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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서부 발칸(Western Balkan)국가들의 EU가입 노력, 그 의미와 장애물

중동부유럽 일반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대학 교수 2013/11/12

   2013년 7월 1월 크로아티아가 EU에 가입하였다. 그리고 얼마 뒤인 25일 슬로베니아의 브르도(Brdo)에서, EU 가입국인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외에도, EU 가입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서부 발칸(Western Balkan) 국가들 즉, 세르비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등 옛 사회주의 유고슬라비아 연방 구성 국가들을 비롯해 알바니아 정상 간의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발칸유럽 7개국은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에 이어, 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가입을 상호 지원하고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EU 가입 상호 지원을 위한 서부발칸 국가들 간의 회담 자리를 주선한, 프랑스의 올랑드(François Hollande, 1954 -, 대통령 재임 2012. 5. - ) 대통령은 슬로베니아의 파호르(Borut Pahor, 1964 - , 대통령 재임 2012. 12. - ) 대통령과 공동 의장의 자격으로,“진정 평화와 화해의 유럽을 원한다면, 발칸 국가들이 겪은 비극의 역사를 그냥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이들 국가들의 EU 가입을 도와주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날 회의에서 다루어진 안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미 언급한대로 EU 가입을 위해, 사회주의 구(舊)유고슬라비아 연방의 6개 공화국 및 알바니아 간의 협력 증대와 EU 가입에 대한 상호 지원을 합의한다는 것이다. 둘째, 현재 EU 가입 협상중인 세르비아의 EU 가입을 지원하고, 이를 위해 코소보와의 관계 정상화, 더 나아가 독립 문제를 둘러싼 갈등 들이 평화적으로 합의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셋째, 평균 실업률이 20%를 넘는 서부발칸 국가들의 경제회복 방안과 투자 유치 모색을 위해,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로부터의 광범위한 지원 방안 등이 논의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유럽 국가들 중에서 가장 먼저 2007년 유로존에 가입한 슬로베니아의 현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상호간에 노력한다는 것이다.     

   비록 여러 면에서 EU와 유로존 국가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서부 발칸의 모든 국가들은 EU 가입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EU 가입을 통해, 이들 국가들이 EU로부터의 지원 자금 및 투자 유치를 기대하는 경제적 측면과 함께, 사회주의 체제 전환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경제, 정치적 어려움과 사회적 혼란을 감내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일련의 미래 청사진과 희망의 밑그림을 제시하고 싶은 정치적 전략이 존재한다 하겠다.

   무엇보다도, 2009년 이후로 유럽 전역으로 확대된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가, 2012년 남유럽 국가들인 소위 PIGS(포루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을 뛰어넘어, 유로존과 EU역내 거의 모든 국가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치러진 이번 회담은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겠다. 즉, 오늘날 유럽의 여러 현실적 어려움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서부 발칸 7개국의 EU 가입을 위한 지원 방안 모색과 상호간 합의는 세계 여러 국가들과 EU 회원국들에게, EU 확장의 자전거 페달이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하겠다. 이와 함께, 발칸유럽 지역이 민족 간 잦은 갈등과 영토 분쟁, 인종 간 충돌로 인해 ‘20세기 말 유럽의 병자’로 비판받는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발칸유럽의 영구적인 평화 정착이 유럽 전체 평화를 담보할 것이라는 국제 사회의 믿음 확대라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첫걸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반응과 평가에도 불구하고, 서부 발칸지역으로의 EU 확장에 대한 기존 회원국들의 우려와 함께,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그리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또한 분석해 봐야 할 것이다. 올해 11월 1일부로 EU는 EU 출범의 출발점인 된 ‘마스트리히트 조약(Treaty of Maastricht)’ 발효 20돌을 맞이했다. 조약 발효이후, EU는 단일화폐인 유로(Euro)화 도입을 비롯해 경제 통합을 공고화하였으며, 국제 사회에서 EU의 위상을 크게 강화시켜 왔다. 그리고 2002년 1월 1일, 출범한 유로존은 초기 12개국에서, 2013년 6월 라트비아의 가입에 따라 현재 18개국으로 늘어나 있다. 이와 함께, EU는 동유럽으로의 지속적 확장에 힘입어 초기 12개국에서, 2013년 7월 크로아티아의 가입과 함께 28개국으로 크게 팽창하였다.

