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정부는 라고스-칼라바르 해안 고속도로가 통상 촉진, 수송로 개선, 지역 통합 가속화와 같은 방식으로 국가 경제발전에 공헌할 것이고, 도로에 인접한 해안지대에 관광객 유입 및 부동산 투자가 증가하여 국가 번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5)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편익에 대한 기대의 이면에는 △ 사업비용 부풀리기 의혹 △도로 부설경로상 부동산 강제 철거 △환경영향평가 비공개 등에 관한 논란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본고에서는 라고스-칼라바르 해안 고속도로 사업이 통상과 고용, 지역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지, 그리고 본 사업의 다양한 측면을 둘러싼 시점과 논쟁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보기로 한다.
해안 고속도로 사업의 추진 배경
도로 인프라는 나이지리아 경제성장의 핵심요소로서, 정부 의 중대 정책 목표이며 공공복리에도 직결된다.6) 나이지리아 정부는 국가발전의 필수 요소인 도로 인프라 개선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 왔다. 현재 나이지리아에 존재하는 도로의 총 길이는 19만 3,200㎞에 달하며, 이 중 연방정부 도로는 3만 4,123㎞, 주정부 도로는 3만 500㎞, 하위 지역정부 도로는 12만 9,577㎞이다.7)
라고스-칼라바르 해안 고속도로는 나이지리아의 인프라 마스터플랜(NIIMP, National Integrated Infrastructure Masterplan)의 한 부분을 구성한다.8) 굿럭 조너선(Goodluck Jonathan, 2010~2015년 재임) 전 대통령 재임기에 철도선 구상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중국토목공정(China Civil Engineering Construction Corporation)이 사업비 120억 달러(약 16조 5,000억 원)에 낙찰 받았으나, 2015년 조너선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흐지부지되었다. 이어 무하마두 부하리(Muhammadu Buhari) 행정부는 해당 사업을 110억 달러(약 15조 원) 규모로 조정해 부활시켰지만, 이 때 설정된 3년의 사업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사업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던 중 티누부 대통령 휘하 데이브 우마히(Dave Umahi) 공공사업부(Ministry of Works) 장관은 이 사업을 철도 복합형 해안 고속도로 구상으로 재편해 재추진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입찰 절차를 진행한 결과 하이테크가 시공사로 최종 선정되었다.9)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관할하는 NIIMP에서조차 현존 도로 중 대부분이 보수나 개량을 요하는 상황에 있다는 문제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대규모 고속도로 부설이 시기상 적절한가에 대한 회의론도 등장하고 있다. NIIMP에 따르면 연방정부 도로 중 40%가 대대적 보수가 필요한 낙후 상태, 30%가 정기적 관리가 필요한 보통 상태, 27%가 일반적 점검만을 요하는 양호 상태로 각각 분류되었고, 나머지 3%는 비포장도로에 해당한다. 주정부 도로의 경우 낙후 상태의 비중이 78%에 달해 보통∙양호 상태의 도로가 전체의 22%에 그쳤으며, 하위 지방정부 도로의 경우 87%가 낙후 판정을 받는 등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10) 2023년 나이지리아 대선에서 노동당 후보로 나섰던 피터 오비(Peter Obi)를 비롯한 비판론자들은 해안 고속도로 사업을 새로 벌이기보다는 다수의 낙후된 기존 도로를 보수하는 데 관심을 쏟을 것을 주장했다.11) 이에 대해 나이지리아 정부는 기존 도로의 보수∙개량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신규 도로 부설도 필요성이 높은 사안이라고 설명하였다.
시공사 선정 및 사업비용을 둘러싼 논란
우마히 공공사업부 장관은 2023년 10월 30일, 약 6억 7,000달러(약 9,3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라고스-칼라바르 해안 고속도로 1단계 사업의 낙찰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초 본 사업은 EPC+F(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and Financing) 계약으로 체결되어 시공사가 사업비용을 확보해야 하지만, 시공사가 재원 확보에 난항을 겪자 우마히 장관은 2024년 1월 18일, 해당 구간의 중요성을 감안해 긴급 재정지원을 제공할 것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이 건의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빅토리아섬에서 레키(Lekki) 지역까지 27.27㎞ 구간 부설에 재정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티누부 대통령이 이 방안을 승인하면서 고속도로 건설이 시작되었다.12)

하지만 하이테크가 시공사로 선정된 입찰 과정에 관해서는 여러 논란이 존재한다. 우선 비판론자들은 해당 입찰 건이 경쟁입찰 형태로 진행되지 않아 적법절차의 원칙 및 공공조달 규정을 위반하는 등 평가 절차가 불투명했다고 지적한다.13) 인민민주당 소속 대선 후보였던 아티쿠 아부바카르(Atiku Abubakar)는 티누부 행정부가 사적인 이유로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티누부 대통령의 아들인 세이 티누부(Seyi Tinubu)가 낙찰기업 하이테크의 모회사에서 임원으로 재직 중이라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대통령의 가족이 해당 회사에 근무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민간 기업인의 동업자 선택은 정부가 간섭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14) 일각에서는 이전 수주사업에서 결과물의 질과 납품기한에 관한 문제를 일으켰던 하이테크가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을 진행할 만한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는지에 관해 회의적 의견을 내기도 한다. 또한 하이테크의 소유주인 길버트 차구리는 나이지리아의 군사 독재정권과 연관된 돈세탁 혐의로 2000년에 스위스에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고, 미국 내 선거자금 불법 기부 혐의를 시인한 이력도 있다.15)
