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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코소보, 우크라이나 향방의 선험적 사례?

우크라이나 / 중동부유럽 일반 / 세르비아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대학 교수 2014/03/21

2013년 11월, 친(親)러파인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EU와의 경제협정을 맺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혼란 상황은, 우크라이나 의회가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고 임시대통령을 임명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군이 크림 반도를 군사적으로 장악하고, 2014년 3월 11일 러시아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크림 자치 공화국이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을 결의함으로써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는 전혀 다른 새로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러시아는 지난 2월 26일부터 실시되던 단위 부대별 대규모 비상 훈련 외에도, 20년 내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공수 훈련을 크림반도에서 시작하여 3월 14일까지 진행하고 있으며, 이 훈련에는 4천명의 공수부대원과 전투기와 수송기 등 36대의 항공기가 참가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는 일련의 군사훈련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무관한 일상적 전투태세 점검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번호판을 달지 않은 군 차량들이 3월 10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크림자치공화국 수도인 심페로폴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포착되었으며, 크림반도 남부 바흐치사라이에 주둔중인 우크라이나 해군부대와 심페로폴의 군용병원이 러시아군으로 추정되는 무장 세력에 의해 점거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 또한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며, 이것은 우크라이나가 이미 전쟁상태에 진입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EU는 지난 주 러시아와의 비자 면제 협정과 새로운 협력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중단을 선언한데 이어, 3월 17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된 러시아 인사의 EU 입국 금지와 EU 내 자산동결 등 2차 제재를 시행할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EU와 미국, 그리고 국제 사회의 우려와는 별개로, 크림 자치 공화국 의회는 크림 공화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16일 주민투표에 앞서 독립을 결의하고, 3월 11일 ‘독립 선언서’를 채택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사태는 점점 국제 분쟁화 되는 조짐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우리는 비상  회의 속에 재적의원 100명 중 78명의 찬성으로 채택된 ‘크림 자치공화국 독립 선언서’의 결의문 중에, 한 가지 특이한 내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크림 의회는 선언서에서 “(특정지역) 주민의 자기 결정권을 규정한 UN 헌장과 다른 국제문서, 코소보(Kosovo) 독립의 합법성을 인정한 2010년 7월 22일 UN 국제사법재판소 판결 등에 기초해 독립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밝히면서,“선언서 채택으로 우리는 크림을 공화국으로 선포했으며, 이제 독립 공화국의 자격으로 러시아로의 편입을 추진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즉, 크림 자치 공화국이 국제법적으로 인정받고 있는‘민족 자결주의에 근거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것이며, 이것의 최근 사례로 2008년 2월 세르비아로부터의 일방적인 독립 선언을 추진한 ‘코소보의 사례’를 들고 있는 것이다. 비록,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이러한 크림 의회의 결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주민투표 실시 중단 및 크림 의회 강제 해산을 경고하고 있지만, 러시아 연방 하원은 주민투표에서 크림의 러시아 귀속 결정이 나올 경우, 3월 21일을 전후로 러시아와의 병합을 위한 관련 법률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힘으로써 국제 사회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크림 공화국의 독립 선언서 결의문과 달리, 코소보의 국제법적 적용을 우크라이나에 적용하는 데 대해선 국제사회의 시각이 다소 엇갈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크림 자치 공화국의 주장처럼 2010년 7월 UN 국제사법재판소는“세르비아로부터의 코소보 독립과 관련하여, 국가 일부 지역의 일방적 독립 선언이 국제법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고, 이를 기초로 2012년 9월 10일 코소보를 관리 감독해왔던 국제조정기구(ISG: The International Steering Group)는“코소보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리 감독 기간이 종료되었으며, 이것은 코소보의 완전한 주권을 가져다 줄 것이다”라고 선언하였다. 당시 이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 또한, 미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서로 바뀌긴 했지만, 현재의 우크라이나의 향방에 대한 대립된 의견처럼 각자의 상반된 입장을 고수하였다. 우선 1999년 세르비아에 대한 코소보 전쟁이후, 코소보의 독립을 적극적으로 찬성하여 왔던 미국은“이것은 코소보의 의미 있는 미래를 위한 역사적인 시금석(historic milestone)이 될 것이며, 다인종 민주주의 국가 수립에 중요한 근간이 될 것이다”라고 축하하며, 곧 바로 농업 분야 지원을 위한 2천만 유로 가량의 차관 제공을 코소보에 약속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 등은 그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 다는 성명서 발표와 함께, 세르비아의 주권과 영토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코소보 독립을 둘러싼 갈등은 국제 사회에 있어 ‘신냉전(The New Cold War)’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또한 코소보의 미래가 유럽 평화 정착을 위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된 배경이 되고 있다고 진단할 수 있다.
 
