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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말레이시아, 마약 사범 등 중범죄자에 대한 의무사형 폐지 움직임

말레이시아 EMERiCs - - 2022/09/23

☐ 마약 사범에 대한 의무사형 폐지 논의


◦ 중범죄자에 대한 의무사형 폐지 시동 걸어

- 말레이시아 정부가 중범죄자에 대한 의무사형 선고 제도를 폐지하고 사형 대체 형벌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2년 9월 13일 완 주나이디(Wan Junaidi Tuanku Jaafar) 말레이시아 법무부 장관은 정부가 중범죄자에 의무적으로 사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기존 제도를 폐지하고, 사형 대체형벌을 부과하는 방안을 결정하였다면서, 이 같은 정부 결정에 이미 사형 선고를 받은 수감자 1,337명의 사형 집행을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말레이시아에서 1952년 위험약물법(DDA, Dangerous Drugs Act 1952)의 제39B조에서 언급된 마약 밀매를 비롯한 11개 범죄는 의무적 사형 선고 대상이며, 22개 범죄에 대해서는 법관이 재량에 따라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 특히, 동법 제37조에 따르면, 메스암페타민(methamphetamine) 50그램(g) 이상을 소지하다 적발되면 반증이 없는 한 마약 밀수범으로 간주된다. 2022년 6월에 완 주나이디 말레이시아 법무부 장관은 정부가 의무적 사형 선고 제도를 폐지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으며, 사형제도 폐지 및 대체형벌 도입에 관한 법안은 2022년 10월 4일에 말레이시아 의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 말레이시아에서 사형제도는 영국 식민지 시절 형사법 체계에 도입되었고 원래는 법관이 살인죄 피의자에 의무사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서 마약 관련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말레이시아 정부는 대대적인 마약범죄 소탕 캠페인을 벌이면서 1975년에 마약 범죄자를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1983년에는 마약 범죄자를 의무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해버렸다.


◦ 사형수 대부분 마약 사범

- 2022년 6월 완 주나이디 말레이시아 법무부 장관이 법관에게 의무적 사형 선고 대상인 범죄에 다른 형벌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말레이시아에서 의무사형 폐지 논의가 수면 위로 올랐다. 당시에 완 주나이디 말레이시아 법무부 장관은 국가 형사법 체계를 개선하여 정부가 범죄피해자와 피의자 등 모든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 2020년 8월 말레이시아 정부가 간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사형수 1,324명 중에서 다수가 비폭력 마약 범죄자로 파악됐다. 2018년 야당 연합인 희망연대(PH, Pakatan Harapan)가 집권하면 사형을 아예 폐지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의무적 사형 선고를 폐지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완화한 바 있다.

- 한편, 말레이시아의 형법 전문 변호사인 고치아이(Goh Cia Yee)는 2017년 말레이시아 정부가 마약 밀매 범죄에 대한 의무적 사형 선고를 폐지하기로 하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으나, 말레이시아에서 사형이 폐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지침의 효력은 사실상 없었다고 지적했다. 2017년 위험약물법 개정법률(Dangerous Drugs Amendment Act 2017)은 법관이 마약 사범에 대한 의무사형 대체형벌로 종신형과 태형 15대 이상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피의자가 체포될 당시에 위험 약품을 구매하고 판매했다는 증거가 없어야 하며 거증(擧證) 책임을 피의자에 부과하여 피의자가 사형을 면하기가 쉽지 않다.


☐ 국경을 넘는 마약범죄 급증에 사법 당국 바짝 긴장 


◦ 동남아시아에서 국제문제로 비화하는 사형 집행

- 동남아시아에서 마약 사범에 대한 사형 집행은 국경을 넘어 타국 법 집행 기관에 대한 불만을 일으키는 국제문제로 비화하기도 한다. 2022년 4월 27일 싱가포르 사법 당국은 헤로인(heroin) 42g을 밀수하다 적발되어 2009년에 기소된 말레이시아 국적 남성 나가엔트란 달말링암(Nagaenthran Dharmalingam)에 사형 집행을 강행하여 말레이시아 현지 및 싱가포르 국내 인권단체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싱가포르는 이틀 후인 4월 29일 또 다른 말레이시아인 마약 사범에 대한 사형 집행을 이어갔다. 싱가포르는 2022년 1월 1일부터 8월 5일까지 마약 사범 8명을 교수형에 처한 바 있다.

