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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터키의 성 불평등 문제: 일보전진 후 이보후퇴인가
튀르키예 Meltem İnce Yenilmez Izmir Demokrasi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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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터키는 지금 기본적 인권 상황의 악화라는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를 가장 크게 본 것이 바로 여성이다. 현재 성차별 및 성폭력은 증가하는 반면 정부 내 여성 대표성은 줄어들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성평등 관련 문제는 터키 공화국의 출범 초기부터 법체계 내에 존재해왔다. 케말주의1) 시대에는 국가 페미니즘이 등장해 여성해방을 케말주의 정치운동에 결부시켰으며, 1935년에는 투표권을 비롯한 여성 참정권이 보장되고 이전까지 공직에서 배제되었던 여성의 공공 부문 진출을 권장하는 정책이 수행되었다. 이러한 개혁은 이로부터 수십년 후 라틴아메리카의 국가 페미니즘 등에서도 모방 대상이 되는 등 중요한 사례로 기능했다. 또한, 이 시기 개정된 민법은 이전 오스만 제국 시기의 가부장적 가족 구조를 개혁한다는 점에서 동시기 다른 국가들의 유사한 개혁 정책과도 궤를 같이 했다.
이처럼 국가 내외부적 압력에 의해 상당한 수준의 법적 개혁이 수행되었지만, 21세기 초반부터는 이슬람 포퓰리즘이 큰 위세를 떨치면서 케말주의 포퓰리즘의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최근 정책은 이슬람 페미니즘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역할을 다시금 가족 체계 하에 묶어두려 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조치는 성평등 가치를 훼손시킬 위험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는 성폭력 방지 측면에서 이룬 주요 성과들을 가족 보호 조치라는 맥락 하에서 해석하는 2004년 개정형법이나 2012년 가족보호 및 여성 폭력 방지법(Law on the Protection of the Family and the Prevention of Violence against Women) 등을 들 수 있다.
정치, 보건, 교육 분야에서의 성평등 수준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발행한 2021년 세계 성 불평등 보고서(GGIR, Global Gender Inequality Report)에 따르면 터키,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 인구가 많은 다수의 국가들에서는 아직도 정치적 영역에서의 성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터키의 경우 의회 의원 중 평균 여성 비율은 26.1%, 고위직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22.6%인 것으로 집계된다.
위 보고서는 전반적 성평등 발전 수준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과 의료 분야에서의 성차별은 거의 사라졌다면서, 터키를 비롯한 37개국에서 교육 분야 성평등을 달성했고,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남녀간 교육수준 차이가 14.2년 후에는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의료 분야에서도 성차별 수준이 기존보다 95%가량 감소하는 등 격차가 줄어가는 중이다.
미래 여성의 직업활동
GGIR은 성장세가 높은 이른바 미래 직업군에서 여성의 고용률이 남성에 비해 떨어진다고 평가하는데, 고용인원 중 여성 비율은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14%, 공학 분야에서 20%, 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 분야에서 32%를 기록했다. 경제 측면에서의 성별 격차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별로 개선되지 않았으며, 같은 추세의 지속을 가정할 경우 격차의 완전한 해소에는 267.6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문기술과 지식을 요구하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여성의 수가 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기업관리 부문의 여성 비중은 아직도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UN 국제노동기구(ILO,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가 집계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터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악영향을 더 크게 받았는데, 남성 실업률은 3.9%인 데 비해 여성 실업률은 5%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터키 여성의 경제 참여에 미친 영향
GGIR은 코로나19 사태가 경제 부문의 성별 격차에 미친 영향 또한 정리해 보고했다. 비록 팬데믹 자체는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지만, 여성의 경우 다양한 이유에서 남성보다 더욱 많은 악영향을 받는다. 일례로 여성이 많이 종사하는 관광 및 숙박업계의 경우 봉쇄 및 격리 조치의 영향을 크게 받아 실업률이 높고, 경제활동 재개에도 더욱 큰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처럼 팬데믹이 특정 부문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면서 여성이 경제 봉쇄 및 인력수요 감소로 인한 피해에 더욱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터키 여성의 직업 취약성은 남성보다 19%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된다. 숙박 및 요식업(18.6%), 산업(21.1%), 그리고 예술·레저·공공행정(21.1%)은 최근 규모가 가장 크게 감소하고 있는 4개 분야 중 3개에 해당함과 동시에 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이처럼 여성의 취직 및 근로시장 접근성에는 특수한 시장요소가 작용하며,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은 산업 내 여성 종사비율도 높다.
코로나19 사태는 기존의 불평등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ILO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실업률이 남성에 비해 더 높았을 뿐만 아니라, 경제 봉쇄 조치로 인해 가사 및 자녀양육에 더욱 많은 시간을 쏟게 되면서 스트레스 증가와 생산성 저하가 나타나기도 했다.
