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연구보고서

발간물

박상남

  • 정체성으로 본 푸틴의 러시아: 한,러 교류증진을 위한 시사점을 중심으로

       국가 정체성의 맥락에서 한 나라를 설명하는 것은 보다 깊고 종합적인 시각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지난 역사를 통해 러시아가 왜 그런 과정을 겪었고,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배경을 이해한다면 상대가 필요로 하는 지..

    박상남 외 발간일 2021.04.28

    경제관계, 경제협력 러시아유라시아

    원문보기

    목차
    서언

    국문요약
    제1장 서문: 국가의 선택과 정체성
    1. 연구의 배경과 필요성
    2. 선행연구 검토

    제2장 국가 정체성의 중요성과 러시아
    1. 왜 국가 정체성이 중요한가?
    2. 인문학에서 본 러시아의 다면적 정체성

    제3장 국가 정체성과 정치
    1. 러시아 정치사의 주요 전환점
    2. 러시아 정교와 정치 이데올로기
    3. 서유럽과 유라시아 정체성의 공존과 갈등
    4. 반서방정책과 제국주의
    5. 중앙집권적ㆍ권위주의적 국가주의
    6. 결론

    제4장 국가 정체성과 경제
    1. 러시아 경제사의 주요 전환점
    2. 정체성과 국가주도 경제
    3. 특권 경제와 신흥경제 엘리트
    4. 농촌공동체 경제의 형성과 유산
    5. 반서방정책과 독자적 경제블록 형성
    6. 결론

    제5장 국가 정체성과 분쟁해결 문화
    1. 러시아 분쟁해결 문화와 법제도 형성사의 주요 전환점
    2. 러시아 법제도의 권위주의적 전통
    3. 분쟁해결 관행과 법문화
    4. 법과 관습에 따른 러시아 분쟁해결 문화
    5. 사법제도와 관료 마피아 – 법과 인맥
    6. 결론

    제6장 결론: 정치, 경제, 분쟁해결 문화와 국가 정체성

    제7장 정책적 시사점
    1. 정치 분야 시사점
    2. 경제 분야 시사점
    3. 분쟁해결 문화 시사점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닫기
    국문요약
       국가 정체성의 맥락에서 한 나라를 설명하는 것은 보다 깊고 종합적인 시각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지난 역사를 통해 러시아가 왜 그런 과정을 겪었고,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배경을 이해한다면 상대가 필요로 하는 지점에서 상호 도움이 되는 협력방안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연구는 러시아 정체성 형성과정과 특성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 러시아의 정치ㆍ경제ㆍ사회문화를 이해하려는 목적에서 집필되었다.
       현대 러시아의 정치ㆍ경제ㆍ문화는 동서양 문명의 양분을 흡수하면서도 자신들의 전통과 독자성을 추구해온 결과물이다. 다민족, 다문화 국가인 러시아는 태생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무엇이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지리적ㆍ문명적ㆍ인구학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는 광대한 영토와 자연환경만큼이나 복합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사실 정체성이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러시아 정체성 역시 시대와 사회변화, 집권세력의 의도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고 끊임없이 재구성되었다. 러시아 정체성의 특징 중 하나인 상반된 요소의 공존 역시 자신들의 내면을 다르게 바라본 결과물이다. 또한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의 나아갈 방향을 유럽에서 찾기도 하고, 유라시아적 요소에서 구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두 가지 관점은 서로 갈등,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분화되었다.
       러시아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내면에 대해서도 금욕적인 정교 신앙과 강렬한 세속적 욕망이라는 이질적 요소가 함께 존재한다고 말한다. 러시아는 이러한 양면성을 국가 정체성을 통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의 정체성 혼란은 문명의 변방, 또는 중간지대에 위치했던 지정학적 조건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관습종교가 되어버린 정교는 러시아 정체성 형성은 물론 정치ㆍ경제ㆍ사회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지리적으로도 러시아는 동양과 서양, 태평양과 대서양을 동시에 접하는 광활한 영토로 인해 유라시아 대륙의 양극단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푸틴은 이러한 지리적 조건을 활용하여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효율적인 국가운영에 필요한 권위주의와 국가주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푸틴의 반서방정책에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들어오면 자신들의 정권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되어 있다.
       정리해보면 러시아 정치문화의 특징은 강력한 중앙집권과 수직적 권력구조, 권위주의, 유럽에 대한 선망과 거부감이라는 이중적 태도, 전통 추구와 외부세력에 대한 경계심, 소수특권지배, 국가주의를 앞세운 국가자본주의, 제국주의 지향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서구와는 다른 러시아 경제의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도 국가 정체성이라는 렌즈가 필요하다. 국가주의로 상징되는 러시아의 정체성은 경제 분야에서도 국가자본주의로 이어졌다. 정체성의 맥락에서 러시아 경제의 특징을 국가주도경제, 소수지배에 의한 특권경제, 공동체주의, 독자적 경제권 추구 경향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치 논리가 시장 논리보다 우선하는 국가자본주의는 러시아의 권위주의, 국가주의 정치문화에서 유래된 것이다. 푸틴 집권 이후 진행된 국유화정책, 소수 권력 엘리트의 특권경제, 빈부격차 등도 같은 맥락이다. 제정 러시아 시기 귀족과 영주계급, 소련 시기 노멘클라투라, 옐친 시기 올리가르히, 푸틴 시기 실로비키 등이 특권계급의 계보를 이루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에 있어서도 러시아는 대외개방과 독자적 경제블록 형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가주의적 성격은 법제도와 분쟁해결 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동로마 비잔틴 제국으로부터 받아드린 정교와 권위주의적 법체계는 현대 러시아까지 계승되고 있다. ‘법의 독재’라고 불리는 푸틴 시대의 법문화는 현재 어느 나라보다도 권위주의적인 성격이 강하다.
       러시아의 분쟁해결 문화는 인치(人治)와 법치(法治)가 공존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비공식적 인간관계에 의존하는 분쟁해결 방식은 인맥과 친분이 좌우하며 규칙과 법을 우회하여 사적 이익을 취하는 행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인맥에 의존하는 관행은 현재에도 통용되고 있지만, 점차 법과 제도에 의한 문제해결 방식이 정착되어간다는 평가다. 그러나 푸틴 시대에도 분쟁해결이 여전히 권력이나 돈에 의해 좌우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의 지배가 아닌 국가권력을 이용한 특권층의 자의적인 지배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관습과 전통이 되어버린 정교신앙과 비잔틴 제국의 권위주의적 문화유산,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중간지대인 지리적ㆍ문명적 조건, 수많은 침략에 노출되면서 형성된 외부세력에 대한 적대감 등이 러시아 정체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영토 확장에 따른 다문화ㆍ다민족적 요소와 시대별로 달라진 집권세력의 대내외정책이 결합되면서 현대 러시아의 정치ㆍ경제ㆍ사회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성된 국가 정체성은 정치는 물론 경제와 분쟁해결 문화를 설명하는 데도 일관되고 유용한 맥락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적 특성에 녹아있는 국가 정체성에 대한 이해가 선결되지 않으면 이 거대한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광대한 지리적 조건과 다민족이 살아가는 이질적 요소의 혼재 속에서도 국가 정체성이라는 공통분모를 만들어왔던 러시아 역사를 ‘상이함과 획일성의 공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강력한 국가권력이 다민족ㆍ다문화의 이질적 요소를 통일된 국가 정체성으로 녹여내려 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러시아의 다양한 모습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면 먼저 국가 정체성이라는 맥락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것이 표피적이고 현상적인 지식에서 탈피하여 보다 깊이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1장 서론(박상남)에 이어 2장(박상준, 김상현)에서는 정체성의 이론적 배경과 러시아 정체성 형성 과정을 다루고 있다. 3장(박상남)에서는 러시아 정체성과 정치의 밀접한 관련성을 설명하고 있다. 4장(조영관)에서는 러시아 경제를 정체성과 연관하여 분석해보았다. 5장(김영옥)은 갈등해결 문화를 러시아의 권위주의적 법문화라는 관점에서 소개하고 있다. 6장 결론(박상남)은 러시아 정체성과 정치, 경제, 법문화에 대한 종합적인 해석과 관점을 담았다. 마지막 7장(박상남, 염동호, 김영옥)에서는 큰 틀에서 한ㆍ러 양국의 협력에 필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닫기
  • 한국의 유라시아 협력 전략 연구: 중견국 전략의 사례와 EEU가 한국에 주는 함의를 중..

