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인도 루피의 급락과 유동성 위기 고조
인도 이순철 부산외국어대학교 러-인 통상학부 조교수 2013/08/20
■ 급속한 자금유출로 인도의 루피화가 폭락하면서 대외자금 의존도가 높은 인도에서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고 있음.
- 미국의 양적완화의 종료 및 출구전략을 시사한 이후 인도에서는 자본유출이 급속하게 이루어지면서 달러대비 인도 루피가 급락함.
- 인도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5월부터 급속하게 자금이 유출되면서 인도 루피의 가치는 지난 달 대비 15%넘게 평가 절하됨.
- 더욱이 최근에 수출증가율은 대폭 축소된 반면 원유 및 금 수입 증가로 6월말 경상수지 적자는 역대 최고 수준인 4.8%로 급증하면서 외자 이탈을 부채질함.
- 이에 인도정부는 간헐적으로 공개시장조작을 통하여 외환시장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였으나, 지난 6월 26일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60루피를 넘어서는 등 루피의 급락은 계속됨.
- 미국 FRB가 당분간 양적완화 조치가 유지될 것이라는 발표에도 인도 루피의 약세는 완화되지 않고 오히려 지난 7월 8일에는 인도 외환시장 역대 최고 수준인 달러당 61루피를 기록함.
■ 최근 급속한 외환자금 유출은 인도 루피의 평가절하를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유동성 위기로 확대시키고 있음.
- 인도금융시장에서 지난 5월에 115억 달러 유출에 이어 6월에도 96억 달러 이상의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었으며, 7월에도 대규모 자금이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음.
- 자금이 해외로 급속하게 유출되면서 외환보유고도 4개월 정도의 수입을 보전할 수 있는 정도인 2,792억 달러로 축소됨.
- 한편 인도의 대외부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2,000억 달러 수준에서 급속하게 증가하여 현재 4,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음.
그림 2 인도의 외환보유고 추세 그림 3 인도의 대외부채의 변동 추세
자료: 인도중앙은행
■ 인도 루피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따른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인도중앙은행은 외환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함.
- 인도중앙은행은 지난 15일에는 인도 루피의 평가절하를 막기 위하여 긴급자금대출(Marginal standing facility) 규로를 7,500만 루피로 제한하고, 이를 넘기게 되면 기준금리를 기존의 8.25%에서 2%포인트 인상한 10.25%의 금리를 적용하는 조치를 취함.
- 또한 지난 23일에도 인도중앙은행은 시중은행들의 일일 지급준비금 확보비율(CRR)을 기존 70%에서 99%로 대폭 강화하는 한편 2주마다 시중은행들의 CRR현황을 보고하는 방안을 발표함.
- 중앙은행에 대한 대출규모 상한성도 이전 순예금액의 1%에서 0.5%로 낮춤.
■ 인도중앙은행은 금 수입이 경상수지 적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금 수입 규제 조치도 발표함.
- 인도중앙은행은 수입된 금의 20%를 재수출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재수출분량의 75% 이상이 수출된 후에만 금을 재수입하는 규제안도 마련함.
- 이미 인도중앙은행은 금 수입이 경상수지 적자를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평가하고, 금 수입 관세를 기존의 4%에서 8%로 인상, 은행과 비은행금융회사에 대한 금 구매 대출 규제, 위탁판매 금 수입은 국내사용에만 한정하는 것은 물론 문서기반의 수입 허용 등 금 수입 규제를 강화하였음.
■ 이와 더불어 인도정부는 해외 자금이탈을 억제하고 자금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외국인직접투자(FDI)을 촉진하는 대책을 내놓았음.
- 인도정부는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통신, 자산재건회사, 신용정보 회사에 대한 외국인투자를 100% 허용함. 다만 100% 외국인투자인 경우 외국인투자진흥청(Foreign Investment Promotion Board)의 승인을 받도록 함.
