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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쿠데타 이후 미얀마 고등교육 부문의 변화와 한국의 개발협력 방향

미얀마 최영준 경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2023/03/06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다. 2023년 2월 1일, 쿠데타 발생 2주년을 맞아 미얀마 헌법에 의거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얀마 헌법은 비상시국사태(Emergency rule)를 최장 2년까지만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쿠데타 2년을 맞은 시점에서 군부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되었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가 또다시 비상사태를 6개월 연장하면서 미얀마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쿠데타로 군부가 집권한 2년 동안 미얀마의 국가 기능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국가의 기본적 기능인 치안의 부재로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고, 민생과 직결된 경제·사회적 기능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와 같은 공공서비스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와 경제활성화 전략도 부재한 데다가 공교육서비스까지 붕괴되어 미얀마의 미래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얀마는 교육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매우 잘 인식하고 있는 국가이다. 특히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 국가고문의 민족민주동맹(NLD, 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집권 당시, 교육 개혁을 중점 정책으로 추진한 바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1년제로 구성되었던 기존의 교육과정을 12년제로 개혁하면서 글로벌 표준을 따르도록 제도 개혁을 시행하였다. 또한 교육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확대하여 2018년부터는 정부지출에서 교육부문에 대한 예산이 10% 이상을 차지하였다(<표 1> 참조). 또한 사립대학교에 대한 법을 제정하여 사립학교 설립에 대한 법적 제도를 정비했다. 이와 같이 미얀마에서 교육은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으며 중요한 정책 어젠다였다. 

<표 1> 미얀마 교육 지출 추이 단위: %


* 자료: UNESCO, https://uis.unesco.org/en/country/mm (2023년 1월31일 검색)



하지만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미얀마의 교육은 붕괴하고 있다.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교육시스템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공무원과 젊은 세대는 시민불복종운동으로 군부에 대응하였고, 학생들은 등교를 거부하였으며 학교의 젊고 의식이 있는 교사들은 수업을 거부하였다. 대학입학시험 응시생 규모는 쿠데타가 발생하기 전에 비해  70% 이상 감소했다. 쿠데타 이전 2020년에는 약 90만 명 이상의 학생이 대입 시험에 응시하였지만, 쿠데타 발생 이후 2022년의 응시자는 약 28만 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1). 쿠데타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2023년에도 미얀마 대학의 등교 인원은 정원의 약 15%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은 거의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에 본고에서는 군부 쿠데타가 미얀마 고등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보려고 한다. 이를 위해 쿠데타로 인한 미얀마 교육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고, 미얀마에 대한 국제개발협력에 한국의 교육부문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1. 쿠데타로 인한 미얀마 공교육의 붕괴 
미얀마에는 사립대학교가 없고 국립대학교를 통해서 고등 교육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쿠데타로 인해 미얀마에서 군부정권과 민주화 세력의 임시정부인 민족통합정부(NUG, National Unity Government)가 공존하면서 공교육 체제가 혼란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군부 쿠데타 정부에 의한 통치에 저항하는 교수와 학생들이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면서 학교에서 이탈하고 있어, 기존의 국립대학교들이 고등교육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화 세력인 민족통합정부도 공교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는 교수와 학생들 또한 군부에 저항하는 지역의 국민들을 위해 민족통합정부와 협력하여 공교육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민족통합정부는 2022년 10월에 온라인 대학인 미얀마봄혁명대학(MNOU, Myanmar Nway-Oo University)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MNOU는 △ 연방민주주의 교육 시스템 지원 △ 군부 독재에 대한 대항 진작 △ 학생들의 학습 지속 △ 높은 수준의 인적 자원 개발 이라는 네 가지의 목표 가지고 설립되었다. 모든 수업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교육과정은 정규과정, 핵심과정과 단기과정으로 구성된다. 정규과정은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의미하며, 핵심과정은 대학입학 시험을 통과한 고등학교 졸업자들을 위한 기초교육과정을 말한다. 정규과정과 핵심과정은 교양교육과 다양한 전공으로 구성되어 있고, 단기과정은 직업교육 과정을 말한다. 현재 교양교육, 경제학, 수의학 강의는 진행되고 있으며, 전산학, 교육학, 언어학 및 공학은 준비 중에 있다. 

하지만 MNOU이 효과적으로 교육을 수행하여 대안적 교육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우선 대학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다. 교수와 학생의 수와 타 교육 기관과의 협력 등 교육 제공을 위한 과정에 대해서 자세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인터넷 서비스가 원활하게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온라인 서비스가 갖는 제한 때문에 MNOU가 온라인 대학으로서 군부 정권에 대항하여 기존의 공교육을 거부하는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교육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존재한다.

이와 같이 미얀마의 두 정부, 즉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사 정부와 민족통합정부가 공급하고 있는 교육 모두가 실질적으로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군부 정권 하에 있는 기존의 대학들은 시스템은 갖춰져 있으나 실제 운영이 안되고 있으며, 민족통합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대학도 실제 교육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2. 쿠데타 이후 미얀마 사교육 시장의 활성화 
공교육이 붕괴된 상황에서 고등교육 부문의 사교육 시장은 오히려 급격히 성장을 하고 있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미얀마에서는 영리 목적의 ‘학원’이 고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사립대학에 관한 법이 완비되지 않은 미얀마에서, 회사법을 근거로 기업을 설립하고 대학의 이름으로 학원을 운영하며 고등교육 서비스를 공급했던 것이다. 