    본 연구의 핵심 목표는 한국외교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성공은 물론 남북분단을 뛰어넘어 국제적 차원의 리더십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장기적인 국익을 지속적으로 실현해나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안을 모..

    박상남 외 발간일 2014.12.12

    경제협력, 다자간협상

    원문보기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제2장 다자주의 협력하에서의 중견국가 이니셔티브에 관한 고찰 
    1. 서론 
    2. 중견국가에 대한 이론적 고찰 
    3. 다자주의와 중견국가의 이니셔티브: 현실주의적 외교와 이상주의적 외교 사이에서 
    4. 중견국가의 유형분석 
    가. 전통적 중견국가 
    나. 새롭게 부상한 중견국가 
    5. 소결: 한국에 주는 함의
     
    제3장 탈냉전기 터키의 중견국 외교정책 
    1. 터키의 대외정책 변화과정과 중견국가 조건 
    가. 대외정책의 변화과정과 중견국가 의지 
    나. 중견국가의 물리적 조건 
    2. 중견국 전략과 다자주의 
    가. ‘갈등제로’ 정책(Zero-problem Policy) 
    나. 다자주의 확장 
    3. 소프트파워 정책과 양자관계 
    4. 소결 


    제4장 역내 중견국으로 부상한 카자흐스탄의 외교정책 
    1. 카자흐스탄의 대외정책 변화과정과 중견국가 조건 
    가. 중견국가 의지와 전방위외교 
    나. 중견국가의 물리적 조건 
    2. 중견국 전략과 다자주의 
    가.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나.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 (CICA: Conference on Interaction and Confidence-Building Measures in Asia) 
    다.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 
    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마. 유라시아경제공동체(EurAsEC: Eurasian Economic Community) 
    바. 유라시아관세동맹(ECU: Eurasian Customs Union), 유라시아경제연합(EEI: Eurasian Economic Union) 
    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아. 튀르크 위원회(Turkic Council and TURKSOY) 
    자. 이슬람협력기구(OIC: The Organisation of Islamic Cooperation) 
    차. 국제연합(UN: United Nation) 
    3. 강대국 외교와 양자관계 
    가. 강대국 외교정책 
    나. 중앙아시아, 이슬람권, 아프리카 외교정책 
    4. 소결 


