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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나렌드라 모디 II: 왜 인도인들은 그에게 열광하는가?

인도 고홍근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어과 2013/08/13

2013년 1월 나렌드라 모디가 주최한 구자라뜨 투자설명회에서 인도 최대의 부호인 암바니(A. D. Ambani)는 ‘모디에게는 통찰력이 있다. 그는 지도자 중의 지도자이고 신(神) 중의 신이다.’라고 외쳤다. 모디가 대중 집회에 참석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이 ‘살아있는 신(現人神)’의 모습을 멀리서라도 보기 위해 군중이 운집한다. 모디의 트위터 팔로우 중의 한 사람은 ‘인도를 변화시킨다는 내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당신이 가장 큰 희망이다. 우리를 버리지 말아 달라’라고 애걸한다. 일부 지지자들은 오래 전에 한 힌두 성인이 모디의 천궁도를 분석한 일이 있었는데 ‘모디가 정치가가 된다면 황제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지게 될 것이고 힌두 수도자(Sannyasi)가 되면 상까라차리아(Sankaracharya: 9세기 힌두 개혁가)와 같은 위대한 철학자가 될 것이다.’라고 예언했다며 모디가 다음 선거에서 연방정부의 수상이 되는 것을 거스를 수 없는 숙명으로 주장한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소위 ‘구자라뜨 모델(Gujarat Model)’이라고 불리는 모디의 경제적 업적이다. 반(半)사막지역이 많은 구자라뜨의 관개시설을 개선시켜 인도 최고의 면화생산지로 발전시켰고 농업용 전력요금체계를 이원화하여 전력공급을 개선하고 농민부담을 합리화시켜 구자라뜨를 전력부족이 없는 주로 만들었으며 인도에서 보기 드물게 잘 정비된 도로망 건설 등은 모디의 업적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2009년 모디가 이끄는 구자라뜨 주는 우수한 용수(用手)관리를 인정받아 UN의 공공사업상(Public Service Award)을 받았고 201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게 관리되는( Best Goverance in World)’ 주로서 같은 상을 받았다. 같은 해에 현재 집권당인 국민회의당이 추진하고 있는 ‘빈곤퇴치 및 농촌발전 계획(poverty eradication and rural development schemes)’에서 전국 1위의 평가를 받았다. 구자라뜨 주는 태양광 발전에서도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극심한 전력난에 시달리는 인도에서 유일하게 주변의 12개 주에 전력을 판매하여 비즈니스 투데이(Business Today)로 부터 ’구자라뜨의 기적(Gujarat Miracle)’이라고 격찬을 받았다. 2011년 주인 미국대사  오웬(M. S. Owen)은 본국에 ’모디는 청렴하고 효율적인 행정가이다. 상업문화에 대한 심오한 통찰력을 가지고 구자라뜨 주의 비즈니스를 촉진시키고 있으며 법과 질서를 중시하는 정치인‘이라고 보고했다. 이상의 업적과 찬사들이 100%의 신빙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 설명), 모디가 많은 인도인들을 매혹시키고 있음에 틀림없다. 구자라뜨를 인도경제발전의 상징처럼 만든 모디의 경제관은 의외로 단순하다. 경직된 관료조직의 쇄신 그리고 기업중시이다. 경직된 관료조직은 인도인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문제점이지만 어떤 정치인도 그 쇄신에 성공하지 못해 왔었다. 모디는 말단행정조직의 업무에까지 관여하면서, 비록 ’쩨쩨한 독재자(petty dictator)‘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을 중시하는 모디의 자세는 다음 일화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 일본기업가는 ’처음 구자라뜨에 투자협상을 시작했을 때 모디를 만났다. 그는 그 면담에서 곤란한 일이 연락하라고 했다. 그 당시에는 이 말을 그저 인사치레로 생각했다. 하지만 협상이 난관에 부딪쳤을 때 모디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 이후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라고 회고하며 모디를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에 비교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주목할 것은 그가 자수성가의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점이다. 모디는 작은 지방도시의 가난한 하층 카스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가 오늘의 지위에까지 오르는데 카스트의 후광이나 가문의 지원을 얻은 바가 전혀 없다. 길거리에서 짜이(Chai) 노점상을 하던 인물이 연방정부 수상의 직위를 넘보는 것은 인도 사회의 고질적인 장벽과 인도 정치의 구조적인 폐쇄성을 생각할 때 혁명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인도인 전체의 평균연령은 25세에 불과하다.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청장년층들은 모디에게서 자아실현의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모디의 청렴성이 국민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2011년 안나 하자레(Anna Hazare)가 주도했던 반부패운동의 영향으로 부패문제가 2014년 총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의 하나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현 집권 국민회의당은 금년에만 해도 보다폰(Vodafon), 철도부 스캔들로 부패정당으로서의 악명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점이 모디의 청렴성을 한층 빛나게 하고 있다. 사실상 인도 사정기관과 언론들의 끈질긴 추적에도 불구하고 모디와 관련된 부패의 흔적이 드러난 일이 없다. 부인과는 오래 전부터 별거상태이고 어머니는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으며 형제들은 극히 평범하게 살고 있다. 집안에서 출세한 사람이 1명만 나오면 모든 친족들이 거기에 빌붙어 온갖 이권을 챙기는 인도의 현실에서 매우 희귀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모디에게 유리한 여론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장애물은 2002년 구자라뜨 무슬림학살사건이다. 이 사건을 모디가 방조 또는 조장했다는 언론의 비판은 계속 있어 왔고 모디는 ‘나는 (비판적인 기사를) 읽지도 않고 읽을 생각도 없다. 하지만 나를 위해 시간을 내주고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한다.’는 식으로 자못 의연하게 대처해 왔다, 또 2012년 4월 인도정부의 특별조사팀은 모디가 2002년 사건에서 가장 처참했던 굴바그(Gulbarg)학살에 관련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당시 모디의 각료 중 한 사람이 힌두폭도들에게 무기를 공급했다는 죄목으로 28년 형을 선고받은 점 그리고 진압경찰의 출동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증언 등으로 모디의 책임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 인구의 80%가 넘는 힌두들의 대부분은 무슬림을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학살당해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힌두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 모디에게 약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비판자들은 모디의 성공신화는 과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구자라뜨는 모디가 부임하기 이전에 이미 공업화된 지역이었고 모디의 경제성장률은 그 이전 20년 동안의 경제성장률보다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도 아니며 전 인도의 경제성장률과 비교해도 약간 높을 뿐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사실, 모디가 자랑하는 해외자본유치도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전체 주들 중에서 6위에 불과하고 액수로는 1위인 따밀나두(Tamil Nadu)의 1/9에 지나지 않는다. 