   현재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미국과 러시아는 국제법 적용에 있어 과거 코소보 사례 당시의 입장과는 서로 간의 정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림 자치 공화국의 독립 결의 시도 자체가 국제법을 위반한 불법이라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와 크림 자치 공화국은 과거 코소보 사례를 통한 국제법의 적용을 보았을 때 국제법을 준수한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태도는 2008년 독립한 코소보와 매우 흡사하면서도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1998년 불거지기 시작한 코소보내 알바니아 반군들의 저항과 이에 대한 세르비아 군의 강경 진압이 가속화되면서 코소보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증대되었고, 이어 국제 사회의 개입 속에 1999년 NATO군의 세르비아 침공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당시 코소보내 알바니아 주민들이 세르비아 중앙정부의 인종차별을 이유로 분리 독립에 나서자, 세르비아는 국제법 위반을 내세우며 이를 저지하고자 했다. 당시 미국은‘인권 문제’를 들어 코소보 독립을 지지한 반면, 러시아는 이를 세르비아에 대한‘주권 침해’라 주장하면서 코소보의 독립을 반대하였고, 이를 둘러싼 갈등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는 이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즉, 과거 제 1차 세계대전이후 세계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도입된 윌슨의‘민족 자결주의’논리까지 내세우며, 코소보의 독립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미국은 이번 우크라이나의 경우에 있어선 과거 코소보의 사례와 달리 우크라이나 정부에 의한 반(反)인도주의적 범죄와 심각한 인권 탄압이 없다는 점과 함께, 우크라이나 정부의 주권 수호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은 단순히 독립 국가를 추진하려 했던 코소보와는 달리, 크림 자치공화국은 사실상 러시아와의 합병을 원한다는 점에서 코소보 사례를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크림 반도 장악을 위해 군대를 투입한 러시아와 달리, 미국은 코소보 장악을 위해 군대를 파견한 게 아님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과거 미국이 코소보 문제에 개입한 논리와 국제 사회의 결의들은 현재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크림공화국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러시아계 주민들이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 독립 후 러시아 귀속을 원한다는 점을 들어“민족의식을 지닌 한 집단이 독자적인 국가를 형성하고 자신의 정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민족자결주의 이념에 따라 크림공화국 주민의 의견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러시아의 입장에 대해, 러시아의 주장은 물론 미국의 반발 또한 그리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과거 체첸과 아브하즈 자치 공화국, 동티모르, 남수단의 사례를 통해 볼 때, 미국과 러시아는 특정 지역의 분리 독립 인정 여부를 적용하는 데 있어‘민족자결주의 원칙’과‘주권 및 영토 보전권’을 향한 잣대를 각 국의 이해와 상황 논리에 맞추어 일관성 없게 해석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점은 코소보 해법에 이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그러한 상반된 입장들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는 그 향방에 따라서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것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즉, 크림반도의 분리 위기가 잠재해 있던 유럽의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기폭제가 돨 가능성이 높으며, 더 나아가 크림 자치공화국 내의 인종 갈등에 그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주변의 세르비아나 터키 등지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얼마 전 보도에 따르자면, 러시아와 합병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16일)를 앞두고 있는 크림반도에‘자유의 전사’를 자처하는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이 잠입하고 있으며, 이들은‘슬라브 민족주의’에 심취되어 미국과 서방 보다는 러시아와의 유대 관계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는 점이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민족 감정과는 달리 크림공화국의 러시아 귀속 움직임을 바라보는 세르비아 정부의 입장은 다소 불편한 게 사실이다. 그러한 배경에는 올해 1월 21일부터 시작된 EU 가입 협상에서, 코소보의 독립을 EU 가입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EU의 요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 속에서,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과의 협상에서 크림 반도를 얻는 대가로 지난 코소보의 분리 독립을 합법화 해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바람보다는 미국, EU와 러시아간의 막후 협상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며, 이것은 양 진영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국제 사회의 여러 사안들에 있어 서로간의 협력과 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크림 자치공화국이 분리 독립을 넘어서 러시아와의 합병을 이루어낼지, 서구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강력 반대 속에 내전을 치르게 될지 섣부른 예측이 힘든 게 사실이지만, 두 시나리오 모두 첨예한 갈등이 불가피하다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점이 오늘날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우려 깊은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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