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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래의 스마트 항만, 싱가포르 TUAS 항만

싱가포르 이철웅 고려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2022/09/30

세계 해운업 허브를 목표로 한 싱가포르 TUAS 항만
2040년까지 기존에 싱가포르 전역에 걸쳐 운영되고 있는 항만 컨테이너 터미널들을 모두 싱가포르 서남단 끝에 위치한 TUAS 항만 터미널로 재배치한다. TUAS 항만은 규모나 처리능력 모두 차세대 미래의 항만으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세대 항만 (NGP, Next Generation Port) 라고 불리우는 TUAS 항만은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위치에서 운영되는 완전 자동화 항만이 될 것이며, 약 6,500만 TEU (Twenty-foot Equivalent Units or Containers) 의 연간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미래 기술혁신과 함께 등장할 거대 컨테이너 선들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되며 이를 통해서 싱가포르가 세계 해운 허브항만 위치를 공고하게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TUAS Next Generation Port, 싱가포르가 제시하는 차세대 항만의 정의
싱가포르의 차세대 항만은, 지능적이고(intelligent), 지속가능하며(sustainable), 친환경적인(green) 항만을 추구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준설물들을 항만을 건설하는 매립토로 사용하는 등 친환경 적인 측면을 건설과정에서 염두에 두는 것은 물론, 자동화와 디지털화로 대변되는 스마트 항만기술을 선보여서 운영에 있어서 매우 효율적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며 에너지 사용 등 운영비용을 최소화하는 혁신 항만의 개념을 선보인다. 2019년 10월 3일 Tuas 항만의 2단계 건설을 선언하면서 싱가포르 수상인 리셴룽(Lee Hsien Loong)은 싱가포르 TUAS NGP의 비전과 계획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우선, TUAS NGP는 친환경 항만으로 정의될 것이며, 환경적인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혁신기술을 건설에서 운영에 이르는 전 단계에 걸쳐서 도입할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항만을 싱가포르 국가 경제의 근간으로 보며, 산업 생태계의 시작점으로써 싱가포르 최고의 인적/물적자원을 투자하여서 세계 항만을 혁신할 미래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기술의 표본으로 개발하려고 한다. 리센룽 수상은 연설을 통해 싱가포르의 미래 세대에게 싱가포르항만공사(PSA Corporation, Port of Singapore Authority Corporation), 싱가포르해양항만청(MPA, Maritime and Port Authority)을 비롯한 싱가포르 해운/항만 산업 생태계에서 핵심 혁신인재로 성장하고 이를 통해 커다란 꿈과 미래를 개인적으로 달성하고 또한 국가적으로 싱가포르 미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나갈 것을 당부하였다. 이는 싱가포르 정부가 스마트 항만 혁신 생태계를 미래의 싱가포르 국가경쟁력과 국가경제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할 주요 산업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기초 인프라로 TUAS NGP를 최첨단 스마트항만으로 개발하려는 PSA의 계획을 국가차원에서 전력 지원하겠다는 계획임을 보여준다.

국가를 컨트롤 타워로 한 효율적인 개발
필자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S,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교수로 재직하면서 PSA와 자동화 항만 구축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그 외에도 싱가포르 창이공항, 싱가포르 국방부와 물류기술 혁신과 물류인재 양성업무를 수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1960~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철저하게 국가주도로 경제발전과 부흥을 이끌었던 것처럼 싱가포르도 경제기획원(EDB, Economic Development Board)을 컨트롤 타워로 부처와 공기업의 의사결정을 철저하게 조율하고 계획하여 효율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실제로 싱가포르 정부와 PSA 그리고 MPA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체로 이해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대기업이 오너의 결정에 따라서 기획실을 통해 계열사의 역할을 분담하고 궁극적으로 통일된 목표와 전략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라는 것을 이해하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국립대 등 싱가포르의 학교와 국영기업 (싱가포르는 많은 대기업들의 대주주가 국가이다.), 그리고 연구기관들도 이러한 국가전략에 따라 혼연일체가 되어서 통일된 목표달성을 위해 효율적으로 협업한다. 스마트항만에 대한 연구개발도 마찬가지 형태로 진행될 것임이 자명하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심지어 노조도 싱가포르 정부의 이러한 정책 기조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따른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정부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국민의 경제적인 수준을 높이는 것이고, 싱가포르 노조도 오랜 경험을 통해 싱가포르 정부와 신뢰-협력관계가 구축되었기 때문에 국정운영의 파트너로서 싱가포르 정부의 경제개발 계획을 일선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싱가포르만의 차별화된 풍토와 특성이 스마트 항만, 특히 항만의 자동화와 디지털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빠르게 효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하며, 자동화와 디지털화에 따른 인력의 개배치와 재교육을 사회적인 합의하에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한다. 

