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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의 루피 인보이싱 활성화 구상과 기대효과

인도 Sara Joy Research and Analysis Group, Export-Import Bank of India Chief Manager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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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인도 루피(INR, 이하 ‘인도’ 생략) 인보이싱(invoicing)은 인도와 교역국 간 양자무역 대금을 루피로 청구해 지불받는 거래 방식으로, 루피를 국제통화로 격상시키고자 하는 인도 당국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란  국가 간 거래에 활발히 사용되어 발권국 이외의 여러 나라에서도 대금 결제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화폐를 지칭하며, 개별 국제통화의 입지는 화폐 자체는 물론 발권국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함께 반영한다.

특정 화폐를 국제통화로 분류하는 기준 중 하나는 무역 대금 결제에서의 활용 비중이다. 국제결제은행(BIS, Bank of International Settlements)이 3년마다 집계하는 중앙은행 시장 조사(Triennial Central Bank Survey) 2022년도판에 의하면 일평균 외화 거래액 중 주요 통화의 비중1)은 미국 달러(USD)가 88%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유로(EUR, 31%), 일본 엔(JPY, 17%), 영국 파운드(GBP, 13%)가 이었으며, 루피는 2%로 다른 주요국 통화 비중과 비교해 저조한 수준을 보였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이 산출하는 세계 공식 외화 보유고의 통화 구성 비중(COFER, Currency Composition of Official Foreign Exchange Reserve) 통계에서도 인도 루피는 주요 통화 순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149개 기관의 보고를 취합한 2022년도 3/4분기 COFER 통계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보유한 외화 규모는 미국 달러(59.8%), 유로(19.7%), 일본 엔(5.3%), 영국 파운드(4.6%), 중국 위안(CNY, 2.8%), 캐나다 달러(CAD, 2.5%), 호주 달러(AUD, 1.9%), 스위스 프랑(CHF, 0.2%) 순으로 나타난다(<그림 1> 참조).

<그림 1> IMF 통계(COFER) 기준 세계 공식 외화 보유액의 통화 구성 비중
단위: %


* 중국 위안의 경우 IMF 집계가 최초로 이루어진 동년도 4/4분기 수치로 대체
자료: IMF


인도중앙은행과 대외무역청의 루피 인보이싱 확대 구상  
인도중앙은행(RBI, Reserve Bank of India)은 2022년 7월에 공포한 신규 규정을 바탕으로 수출·입 대금 청구와 지불에 루피를 사용하는 거래 방식을 기존의 부탄과 네팔  이외에도 희망국이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2). 이 조치는  수출·입 과정에서의 루피 사용을 장려하고, 환전에 시장 환율을 적용하며, 대외무역 결제에 특수 루피 보스트로 계좌(SRVA, Special Rupee Vostro Account)3)를 사용한다. SRVA 개설을 원하는 외국 은행은 인도 국내 은행의 지정 거래점(Authorized Dealer)에 신청서를 접수해야 하고, RBI는 지정 거래점에서 계약 내용에 관한 정보를 받아 개설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한편 인도 대외무역청(DGFT, Directorate General of Foreign Trade)이 2022년 8월에 개정한 대외무역정책(FTP, Foreign Trade Policy)도 상기 RBI 규정과 궤를 같이하여 국제 거래 대금을 루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DGFT는 2022년 11월에도 FTP를 추가 개정해 RBI 지침에 따라 수출 대금의 루피화 수령을 장려하기 위해 수출 업계에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수출 할당량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했다. 

루피 인보이싱이 적용되는 거래에서는 인도의 수입업체가 루피로 지불한 대금이 상대방 은행의 SRVA에 예치되며, 마찬가지로 인도의 수출업체가 수취하는 거래 대금도 상대방 은행의 SRVA에서 인출되어 루피로 지급된다 . SRVA 예치금은 ▲사업 및 투자 자금 이체 ▲수출·입 대금 신속  거래 ▲인도 단기국채(T-Bill) 투자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으나, 여기에는 인도 외환관리법(Foreign Exchange Management Act) 등 유관 법령에 규정된 현행 지침과 규제가 적용된다. SRVA는 여타 보스트로 계좌와도 같이 환전의 용이성이라는 장점을 지니며, 계좌 소유주는 자유 환전용으로 지정된 자국 통화로 예치금을 자유롭게 환전해 인출해갈 수 있다.

루피 인보이싱 활성화 구상의 기대효과 
먼저  인도 무역업계에서 활동하는 여러 기업은 루피 인보이싱을 대금 결제의 투명성 제고와 생산·거래 비용 절감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인도산 상품의 판매 단가가 내려가면 해외 기업도 인도와의 무역에서 더욱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외에도 기존에 필수적으로 거쳐야 했던 별도 환전 절차가 생략되면 인도의 무역업체가 거래 용도로 확보해야 하는 외화의 양도 감소해 보유 자금을 기업 성장을 위해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요소는 각종 거래 비용과 리스크를 줄여 인도의 대외무역 실적을 개선하는 효과를 내고, 여기서 더 나아가 인도의 수출 규모 증대를 바탕으로 세계 무역 성장을 촉진하고 국제통화로서의 루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증진시킬 것이다.

