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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아세안 경제의 현주소와 한국-아세안 협력의 미래 전략

동남아시아 일반 Truong Quang Hoan Institute for Southeast Asian Studies, Vietnam Academy of Social Sciences Research Fellow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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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세계 많은 국가와 지역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온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미 세계 경기침체나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여러 문제를 겪던 아세안(ASEAN) 회원국의 경제에도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대응해 아세안에서는 취약 노동자 및 계층에 대한 현금 지급,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계 활동 지원, 항공과 관광업 등 피해가 막심한 경제 부문에 대한 재정지원 및 유인책 제공, 감염 진단과 백신 접종 등 긴급 보건 대응 강화에 중점을 둔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세안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회원국 각각이 처한 고유한 경제·정치적 상황에 따라 서로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한국과 아세안은 지금까지 견고한 무역 및 투자 관계를 구축해 왔으나(<그림 1>, <그림 2> 참조), 그 현황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경제적 교류가 베트남이나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 크게 편중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양 주체 간에 앞으로 더욱 높은 수준의 경제적 교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역동적이고 다변화된 접근법을 채택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 1> 아세안의 대(對)한국 무역액 추이 단위: 10억 달러
* 자료: 아세안 통계청(ASEANstats) 자료 가공

<그림 2> 한국의 대(對)아세안 FDI 투자액 추이 단위: 10억 달러
* 자료: 한국 수출입은행 해외투자통계


아세안의 경제성장률 전망과 주요 도전과제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는 다수의 아세안 회원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상당 폭의 경제 규모 축소를 경험했으며, 여기에는 필리핀(-9.5%), 태국(-6.1%), 말레이시아(-5.6%), 싱가포르(-5.4%), 캄보디아(-3.1%) 등이 포함된다. 반면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양의 성장률을 보인 3개국에는 미얀마(3.2%), 베트남(2.9%), 브루나이(1.2%)가 있다. 전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2020년 아세안 회원국의 평균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3.2%를 기록했으나, 2021년에는 역내 생산액 규모가 다시 2.9% 성장해 회복세로 돌아섰고, 팬데믹 상황이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면서 해당 수치는 2022년에 5.0%, 2023년에 5.2% 수준으로 더욱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3> 참조).

<그림 3> 동남아 전체 및 주요국의 2021~2023년간 경제성장률 전망 단위: %
* 자료: ADB (2022)


다만,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적 예상에도 불구하고 여러 분야에 산적한 문제가 아세안의 경제 발전 전망을 여전히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먼저 오미크론 변이과 같은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이 최근 수 개월간 경기 회복 속도를 늦췄고, 만약 변종 감염이 대규모로 확산된다면 각국 정부의 경제적 봉쇄 조치가 다시금 강화됨과 동시에 보건 부문의 부담도 더욱 늘어나면서 앞으로의 원활한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경기 회복 둔화와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중고에 처한 아세안 각국이 물가 통제를 위해 시행한 조치도 아직 분명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통계자료에 의하면 2022년 6월의 아세안 물가상승률은 5.1%를 기록해 전월의 4.5%에 비해 더욱 올라갔고1), 근미래에도 고물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 문제가 경제성장률은 물론 사회적 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세안의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요소인 공급망 문제는 역내·외 교류가 산발적인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발생하는 공급-수요 불일치가 물류 분야의 병목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운송 비용 상승이나 신규 변종 감염 확산으로 인해 세계 공급망의 차질이 더욱 심화되고 경제 활동도 줄어들 경우 고물가 등 아세안이 겪는 제반 문제도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감염이 확산될 때마다 고강도 봉쇄를 단행하는 중국이 경기 둔화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도 아세안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과의 글로벌 가치사슬이나 투자 관계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한편 이제는 세계적 추세가 된 기후변화가 아세안 지역의 사회·경제적 발전에 미치는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단기 및 중·장기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많은 재원을 투입하고 각 분야에서의 노력을 더욱 늘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 차례의 팬데믹을 겪으며 사회적 응집력이 이미 많이 약화된 상태에서 아세안이나 세계적 차원의 강력한 기후변화 공동 대응책을 추진하기에는 재정이나 정치적 자본이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아세안을 둘러싼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정학적 긴장도 경제 발전에 있어 큰 불안 요소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나타나는 세력 갈등은 각국의 보호주의적 무역 정책 기조로 이어져 역내 투자와 무역을 저해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에너지원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을 급격히 올리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에너지원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세안의 입장에서는 에너지 가격 급등 문제가 지니는 심각성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한국-아세안 경제 관계 동향
아세안과 한국은 지금까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무역 및 투자 관계를 구축해왔다. 양 주체 간 무역액은 지난 2010년의 1,020억 달러(한화 약 133조 원)에서 2021년에는 1,890억 달러(한화 약 247조 원)로 성장했고, 특히 한국은 아세안을 대상으로 상당 폭의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상호 무역액의 꾸준한 확대에 힘입어 오늘날의 한국은 아세안의 교역국 중에서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을 뒤 이은 다섯 번째의 위치에 있고, 반대로 아세안도 한국에게 있어 중국에 버금가는 2대 교역 주체이다(<그림 4>, <그림 5> 참조).