- 석유 및 천연가스, 상품거래, 전력거래 등은 소유지분의 49%까지는 자동승인제로 전환하기로 함.
- 이미 개방된 단일브랜드 소매업에 대해서도 기존의 외국인투자진흥청 승인대신에 49%까지는 자동승인제로 전환하고, 그 외의 경우에만 외국인투자진흥청의 승인을 받도록 하여 외국인투자 유입을 확대하기로 함.
■ 인도정부 및 인도중앙은행의 루피화 약세 및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하여 취해진 최근 유동성 경색 조치는 기대보다 성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
- 인도중앙은행의 급격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달러당 루피는 58.9로 0.2%밖에 상승하지 않고 여전히 높은 수준의 환율을 유지하고 있음.
- 높은 수준의 경상수지 적자와 침체일로에 있는 인도경제로 인하여 외국인투자자들은 인도 루피의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
- 더욱이 인도중앙은행은 루피의 하락을 막기 위해 당분간 금리인하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인도경제 전망을 어둡게 함.
- 한편, 일반은행 및 비은행금융회사들은 높은 법정유동성비율(SLR)로 인하여 현재 높은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
■ 오히려 이번 인도중앙은행의 유동성 경색조치는 기업 실적을 악화시킬 것으로 분석되고 있음.
- 이번 조치는 은행과 기업들의 대출비용을 상승시켜는 등 금융비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 즉 국내 통화량을 줄이고 대출비용을 높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기업 실적에 악영향만 미치고 루피화 방어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임.
- 특히 국내 통화량의 축소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역효과로 작용하여 오히려 증시로의 자금유입을 방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
- 이러한 전망으로 인도의 주가는 최악의 사태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하락 장세를 유지하고 있음.
■ 한편, 인도중앙은행 및 인도정부가 다양한 경기부양 및 해외자금 이탈 대응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외국인투자들은 오히려 인도 투자를 철회하고 있음.
- 최근에 포스코, 아르셀로미탈 등 세계의 대형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에 대한 투자를 철회한다고 발표함.
- 이번의 해외자금이탈과 루피화 평가절하의 사태로 인하여 인도 경제의 취약성이 집중 조명되면서 외국인들은 인도 투자를 재평가하기 시작함.
- 실제로 인도경제가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기둔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외국인들은 인도에 대한 투자보다는 미국, 일본, 파키스탄 등으로 투자를 전환하고 있음.
■ 앞으로 인도루피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에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됨.
- 최근에 외자유입을 위한 외국인직접투자 촉진대책이 마련되었지만, 본 대책이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국회통과는 야당과의 당쟁으로 당장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임.
- 특히 인도경제가 2013/14년도에는 5%대의 성장에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도 인도루피의 약세를 지속시킬 것으로 판단됨.
- 더욱이 현재 온순한 몬순을 제외하고는 유가, 세계경제 환경 등 인도경제에 유리한 요인들이 없는 것도 인도경상수지 적자를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
- 이와 더불어 앞으로 국민당 중심의 연합정부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외국인직접투자 촉진 정책의 확대 및 개선보다는 인도식량안보법 등과 같은 포퓰리즘적 정책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인도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됨.
- 무엇보다도 현재 대외자금에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인도 루피의 변동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판단됨.
■ 만약에 이번 조치가 효과가 없을 경우 인도중앙은행은 기존의 금리인하 기조를 버리고 급격한 금리인상을 할 것을 예상됨.
- 만약에 인도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여 유동성을 확대한다면 외국인들은 인도에 대한 투자를 회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루피 가치는 더욱 하락할 것임.
-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리인하만이 인도 루피의 평가절하 및 자금유출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정책으로 평가됨.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 및 AIF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전글 | 인도 정부, 대도시 교통인프라 건설 지원계획 발표 | 2013-08-14 |
---|---|---|
다음글 | 안드라 프라데시주에서 텔랑가나주의 분리로 본 인도의 주 분리 | 2013-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