    제5장 ‘유라시아경제연합’이 한국의 중견국가 전략에 주는 함의 
    1. 러시아의 유라시아 경제통합의 배경과 전략 
    2.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의 가능성과 한계 
    3. 경제적 관점에서 한국과 관세동맹(CU)의 협력효과 
    가. 한국과 3국 관세동맹의 수출입 추이 
    나. 유라시아 경제통합과 한국의 경제협력 
    4. 소결
     
    제6장 결론 및 정책적 함의 
    1. 중견국가의 자격 
    2. 중견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사상적 배경의 필요성 
    3. 소프트파워를 통한 외교전략 
    4. 틈새외교전략(Niche diplomatic strategy) 
    5. 기여외교와 다자주의를 결합한 외교전략 수립 
    6. 독립적인 국제행위자로서의 이미지 구축 
    7. EEU에 대한 적극적 대응의 필요성: 유라시아 대륙 외교를 위한 방편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닫기
    국문요약

    본 연구의 핵심 목표는 한국외교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성공은 물론 남북분단을 뛰어넘어 국제적 차원의 리더십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장기적인 국익을 지속적으로 실현해나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그 대안으로 한국이 중견국가의 길을 가야 한다고 제안하고자 한다. 현 정부가 주요 대외정책 중의 하나로 표방하고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한국이 중견국가의 길을 걷지 않고는 원천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시장과 교류의 공간으로 묶어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국가의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고 국가간 연대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 공동 번영을 위한 명분과 의제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추진해나가는 중견국가로서의 일관된 의지와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국이 여타 국가들의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국제적 리더십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중․장기적인 대의와 명분을 추구하고,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는 중립성과 균형감 있는 행동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모든 국가가 공평하게 이익을 볼 수 있는 의제와 정책들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재 제시되고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구호만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과 정책이 부족하며, 무엇보다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한국이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하며 대내외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단기적 선언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본 연구의 주요 목적은 한국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기 위해 선행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모색해보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본 연구가 제시하는 방향은 바로 한국이 중견국가의 길을 담대하게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남북분단을 뛰어넘어 국제적 차원의 리더십을 확보하고 여타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장기적인 국익을 지속적으로 실현해나가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방향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한국이 중견국가의 길을 가도록 하기 위해서 본 연구는 다음 질문에 대한 설명을 시도하고자 한다. 먼저 한국이 추구해야 할 중견국가의 개념과 특성은 무엇이고, 그 유형은 어떠한가? 한국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성공을 위해 협력해야 할 유라시아 대륙의 주요 거점 중견국인 터키와 카자흐스탄은 어떠한 중견국가의 길을 가고 있는가? 이러한 이론과 유형, 사례들이 한국에 주는 정책적 함의는 무엇인가? 한국이 경제적․제도적 균형과 협력루트의 다원화를 통해 중견국가의 길을 가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서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이 주는 함의는 무엇인가? 본 연구는 부족하나마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서 터키와 카자흐스탄을 주요 분석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양국이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한국의 유라시아 협력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핵심국가이기 때문이다. 터키와 카자흐스탄은 한국과 같이 유라시아 대륙의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해 있고, 가장 적극적으로 중견국가를 지향하고 있으며, 강대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만나는 지역인 동시에 유라시아 대륙의 물류, 통신망을 하나로 연결하기 위한 핵심 거점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터키와 카자흐스탄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매개자를 자임하고 있어 유라시아 대륙의 연대와 소통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양국과 한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본 연구가 EEU에 주목하는 것은 이 경제협력체가 한국이 유라시아 대륙에서 경제적․제도적 균형과 협력루트의 다원화를 통해 중견국가의 길을 가기 위한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EEU 참여국가들과 한국은 산업구조적으로 상호보완적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EU와의 경제권 통합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정책적으로 호응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 이와 같이 다양한 중견국가의 사례와 EEU에 대한 분석은 한국이 국제적 신뢰와 리더십 확립, 다양한 외교적 옵션 확장, 경제적․제도적 세력균형을 이루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보안이 필요함을 제시해주고 있다.
    첫째, 중견국가의 자격에는 물리적 조건뿐만이 아니라 국제평화와 공동발전을 위한 일관된 의지와 정책의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그동안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외형적 조건은 충족되었지만 일관된 의지와 실천이라는 면에서 아직 부족하다. 따라서 한국은 중장기적 외교정책의 지향점과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관된 정책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터키와 카자흐스탄은 한국과 같이 강대국들의 첨예한 세력경쟁이 벌어지는 지역에 위치해 있고 상대적으로 국력이 열세에 있으면서도 중견국으로서 일관된 의지와 정책을 실천함으로써 지정학적 열세를 오히려 강점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둘째, 터키와 카자흐스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견국가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자국의 정체성과 국제적 사명감을 뒷받침하는 사상적 배경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은 중․장기적으로 대외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국가적 정체성과 철학적 배경에 대한 재정립과 국내적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정권에 따라 대외정책에 부침이 있고,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에 한계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외교의 가치와 철학적 담론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
    셋째, 개별국가의 진정한 힘은 소프트파워를 통한 외교전략에서 창출된다. 터키의 경우 자국의 역사․문화적인 자산을 활용하여 다양한 차원에서 중견국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 역시 수많은 역사․문화적 자산을 가진 국가이며 현대의 한류는 유라시아 대륙 국가들에서 통할 만큼 보편성이 있다. 그러나 외교정책 차원에서 이러한 자산을 전략자원화하여 정교하게 활용하는 데는 아직 부족하다. 따라서 다양한 역사적․문화적 자산을 활용한 다각적이고 보다 정교한 소프트파워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넷째,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의제를 선제적으로 개발, 제안하는 틈새외교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최근 들어 한국 역시 다양한 틈새외교와 정책개발을 선도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확고한 신뢰와 리더십을 인정받는 중견국가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정책개발과 의제설정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주변 강대국들에 가려 있던 터키와 카자흐스탄의 존재감이 부상하게 한 요인 역시 바로 이러한 틈새외교와 의제의 적극 개발에 있었다.
    다섯째, 현실적 이해와 이상주의가 결합된 기여외교를 바탕으로 양자, 다자주의를 결합한 스마트한 외교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한국보다 경제력이 부족한 터키가 일찍이 지구촌의 빈곤 문제를 의제로 들고 나와 다자, 양자 관계를 통해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면서 신뢰와 리더십을 확보한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한국도 ODA를 비롯하여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인 기여외교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양자관계에 편중되어 있고 한국만의 독창적인 의제개발 없이 선진국을 따라 하고 있다는 점은 보완해야 할 점이다. 따라서 한국은 국제사회의 동의와 호응을 이끌어낼 의제를 개발하고 이를 양자, 다자적 접근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개도국의 환경 문제라든지 지구촌의 의료, 교육 시설의 현대화 등 한국의 기여외교를 상징할 수 있는 의제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ODA 정책도 이러한 창의적인 의제개발 없이 선진국을 따라 하기만 한다면 돈을 쓰고도 별다른 특징적인 효과를 얻지 못하는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섯째, 주변 강대국과 협력하면서도 독자적인 길을 모색함으로써 독립적인 국제적 행위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터키, 카자흐스탄과 같이 한국도 미국의 동맹국이자 동아시아와 유라시아 대륙에서 독자성을 지닌 행위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유라시아 대륙을 향한 한국의 중견국 외교의 다자적 접근방안 중 하나로 EEU가 주는 의미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경제적 세력균형을 통해 날로 심화하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기 위해서도 EEU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물론 EEU의 성패와 관련하여 다양한 논의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 성패와 관련 없이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자원부국인 구소련권 국가들과의 다자, 양자 협력은 물류망과 자원은 물론 지정․지경학적 차원에서도 한국에 많은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카자흐스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외교관과 전문가들은 비공식적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EEU 참여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인 바 있다.
    이상과 같이 주요 중견국가들의 사례 연구가 주는 정책적 함의를 어떻게 한국의 중견국가 전략에 반영하느냐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독자적인 영향력과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는지가 결정될 것이다. 본 연구가 목표로 하는 바는 바로 이러한 한국의 중견국가 전략을 국제사회 차원에서 현실화하는 방안 및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유라시아 협력전략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각적인 차원에서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다른 연구주제와의 중복성을 피하고 논의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본 연구는 중견국가 이론과 새로운 중견국으로 부상 중인 터키와 카자흐스탄의 사례가 주는 함의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중견국가 전략의 협력대상으로서 EEU를 검토해보는 것으로 연구범위를 제한했다. 아울러 관점에 따라서 5장의 EEU에 대한 분석은 다른 장과의 연계성이 부족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한국의 중견국가 전략을 모색하는 데는 다양한 협력대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EEU만을 다룬 것은 역시 어색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새롭게 태동을 준비하는 EEU의 잠재적 회원국들이 한국과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일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유라시아 협력에 새로운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제한적이나마 이를 포함시켰음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닫기
  • 러시아ㆍ중국ㆍ인도 삼각협력체제의 전략적 함의와 시사점