<그림 4> 2021년 아세안의 교역국별 무역 비중

* 자료: 아세안 통계청 자료 가공

<그림 5> 2021년 한국의 교역국별 무역 비중
* 자료: 한국 관세청 자료 가공


다만, 한국의 대(對)아세안 무역은 대체로 베트남과 싱가포르 2개국에 집중된 양상을 보이는데, 양 주체 간 무역액 비중에서 베트남은 약 41%를 차지해 1등에 자리하고, 싱가포르가 약 22%로 그 뒤를 따른다(<그림 6> 참조). 교역 품목의 경우 전자기기, 녹음·재생기, 텔레비전이 한국의 대(對)아세안 수출액 중에서 43.1%, 수입액 중에서는 30.0%를 담당하고 있다.

<그림 6> 2021년 한국의 대(對)아세안 무역액 국가별 비중
* 자료: 아세안 통계청 자료 가공


한편 투자 분야에서도 한국은 2020년에 아세안으로 유입된 해외직접투자(FDI) 중 6.2%를 담당하면서 미국, 홍콩, EU, 일본, 중국 등과 함께 중요한 투자 주체로 기능하고(<그림 7> 참조), 아세안은 동년도 한국발 FDI 액수 중 약 17.3%를 담당해 미국을 뒤 이은 2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림 8> 참조).

<그림 7> 2020년 아세안에 유입된 FDI 투자액 국가별 비중
* 자료: 아세안 통계청 자료 가공

<그림 8> 2020년 한국의 FDI 투자액 대상국별 비중
* 자료: 한국 수출입은행 해외투자통계


하지만 무역과 마찬가지로 투자 부문에서도 싱가포르와 베트남이 한국의 대(對)아세안 투자 대부분을 흡수하고 있는데, 2020년도에 아세안으로 향한 한국의 투자액 중 약 39%가 싱가포르를, 약 28%가 베트남을 대상으로 했다. 그에 반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여타 아세안 국가가 유치한 한국발 FDI 액수는 상대적으로 훨씬 적었다(<그림 9> 참조).

