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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경기 침체에 대처하는 인도 중산층의 자세 - ‘과시’보다 ‘똑똑한’ 소비

인도 신진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북벵골만 연구사업단 전임연구원 2014/03/12

몇 년 전만해도 인도 유통업계의 경향은 ‘명품’, ‘럭셔리 브랜드’, ‘대형 쇼핑몰’ 등으로 대변되었고, 선진국도 부러워할 만큼 호황을 누렸다. 부동산으로 거부가 된 부유층과 소득 수준이 높아진 인도 엘리트 중산층은 명품 브랜드에 눈을 돌렸고, 이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뭄바이와 델리에 상륙했었다. 그러나 최근 인도 유통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치솟기만 하던 부동산 경기도 주춤하고, 최근 10년간 임금 인상률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소비를 이끌던 부유층과 중산층의 지갑이 경기 둔화로 얇아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미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소비문화에 눈을 뜬 부유층과 중산층들은 과거로 회귀하지는 않았다. 대신 ‘제 3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대형 쇼핑몰의 진화 – 고객의 눈높이 맞추기 위해 변신 중

인도 쇼핑몰들은 경기둔화로 달라진 고객들을 잡기 위해 변신 중이다. 일부 쇼핑몰이 고객 감소로 폐쇄하는 경우가 생겨나게 되면서, 쇼핑몰들은 생존을 위해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저렴한 인도 브랜드 샾을 쇼핑몰로 유치한 것이다. 인도 의류 전문 브랜드(Nallis, RmKV, NaiduHal)와 인도 보석 브랜드(Malabar Gold와 Kalyan Jewelers)가 쇼핑몰에 입점하고 있다. 과거 쇼핑몰의 얼굴이 해외 브랜드였다면, 최근에는 인도 국내 브랜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동일한 제품에도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 쇼핑몰로 몰리자, 쇼핑몰 측은 업체에 온라인과 동일한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도록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몰이나 상가 밀집 지역에는 동일한 시기에 세일 행사를 진행하는 등 고객 모으기에 열중하고 있다.

짝퉁 소비 증가

20여 년 전만해도 인도에서는 명품 상표(진품이든 짝퉁이든)를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아스팔트 포장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길 옆으로 화려하고 웅장한 명품관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부가가치세를 듬뿍 얹은 명품 가격은 인도 물가를 생각할 때 입이 딱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도 신흥 부유층들은 이곳에서 고가의 명품을 구입했다. 인도 명품 소비시장이 커지자 일부 브랜드 사에서는 인도 소비자만을 겨냥한 제품을 내 놓기도 했다. 인도 경제 발전과 함께 인도인들의 명품에 대한 사랑과 소유 욕구는 점차 늘어났다. 현재 인도는 글로벌 럭셔리 마켓의 5~6%를 차지하고 있고, 이는 Rs. 48,212 crore 규모이다. 그러나 인도인들의 명품 사랑은 새로운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명품에 눈을 뜬 소비자들의 짝퉁 소비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작년 기준으로 인도의 짝퉁 시장 점유율은 전세계 7%로 명품 시장점유율보다 높다. 특히 짝퉁 문제는 최근에 더욱 불거졌다. 인터넷 쇼핑몰 곳곳에서 할인된 럭셔리 브랜드 제품이 버젓이 전시되면서, 모조품 논란이 폭발한 것이다. 이전까지 짝퉁 제품 문제를 방관하고 있던 명품 브랜드들도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중고사이트 이용 증가

최근에 인도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중고 사이트의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중고 사이트 OLX 인도 지사는 최근 인도 젊은 층을 위주로 스마트 폰을 이용한 중고 사이트 이용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히 인터넷 중고사이트 이용 증가 이유를 가계 소득의 감소로만 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중고사이트 이용 증가는 인도 중산층의 소비패턴 변형을 반영한 것으로 설명한다. 과거 인도 중산층은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면서 정기적으로 쇼핑을 해 왔다. 이들은 한 달 이내에 더 좋은 상품을 구매하려는 습관을 갖고 있다. 비록 이들의 소득은 줄어들었지만, 소비 성향과 습관을 쉽게 바꾸기 힘들다. 이 경우 인터넷 중고 사이트 이용은 이들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주머니 사정도 고려한 합리적인 선택이다. 즉, 중고 사이트를 이용하여 저렴하지만 새로운 제품을 자주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인도 경기 둔화와 함께 인도 중산층 소비와 유통 업계도 변화하고 있다. 물론 최근 나타나고 있는 중산층의 소비 변화를 온전히 경기 둔화의 결과로만은 볼 수 없다. 인터넷이 빠르게 발달하고 스마트폰 보급이 되면서 온라인 쇼핑몰 이용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기술 발달에 따른 변화로도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도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변했다고도 볼 수 있다. 과시욕을 위해 세금을 듬뿍 붙인 고가의 진품을 사느니, 모양새는 나지만 저렴한 ‘짝퉁’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어느 면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다. 또 매장에 가서 입어 보고 인터넷으로 저렴한 동일 제품을 사는 경향도 늘어나고 있으니, 이것을 볼 때 인도 소비자들이 ‘짠순이’, ‘짠돌이’ 기질을 회복하고 있는 듯 하다. 이렇게 볼 때 경기 둔화는 어쩌면 인도 소비자들을‘똑똑’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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