    러시아․중국․인도 간의 전략삼각체제 형성은 냉전해체 이후 세계질서의 재편과정에서 최대의 정치적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1993년에 옐친 대통령이 당시 탈냉전의 성격을 ‘차가운 평화’로 언급하면서 삼국 간의 전략적 협력의 아이디어를..

    백준기 외 발간일 2012.12.31

    경제협력, 정치경제

    원문보기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 론

    제2장 중ㆍ러 관계
    1. 중ㆍ러 관계의 역사적 변천
    2. 중ㆍ러 관계의 협력요인과 갈등요인
    3. 중ㆍ러 관계가 삼각체제에 미치는 영향
    4. 한국에 주는 시사점 및 소결

    제3장 러ㆍ인 관계
    1. 러ㆍ인 관계의 역사적 변천
    2. 러ㆍ인 관계의 협력요인과 갈등요인
    3. 러ㆍ인 관계가 삼각체제에 미치는 영향
    4. 한국에 주는 시사점 및 소결

    제4장 중ㆍ인 관계
    1. 중ㆍ인 관계의 역사적 변천
    2. 중ㆍ인 관계의 협력요인과 갈등요인
    3. 중ㆍ인 관계의 전망과 삼각협력체제에 미치는 영향
    4. 한국에 주는 시사점 및 소결

    제5장 중앙아시아와 삼각체제의 관계: SCO를 중심으로
    1. 삼각체제ㆍ중앙아시아 관계의 역사적 변천
    2. 양자 관계의 협력요인과 갈등요인
    3. 삼각체제ㆍ중앙아시아 협력이 대미관계, 역내 안보 구도에 미친 영향
    4. 한국에 주는 시사점 및 소결

    제6장 결론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닫기
    국문요약
    러시아․중국․인도 간의 전략삼각체제 형성은 냉전해체 이후 세계질서의 재편과정에서 최대의 정치적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1993년에 옐친 대통령이 당시 탈냉전의 성격을 ‘차가운 평화’로 언급하면서 삼국 간의 전략적 협력의 아이디어를 내비친 이래 1996년 유라시아주의에 친화적인 프리마코프가 외무장관에 임명되어 삼각협력구상이 현실화되었다.

