‘인더스 수자원 조약(Indus Water Treaty)’에 서명했다. 조약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인더스 강과 서쪽의 주요 지류인 젤룸 강, 체나브 강의 물에 대해 독점권을 갖는다. 인도는 역시 인더스 강의 지류로 상대적으로 동쪽에 위치하는 라비 강, 베아스 강, 수틀레지 강을 할당받았다. 인도는 이들 강에 전력생산용 댐을 건설하고. 물고기를 잡고, 선박 운항용 수로를 만드는 등의 활동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물을 파키스탄으로 방출해야 한다. 1950년대에 인도는 파키스탄 보다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양보(?)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 개발을 위해 세계은행의 자금 지원이 필요했는데 수자원 조약에 협조해야만 그 자금 조달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1960년 인더스 수자원 조약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5만 5천 큐섹(cusec, 매초 1입방 피트의 물 흐름)의 물을 받기로 되어 있으나 2008년 보도에 의하면, 파키스탄은 겨울에는 1만 3천 큐섹, 여름에는 2만 9천 큐섹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항의를 했다. 인더스 강의 수량이 줄면 파키스탄의 농업과 전력 생산량은 줄어들고 이는 다시 산업과 제조업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니 조금도 지체할 수 없어 파키스탄은 세계은행에 즉시 중재를 요청했다. 세계은행은 1960년 인더스 수자원 조약에서 모든 것을 다 다루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중립적인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인도 파키스탄 간 협약이 완료된 바글리하르 댐의 예를 들어 인도 파키스탄이 어떻게 협상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자. 체나브 강에서 수력 전기 발전소 댐을 짓는 것은 1960년 인더스 수자원 조약에 의하면 파키스탄이 필요한 수량만 흘러가면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저장 수량을 인도 측에서 얼마나 가지는가에 따라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수량이 바뀌는 것이었다. 2005년 파키스탄은 세계은행에 중재를 요청했고 양국은 협상에 들어갔다. 협상에 의해서 바글리하르 댐의 저장수량은 인도가 요구했던 3천7백5십만 미터에서 3천2백5십8만 미터로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댐의 선측(free board)은 4.5미터에서 3미터로 줄어들었다. 2010년 6월, 인도와 파키스탄은 바글리하르 댐이 발전을 위해 초기 채우는 수량에 대해서 더이상 논쟁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 이렇게 인도와 파키스탄의 수자원 문제는 국제적인 중재로 어느 정도 타협을 하고 있다. 잠무 카슈미르 문제를 포함하여 인도와 파키스탄 문제는 종교나 정치만이 아니라 경제적 원인과 국제 관계 속에서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잠무 카슈미르 주민들이다. 잠무 카슈미르에서의 분리주의 운동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지만, 잠무 카슈미르 주민들은 여전히 불만이 많다. 댐을 통해서 충분한 전력을 생산하고 있지만 잠무 카슈미르 주민의 25%는 전기가 없이 생활하고 있고 물이 풍부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주민의 55%는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이 없기 때문이다. 잠무 카슈미르의 풍부한 지하자원들이 개발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불평등을 느낀다면 잠무 카슈미르에서 분리주의 운동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잠무 카슈미르 지역 주민들은 파키스탄과의 합병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파키스탄의 국가로서의 실패 때문이다. 각종 종족 분쟁을 내부에서 일으키는 펀잡 종족 주도의 정치, 탈레반의 활동, 억압적인 문화 등을 보아온 그들로서도 파키스탄으로의 합병은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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