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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도인의 자부심이자 국민 통합의 매개체, 선거

인도 신진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북벵골만 사업단 전임연구원 2014/05/15

인도 총선거는 오랜 전통을 이어왔고, 유권자가 많기 때문에 ‘지상 최대의 민주 선거 쇼’ 로도 불린다. 또 인도인들이 기대하고 즐기기 때문에 ‘민주주의 축제’로도 비유된다. 인도인의 축제이자 민주주의 쇼인 인도 총선거가 얼마 전에 막을 내렸다.

이번 인도 총선은 2014년 4월 7일부터 5월 12일까지 5주간 실시되었다. 올해 총선이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규모 면에서 사상 최대라는 것과 인도 경제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시기에서 맞이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올해 인도 유권자는 8억 1천 5백만 명으로 역사상 최대 규모였으며, 현재 인도는 경기 둔화에 접어든 경제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정권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다. 선거의 가장 큰 목적은 대표자를 뽑는다는 데 있겠지만, 인도에서 선거는 대표자를 뽑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인도인의 자부심, 선거
인도인들은 ‘민주 선거’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인도인들에게 필자를 소개할 때면, 그들은 어김없이 한국 군사 독재를 들먹이며, 인도는 민주 정치를 이어왔음을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좀 더 과격한 친구는 한국이 이룬 경제적인 성장은 민주주의를 담보했기 때문에 크게 부러워 할 것이 없다며, 경제적 성장은 더디지만 민주주의를 지켜오고 있는 인도가 훨씬 우월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필자도 인도 군대 통솔력으로 과연 군사 쿠데타가 가능했겠냐며 반문하고 싶기도 했고, 투표권만 있지 일상은 전혀 민주적이지 않은 인도 사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공격하고 싶기도 했었다. 당시는 자존심 강한 그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신변에 좋을 것 같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도에서 살며 그들이 갖고 있는 선거에 대한 자긍심을 이해하게 되었고, 수긍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인도에서는 어마어마한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개표까지 무리 없이 진행된다. 특히 올해 총선의 유권자는 8억이 넘었는데, 이는 유럽 전체 인구보다도 많은 숫자이다. 중국이 국민 총선거를 통해 정부를 구성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선거에 참여하는 국가이다. 자랑하기 좋아하는 인도인들에게는 거대 유권자가 선거에 참여한다는 것만 해도 자랑 거리로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이번 선거에 동원된 법정 선거 자금은 6억 4천 5백만 달러로 2010년 미국 법정 선거 자금 7억 달러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투표소 93만 개, 전자투표기 170만대, 군인과 공무원 선거 관리위원회 직원 등 1,100만 여명이 선거에 동원되었다. 국민들은 군대까지 동원되는 삼엄한 신분 확인 절차와 2중 투표를 방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잉크를 바르는 불편함도 기꺼이 감수한다. 어쩌면 무모해 보이고 보이지만, 인도 유권자들은 선거 절차를 묵묵히 따르며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한다. 그런 면에서 인도인의 선거 의식은 충분히 성숙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들이 선거에 들이는 노력과 비용을 고려하면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사회통합의 매개체
인도 선거는 사회 통합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인도는 종교, 카스트, 부족민, 남녀, 빈부 등 다양한 갈등요소와 차별적 요소가 존재한다. 그러한 인도 사회에서 대표자를 뽑을 수 있는 투표권을 평등하게 한 표씩 갖는다는 것은 평등 사회의 상징이 된다. 따라서 선거를 통해 불평등과 갈등의 균열을 메워지고, 국민들은 공동 대표를 세워가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소속감을 갖게 된다. 이는 결국 국민 통합을 이루어 가는 과정인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인도 선거의 포용력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2014년 총선거부터 인도로 망명한 티베트 인들이 투표권을 인정받았다. 성전환자들도 기타 성별(Other)로 표기되어 투표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합법적으로 정체성을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기권도 ‘유권자의 선택’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기권은 흔히 선택권을 버리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후보자 중 뽑을 사람이 없어 기권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NOTA(None of the Above)'를 표기함으로써 하나의 선택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따라서 올해 인도 총선거는 ‘평등’뿐 아니라 인도가 지향하는 ’포용‘이라는 열망도 실천된 또 다른 의미를 가진 총선이었다.
 
혹자는 ‘그 많은’ 돈을 쏟아 붓는 인도 선거에 대해 비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인도는 ‘그 많은’ 대가를 지불하면서도 민주정치에 대한 열망과 자존심 그리고 합의를 이루는 방식을 지켜가고 있다. 인도 선거도 문제는 갖고 있다. 그러나 편의를 위해 변칙을 적용하지 않고, 어느 누구도 선거에서 소외되지 않는 기본적인 원칙은 변질되지 않는다. 결국 선거를 통해 배출된 정치인이 인도를 세워 간다기보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민주주의를 실천한다는 자부심과 평등정신이 인도를 하나로 묶고 이끌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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