TUAS의 개발 규모 및 현황
TUAS NGP는 싱가포르 서남단 끝, 즉, 말레이시아와 인접한 지역에 주로 매립지로 정비된 지역에 건설되고 있다. 과거 싱가포르 항만을 상징하였고 이제는 도심에 위치해서 교통체증 등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탄종파가르(Tanjong Pagar), 케펠(Keppel), 브라니(Brani) 컨테이너 터미널은 2027년까지 운영을 종료하고 TUAS NGP로 이전하며, 필자가 재직하던 싱가포르 국립대에 인접하고 재직당시 자동화 고효율 항만의 표본으로 회자되던 파시르 판장(Pasir Panjang) 터미널 마저도 2040년에는 TUAS NGP로 통합되어서 운영을 종료하게 된다. 도시국가의 특성상 터미널 간의 고질적인 교통체증, 높은 운반비용은 그동안 환적(Transshipment) 위주의 항만인 싱가포르 항만의 경쟁력에 큰 골치거리가 되어왔는데 TUAS NGP로의 통합은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것이다. 또한, 도심에 위치한 탄종파가르, 케펠, 브라니, 파시르 판장 터미널 부지의 재개발은 싱가포르 도심과 경제의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며, TUAS NGP 개발을 위한 비용을 확충하는데도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TUAS NGP 개발을 위해 총 200억 달러(한화 약 28조 4,000억 원)가 넘는 예산이 투입될 것이며, 연간 6,500만 TEU 컨테이너 처리능력으로 세계 최대의 단일 위치 항만이 될 것이다. 이는 지금의 5개의 싱가포르 컨테이너 터미널의 처리능력을 합한 5,000만 TEU에서 30%가량 증가한 처리 능력이며, 선석의  수심 또한 23 미터로 매우 깊어서 조선기술 혁신과 함께 새롭게 선보일 초대형 선박의 접안도 충분히 가능하게 할 것이다. 

TUAS NGP는 전 자동화된 세계 최대의 터미널로 컨테이너선이 NGP에 정박하면 자율주행 전기차량인 AGV가 (automated guided vehicles) 하역된 컨테이너를 받아서 야드영역으로 운송한다. 이 AGV는 기존의 컨테이너 운송차량에 비해서 25% 이상 탄소배출량을 절감해서 친환경 항만을 구현하고 항만의 환경적인 지속가능성을 증대하는데 기여한다. TUAS NGP에서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에 사용되는 빅데이터 혁신기술은 선박의 도착시간과 출발시간을 예측하고 이를 통해 선박처리에 필요한 시간(Turnaround time) 을 최소화하며 선석/크레인 등 항만자원의 낭비와 비효율성을 최소화한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번잡한 해협인 싱가포르 해협에서의 고도화된 교통정보/통제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여서 정체구간을 예측하고 접안/출항경로를 최적화하여서 소요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이며 선박충돌 방지를 통해 해운안전에도 혁신적인 모형을 제시한다.
 