    2006년 이래로 러․중․인 삼국은 상호 간에 ‘국가의 해’ 선포를 통해 양자 간 정치 경제적 협력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의 공통성 확보를 위한 문화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앙땅뜨 체제’로 해석될 수 있는 ‘러․중․인 삼각체제’는 ‘정치동맹’ 또는 ‘유사동맹’으로, 견고한 군사동맹체제라기보다는 유연한 형태의 ‘네트워크 동맹’의 성격을 띠고 있다.
    중․러 관계에 대한 부분은 세 가지 주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냉전 이후 최근까지 갈등과 협력의 이중성을 띤 중․러 관계의 간단한 역사를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둘째, 특히 탈냉전기 중․러 관계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쳐왔던 협력요인과 갈등요인들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셋째,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본고는 중․러 관계의 확대 강화라는 후원 속에 어떻게 러․중․인(RIC)란 새롭게 부상하는 전략적 삼각축이 세력균형을 노린 다극체제를 형성할 수 있는지를 예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탈냉전기 중․러 협력 요인은 가령 중․러 국경분쟁의 해소, 이른바 ‘3대 악’(국제테러리즘, 이슬람근본주의, 민족분리주의세력)의 제거, 전면적인 경제협력, 군사협력과 교류증진, 반미 · 반패권주의를 향한 다극화 추구, 지역다자협력체제(SCO, RIC, BRICs, 6자회담 등)의 건설과 추진 등이다. 반면에 양국의 성숙한 관계발전을 가로막는 갈등요인은 첫째, 미국의 개입요인과 G2체제의 형성, 둘째, 중국의 부상과 중국위협론, 셋째, SCO와 중앙아시아 역내 주도권 다툼 등이다.

    최근 중․러 간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성격을 띠고 있긴 하지만, 우리가 아는 한, RIC란 전략적 삼각협력체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중․러 양국은 상해협력기구 정식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익상관자이자 핵심적인 행위자들이다. 양국 관계는 전략적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갈등요인보다 협력요인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구동존이’(求同存异)에 근거한 접근방식을 이용하여 가능한 갈등을 최소화시키면서 가운데 협력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2011년에 아시아 지역 내 미국의 ‘재관여’ 및 ‘재균형’ 정책, 즉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전 전략’(Pivot to Asia)에도 불구하고, RIC 체제의 형성 및 발전을 위해서는 장차 중․러 양국이 서로 갈등요인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다.
    러시아와 인도 관계는 협력요인과 갈등요인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협력요인은 군사 및 과학기술협력의 경제 안보적 요인과 지역분쟁 및 영토문제에 대한 공동협력 요인으로 대별된다. 인도가 육군의 군사장비의 약 60%를, 해군 전함의 70%, 공군의 전투기 8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양국 간의 군사협력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러시아와 인도는 지역분쟁과 영토문제에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다. 러시아에는 체첸의 분리독립문제와 중앙아시아 지역분쟁이 러시아의 국가 및 영토통합성 유지와 구 소비에트 공간의 안정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인도에는 카슈미르 문제 등 파키스탄과의 영토분쟁과 이슬람분리주의 운동 등이 국가통합에 중대한 위협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러시아와 인도 간의 갈등요인으로는 ‘미국’과 ‘중국’을 들 수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인도가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이로 인해 러시아가 역사적으로 아시아에서 향유하던 전략적 이익을 훼손당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군사분야에서 미국과 인도 간의 협력증진은 중앙아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전략적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인도와 중국 간의 갈등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영토분쟁과 에너지 및 자원문제, 그리고 남아시아에서의 세력권 설정문제, 그리고 전략적 가치에 대한 상호 ‘비대칭적 인식’ 문제이다. 러시아를 ‘전략적 접착제’로 하여, 중․인 관계는 협력관계로 전환되어 국경문제 등 양국 간의 갈등요인을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 있으나, 중․인 간의 갈등요소가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러․인 관계는 균열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러․중․인 삼각체제 형성에서 중․러 관계를 ‘강한 고리’, 중․인 관계를 ‘약한 고리’라 표현한다면, 러․인 관계는 ‘고리의 시작점’으로 비유할 수 있다. 삼각체제가 시도되는 시점에서 보면, 중․러 관계에 비해 러․인 관계는 전략적 측면에서 사활적인 이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러시아와 인도 간의 전략적 협력관계가 복원되지 않았다면 삼각체제는 형성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삼각체제의 형성과정에서 중․인 관계를 보완하고 있는 러․인 관계는 삼각체제의 구조적 진화에 촉진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대국 지위의 회복과 세력권 방어를 시도하는 러시아나, 지역 및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려는 인도는 ‘일극체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여 ‘다극체제’의 형성에 동의하였다. ‘아시아로의 전환’이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등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강화되고 중국에 대한 전략적 포위가 심화되는 한, 중국은 러시아, 인도와의 전략적 유대관계를 강화할 것이다.
    인도와의 전략적 유대강화가 러시아를 더 강한 글로벌 행위자로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인도 역시 러시아와의 전략적 유대를 통해 글로벌 이슈에 대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인도는 이를 통해 중국에 대한 안보적 우려를 해소하고 중국이 아시아의 유일한 헤게모니 국가로 부상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러․인 관계를 한 변으로 하여 구성되고 있는 ‘러․중․인 대륙삼각체제’와 미국 주도의 ‘미․일․호주 해양삼각동맹체제’ 간의 경쟁과 갈등은 한국으로 하여금 전략적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러․중․인 삼각체제는 동북아에서 북․중․러 간의 양자 간 우호친선조약을 통해 ‘북방 소삼각체제’와 연결되어 있다. 한․미동맹을 통해 ‘해양삼각동맹체제’에 연계되어 있는 한국은 이러한 갈등구조에 ‘연루’되는 것을 피하고—‘동맹 딜레마’의 최소화—, 한반도와 역내에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절실하다.
    ‘동아시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헬싱키 프로세스’는 한국에서 유력한 대안 모델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유럽의 ‘헬싱키 프로세스’가 국경과 영토에 대한 ‘현상(status quo)’ 인정을 통해 유럽에서의 안전과 평화를 제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 점을 감안하면, ‘동아시아 버전 헬싱키 프로세스’가 영토분쟁의 해결과 국경선의 ‘현상’ 인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아시아의 영토분쟁에 러․중․인 삼국은 이해당사자로서 깊이 개입되어 있다. 최근 들어 고조되고 있는 동아시아 영토분쟁에 미국이 군사적 시위를 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러․중․인 삼각체제가 동아시아 영토분쟁에서 적극적으로 작동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것이 한국의 독도문제에 미칠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중․인 관계는 러․중․인 삼각협력 관계 중에서 가장 약한 고리이다. 러․인 관계는 삼각협력체제의 형성과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고, 러․중 관계는 삼각협력체제의 발전의 주된 동력이 되어왔다. 그런데 중국과 인도는 지금까지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전략적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갈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어 삼각협력체제의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

