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파키스탄, 겨울 앞두고 가스 부족으로 심각한 에너지 대란 우려

파키스탄 EMERiCs - - 2022/12/02

☐ 정국 불안 속에 가스 부족으로 국민의 불만 증폭


◦ 추운 겨울철 앞두고 가스 부족, 국민 반발 거세져

- 파키스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고갈되어 가면서 외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추운 겨울철을 앞두고 천연가스가 부족해 정부를 향한 국민의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 11월 20일 발루치스탄(Balochistan)의 마스퉁(Mastung)에서 성난 군중들이 퀘타(Quetta)-카라치(Karachi)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정부에 가스 공급을 재개하라고 요구했다.

- 지구 최고봉 히말라야(Himalayan)산맥과 험준한 카라코람산맥(Karakoram Range)이 경관을 이루는 파키스탄은 국토의 5분의 3이 산지와 고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토의 많은 부분이 고지대이다 보니 여름철에는 매우 무덥고 겨울철에는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특히, 발루치스탄의 대륙성 기후는 여름철과 겨울철에 혹서와 한파가 교차하는 극단적인 날씨로 유명하다. 11월 초에 파키스탄 의회 석유 문제 담당 상임위원회(National Assembly's Standing Committee on Petroleum) 간사인 무함마드 마흐무드(Muhammad Mahmood) 의원은 “정부가 가스를 오전 3시간, 오후 2시간, 그리고 저녁 3시간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하였다.


◦ 임란 칸 전 총리, 조기 총선 계속 요구하면서 정국 불안 상태 이어져

- 현지 싱크탱크인 이슬라마바드 전략학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Perspectives at the Institute of Strategic Studies Islamabad) 소속 연구원 타이무르 파하드 칸(Taimur Fahad Khan)은 “가스 부족이 파키스탄의 에너지 안보 문제를 악화시키고 가뜩이나 불안한 파키스탄 정국을 더욱 흔들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2년 11월 초 암살 공격에서 살아남은 임란 칸(Imran Khan) 파키스탄 전 총리가 대중적 인기에 편승하여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대(對)정부 압력을 넣고 있어 정국이 요동치는 상황이다. 

- 게다가,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정파 탈레반의 파키스탄 지파(TTP, Tehreek-e-Taliban Pakistan)가 파키스탄 정부와 휴전을 파기하고 전국에 걸친 테러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선언한 터라 국내 안보 불안도 커지고 있다. 현지 대테러 전문가인 라시드 왈리 잔주아(Raashid Wali Janjua)는 “파키스탄 국내 정치·경제 위기 때문에 파키스탄 정부가 TTP의 준동에 대응할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꼬집음.


☐ 치솟는 가스 가격... 낡은 가스관에 속수무책으로 낭비되는 자원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스 가격 상승, 가스 수입 비용 부담 가중

- 파키스탄의 가스 부족은 단시일 내에 해결책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다. 파키스탄 석유·가스청(Oil and Gas Regulatory Authority)에 따르면 연간 국내 가스 소비량이 1조 4,000억 평방피트이며, 가스 수요량이 연평균 5%씩 증가한다. 그런데, 파키스탄 국내 연간 가스 생산량은 7,320억 평방피트에 불과하고 가채매장량도 12년분밖에 되지 않는다. 

- 파키스탄 정부는 이러한 수요·공급 괴리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통해 메워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LNG 국제시세가 뛰면서 막대한 수입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타이무르 파하드 칸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같은 주요 가스 공급원들이 유럽으로 가스 공급량을 늘리면서 파키스탄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가스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 한편, 11월 28일 파키스탄 정부는 무사디크 말릭(Musadik Malik) 석유부 차관을 러시아로 급파하여 석유·가스 공급 문제를 러시아 측과 논의하고 있다. 2022년 10월 이샤크 다르(Ishaq Dar) 파키스탄 재무부 장관은 정부가 러시아산 석유를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인도 정부도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고 있으므로 파키스탄이 러시아산 석유 공급받더라도 하등 문제가 없다는 게 파키스탄 정부의 입장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국제 시장에서 LNG 현물 가격이 아직도 지나치게 높아 가스를 구입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 낡은 가스관 때문에 소비자에 전달되지 못하고 낭비되는 가스

- 그런데, 에너지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의 가스관들이 오래되어 가스가 새어 나와 낭비되는 가스 자원이 많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현지 싱크탱크인 지속가능한 개발정책연구소(Sustainable Development Policy Institute) 소속 에너지 자문역인 아르샤드 압바시(Arshad H. Abbasi)는 파키스탄에서 미설명 가스(UFG, unaccounted-for gas) 비중이 무려 18%나 된다고 밝혔다. 

- 미설명 가스란 가스 유량을 측정하는 계량기의 허용오차 및 여러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측정오차에 기인하여 공급받은 가스 유량과 최종 소비자에 판매한 가스 유량 사이의 차이다. 아르샤드 압바시에 따르면, 가스관이 노후화되면서 음극방식(cathodic protection)이 마모되고, 가스관이 과소설계되거나 미터기 오류 등으로도 UFG가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캐나다·독일·우크라이나·뉴질랜드에서 UFG는 2.5%가량에 불과하다. 파키스탄에서 UFG로 인해 손실은 연간 40억 달러(한화 약 5조 3,422억 원)에 달한다. 

- 2019년에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60억 달러(한화 약 8조 132억 원)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2022년 11월 말 기준 파키스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가 79억 달러(한화 약 10조 5,508억 원)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UFG로 인한 손실량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아르샤드 압바시 자문역은 노후 가스관 교체와 공급 네트워크 개선 등 약 5억 달러(한화 약 6,677억 원)짜리 일회성 고정 투자만으로도 막을 수 있는 손실인데도 이마저도 정부가 자금 부족을 호소하며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 감수 : 권기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Nikkei Asia, Pakistan's Taliban scraps cease-fire as political turmoil festers, 2022.11.29.

Reuters, Pakistan minister heads to Russia for oil and gas talks –source, 2022.11.28.

Nikkei Asia, Pakistan winter gas crunch threatens to chill economy, stoke unrest, 2022.11.23.

Reuters, Pakistan flood recovery plan key to continued financial support –IMF, 2022.11.23.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AIF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