한편 루피 인보이싱의  활성화를 통해 인도가 얻을 수 있는 거시경제적 혜택 중 첫 번째로는 환율 리스크의 용이한 관리를 꼽을 수 있다. 2022년 들어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이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매파 기조를 강화하면서 미국 달러의 가치가 지난 수십 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올라간 반면, 루피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 통화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2022년에 루피 가치는 11%를 넘는 하락세를 보였고, 반대로 미국 달러 인덱스(U.S. Dollar Index)는 6% 이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된다.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인도에서는 루피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고 RBI의 외환시장 개입도 극도의 불안정성 제어를 위해 제한적으로만 수행되기 때문에, 인도 정부가  환율 리스크 통제에 동원할 수 있는 통상적 수단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루피 인보이싱이 주요 거래 방식으로 자리잡게 되면 경상수지의 주요 구성요소인 무역 대금 결제 분야에서 외화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인도 기업이 루피 가치 불안에서 오는 악영향으로부터 보호받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환율 리스크가 감소하면 기업활동의 비용 절감과 성장 촉진이 용이해지며, 결과적으로 인도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더욱 늘어나게 된다. 

아울러 외화가 아닌 루피가 주요 결제 수단으로 부상하면 인도의 외화 보유 필요량이나 외화 의존도도 함께 줄어들기에 국가 경제가 외부 충격에 보다 잘 버틸 수 있다. 특히  수입액이 수출액을 넘어서는 무역 적자국인 인도는 미국 달러 대신 루피로 수입 대금을 지불함으로써 외화 유출을 제어함과 동시에 자국 화폐 가치의 안정화를 효과적으로 도모할 수 있다. 2013년의 미국 국채 금리 폭등이나 최근 신흥국 시장의 통화 가치 불안과 같은 리스크가 발생하면 외화 유출량이 유입량을 초과하는 자본 흐름의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국가 경제의 외화 의존도가 낮고 자체 통화의 가치가 안정되어 있다면 여기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비교적 수월하게 견뎌낼 수 있다.

이외에  ▲외채를 루피로 상환한다는 선택지가 열리면서 외환위기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 ▲인도 수출업체가 자국 통화로 신속하게 대금을 수취할 수 있는 점 ▲루피가 국제통화로서 지니는 입지가 향상된다는 점이 루피 인보이싱의 대표적 순효과에 속한다. 또한  다양한 이유로 미국 달러를 비롯한 주요 외화 보유량이 충분하지 못한 국가에 SRVA를 통한 무역 거래를 제안함으로써 이들 국가로의 수출 증대를 도모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루피 인보이싱 제안 유망국 및 활용 현황 
인도의 입장에서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현재 수입 대금으로 많은 외화를 지불하면서도 향후 수출 성장 잠재력도 큰 국가들이 루피 인보이싱을 제안할 수 있는 이상적 대상이다(<표 1> 참조). 비록 지금까지 SRVA를 정식 개설한 국가의 명단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 나오는 정보에 따르면 RBI가 개설을 승인한 SRVA의 수는 총 12개이다. 또한 현재 인도에 SRVA를 보유한 국가에는 스리랑카, 모리셔스, 러시아 등이 있고, 아랍에미리트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도 관심을 표명해 당사국 중앙은행 사이에 세부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수출기업연맹(FIEO, Federation of Indian Export Organisation)의 추정에 따르면 인도는 루피 인보이싱의 도입으로 대(對)러시아 수출 규모를 약 50억 달러(한화 약 6조 4,000억 원)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표 1> 2021년도 인도의 양자무역 통계 
단위: 100만 미국 달러, 무역수지 오름 정렬


자료: 국제무역센터(ITC) 트레이드맵(Trade Map)


결론 
무역대금 결제에서 루피의 활용 비중을 늘리기 위해 RBI 와 DGFT가 내놓은 최근 구상은 루피가 국제통화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을 닦고 세계 무역 생태계에서 인도의 입지를 강화함과 동시에 루피 가치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데 핵심적 수단으로 활약할 수 있다. 다만, 인도가 루피 인보이싱의 활성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효과는 궁극적으로 인도와 개별 교역국 간 무역수지 현황, 그리고 양자무역 전체 규모 대비 루피 거래액의 비율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루피 인보이싱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먼저 주요 교역국들과 협의해 이들이 인도의 구상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 각주
1) 지불액과 수취액을 각각 따로 계산하기에 비율 총합은 200%
2) 단,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돈세탁 고위험·비협조적 지역 및 국가는 SRVA 개설 대상에서 제외된다.
3) 보스트로 계좌란 외국 은행의 자금을 자국 통화(여기서는 루피)로 예치한 인도 국내 은행의 외국 은행 계좌를 의미하며, 해외 고객이 국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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