- 2022년 4월 25일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OHCHR, Office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는 반인륜적 범죄자가 아닌 마약 사범에 사형을 선고·집행하는 것은 국제 인권법과 합치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싱가포르에 말레이시아 국민 2명에 예정된 사형 집행을 중단하라 촉구한 바 있다. 또한, OHCHR은 개인적 목적으로 마약을 소지한 이유로 사형에 처한 나제리 반 라짐(Nazeri Bin Lajim) 사건의 경우, 그가 통역사의 도움을 받지 못해 재판정에서 자신을 적절하게 변호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 말레이시아 역시 마약 사범에 대한 사형 집행으로 주변국의 인권단체로부터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2013년 페낭(Penang) 국제공항에서 메스암페타민 4킬로그램(Kg)을 소지하다 적발된 인도네시아 출신 가사도우미 리타 크리스디안티(Rita Krisdianti)에 대한 사형을 2016년에 집행하면서 인도네시아 인권단체들의 공분을 샀다. 당시 리타 크리스디안티는 누군가가 자신의 가방에 마약을 집어넣었다며 무죄를 호소했으나 말레이시아 법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도 헤로인 2.6㎏을 소지하다 공항에서 사법 당국에 붙들린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매리 제인 벨로소(Mary Jane Veloso)에 마약 소지를 알지 못했다는 무죄 주장에도 불구하고 2010년에 사형을 선고한 바 있다.


◦ 마약범죄, 동남아시아에서 급격한 증가세

-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지역 전체적으로 마약 관련 범죄가 급증하고 그 수법 또한 교묘해지고 있어 동남아시아 각국 사법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21년 10월에는 라오스에서 현지 경찰이 맥주회사 물류로 위장한 트럭에서 메스암페타민 5,560만 정과 필로폰(crystal meth) 1.5톤을 적발했는데, 유엔(UN)에 따르면 이는 아시아 최대 마약밀수 사건으로 기록됐다. 제레미 더글러스(Jeremy Douglas)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 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 소장은 2011~2020년 사이에 동남아시아에서 사법 당국이 적발해 낸 마약 수량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제레미 더글러스 UNODC 소장은 미얀마 내전 이후 법 집행 기관의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틈을 타 샨(Shan)주에 있는 필로폰 제조공장에서 마약이 다량 생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인도차이나(Indochina)의 무법지대에서 생산된 마약은 동아시아·동남아시아에서 유통되는 마약의 75%가량을 차지한다. 

- UNODC는 2019년 기준 동아시아·동남아시아에 거주하는 15~64세 주민의 0.61%가 암페타민(amphetamine) 계열의 마약에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손을 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에서는 각각 주민 100만 명이 2020년에 최소 1회 이상은 메스암페타민 흡입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 2016~2019년 사이 베트남과 태국에서 메스암페타민을 흡입한 사람 수는 각각 8배와 10배 늘어났으며 말레이시아에서도 같은 기간 필로폰을 투여하다 적발된 사람의 수가 6배 증가했다. UNODC는 2019년 기준 동남아시아 마약 밀거래 시장 규모가 600억 달러(한화 약 83조 6,599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Channel News Asia, Malaysia government to introduce alternatives to death penalty, 2022.09.14.

The Borneo Post, Law minister: Government has finalised abolishment of death penalty, to replace it with alternative punishment, 2022.09.13.

The Diplomat, Malaysia Abolishes Mandatory Use of the Death Penalty, 2022.06.10.

United Nations, UN rights office calls for Singapore stay of execution for Malaysia nationals, 2022.04.25.

The Economist, South-East Asia is awash in drugs, 2021.12.11.

Malaysia Kini, COMMENT | 'Mandatory' death penalty still being meted out for drug offences, 2021.06.13.

Asia News, Indonesian migrant worker sentenced to death for drug trafficking in Malaysia, 2016.05.31.

Amnesty International, A Brief History of the Death Penalty in Malaysia



[관련 정보]

1. 말레이시아 정부, 사형 대체 형벌을 도입하기로 결정 (2022.09.15)

2. 싱가포르, 사형 집행에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비판 받아 (2022.08.08)

3. 말레이시아, 중범죄에 대한 사형 선고 의무제도 폐지 결정 (20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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