항만건설을 위해서는 부산신항 북컨테이너 부두 건설에도 사용한 케이슨(Caisson, 콘크리트 수중 시공구조물)공법이 사용되는데, 개당 무게 1만 5,000톤, 높이 28 meter의 케이슨 총 222개가 투입될 예정이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혁신기술의 집합체로 개발되며 따라서 다양한 자동화, 인공지능, 디지털 기술을 통해 항만의 생산성이 극대화될 것이다. 상하이진화중공업(ZPMC, Shanghai Shenhua Heavy Industries Company)가 개발하는 고성능 안벽 크레인(DTQ, double-trolley quay cranes)과 자동 트랜스퍼 크레인(RMG, rubber mounted gantry cranes)을 통해 선석과 야드에서 양하와 선적 작업이 자동화될 것이며, 무인 드론을 통해 선박과 터미널 간의 물류 이송 및 관제/점검/감시가 자동화된다. 자동화 장비와 자율주행 운송수단은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 통제/운영시스템에 의해 운영되어서 생산성을 높인다. 인공지능 기반 관제 시스템은 IoT 기반으로 수집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서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조기에 예측하여 효과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인간중심의 자동화기술도 선보인다. 통제센터의 작업자들은 스마트 안경을 통해 AR/VR 기반으로 자동화 설비들을 조종/통제하며, 유지보수를 위해 장치장에서 작업자가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 웨어러블(Wearable) 디바이스와 착용형 로봇(Exoskeleton) 디바이스를 통해 작업자의 작업효율과 안전을 극대화한다.

항만 배후단지 개발도 TUAS 지역으로 집중될 것이다. 이는 지금 싱가포르 전역에 산재되어 있는 물류창고가 TUAS 지역으로 재배치됨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지금은 미개척지와 불모지에 가까운 TUAS 지역을 개발하는 국가균형발전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입체적인 설계로 인해서 지하공간을 항만시설과 배후단지의 확장성을 가능케하는 공간으로 개발한다. 안타깝게도 최근 고인이 된  리루해이(Lee Loo Hay)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항만공간의 입체적인 활용을 통해 항만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설계대안을 제시하여서 MPA의 1,000만 달러(한화 약 142억 원)에 이르는 지원을 받았으며, 이를 통해 개설된 차세대 항만 모델링 & 시뮬레이션 센터(C4NGP, Centre of Excellence in Modelling and Simulation for Next Generation Ports)는 복합운송과 항만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항만의 설계와 운영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항만운영에 자동화 풀필먼트 센터(Fulfillment Center) 개념이 도입될 것이며, 디지털 트윈 기반의 차세대 터미널 운영 체계(TOS, Terminal Operating System)가 도입될 것이다.

세계 스마트 항만 생태계의 중심으로 
자동화 디지털 스마트 항만으로 개발할 때 야기될 수 있는 고용에 대한 우려도 싱가포르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17만 명에 이르는 고용을 해운항만 생태계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이러한 스마트 항만 생태계 구축은 고용의 질적인 부분 아니라 양적인 측면에서도 향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자동화 스마트 항만에서 단순노동이 많은 부분 자동화 설비와 디지털화로 대체되게 된다. 그러나, 지난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싱가포르에서 단순노동은 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담당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국민은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나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한 고임금 직무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TUAS NGP를 일종의 전시장으로 삼아 첨단 스마트 항만 기술 생태계 구축을 통해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첨단 스마트 항만 기술을 수출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보다 큰 목표를 추구한다는 것이 싱가포르 정부와 PSA의 전략이다. 따라서,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면 싱가포르 TUAS NGP는 고용을 위축시키기 보다 고용의 양적 질적 수준을 향상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러한 기술개발과 인력 재교육을 위해 싱가포르 국립대와 같은 교육기관 역시 혁신생태계의 중심이 될 것이다. 

시사점
싱가포르는 역사적으로 국가경제가 항만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또한, 태생부터 한계로 지적되어온 협소한 국토와 제한적인 인구, 그리고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와 인종구성도 상이하고 문화적으로도 차이가 커서 내수 및 배후시장이 홍콩 등 경쟁국가에 비해서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외국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를 유치하고 교통/물류/비즈니스의 허브로써 위상을 강화한다는 것이 싱가포르 경제발전을 위한 전략의 근간이다. 이러한 싱가포르 국가전략의 대표적인 결과물로 야심 차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 TUAS NGP이다. 우리가 흔히 4차 산업혁명 기술이라고 총칭하는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동화, 블록체인, 5G 기술이 TUAS NGP 항만의 건설단계부터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첨단 장비개발 및 필자가 재직하였던 싱가포르국립대학교를 포함한 산학연 첨단항만 생태계 구축을 통해서 미래혁신 항만기술의 쇼케이스(showcase)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산업생태계 구축을 통해 TUAS NGP를 넘어서 전 세계 차세대 스마트 항만의 건설과 운영을 선점하겠다는 것이 싱가포르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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