모디는 구자라뜨가 전력난에서 벗어난 유일한 주라고 선전하지만 40만 명에 가까운 구자라뜨 농부들은 관개용 펌프(Pump)에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또 2012년 계획위원회(Planning Commission)의 발표에 따르면 구자라뜨의 빈곤 감소율은 전국 평균에 불과하며 도시지역의 그것은 가장 가난한 주인 비하르(Bihar)보다 뒤처지고 있다. 2011년에 발표된 인도 인간개발보고서(India Human Development Report)에 따르면 구자라뜨는 23개 주와 연방직할령에서 11위였고 5세 이하 어린이의 44%가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7월의 인터뷰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인도 출신 아마띠아 센(Amartya Sen)은 ‘나는 모디가 수상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소수집단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고 구자라뜨의 보건과 교육에 대한 공급이 아주 나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앞의 통계들이 나타내듯이 구자라뜨가 다른 주들에 비해 획기적인 발전을 한 것도 아니고 모디가 인도 경제의 구세주이라는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모디의 경이로운(?) 업적에 대해 어떤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왜곡하여 모디와 구자라뜨 사람들에 대해 악의적인 비방을 한다.’는 무지막지한 공격을 받는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여하튼, 모디가 지금까지의 인도정치가들과는 다른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보고 트위터를 한다. 그는 150만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가지고 있으며 2012년 8월 31일 구글(Google+)를 통해 네티즌들과 교육, 농촌개발 등에 관해 토론을 했다. 유튜브에 생중계된 이 토론은 열띤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날, 전 인도의 트위터 언급빈도 1위는 모디였다. RSS의 선전요원 출신답게 모디는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어떤 정치인보다 치밀하고 앞서가고 있다. 지금과 같은 무한정보시대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정해 놓은 틀 안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자신이 신봉하는 대상을 광적으로 지지한다. 이런 팬덤(Fandom)효과를 모디는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과장된 성공신화, 종교적・이념적 확신의 제시, 불안한 미래를 극복할지도 모를 희망의 보급을 통해 사람들을 자신의 신봉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모디는 현재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중국 충칭(重慶)의 전 당비서 보시라이(薄熙來)와 유사한 면이 있다. 보시라이도, 지금은 과거형이 되었지만. 지방의 행정가로서 중국의 최고지도자로 부상하려는 야망을 가졌었다. 중산층과 기업가들은 보시라이의 ‘할 수 있다(can do)’정신에 열광하였지만 ‘독재자’라는 비판도 함께 받았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 모두 민족주의적 감정을 지지자 확산에 이용했다는 점이다. RSS 청년단원이었던 모디는 RSS의 힌두민족주의를 통한 인도의 부흥을 그리고 어린 시절 홍위병이었던 보시라이는 신모택동주의자를 자칭하면서 공산주의적 도덕성 회복을 강조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무엇인가를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모디와 보시라이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목표와 방법을 제시하고 그것을 이끌 지도력을 보여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모디가 차기 수상으로서 적합한 인물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하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본다면 내년 총선거에서 다수의 인도인들이 모디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2013년 7월 인도의 3개 주요언론사가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모두 BJP가 이끄는 NDA(National Democratic Alliance)가 국민회의당의 UPA(United Progressive Alliance)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모디가 수상후보가 된다면 지지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BJP는 물론 NDA 내에서도 모디의 대안이 될 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한편 국민회의당의 대표주자인 라훌 간디(Rahul Gandi)는 지도력 결핍과 주변 인물들의 오직(汚職)사건으로 인기를 잃고 있다. 또, 현재 인도경제의 위기상황도 모디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경제성장률은 지난 10년간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물가상승률은 10%를 육박하며 지난 2년간 루피화는 40% 폭락했다. ‘21세기 세계경제의 동력’으로 자타가 인정하던 인도 경제가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 상황이 평소 ‘경제의 달인’으로 알려진 모디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이리라는 점은 누구라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총선거에서 마하뜨마 간디가 한 정당의 선거를 이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의 높은 도덕성과 애국심, 소외된 계층과 집단을 중시하는 경제정책 등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선거는 ‘최선(最善)’이 아니라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모간 스탠리의 신흥시장(emerging markets) 책임자인 샤르마(Ruchir Sharma)가 지적했듯이 많은 인도인들은 ‘경제만 잘 되어간다면, 정치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잘못은 제쳐두는’ 경향이 있다. 모디처럼 논란이 많고 국민들의 호오(好惡)가 극렬하게 대립하는 정치가가 부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므로 앞으로의 8개월 동안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겠지만, 내년 선거에서 BJP의 NDA가 승리하여 모디가 수상이 되리라는 약간 성급한 예측을 내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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