    이는 1962년 중인국경분쟁이 현대사에서 중․인 관계의 중요한 전환점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중․인 관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는 2005년 정상회담에서 평화와 번영을 지향하는 ‘전략협력동반자(strategic and cooperative partnership)관계’를 건설한다고 합의했지만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갈등요인이 주기적으로 양국관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명실상부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발전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중․인 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경우 삼각협력체제도 새로운 발전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인 관계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협력요인과 갈등요인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협력요인으로는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외부환경이 필요하다는 것, 티베트와 내부 반란세력 문제 등 내부의 정치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상대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 다자무역협상 및 기후협약 등과 관련해 국제무대에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 외교자산을 다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갈등요인으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국경문제, 양국 내에서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는 민족주의, 양국의 영향력이 중첩되는 지역에서의 주도권 경쟁, 무역마찰 등을 들 수 있다.

    중․인 관계의 미래는 협력요인과 갈등요인 사이의 상호작용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출현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중․인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관계. 우호적 협력관계, 경쟁적 협력관계, 전략적 대립관계 등 네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의 전략적 경쟁과 국경분쟁 등을 고려하면 양국관계가 명실상부한 전략적 협력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고 양국이 다시 냉전시기의 전략적 대립관계로 돌아가는 것도 정치적, 경제적 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양국관계는 당분간 우호적 협력이나 경쟁적 협력 사이에서 동요할 가능성이 높다. 대체로 정부 차원에서는 우호적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나 민간 차원에서는 상호불신이 더 증가하는 추세이다.

    중․인 사이에 경쟁적 협력관계가 출현할 경우에는 삼각협력체제의 발전도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렵다.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경제적 교류도 활발하지 않은 러시아와 인도 사이의 협력이나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만으로는 삼각협력체제의 발전을 촉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중․인 관계가 우호적 협력관계로 발전된다면 삼각협력체제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초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삼각협력체제는 협력의 영역(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이나 수준(정부, 민간 등) 모두 비교적 성공적인 다자협력체제와 비교할 때 격차가 크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의 인구규모나 향후 성장잠재력을 고려하면 중․인협력은 전략적 의미를 갖는 수준으로 삼각협력체제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삼각협력체제가 러․중․인 사이의 전략적 대화를 위한 통로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삼국 사이의 다양한 협력을 촉진하는 기구로 발전되어간다면 이는 한국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도전적 요소는 국제질서의 다원화가 촉진되는 것에 대응할 수 있는 외교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 중국과 인도의 부상이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에너지 수급상황을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은 것 등을 들 수 있다. 기회적 요소로는 중국의 부상을 다자협력의 틀에서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증가시키고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이 한국에 새로운 시장과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있다.