아부바카르 등 비판론자들은 이외에도 고속도로 사업비용이 ㎞당 515만 달러(약 71억 원)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게 책정된 사실을 지적하고, 예상을 초과한 비용 발생이나 재무관리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 주장에 대해 실제 사업비용이 ㎞당 257만 달러(약 35억 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지만, 비판론자들은 이 수치조차 이미 과도한 수준이라고 재차 정부를 추궁하고 있다. 정부는 도로 건설에 많은 장애물이 존재하는 지형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16)
당초 계획대로라면 해안 고속도로 사업은 시공사가 건설비용을 직접 부담하고 완공 후 일정 기간 통행료를 받아 투자금을 메꾼 후 운영권을 정부에 반환하는 민-관 합작사업의형태로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금 확보의 난항으로 정부가 최초 구간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형식으로 계약 내용이 개편되자 비판론자들은 이 방안의 재정 건전성 전체에 의문을 제기하였으며, 특히 사업비용을 부채로 충당하겠다는 티누부 행정부의 방침상 이번 조치가 나이지리아의 부채 부담을 가중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17)
고속도로 사업의 기타 문제점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고속도로 부설경로상 전통 공동체와 기업들의 강제 이주에 따른 문제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큰 대중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최초 경로가 수정되면서 이미 수백만 달러의 자금이 투입되어 완공된 랜드마크 해수욕장(Landmark Beach)의 일부를 비롯해 빅토리아 아일랜드(Victoria Island) 해안지대의 기업체 설비 다수가 철거 대상에 새로 포함되었는데, 경로가 이렇게 변경된 이유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부설경로를 갑자기 수정해 인근 기업체 설비를 철거하기로 한 결정이 길버트 차구리와 티누부 대통령 소유의 에코 애틀랜틱 시티(E.A.C.: Eko Atlantic City, 나이지리아 라고스 주 국제 상업 계획 도시)를 확장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본 사업의 추진을 크게 서두르고 있다는 점이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한편 라고스 시내 아자(Ajah) 지구 주민들은 도로 부설에 따른 철거 계획에 반대해 시위를 벌였고,18) 통신사들도 도로공사가 해저 케이블에 손상을 가할 것을 우려하는 입장을 냈다. 그러자 나이지리아 정부는 해당 지역 우회를 위해 도로 부설경로를 수정했고,19) 그 결과 도로의 폭이 왕복 10차선에서 왕복 6차선으로 감소했다.20) 나이지리아 정부는 도로 부설경로상 설비 철거 피해자를 대상으로 현재까지 약 180만 달러(약 25억 원)의 보상금이 지급되었다고 밝혔지만,21) 대상자 보상 및 이주계획에 관해서는 여전히 많은 문제가 남아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 중 하나는 보상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인데, 일례로 전술한 랜드마크 해수욕장의 경우 시설 철거 보상금으로 약 3,050만 달러(약 390억 원)를 요구하고 있다.22)

고속도로 부설사업에 관해 지적된 또 하나의 문제는 변화에 민감한 해안지대 등에서의 도로 부설로 인한 지역 생태계 및 지역사회의 교란 등 환경∙사회적 악영향이다. 아울러 원래 이 정도 규모의 사업에는 의무화되어 있는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의 대국민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23) 라고스-칼라바르 고속도로 정도의 규모를 가진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원래 환경영향평가에 의거한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티누부 행정부가 해당 평가 절차에 관한 언론의 질의에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단순한 요식행위가 아니라 특정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성, 장기적 경제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라는 점에서 이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나이지리아 정부의 설명
티누부 행정부는 각료의 TV 출연이나 언론성명을 통해 고속도로 1단계 사업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정부측의 입장을 해명하면서, 각종 비판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의 계획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24) 아울러 티누부 대통령은 하이테크의 시공사 선정이 해당 기업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 경험과 검증된 역량에 근거를 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나이지리아 정부는 하이테크의 기존 실적이 라고스-칼라바르 해안 고속도로와 같은 대형 사업의 담당 역량을 보여준다는 점, 그리고 이번 사업이 많은 경제적 편익을 가져다 주고 지역 통합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해안 고속도로 건설이 가져오는 경제활동 진작, 통상 촉진, 일자리 창출과 같은 순효과는 초기 사업비용을 충분히 넘어서는 수준이며,25) 국가 동부와 서부를 도로로 연결함으로써 지역 통합을 가속화하고 주요 경제 허브간 연결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국가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26) 아울러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번 사업의 환경∙사회적 영향에 대한 평가가 이미 완료되었고, 일부 악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확언하였다. 다만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다.
결론
나이지리아의 경제지평을 일신할 지대한 잠재력을 지닌 라고스-칼라바르 해안 고속도로 사업은 △통상 진흥 △일자리 창출 △지역발전 촉진 △관광 활성화 △석유 및 가스업계 지원과 같은 다양한 효과를 바탕으로 국가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효과를 완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사업이 효율성, 환경적 지속가능성, 사회적 포용성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정부와 국민, 시공사 간 신뢰가 형성되고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다양한 논란을 해소하고 문제점을 극복하여 이번 고속도로 사업이 지역간 통합과 번영을 향한 나이지리아의 전진을 상징하는 성공적인 사업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