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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홍해 일대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

아프리카ㆍ 중동 기타 김은비 국방대학교 안보정책학부 부교수 2024/02/21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지역 안보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적으로 공격하였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항하여 강력한 공습을 하는 동시에 지상군을 투입하여 하마스 세력 제거를 목표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4개월이 지난 2월 중순 현재 사망자가 양측 통산 3만여 명이 넘은 가운데, 미국, 카타르,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중재 노력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소위 ‘저항의 축’ 세력들과 연계된 조직의 무력 행동에 따른 확전 위험이다. 실제로,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일대에서는 전쟁 초기부터 헤즈볼라에 의한 미사일 공격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이스라엘군 일부가 국경지대에 배치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말에는 이라크 내 이슬람 저항 세력의 공격으로 요르단 주둔 미군 기지에서 미군 3명이 사망하고 40명 이상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국의 보복이 시작되어 미국과 이란 간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었다.

한편 아라비아반도 남단에 위치한 예멘의 후티 반군도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의 명목하에 홍해 초입 일대를 지나가는 미국,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1월 12일부터는 미국, 영국 등 연합군의 보복 공습이 이루어졌으며 자국의 선박을 보호하고자 하는 각국의 군함이 집결하면서 역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세계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홍해를 지나는 바닷길이 막히면서 해상운임이 급등하였고, MSC(스위스)와 머스크(덴마크)를 포함한 프랑스·독일·일본·한국의 주요 물류회사가 홍해 노선 운항을 중단하였다. 이에 현재 홍해를 오가는 선박 통행량은 지난해 말 이전 대비 최대 90%까지 줄었다. 

후티 반군의 도발은 지역을 넘어 국제문제로 비화하며 국제 운송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어떤 세력이며, 이 도발의 의도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의 위협이 세계 경제와 지역 안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예멘과 후티 반군
1517년부터 오스만제국의 통치하에 있었던 예멘은 1차 세계대전에서 오스만제국이 패하면서 남북으로 분리되었다. 북예멘은 1918년 분리 독립 이후 1962년 쿠테타로 알리 압둘라 살레(Ali Abdullah Saleh)가 대통령이 되었으나, 남예멘은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1967년에 독립하였다. 그리고 곧 내부 갈등 끝에 강경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남예멘은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다. 

남북 예멘 상호 간에는 잦은 무력분쟁이 있었으나 1990년 협상을 통해 역사적인 통일을 이루었다. 그러나 통일 이후 평화는 오래가지 못하였고, 국경 문제로 내전이 발생하였다. 이에 예멘 북부 산악지대에 주로 거주하는 시아 분파인 ‘자이드파’를 중심으로 민병대가 만들어졌는데, 이들이 소위 말하는 ‘후티 반군’이다. 초기의 지도자 후세인 알 후티(Hussein al-Houthi)의 이름을 딴 후티 반군의 모체는 수백 년 된 시아파 이슬람 종파를 위한 종교 부흥 운동 ‘믿는 청년(Believing Youth)’으로, 공식 명칭은 알라의 추종자를 의미하는 ‘안사르 알라(Ansar Allah)’이다. 이 조직은 관용과 평화를 설파하는 시아파 신앙 운동을 위해 창설되었으나 수니파 정권하에서 소외를 당하면서 급진적인 수니파,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하비 사상에 저항하는 조직으로 변모하였다.

후티 반군의 발전
1994년 창설된 후티 반군은 예멘 인구의 약 70%를 차지하는 수니파의 분리 독립을 막기 위한 활동을 지속하였다. 그런데 살레 정부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 사우디와 관계를 긴밀히 하고 독재를 장기화해 나가자 반미를 주창하고 나서며 살레와 대립하였다. 이 충돌은 내전으로 발전하였는데, 후티는 그 과정에서 세력을 확대하여 예멘 북서부 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치하였다. 

결국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살레 대통령이 물러나고 만수르 하디(Mansur Hadi)가 정권을 이양한 가운데 크게 성장한 후티 반군은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2014년 예멘의 수도 사나를 점령하며 정부를 축출하기에 이르렀다. 2015년, 하디 대통령마저 하야하자 예멘이 시아파인 이란의 위성국이 될 것을 우려한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이 예멘 정부를 지원하며 내전에 개입하였다. 그리고 이란은 후티 반군에 지원을 늘리면서 예멘 내전은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리전 형태로 발전하였다. 

사우디 중심의 연합군은 예멘에서 수년간의 공습과 지상전을 수행하였지만 후티 반군을 몰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후티는 오히려 연합군에 맞서 전쟁을 치르며 전투 경험을 쌓고 전력을 키워 나갔다. 헤즈볼라로부터 군사적 조언과 지원을 받았고, 이란으로부터 해상 지뢰, 탄도 및 순항 미사일, 드론 등 최신 무기와 기술을 지원받으며 2만여 명의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국제연합(UN)의 중재로 2022년 4월부터 휴전에 돌입하였지만, 이후 도리어 후티 반군이 예멘 북부 대부분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였다. 이들은 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국가의 통치자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거래를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이란의 지원을 받던 지역 민병대가 연합군과의 대결에서 살아남으며 명실상부한 범 국가적 수준의 조직으로 발전해 가는 단계에 서게 된 것이다.