    SCO를 통한 삼각체제와 중앙아시아국가들과의 협력은 여러 갈등요인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는 물론 유라시아대륙 차원에서도 삼각체제와 SCO의 위상을 격상시켰다. 뿐만 아니라 2000년대 부시 집권 이후 더욱 강화되었던 미국의 일방주의와 동진정책을 차단하면서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우월적 지위유지’, ‘중국-실리속의 점진적 세력 확장’, ‘인도-단기 간 효율적 진출과 존재감 부각’이라는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중앙아시아에서 지속적인 정치, 군사, 경제적 개입을 시도했던 미국은 상대적으로 지위 약화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무력함이 확인된 2008년 그루지야 전쟁 이후 군사, 안보적 차원에서 러시아의 입지는 강화된 반면 미국의 지위는 후퇴하는 현상이 확연해졌다. 또한 그루지야 전쟁은 SCO 또는 삼각체제 차원이 아닌 러시아 단독으로 감행한 군사행동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확고한 군사․안보적 의지와 힘을 보여줌으로써 중앙아시아, SCO, 삼각체제 내에서 러시아의 확고한 위치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냉전붕괴 이후 지속된 미국의 일방적 우위가 중앙아시아에서는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SCO를 기반으로 한․중․러 연대 또는 삼각체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중앙아시아 신생국들의 입장에서 미국은 여전히 중요한 역외세력이며 세계 전역에 힘을 투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독립유지, 외교․안보적 자율성 확대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미국의 역할은 중요하다.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러시아와 중국의 과도한 경쟁과 팽창주의를 견제하기 위해서도 중앙아시아 신생국들은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SCO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삼각체제 또는 러․중 연대와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국과도 협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SCO 내에서 삼각체제와의 협력은 대외정책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던 중앙아시아 신생국들에 독자적인 대외정책을 수립,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SCO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중국, 러시아, 인도 등 강대국을 상대로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한 다양한 외교적 옵션을 구사해 볼 수 있는 실험무대였으며, 특정한 강대국의 영향력이 과도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세력균형의 역할도 담당하였다. 또한 상호 대등한 수평적 관계에서 삼각체제와의 다자 협력은 신생국들에 보다 안정된 대외환경 속에서 국가건설과정과 체제이행을 수행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따라서 SCO 내에서 삼각체제와의 관계는 신생국들에 독립국가로서의 위상 정립, 주권 존중, 공동안보, 외교적 자율성 확대, 경제성장, 역내분쟁 또는 갈등의 조정 등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SCO 내에서 중앙아시아국가들과 삼각체제의 관계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먼저 주변강대국이 참여하는 다자협력체는 약소국가들에 군사․안보적 불확실성을 현저히 감소시킨다는 점이다. 중앙아시아의 경험은 강대국과 약소국가 관계에서는 물론이고 역내 약소국가 간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이나 갈등을 조정․관리하는 데도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SCO의 활동이 본격화되었던 2000년 이후 회원국 간의 영토분쟁이나 충돌이 억제된 점이 있다. 물론 색깔혁명, 안디잔 사태 등의 정치변동이 있었으나, 이는 개별 국가의 국내정치 차원에서 벌어진 사건이었지 국가 간 갈등은 아니었다. 따라서 SCO 내에서 중앙아시아국가들과 삼각체제의 관계는 6자회담, 남북한 긴장완화, 동아시아 영토분쟁, 역사문제 등 다양한 갈등요소에 직면하고 있는 동아시아와 한국에 매우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닫기
  • 주요국의 대중앙아시아 통상전략 및 시사점

    구소련 붕괴 이후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는 다음과 같은 요소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생략)

    박상남 외 발간일 2007.12.30

    무역정책, 외국인직접투자

    원문보기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제2장. 미국의 대중앙아시아 통상전략 및 시사점
    1. 중앙아시아가 미국에 주는 전략적 가치
    2. 미국의 대중앙아시아 정책
    가. 대중앙아시아 정책 목표
    나. 대중앙아시아 정책
    3. 미국의 대중앙아시아 무역ㆍ투자 현황
    가. 중앙아시아 무역 현황
    나. 중앙아시아 투자 현황
    4. 미국의 대중앙아시아 통상전략
    가. 현재의 통상전략 기조
    나. 미래의 통상전략 전망
    5. 미국의 대중앙아시아 부문별 통상정책
    6. 한국에 주는 시사점

    제3장. 일본의 대중앙아시아 통상전략 및 시사점
    1. 중앙아시아가 일본에 주는 전략적 가치
    2. 일본의 대중앙아시아 정책
    가. 대중앙아시아 정책 목표
    나. 대중앙아시아 정책
    3. 일본의 대중앙아시아 무역ㆍ투자 현황
    가. 중앙아시아 무역 현황
    나. 중앙아시아 투자 현황
    4. 일본의 대중앙아시아 통상전략
    가. 현재의 통상전략 기조
    나. 미래의 통상전략 전망
    5. 일본의 대중앙아시아 부문별 통상정책
    6. 한국에 주는 시사점

    제4장. 중국의 대중앙아시아 통상전략 및 시사점
    1. 중앙아시아가 중국에 주는 전략적 가치
    2. 중국의 대중앙아시아 정책
    가. 대중앙아시아 정책 목표
    나. 대중앙아시아 정책
    3. 중국의 대중앙아시아 무역ㆍ투자 현황
    가. 중앙아시아 무역 현황
    나. 중앙아시아 투자 현황
    4. 중국의 대중앙아시아 통상전략
    가. 현재의 통상전략 기조
    나. 미래의 통상전략 전망
    5. 중국의 대중앙아시아 부문별 통상정책
    6. 한국에 주는 시사점