쿠데타 이전에 사교육 부문은 공교육과 보완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사교육 부문은 공교육인 대학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 수요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였다. 국가가 점차 개방되면서  지식에 대한 다양한 수요가 발생하였고, 이를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사교육기관이 담당했던 것이다. 그래서 쿠데타 이전에는 공교육기관인 대학은 고등교육의 근간을 유지하는 역할을, 사교육기관인 학원은 고등교육의 사회적 수요를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하며 공존해 왔다.  

하지만 쿠데타 이후 공교육이 무너지면서 사교육부문이 공교육을 대체하고 있다. 학생들이 군사정부 산하의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거부하고 사교육 기관을 택하면서 이들이 대학을 대체하게 되었고, 그 결과 사교육 부문의 급격한 성장이 진행되고 있다. 

미얀마 사교육 시장의 고등교육서비스 공급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째로 해외의 학점 인증기관과 연계해서 운영되고 있다. 영국 등 유럽의 학점 인증기관의 인증을 기반으로 고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학점은행제와 비슷한 방식이다. 미얀마의 사립 교육기관은 해외 학점인정기관의 인증을 받은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이를 기반으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오프라인 교육뿐만 아니라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다. 미얀마 제국 대학(MIU, Myanmar Imperial University)과 전략제일대학(SFU, Strategy First University) 등 주요 교육기관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교육을 병행하며 운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많은 교육기관은 온라인으로만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미얀마에서 코로나19와 군부 쿠데타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온라인 교육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대한 영향이 크다. 최근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오프라인 교육에 대한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은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세 번째로 미얀마의 사교육은 미얀마 국민의 평균 소득 대비 등록금이 매우 높다. 교육기관마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MBA 프로그램은 매달 교육 비용이 약 450달러(한화 약 56만 원), 온라인 전용 프로그램의 경우는 200달러(한화 약 25만 원)에 달한다. 마지막으로 미얀마 고등교육부문에서 사교육시장은 경영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이는 미얀마가 개방되면서 새로운 고용 창출이 주로 외국인 투자 기업에 의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외국인 기업들이 요구하는 경영 관련 교육을 공교육기관이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교육 시장에서 외국인 기업에서 요구되는 지식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것이 그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 미얀마 사교육 시장의 교육 비용은 2021년 기준 1,140달러(한화 약 143만 원)에 불과한 미얀마의 1인당 국민 총소득(GNI) 수준에 비해서 매우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표 2> 미얀마 고등교육 서비스 주요 공급자


* 자료: 저자 정리


쿠데타로 인한 사교육 시장의 부상은 미얀마 고등교육 부문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단순히 교육서비스 공급 주체의 변화가 아니라 경제·사회적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공교육과 보편적 교육체계의 붕괴는 노동력의 질적 하락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데, 미얀마의 경쟁력은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외국인 투자에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교육의 후퇴는 이러한 기회를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사교육 시장의 활성화는 교육 기회를 제한하여 교육 수준의 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다. 미얀마 사교육 부문은 비용이 높은 편으로 저소득층이 진입하기는 매우 어렵다. 쿠데타 이전 사교육 시장의 고등교육 부문은 직장인들의 재교육을 주로 담당하였다. 하지만 쿠데타 이후 시민불복종운동으로 등교를 거부한 대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진입하면서, 가계의 소득에 따라 교육 수준에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소득이 있는 가구의 학생들은 유학이나 사교육 시장으로 진입을 선택할 수 있지만, 소득이 낮은 가구의 학생들은 교육에서 배제되고 취업의 기회마저도 잃어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쿠데타로 인한 사교육 시장의 부상은 미얀마의 지역간 격차 또한 확대하고 있다. 미얀마에서 사교육은 양곤을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다. 이는 고등교육 부문의 사교육 기관이 비즈니스 중심지역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쿠데타 상황에서도 양곤지역은 상대적으로 치안과 인터넷이 안정되어서 사교육 부문의 사업 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곤 이외의 지역은 치안뿐만 아니라 전기와 인터넷서비스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교육서비스가 제공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로 인해 도시와 농촌간 발전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이는 국가 발전에 심각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3. 미얀마에 대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에 주는 시사점
쿠데타로 인해 미얀마에 대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은 멈춰 있는 상황이다. 기존에 약속되었던 사업들도 제한된 범위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와 함께 미얀마의 군부에 대한 규제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부에 대한 규제가 진행됨과 동시에 국제개발협력 활동도 중단되면서 미얀마의 지속가능발전도 후퇴하고 있다. 특히 경제제재로 인한 외국인 투자와 무역의 급격한 감소로 경제의 역성장과 함께 빈곤율이 확대되고 있는데, 미얀마 민주화의 진전을 위해서는 제재가 지속되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얀마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협력마저 중단된 것은 미얀마 경제 발전에 큰 해악을 끼치고 있다. 특히 쿠데타로 인한 미얀마 교육제도의 붕괴는 미얀마의 경제 성장에 심각한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단순히 성장률의 하락뿐만 아니라 계층간 그리고 지역간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어, 미얀마의 민주화와 미래 성장 동력 회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급한 문제이다. 



* 각주
1) Junta to hold old-system matriculation exam, Than Lwin Times Media 8월 25일자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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