<그림 9> 2020년 한국의 대(對)아세안 FDI 투자액 국가별 비중
* 자료: 한국 수출입은행 해외투자통계 자료 가공


한국-아세안 경제 협력을 위한 미래 전략
만약 아세안의 경제성장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게 된다면 2030년까지 아세안 전체가 총합 GDP를 기준으로 세계 4위의 경제권으로 부상해2) 향후 한국과의 경제 협력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 아세안의 경제성장률 등 미래 전망과 한국의 경제 발전 경험, 그리고 경제 부문을 중심으로 한 양 주체 간 협력사업 내역을 감안할 때, 앞으로 가장 큰 관심을 쏟아야 하는 전략적 분야로는 다음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국-아세안 협력이 취할 수 있는 주요 형태로는 리스크 분담 구상을 들 수 있다. 만약 한국이 아세안의 국가적 재난 리스크를 함께 분담해 주는 체계를 신설하고 강화하는 데 참여한다면, 이는 아세안이 팬데믹 사태에 대비하는 데 필요한 재정을 확충하고, 각 참여국이 공동 재원과 자본을 바탕으로 과도한 리스크를 재보험이나 자본 시장으로 이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은 지금까지 아세안의 코로나19 대응기금(COVID-19 ASEAN Response Fund)에 600만 달러(한화 약 78억 원)를 기탁했고3), 앞으로도 이와 같은 선례를 유지해 나간다면 양 지역 간 리스크 분담 구상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양 지역 간 협력은 양질의 공급망과 온라인 네트워크 및 디지털 경제를 구축하는 데에도 초점을 두어야 한다. 먼저 오늘날 공급망 분야에서 일어나는 병목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상호 조율을 꾸준히 이어 나가는 일은 아세안과 역외 교역국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외에 온라인 네트워크 강화, 디지털화, 디지털 경제 이행도 한국과 아세안 모두가 공통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적 목표로, 이 측면에서 선진국의 입지에 있는 한국이 아세안에서도 자국과 유사한 수준의 네트워크 및 디지털 경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협력사업을 전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분야에서 한국이 제공하는 지원은 아세안 각국이 기초 인프라 및 네트워크 형성, 국제 대금결제 체계 신설, 디지털 역량 강화, 스마트 제조업 육성, 5G 생태계 조성, 제4차 산업혁명 추진 전략 마련 등 지역적 차원의 정책 기반을 모색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기존의 아세안-한국 자유무역협정(AKFTA, ASEAN-Korea Free Trade Agreement)을 한층 높은 수준으로 격상시킴과 동시에 한국과 아세안 개별 회원국이 별도의 FTA를 추가로 체결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먼저 개별 아세안 회원국과의 FTA는 무역 및 투자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경제 협력 구조를 다변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AKFTA가 관할하는 범위와 내용을 개선하는 과정에서는 한국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적 기반과 기관 감독 강화,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장벽 철폐 등의 사안을 중점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한국-아세안 협력 강화는 기후변화 대처 역량 신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 아세안이 추진하는 포괄적이고 친환경적인 회복 구상 중에서 성공적인 국가 발전 경험을 가진 한국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례로는 녹색화촉진금융(Catalytic Green Finance Facility), 녹색채권표준(Green Bond Standard), 사회적채권표준(Social Bond Standard), 지속가능채권표준(Sustainability Bond Standards)을 꼽아볼 수 있다. 한국과 같은 선진국의 지원은 단순히 외부 재원의 추가 확보 차원에 그치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이나 기후변화 내성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전문적 식견을 얻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아세안은 각자의 고유한 입지를 바탕으로 상호 조율을 통해 강대국 간 지정학적 긴장을 완화함과 동시에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 및 한국의 지역적·세계적 협력 플랫폼 참여를 지원할 수 있다. 현재 아세안이 주도하는 역내 협력 프레임워크에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ASEAN Regional Forum),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East Asia Summit), 아세안 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 ASEAN Defence Ministers’ Meeting Plus) 등이 있다. 여기서 아시아 지역의 주요국 중 하나인 한국이 아세안 중심성 원칙에 기반한 상기 구상을 지원해준다면 아세안 입장에서는 지역 및 세계 차원에서 상호 협력적인 환경을 구축하는 데 힘을 얻을 수 있고, 한국 입장에서도 활동반경을 확대해 다양한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자 하는 자국의 구상에 대한 아세안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결론
아세안의 향후 경제 전망은 아직 밝은 편에 속하지만, 본고에서는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의 확산, 인플레이션과 경기 후퇴라는 이중고 상황에서 아세안이 추진하는 물가 통제 정책의 효용성 문제, 현재진행형인 공급망 차질 문제, 기후변화가 역내 사회·경제적 발전에 미치는 영향의 심화, 그리고 지정학적 긴장 등의 요소가 여전히 아세안의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지금까지 양호한 경제 관계를 구축해 온 한국과 아세안이 상호 협력을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리스크 분담 구상 추진, 역내 공급망 안정화, 온라인 네트워크 및 디지털 경제 구축, AKFTA 확대 및 한국과 개별 아세안 회원국 간의 FTA 추진,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 그리고 강대국 간 지정학적 긴장 완화와 더불어 아세안 중심성과 한국의 국제적 역할 확대 상호 지지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중점 과제로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 각주
1) https://www.focus-economics.com/regions/asean. 
2) Joo-Ok Lee Thuy Nguyen (2021), WEF EXCLUSIVE: A Stronger Post-COVID ASEAN, https://theaseanpost.com/article/wef-exclusive-stronger-post-covid-asean#:~:text=If%20the%20region's%20growth%20can,in%20the%20world%20by%202030. 
3) The ASEAN Secretariat, ASEAN, Republic of Korea renew commitment to strengthen partnership,  5 July 2022, https://asean.org/asean-republic-of-korea-renew-commitment-to-strengthen-partnershi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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