    제5장. EU의 대중앙아시아 통상전략 및 시사점
    1. 중앙아시아가 EU에 주는 전략적 가치
    2. EU의 대중앙아시아 정책
    가. 대중앙아시아 정책 목표
    나. 대중앙아시아 정책
    3. EU의 대중앙아시아 무역ㆍ투자 현황
    가. 중앙아시아 무역 현황
    나. 중앙아시아 투자 현황
    4. EU의 대중앙아시아 통상전략
    가. 현재의 통상전략 기조
    나. 미래의 통상전략 전망
    5. EU의 대중앙아시아 부문별 통상정책
    6. 한국에 주는 시사점

    제6장. 러시아의 대중앙아시아 통상전략 및 시사점
    1. 중앙아시아가 러시아에 주는 전략적 가치
    2. 러시아의 대중앙아시아 정책
    가. 대중앙아시아 정책 목표
    나. 대중앙아시아 정책
    3. 러시아의 대중앙아시아 무역ㆍ투자 현황
    가. 중앙아시아 무역 현황
    나. 중앙아시아 투자 현황
    4. 러시아의 대중앙아시아 통상전략
    가. 현재의 통상전략 기조
    나. 미래의 통상전략 전망
    5. 러시아의 대중앙아시아 부문별 통상정책
    6. 한국에 주는 시사점

    제7장. 결론
    1. 중앙아시아가 주요국에 주는 전략적 가치
    2. 주요국의 대중앙아시아 투자 및 통상의 특징
    가. 대중앙아시아 투자 특징
    나. 대중앙아시아 통상 특징
    3. 주요국의 중앙아시아 진출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닫기
    국문요약
    구소련 붕괴 이후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는 다음과 같은 요소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생략)
    닫기
  • 중앙아시아의 부상과 한국의 대응전략

    중앙아시아는 제2의 중동이라 불릴 정도로 풍부한 에너지 및 지하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거대 신흥시장으로 부상한 러시아, 중국, 인도 등과 인접한 지역에 위치해 있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는 고도..

    이재영 외 발간일 2007.04.10

    경제협력, 해외직접투자

    원문보기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이재영

    제2장 중앙아시아의 전략환경 평가 / 고재남
    1. 부상하는 중앙아시아와 한국
    2. 중앙아시아의 인문·지리 환경 개관
    3. 중앙아시아의 전략환경 평가
    가. 미국의 전진정책과 주요국간 세력경쟁의 심화
    나. 석유, 천연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의 매장
    다. 활발한 다자 지역협력
    라. 전통적·비전통적 안보이슈의 상존
    마. BRICs 국가의 전략적 이해관계 교차점
    4. 중앙아시아의 전략환경 전망

    제3장 중앙아시아 주요국의 정치 상황과 전망 / 박상남·이재영
    1. 주요국의 정치상황
    가. 카자흐스탄
    나. 우즈베키스탄
    다. 키르기스탄
    라. 타지키스탄
    마. 투르크메니스탄
    바. 아제르바이잔
    2. 중앙아시아의 정치 발전 전망

    제4장. 중앙아시아 주요국의 경제 상황과 전망 / 이철원·신현준
    1. 주요국의 경제상황
    가. 카자흐스탄
    나. 우즈베키스탄
    다. 키르기스스탄
    라. 타지키스탄
    마. 투르크메니스탄
    바. 아제르바이잔
    2. 중앙아시아의 경제발전 평가와 장기 전망
    가. 경제발전 평가
    나. 시장성·성장성 평가
    다. 향후 전망

    제5장. 주요국의 중앙아시아 진출전략 분석 / 이재영·박상남·이지은
    1. 중국의 중앙아시아 진출전략
    가. 서론
    나.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관계
    다. 중국의 중앙아시아 진출전략
    라. 결론 및 한국에의 시사점
    2. 터키의 중앙아시아 진출전략
    가. 서론
    나. 터키의 대 중앙아시아 외교정책
    다. 터키의 중앙아시아 진출사례
    라. 결론 및 한국에의 시사점
    3. 일본의 중앙아시아 진출전략
    가. 서론
    나. 일본의 대중앙아시아 전략
    다. 일본의 중앙아시아 원조외교
    라. 일본의 에너지 전략과 중앙아시아 진출 현황
    마. 결론 및 한국에의 시사점

    제6장.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협력관계와 대응방안 / 이재영·박상남
    1. 한국과 중앙아시아간의 협력관계
    2. 한국의 대응방안
    가. 에너지자원 확보
    나. 지정학적 가치 확인
    다. 유라시아대륙 진출의 교두보 확보
    라. 고려인의 입지 강화 및 안전 보호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닫기
    국문요약
    중앙아시아는 제2의 중동이라 불릴 정도로 풍부한 에너지 및 지하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거대 신흥시장으로 부상한 러시아, 중국, 인도 등과 인접한 지역에 위치해 있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는 고도의 경제성장과 높은 인구증가율을 바탕으로 시장규모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어 경제협력 잠재력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중앙아시아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세계 각국은 중앙아시아로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생략)
    닫기
공공누리 OPEN /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 출처표시, 상업용금지, 변경금지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표시기준 (공공누리, KOGL) 제4유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정책 참조

콘텐츠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콘텐츠 만족도 조사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