   하지만, 현재 EU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으며, 미래 EU에 대한 부정적 여론 또한 보다 확대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비록 동유럽으로의 계속된 확장과 팽창으로 몸집은 커졌지만, 상대적으로 회원국 간 유대감과 신뢰는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 특히, 오랜 동안 이어지고 있는 유럽의 경제위기는 회원국들의 결속력과 충성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으며, EU안에서 이익을 보는 나라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나라들 간의 감정의 골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EU와 유로존의 경제난 극복을 이유로, 독일 등 돈줄을 쥔 국가들은 그리스와 스페인 등 구제금융 국가들에 대해 혹독한 긴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국가들 사이에서 반(反)EU 정서가 보다 커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EU 탈퇴 및 유로존 폐지’를 주장하는 유럽혐오주의(Euroscepticism) 세력과 극우 정당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여론 조사기관인 푸리서치(Pew Research) 센터의 발표에 따르자면, 최근 유럽 주요 8개국 시민 7,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EU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이 45%에 불과하다는 어두운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것은 작년보다 15%포인트나 떨어진 결과로, 더 이상의 EU확장은 무의미하다는 기존 회원국들의 부정적인 입장 증대와 함께, EU 가입과 동시에 역내 이등 국민으로 치부될 것이라는 서부 발칸내 일반 국민들의 부정적 입장이 계속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 외에도, 서부 발칸 국가들의 국내외 사정 또한 EU 가입을 향한 길들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낳게 하고 있다. 아직 EU에 가입하지 못한 서부 발칸 국가들 중, EU 가입을 향해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인 국가는 마케도니아이다. 마케도니아는 2001년 4월 SAA(안정화 협약, Stabilization and Association Agreement) 체결이후, 2005년 12월 마침내 후보국(Candidate) 지위를 획득하면서 EU 가입을 향한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현재 마케도니아는 국명과 고대 마케도니아 제국인 알렉산더 대왕의 유산, 그리고 그 민족 정체성을 둘러싸고 EU 기존 회원국인 그리스와 불가리아 등 주변 국가들과 심각한 갈등 상황 중이다.

   보스니아의 경우, 2005년 11월 협상을 시작하여 2008년 6월 SAA를 획득한 후, 현재 EU 가입을 복잡한 민족 문제 해결과 미래 발전을 위한 유일한 희망으로 인식하고 강력히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EU는 보스니아 가입의 전제조건으로, 현재 정교도 세르비아계 주도의 스르프스카 공화국(Republika Srpska), 그리고 보스니아 무슬림과 가톨릭 크로아티아계가 연합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The Federation of Bosnia and Herzegovina)으로 나뉜 1국가 2체제를, 1995년 내전 종식 당시 합의한 데이턴 합의안(Dayton Agreemnet)의 기본 정신에 따라 최종 단계인 1국가 1체제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세르비아계의 반대에 부딪혀 보스니아의 EU 가입 논의는 더 이상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2008년 6월 SAA를 최종 획득한 세르비아는 2012년 3월 후보국 지위를 얻었고, 늦어도 2013년 6월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된 이후, 2014년 1월에는 EU 가입 여부를 둘러싼 일련의 결정들이 정해질 예정이다. 하지만, EU는 가입을 서두르고 있는 세르비아를 향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구유고 지역 전범 처리를 진행 중인 ICTY(구유고 국제 사법재판소, International Criminal Tribunal for the former Yugoslavia)에 대한 협조이고, 다른 하나는 코소보 문제의 원만한 해결이다. 전범처리 협조의 경우, 보스니아 내전의 주역인 라트코 믈라디치(Ratko Mladić)가 2011년 6월 체포되는 등 세르비아의 전향적 자세로 점차 EU로부터 긍정적 신호가 타진되고 있다. 하지만, 코소보 문제만큼은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록 세르비아는 국제 사회의 요구에 밀려 코소보와 관계 정상화에 합의는 했지만, 여전히 코소보내 EU 주도의 EULEX(EU 법치임무단, EU Rule of Law Mission) 활동과 코소보 독립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고 있어, EU 가입의 큰 장애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몬테네그로는 2005년 협상을 시작한 이후 2007년 10월 SAA를 획득하였고, 가입 후보국으로써 2012년 6월부터 EU 가입 현상이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2002년 당시 ECB(European Central Bank)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도입한 유로화를 둘러싸고, EU는 가입의 전제조건으로 더 이상 유로화를 쓰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몬테네그로 정부는 도입 철회보다는 유로존의 엄격한 기준 관리를 준수해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어, 이 또한 가입의 주요 장애물로 대두되고 있다.

   2006년 6월 SAA 자격을 획득한 알바니아의 경우, 2010년 12월 EU에서 후보국 지위 부여가 거부된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알바니아에게 EU는 국회의원들의 면책특권 폐지 등 12가지 핵심 전제 조건을 제시했으나, 2012년 8월 알바니아 국회에서 이에 대해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는 등 알바니아의 EU 가입 논의는 오랜 시기가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직 EU에 가입하지 못한 서부 발칸의 모든 국가들은 EU 가입을 통한 경제 문제 해결과 사회, 정치 체제 선진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EU 가입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EU 가입을 향한 앞으로의 길에는 더 많은 과제와 높은 장애물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향후 서부 발칸 국가들의 EU 가입 진전 여부는 이번 7월에 열린 브르도 회담에서처럼 서로 간의 반목과 갈등을 종식하고, EU 가입을 협력하며, 그리고 이를 기초로 그들 앞에 놓인 장애물과 도전들을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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