후티 반군의 도발 의도와 소득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이래 후티 반군은 “가자지구에서 우리 형제(팔레스타인)들에 대한 시오니스트(이스라엘)의 범죄에 보복하겠다”며 홍해 입구 일대에서 이스라엘, 미국 관련 선박에 대한 도발을 가하고 있다. 12월부터는 미국과 영국군이 후티 반군의 거점에 대한 공격을 시행하자 “미국과 영국의 지속적 침략에 대응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사실 예멘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없으며, 홍해 해상 교통로를 방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도 없다. 그러나 후티 반군은 눈앞의 이득보다는 한 수 앞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술한 바와 같이 지역 민병대 수준에서 벗어나 예멘의 통치까지 꿈꾸고 있는 이들에게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기회로 여겨질 수 있는 상황이다.

먼저, 후티 반군은 이번 도발을 통해 역내에서 기타 아랍 국가들과 구분되는 명성을 쌓고 있다. 2020년 미국이 주도한 아브라함 협정으로 이스라엘과 역내 아랍국가들 간의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졌다. 이번 전쟁 직전에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수교 임박설이 돌면서 ‘팔레스타인 대의’의 소멸에 대한 우려가 커지던 상황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하수인이라고 비난받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 부국은 이번 전쟁에 매우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마스가 최초 기습 기간 자행한 비인도주의적 행위, 이스라엘의 자위를 넘어서는 수준의 공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는 했으나, 하마스를 전혀 지지 또는 지원하지 않고 2국가 해법을 존중한다는 원칙론적 논평을 내고 있기만 한 상황이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아랍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 후티는 "이스라엘에 죽음을, 이슬람에 승리를”이라는 그들의 슬로건을 가장 충실히 이행하며 아랍을 지지하는, 아랍의 거의 유일한 ‘행동하는’ 조직으로 차별성을 갖게 된 것이다. 

또한, 후티 반군은 이번 도발을 통해 지역을 넘어서는 국제적 인지도를 높였다. 후티 반군은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 연합군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데 이어 이번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의 공격에도 여전한 공격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후티는 비교적 저렴한 공격수단을 활용하여 홍해 교통로 상 이동 선박을 위협하고 있는 반면 미국, 영국 등 연합국은 자국군을 파병하고 고가의 첨단무기로 도발에 맞서고 있다. 그런데 연합국은 예멘의 수도 사나, 후티 반군의 근거지 등에 대해 대규모 공격을 하면서 거액의 인적, 물적 비용을 투입하고도 가시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써 후티는 세계 최강 군대에 맞서 싸우는 조직으로서 인지도가 올라갔음은 물론, 최대의 후원국인 이란으로부터도 큰 신뢰를 얻게 되었다. 이란 입장에서는 후티가 자국의 직접적 개입 없이 서방 국가들의 노력과 비용 소모를 유도하고 이들의 위신도 깎아준 고마운 존재일 것이다.

이러한 소득은 결국 국내적 차원에서 예멘인들의 후티 반군에 대한 지지율 상승으로 확장될 수 있다. 예멘은 현재 경제 악화와 외교력 부재, 사법 체계 붕괴, 후티 정권의 부정부패, 과도한 세금부과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 이어진 사우디 연합군의 공격 및 경제 봉쇄로 인한 피해는 물론 휴전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국가적 빈곤 상황은 국내에서 후티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차에 특별한 타개책이 없었던 후티 반군 입장에서는 이번 전쟁에서 공공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스라엘을 공격함으로써 예멘인들의 지지를 얻고, 불만을 전환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향후 전망 및 영향
홍해 일대에서 벌어진 후티 반군의 도발로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해상 수송로의 안전이 위협을 받으면서 각국 선사들이 홍해를 통하는 운송을 중단하였다. 동아시아에서 지중해까지의 해상 운임이 지난해 11월 초 대비 290% 상승한 가운데, 물류비용 상승과 이에 따른 공급 축소의 여파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후티의 도발로 인한 홍해 일대 해상 수송로의 안전 문제는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후티 반군의 도발에 명분으로 작용했을 뿐 전쟁의 지속 여부는 후티의 행동 변화를 가져올 유인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술한 바와 같이, 후티는 이번 도발을 통해 아랍인, 무슬림에 대한 의리를 보여주었다. 또한 세계 강대국에 맞서는 강력한 의지와 능력을 과시하였다. 최대 후원국인 이란의 신뢰를 얻게 되었고, 예멘인들을 결집하여 국내문제에 대한 불만도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후티가 도발을 멈추고 자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 정치적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는 국가는 이란과 중국이다. 이 두 국가는 이번 도발로 이득을 얻은 국가이기도 하다. 후티의 도발을 통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위신이 손상되었고, 인적, 물적 비용이 소모되었다. 중국의 경우 후티가 이란과 친밀한 중국, 러시아 선박에 대해서는 안전을 약속해 준 덕에 세계 물류 시장에 우위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후티는 이란의 도움 없이는 이들의 군사적 영향력을 지속할 수 없다. 외교적 노력으로 이란을 움직일 수 있다면 이란을 통해 후티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역시 홍해 일대 개발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한 상태로, 장기간의 불안정 상태를 원하지 않을 것이므로 중국이 이란을 통해 후티를 압박할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홍해 일대에서의 후티 반군의 도발은 국제법에 근거한 항행의 자유를 위반한 사안이다. 유럽에 이어 중동에서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법률과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는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제기구와 규범의 권위가 바로 서고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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