일자리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 후로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재고용률이 낮았으며, 이에 따라 경제활동 자체를 중단하는 여성의 비중도 높았다. 터키 통계청(TUIK, Türkiye İstatistik Kurumu) 자료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 수는 2019년 3,247만 7,000명에서 2020년 3,107만 1,000명으로 전체의 4.3%에 해당하는 약140만 6,000명가량이 감소했으며, 여성 노동시장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수축되며 노동시장 이탈이 가속화되었다. 2019년 11월 기준 여성 경제활동인구는 1,059만 6,000명으로, 이 중 실업자가 175만 5,000명, 근로자가 863만 9,000명이었다(TUIK, 2021).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86만 7,000여명의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며 여성 경제활동인구는 8.2%가 줄어든 972만 9,000명이 되었다. 남성 경제활동인구는 2019년 11월 2,188만 1,000명에서 2020년 11월에는 53만 8,000명이 줄어든 2,134만 3,000명으로 줄어 2.5%의 감소폭을 기록했으며, 이는 여성이 경험한 감소폭인 8.2% 및 전체 감소폭 5.1%에 비하면 완만한 수준이다. 터키 통계청은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활동 이탈율이 여성의 경우 4.3%, 남성의 경우 2.8%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TUIK 2021).
즉, 여성의 일자리 상실이 남성에 비해 이미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던 여성 노동 참여율도 같이 감소시키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한 여성 중 많은 수가 취직을 포기하거나 근로시간 감소·생산활동 중단 등으로 인해 근로능력을 상실하였다. 또한 팬데믹 발생 이후 여성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수백만 명에 이르는 여성들이 근로시장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남성의 경우보다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터키 정계 성별 격차의 증가
터키 정계 여성들은 불순분자(undesirable)의 낙인을 피하기 위해 남성들보다 더욱 많은 제약을 견뎌내야만 한다. 정계 여성들은 다른 여성이 공공 분야에 진출하고 정치·사회 이슈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자신의 역할에 대한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평판을 잃을 위험성을 언제나 안고 있다. 이러한 대중의 기대는 명확히 설명하거나 바꾸기 어려운 불문율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여성에 투표권이 일찍 부여될수록 여성의 향후 정치 대표성도 증가한다. 터키 여성들은1930년에 지방선거 투표권을, 1934년에 전국선거 투표권을 부여받았으나, 현 정부는 이러한 참정권을 보장해온 법을 약화시키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편 터키 여성의 정계 내 비중은 아직 낮다. 터키 의회(Grand National Assembly)에서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4대 정당 내 여성 참여율은 지역과 정당별로 다르게 나타나며, 일부 지역에서는 참여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도 존재한다. 터키 내 사회관계와 대중적 정치참여의 기본이 지역 정치에서 형성된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지도자 역할을 맡는 여성의 수를 늘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 점에서 2014년 지방선거 이후 도시지역 여성 주지사의 비율이 30명 중 1명에서 3명으로 늘어난 바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현재 터키의 81개 주 중 여성이 주지사인 주가 2개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이다. 또한 세계 각국이 각종 법안과 정책을 통해 성 평등을 추구하고 선진국들이 장관급 공무원에 많은 여성을 등용하고 있는 데 반해 터키의 26개 내각 장관직 중 여성은 2명에 불과하다. 터키의회 내 여성 비중도 약 25%, 정부부서 고위직 내 비중도 14% 수준에 머물러 있다(Taşkın, 2021). 에너지 보존, 자녀 양육, 경제 등의 분야에서는 여성의 목소리를 기존보다 더욱 비중 있게 다룰 필요가 존재하지만, 오늘날의 터키에서는 공정한 기회의 부재, 여성에 대한 폭력, 그리고 사회 모든 측면에서의 대표성 불균형이 여성 역할의 신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기능한다.
결론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높은 수준이었던 여성 실업률, 경제적 제약을 크게 받은 업계의 특성, 사회적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 중 높은 여성 비율, 그리고 취직·소득·사회적 안전 면에서 꾸준히 존재해온 성(性)불평등은 팬데믹 시대의 경제·사회적 변화와 더불어 여성의 고용률을 끌어내리는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여성의 가사노동 필요가 증가하면서 총 노동시간이 늘어남과 동시에 여성 실업률은 상당한 수준을 기록했으며,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큰 분야에서는 성평등 원칙이 받는 위협이 주요 관심문제로 부상했다. 이와 같은 현상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여성이 지난 수백 년간 쟁취해온 성과가 무위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 여성의 고용률, 정규직 근로율, 전문직 종사율은 팬데믹 이전부터 남성보다 낮았으며, 가사 의무로 인해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여성들은 이전부터 존재하기는 했으나, 팬데믹으로 인해 이와 같은 측면들에서의 성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세계 각국에서는 정책 과정에 성별 관련 요소를 포함시키면서 팬데믹이 성평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논의하고 있는 반면, 터키에서는 지금까지 이러한 측면에서의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KEIG, 2021). 따라서 터키 정부는 정책 형성 과정에서 코로나19가 여성의 고용률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여성의 경제 참여를 제약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인 가사노동 문제에 대한 사회 정책적 해법 또한 마련해야만 한다.
전체 실업률 및 여성 실업률의 증가를 고려할 때, 미래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추가적 연구를 통해 고용, 사회안전, 소득에서의 성 불평등이 어떻게 변화 및 심화되고 있는지를 보다 잘 이해하고,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노력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처럼 사회 각계의 노력을 통해 각종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하고 시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냄에 더해, 팬데믹으로 인해 증가한 성 불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관련 내용을 정책 과정에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각주
1) (역주) 터키의 건국지도자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Mustafa Kemal Atatürk)가 주도한 국가적 정치이념으로, 공화주의/세속주의/포퓰리즘 등을 주요 요소로 하며, 1920~30년대 국가 변혁의 주요 이념으로 기능했고, 현재까지도 이슬람주의와 경쟁하는 주요 정치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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